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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71화 (71/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71화

결연한 눈빛으로 뭔가를 다짐하던 그녀가 어딘가로 움직였다.

그 방향은 영주성의 지하 감옥.

중대한 범죄자들을 가둬놓은 그곳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자신이 직접 처형을 진행하기 위해서.

저벅저벅-

조심스럽게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감옥에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더해졌다.

스릉-

트레이시는 품 안에 항상 간직하던 단검을 꺼내 등 뒤로 숨겼다.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닌 거지만 지금은 처형을 위해 쓸 예정이었다.

‘하는 거야. 할 수 있어.’

마음을 다지며 통로의 불빛을 따라가니 감옥이 나왔다.

안에는 간수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윽고 상대를 확인한 트레이시의 눈이 놀란 토끼처럼 커졌다.

‘아고스 백작……?’

상대도 이쪽을 확인했는지 놀란 눈초리였다.

감옥을 찾아올 만한 인물이 아니었기에.

“아가씨?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트레이시는 간수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들었다.

원수에게 복수하려거든 지금이 적기였다.

“죽어어-!”

단검은 순식간에 아고스 백작의 가슴팍을 찔렀다.

아니, 찌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손목이 백작의 손에 간단히 붙잡혀버렸다.

복수할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갔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아가씨! 그거 놓으세요!”

땡그랑-

간수가 외쳐서 단검을 놓은 것이 아니었다.

백작의 우악스러운 힘에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트레이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죽어! 쓰레기 자식, 너 같은 놈은 죽어야 해!”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백작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그마저도 금세 붙잡히고 말았지만, 트레이시는 분노를 멈출 수가 없었다.

붙잡힌 손을 풀려고 온갖 발버둥을 쳤다.

“이거 놔! 놓으라고!”

“진정하세요, 아가씨! 이분은 아고스 백작이 아닙니다!”

“놓아…… 뭐라고요?”

그 말에 잠깐 진정한 트레이시가 상대를 쳐다봤다.

사람을 착각했나 싶었지만, 상대는 다시 봐도 영락없는 아고스 백작이었다.

헛소리로 치부하고 다시금 발악하려던 찰나.

트레이시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두 눈에는 놀라움이 담겼다.

다름 아니라 아고스 백작의 얼굴이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으니까.

“이거 마법을 안 풀어서 괜히 오해하게 했네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지크가 헛웃음을 지었다.

트레이시도 지크가 누군지는 알았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황금독수리 용병단의 마검사!

그런 수식어를 단데다 아버지와 가신들이 입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는 탓에 모를 수가 없었다.

아까 영주관에서 보기도 했고.

그렇지만 지금은 좀 당황스러웠다.

아고스 백작이 지크 경으로 변하다니.

“어, 어떻게 된 거예요?”

“모습을 변형할 수 있는 마법을 썼습니다. 같은 편인 척 다가가 정보를 알아낼 요량으로 말이죠.”

“아…….”

트레이시는 뒤늦게 상황 파악을 마쳤다.

어째서 아고스 백작의 모습을 하고 있던 건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실수를 한 건지.

“죄, 죄송합니다. 지크 경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백작을 죽이러 온 건가요? 복수를 자기 손으로 끝내려고?”

트레이시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들킨 마당이라 변명은 통하지 않으리라.

“우선 영주님에게 가시죠. 저도 이곳에서의 볼일은 끝났으니.”

“네…….”

지크는 트레이시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왔다.

영주관으로 향하는 동안 둘은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

지크로선 딱히 할 말이 없었고, 트레이시는 영주의 불호령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크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들어가시죠.”

“네.”

영주관으로 들어서자 헤밀톤 영주가 지크를 보고 반색했다.

“지크 경. 어서 오시…….”

그러다 뒤따라 들어오는 딸을 보곤 정색했다.

“트레이시? 너는 무슨 일로 왔느냐?”

“그게…….”

우물쭈물하던 트레이시가 감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실직고했다.

지크 경을 아고스 백작으로 착각해서 죽이려 했다고.

“대체 왜 그런 짓을……?”

“정치적인 이유로 아버지가 안 죽이실 걸 알았으니까요. 그래서 제 손으로 죽이려고 한 거예요. 그 사람이 죽지 않으면 너무 괴로우니까…….”

“후우…….”

영주는 긴 한숨만 내쉴 뿐, 더는 딸을 나무라지 않았다.

트라우마에 고통을 겪고 있는 딸을 어찌 탓할 수 있겠는가?

탓해야 한다면 백작 하나 죽이지 못하는 힘없는 자신을 탓해야지.

“미안하구나. 너를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만들어서.”

“……아니에요.”

“백작의 처분에 관해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꾸나.”

영주가 지크를 바라봤다.

“지크 경. 위장 수사한 결과는 어떻게 됐소? 아고스 백작이 쓸만한 정보를 불었소?”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바튼의 말마따나 백작은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배후의 존재에게 통신구로 지시받은 것이 전부입니다.”

“대체 얼마나 거물이기에 연락 한 번으로 우리 영지를 침략할 마음을 먹는단 말이오?”

“두 사람의 증언을 규합해 보면 아즈라힐 존스턴이라는 자가 배후에 있더군요. 브라함의 환술사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고요.”

“브라함의 환술사……!?”

놀라는 걸 보니 뭔가 아는 눈치였다.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왜 모르겠소. 그 유명한 12인의 선구자 중 한 명이거늘.”

지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솔직히 몰랐다.

12인의 선구자에 대한 정보는 역사책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고 찾아볼 생각도 안 했기에.

그저 이명으로 불리며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게 12인의 선구자였다.

“그런 대단한 자가 왜 우리 영지를 공격하라고 지시한 것인지…….”

“바튼에게서 뽑아낸 정보에 의하면 광산을 탈취하는 게 목적이었던 듯합니다.”

“광산?”

헤밀톤 영지엔 헤밀톤 광산이 있다.

부족한 재정에도 영지를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광산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영지민에게는 자급자족할 수단일 뿐 아니라 삶의 원천이었다.

“그럼 헤밀톤 광산을 차지하고자 영지전을 벌인 거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바튼은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영주님의 가신으로 잠입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러다 영주님께서 하나뿐인 딸을 애지중지한다는 걸 알고 길목으로 유인, 아고스 백작이 그런 짓을 벌이게 도왔던 거고요. 여기까진 전부 그들의 계획대로였죠. 영지전에서 패배할 줄은 그들도 몰랐겠지만.”

“아…….”

영주는 뒤늦게 모든 정황을 이해했다.

결과적으론 첩자를 붙잡았다고 하나, 어떻게 보면 자신의 책임이 없지 않았다.

바튼을 가신으로 채용한 것도 자신이었고, 그를 지휘관으로 임명한 것도 자신이었다.

딸이 그런 일을 당한 것에도 책임이 없다 할 순 없었다.

딸에 대한 집착을 버렸으면 애당초 트레이시를 노리지도 않았을 테니.

“하… 하하…….”

허탈함과 자괴감이 올라오는 표정으로 영주는 말없이 한숨만을 쉬었다.

매몰될 것 같던 정신이 현실로 돌아온 것은 지크의 목소리 덕분이었다.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괜찮…… 아니, 괜찮지 않소.”

“여쭤볼 게 있습니다. 저들이 수년간 공을 들일 정도의 가치가 헤밀톤 광산에 있습니까?”

“글쎄…… 그만한 가치가 있는진 모르겠소. 금맥이 흐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철광석과 구리 등, 각종 평범한 광물들을 구할 수 있는 광산이오. 왜 이렇게까지 해서 노리는지는 나도 도통 이해할 수 없소.”

“그렇습니까……?”

놈들의 배후와 그들이 노리는 것이 뭔지는 알았지만 별 소득은 없다.

진정한 목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기에.

“후우, 수고하셨소. 지크 경. 이만한 정보를 얻은 것만 해도 어디요? 그대의 공이 크오.”

“감사합니다, 영주님.”

“내 그대의 공을 높이 사, 거하게 상을 내리려 하는데 원하는 게 있는지…….”

‘원하는 거? 있지. 마법사들.’

마법사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서 숙련도를 쌓는 것.

그것이 지크가 바라는 바였지만 영주가 해결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보상은 이미 받았다.

방금 막.

[변조 스킬을 활용해 배후 밝히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600이 증가합니다.]

[근력 99가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지력 102가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순발력 103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체력 98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회복력 101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저항력 97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차 스킬 숙련도 4,000이 증가합니다.]

[7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4,510/30,000]

‘그러니 그냥 거절하는 게 낫겠지.’

지크는 영주의 보상을 거절하려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가만. 용병단이 지금보다 성장하면 그만큼 많은 영지전을 치를 수 있을 거 아니야?’

자신보다는 차라리 용병단을 챙겨주는 게 이로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저보다는 용병단을 좀 더 챙겨주십시오.”

“용병단을?”

의외의 요구였는지 영주는 놀란 눈초리였다.

“이유가 있소?”

“용병단이 아니었으면 저도 여기 올 일은 없었으니까요. 저와 마찬가지로 고생한 식구들이니 포상은 그들에게 내려주십시오.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기대와는 다른 대답에 영주가 속으로 탄복했다.

‘허, 보통은 이런저런 보상을 요구하기 마련인데 자신이 아닌 단원들을 먼저 챙기다니…… 16살이라고는 떠올리지 못할 만큼 생각이 깊은 소년이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 또한 겸비한 그 인품에, 영주는 불현듯 욕심이 생겼다.

훌륭한 인재를 보면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건 당연했으니까.

“혹시 작위를 받을 생각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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