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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76화 (76/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76화

[기본 스킬 : 현자의 눈]

-효과 : 현자의 통찰력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든 현상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특이사항 : 항시 발동되며, 지력 스탯에 따라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뭔가 애매한 스킬인데?’

설명만으로는 어떤 스킬인지 정확히 와닿지 않았다.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을 듯한 스킬이었다.

‘지금도 적용되는 중이라는 건가? 잘 모르겠네.’

지크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때.

번쩍-!

광원이 한차례 번뜩이며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다들 모였느냐.”

“오셨습니까!”

다급히 고개를 숙이는 조합원들을 통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나타난 중년인이 바로 아즈라힐 존스턴이라는 것을.

‘남자답게 생겼네.’

라고 생각하는 찰나.

지크의 눈에 녀석의 진짜 얼굴이 보였다.

[현자의 눈으로 현상을 꿰뚫어 봅니다.]

여리여리한 한 청년의 얼굴이.

‘저게 진짜 아즈라힐의 모습이라고?’

겉보기엔 남자다운 인상이었지만 실제로는 여리여리한 청년이다.

남들이 보는 것과는 판이했다.

그걸 지크는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이번에 배운 현자의 눈 스킬 덕분에.

‘생각보다 어리잖아?’

어떻게 저런 젊은 나이에 9서클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데칸에서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자신의 아버지도 50이 되도록 9서클을 넘지 못했거늘.

의문은 곧 풀렸다.

‘저 녀석, 몸 안의 마나 통로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확장되어 있어.’

마나 통로가 열려 있어 외부의 마나를 더욱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그 말은 마나 친화력이 남들보다 수백 배는 뛰어나다는 이야기.

한마디로 재능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밖에 없는, 마법을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보였다.

‘12인의 선구자들은 모두 저런 괴물들이란 말인가?’

하긴 그쯤 되지 않으면 젊은 나이에 9서클을 이룩하지 못하리라.

모든 마법사의 정점에 오르지도 못할 테고.

‘현자의 눈이란 거 대단하네. 이런 것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주고.’

지크가 이해하지 못한 현상을 이해하게 만든 건 단연코 현자의 눈 덕분이었다.

그저 강하겠거니라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그 이유를 꿰뚫어서 파악하게 해준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스킬이었다.

‘그런 반면, 녀석은 내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모양이야.’

현재 지크는 변조 스킬로 위장한 상태.

그러나 아즈라힐은 자신을 보고도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눈치였다.

무심한 눈으로 힐끗 보고 마는 걸 보면.

“일곱 명 모두 모였군. 이제부터 회의를 진행한다.”

총 여덟 명의 사내가 한적한 숲에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은 각자의 보고를 들어보겠다. 서열 2위인 채드부터.”

“예, 그럼…….”

채드란 사내가 앞으로 한 발짝 나왔다.

지크를 의심하던 곰처럼 생긴 그놈이었다.

“저번에 들어온 물건은 다이킨 마을에 잘 전달했습니다. 23명의 마을 사람들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약물을 복용한 것도 확인했습니다. 다만…….”

“다만?”

“그 당시 외지인 한 명이 와 있었는데 저에 대해 의심하길래 인적이 없는 곳으로 유인해 제거했습니다.”

“뒷조사는 다 하고 제거한 거겠지?”

“물론입니다. 귀족도 아니고 단순한 여행객이었습니다. 뒤탈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

“알았다. 다음.”

“예! 서열 3위 그레그. 보고 올리겠습니다. 루보 마을에 물건은 전달 완료했고 마을 주민들에게서도 특별한 이상 반응은 없었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래, 다음.”

“서열 4위 데니스. 보고 올립니다. 휴이돈 마을에 물건은 전달했고 주민들도 대부분 문제없이 복용했으나, 한 부부가 의심하고 먹지 않았습니다. 하여 두 사람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였습니다.”

“들킬 염려는 없겠나?”

“예. 주민들도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알았다. 다음.”

“서열 5위 사무엘. 보고 올리겠…….”

보고를 듣는 내내, 지크는 어리둥절함을 감추려 애써야 했다.

이게 다 무슨 소린가?

마을에 물건을 배송하느니, 약물 복용이 어쨌느니.

현자의 눈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잔뜩이었다.

‘이건 현상이 아니라서 스킬 발동이 안 되는 건가?’

듣기론 마을에 뭔가 물건을 배송하고 주민들에게 복용시켰다는 내용으로 파악된다.

조합원 각자가 담당하는 마을이 있는 모양이었고.

‘보아하니 켈브리지 조합 서열 순서대로 보고하는 것 같은데…….’

2위, 3위, 4위, 5위 다음은 7위였다.

현재는 8위가 보고를 이어가고 있었고.

‘저 녀석 다음은 내 차례잖아? 난 서열 몇 위라고 해야 하지?’

맡은 임무가 뭔지는 대강 알고 있다.

문제는 서열.

9위 이하라는 건 분명한데 정확한 서열은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의심받더라도 서열은 두루뭉술 말하는 수밖에.’

잠시 후 서열 8위의 보고가 끝나고 지크의 차례가 왔다.

“서열 마지막 네이선. 보고 올리겠…….”

“야, 똑바로 안 해?”

말하는 도중 끼어든 건 서열 2위인 채드였다.

아까부터 줄곧 자신을 의심하던 놈이라 시비 거는 게 그리 놀랍진 않았다.

“서열을 왜 생략하냐? 앞에 선배들 하는 거 못 봤어?”

“서열 마지막이라고 말했는데 말입니다?”

“순위를 정확히 말해야 할 거 아니야.”

“그게 의미가 있습니까? 이 중에 제 서열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채드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당장이라도 죽일 기세.

하지만 그뿐이었다.

정작 보스인 아즈라힐이 가만히 있는데 고작 6서클 따위가 뭘 어쩌겠는가?

안 그래도 귀찮았는지 아즈라힐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만해라. 보고나 듣자.”

“아, 알겠습니다.”

채드는 순순히 물러났다.

하지만 앙금은 남았는지 자신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다.

‘맘대로 하라지. 난 아즈라힐에게만 의심받지 않으면 돼.’

지크는 하려던 보고를 이어갔다.

“헤밀톤 영주성에 간수로 잠입하여 상황을 지켜본 결과, 아고스 백작이 영지전에서 패배하였습니다. 하여 아고스 백작과 첩자로 심어놓았던 키어스 바튼을 직접 처리, 전쟁의 불씨를 붙여놓은 상태입니다.”

“맡은 일은 완수했군.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아즈라힐이 지크에게 다가왔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헤밀톤령이 어떻게 아고스령을 이긴 거지? 확실히 이기기 위해 첩자까지 심어놓았는데 졌다는 게 이해할 수 없어. 작전이 들통나기라도 했나?”

“아닙니다.”

“그럼?”

지크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사실대로 말할지, 아니면 정보를 숨길지.

고민은 짧았고, 판단은 빨랐다.

“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아고스의 군대가 헤밀톤의 성문을 부수고 안까지 침입했었죠. 다만 변수가 있었습니다.”

“변수?”

“헤밀톤에서 고용한 황금독수리 용병단의 용병 하나가 엄청난 무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용병 하나?”

아즈라힐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고작 용병 하나 때문에 전쟁을 패배했다고? 지금 장난하냐?”

9서클 대마법사의 마력이 지크의 몸을 옥죄었다.

실로 무서운 기세였지만 저항력이 높은 지크로선 이 정도는 참을만했다.

게다가 마력을 흡수할 수도 있었으니.

‘그렇다고 흡수하거나 멀쩡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지크는 일부러 당황한 연기를 보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압박에 굴복하기라도 하듯 몸도 사시나무처럼 떨어댔다.

메리가 봤다면 엄지를 치켜들었을 법한 혼신의 연기였다.

“거, 거짓이 아닙니다. 제, 제가 어느 안전이라고 입을 노, 놀리겠습니까……?”

“말이 되느냐? 한 명 때문에 패배를 했다는 게?”

“저, 정말입니다. 혼자서 수백의 오러 유저를 학살하는 걸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헤밀톤령에선 이미 전쟁 영웅으로 대접받기도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지크의 말에서 진실이 느껴졌는지 아즈라힐이 마력의 압박을 풀었다.

그제야 옥죄이는 느낌이 사라졌다.

지크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는 연기마저 펼쳐야 했다.

“혼자서 수백을 학살했다? 오러 마스터라도 용병단에 있었던 건가?”

“드, 듣기론 마검사라고 했습니다.”

“마검사?! 더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군.”

아즈라힐이 콧방귀를 뀌는 것도 당연했다.

인간의 역사상 마검사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드래곤처럼 전설로만 전해질 뿐이다.

그야 한 가지를 통달하기도 어려운데 두 가지를 마스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수천 년을 사는 드래곤이 아니고서야 이룰 수 없는 경지이리라.

“저는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듣기론 6서클의 마법사이면서 검술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특별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오러 유저를 상대할 수 있었다고…….”

지크는 곧이곧대로 사실만을 이야기했다.

증인이 많은 탓에 숨기면 들통날 가능성도 있었거니와 굳이 숨길 이유 또한 없었다.

아즈라힐이 자신을 노린다면 오히려 좋은 건 이쪽이었으니까.

‘어쩌면 아즈라힐이 다른 선구자들에게 알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진실을 말했음에도 아즈라힐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녀석의 이름을 알고 있나?”

“예. 지크라고 불렸습니다.”

“지크……?”

왠지 몰라도 아즈라힐은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마치 아는 이름을 들은 듯한 반응이랄까?

“허, 그놈이 이놈이라고? 이거 에스카가 성공하길 바라야겠군.”

“예?”

“아니다. 어쨌든 알겠다. 마검사라는 건 믿기진 않지만 믿어보지.”

“감사합니다, 아즈라힐 님.”

중얼거리는 게 의아했지만 상황은 넘겼다.

지크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아즈라힐 님? 잠시 단둘이 이야기 좀 가능하겠습니까?”

“중요한 이야긴가?”

“예.”

“알았다.”

서열 2위인 채드가 난데없이 아즈라힐과의 독대를 요청했다.

이쪽을 힐끔거리는 게 자신과 관련된 내용인 듯했다.

‘뭔가 불안한데.’

지크는 그런 눈으로 숲 한편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말없이 주시했다.

* * *

“여기라면 이야기가 들리진 않겠지. 그래,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러지?”

“조합원 중에 첩자로 의심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첩자? 누구를 말하는 거지?”

아즈라힐이 눈을 가늘게 뜨자 채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네이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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