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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78화 (78/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78화

[‘아즈라힐 존스턴’의 마법 7개를 무작위로 복제합니다.]

[7서클 마법 ‘텔레포트’를 습득하였습니다!]

[8서클 마법 ‘환영 장막’을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고통 극대화’를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정신 붕괴’를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환각 주입’을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환각 설계’를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위상 변화’를 습득하였습니다!]

주르륵 올라오는 메시지를 보던 지크가 눈동자를 키웠다.

‘오! 한두 개 빼고는 전부 9서클 마법이 들어왔잖아?’

무작위라고 하지만 중윗값에 맞춰서 들어온다는 건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한데 대부분이 9서클 마법이라니.

상대의 경지가 9서클을 아득히 초월해서 그런 모양이다.

‘뭐, 12서클 정도라고 보면 될까? 전에 녹스의 마법을 흡수할 때도 마법 흡수 숙련도가 120씩 올랐었으니까. 소울 버스트라는 마법에 저격당했을 때도 그렇고.’

어쨌거나 12인의 선구자가 9서클을 초월한 존재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런 대단한 존재의 마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새가 없었다.

[변조 스킬 해제까지 남은 시간 : 1분 31초]

시야 한쪽에 자리 잡은 쿨타임 시간 때문에 초조했으니까.

그런 초조함을 알았는지, 짐마차가 있는 곳이 금방 나타났다.

“물건은 모두 마차에 실려 있다. 일주일 내로 배송을 마치고 사후 관리를 맡도록 하라. 한 달 후에 있을 회의에서 결과에 대한 보고를 듣겠다. 알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린 아즈라힐이 몸을 돌렸다.

이윽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투명화를 쓴 것이 아니라 텔레포트를 한 것이다.

‘뭐야? 진짜로 가버린 거야?’

어디에도 아즈라힐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한 말로 당황스러웠다.

그야 손을 쓸 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렸으니까.

‘무영창이라 이건가? 젠장. 이렇게 쉽게 놓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마력 흡수를 써서 붙잡을 걸 그랬나?’

제아무리 12인의 선구자라도 마력을 흡수했다면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 자신의 위장이 들통났겠지만.

‘현재 아즈라힐을 잡으라는 퀘스트는 뜨지 않았어. 시스템으로선 아직 위장을 풀긴 이르다고 판단한 거겠지.’

물건 배송을 도우며 아즈라힐의 꿍꿍이를 알아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건 지크도 동의하는 바다.

다른 선구자들의 계획이나 단서를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르니.

‘좋아. 아즈라힐은 놔두고 우선은 저놈이랑 같이 배송이란 걸 해보자.’

지크의 시야에 이쪽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채드가 들어왔다.

“네이선! 뭐해? 얼른 마차 끌지 않고! 시간이 촉박하다고!”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 소변 좀 누고 와도 될는지…….”

“아이 씨! 빨리 갔다 와!”

“가, 감사합니다!”

소변을 핑계로 지크는 일행과 잠시 떨어질 수 있었다.

잠시 후 꿀렁거린 지크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속시간이 다 된 것이다.

‘위장이 풀렸지만, 다시 쓰면 그만이지. 마찬가지로 쿨타임도 돌아왔으니까.’

지크는 변조 스킬을 사용해 다시금 네이선으로 위장했다.

이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소변 핑계를 댄 것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얼른 타라! 늦었어!”

“예!”

부리나케 마부석에 올라서는 지크의 모습을, 채드가 불만족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다그닥다그닥.

물건을 실은 마차가 출발했다.

지크와 채드가 탄 마차였다.

물론 마차를 모는 것은 말단인 지크였다.

‘피터 형님이 보면 비웃겠어. 공작가의 자제가 마차나 끌고 있다고.’

지크는 한 번도 마차라는 것을 끌어본 적이 없다.

얻어타기만 했지, 어떻게 말을 다루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마법사가 말을 타지 못하지. 텔레포트로 한 번에 이동하니까.’

탄다고 해도 승차감이 더 좋은 마동차를 타는 게 대부분이었다.

쿠션도 없고 버스처럼 덜컹거리는 마차를 좋아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런데도 지크는 곧잘 말을 몰았다.

요령을 익히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 대신 채드의 의심을 받아야 했지만.

“어째 말 모는 게 시원찮다? 처음 하는 사람처럼?”

“죄송합니다. 선배님.”

“선배님……?”

뭔가 말실수를 했나?

채드의 의심이 더욱 짙어진다.

“됐고, 저쪽으로 틀어라. 다이킨 마을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한심한 녀석 같으니.”

“…….”

구박을 받았지만, 지크는 말없이 말이나 몰았다.

당장은 배달 임무를 완료하는 게 우선이다.

‘보아하니 다이킨 마을이 녀석이 담당하는 마을인 것 같아.’

어디에 있는 마을인지는 지크도 몰랐다.

물건이 뭔지 확인하지도 못했고.

그저 시키는 대로 마차를 몰 따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춰라.”

채드가 돌연 마차를 세웠다.

인적이 드문 숲길이었다.

“여기가 다이킨 마을입니까?”

“다이킨 마을은 무슨.”

비릿한 미소를 짓던 채드의 손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마력을 끌어올린 그가 지크에게 지팡이를 겨눴다.

“너 이 새끼. 내려.”

“예? 왜 이러시는지…….”

“X같은 연기는 그만하고 내리라고 첩자 새끼야.”

첩자라는 말에 지크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역시, 이렇게 나오는 건가?’

채드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언제 본심을 드러낼지는 몰랐지만.

‘타이밍을 재고 있던 모양이네. 하긴 나라도 첩자로 의심되는 놈이랑 같이 일할 순 없지.’

마을에 도착한 뒤에 본심을 드러냈다면 좋았겠지만, 채드는 첩자로 의심되는 자신을 마을까지 안내할 생각이 없었나 보다.

엉뚱한 길로 안내한 걸 보면.

“어서 내리라고, 새끼야.”

그렇기에 모르쇠로 일관할 수밖에 없던 지크였다.

“왜 그러십니까, 선배님?”

“선배님 좋아하시네. 단둘이 있을 때 네이선은 그렇게 안 불렀어, 병신아. 형이라고 불렀지.”

“…….”

“얼른 안 내려?”

지크는 묵묵히 마차에서 내렸다.

첩자라고 확신하는 눈빛과 말투였다.

‘어쭙잖은 변명은 통하지 않겠지.’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지크가 주절거렸다.

“채드 형.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정말 눈치가 없으시네요. 제가 왜 꼬박꼬박 선배님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모르겠는데?”

“형이랑 거리 두려고 일부러 그런 거라고요.”

“왜? 나한테 뭐 서운한 거라도 있어?”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요? 나 원…….”

지크는 속상하다는 듯 팔짱을 끼며 투덜거렸다.

그간 선배님이라는 딱딱한 호칭으로 부른 건 거리를 두기 위해서였다는 그럴듯한 변명.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러려니 넘겼겠지만 채드는 전혀 속는 기색이 아니었다.

“지랄하지 마. 얼마 전까지 형이라고 따르던 녀석이 갑자기 거리를 둔다고? 말이 돼? 게다가 뭐? 여자가 생겨? 나한테 남자가 좋다고 고민 상담하던 것도 잊은 거냐?”

‘뭐…? 남자를 좋아해?’

지크의 눈썹이 꿈틀댔다.

거짓이 아니라는 건 시스템을 통해 보고 있다.

‘네이선이라는 놈, 동성애자였나? 설마 이 녀석도……?’

그동안 자신을 의심한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은 느낌이다.

“말투나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어. 네놈이 진짜 네이선이 아니라는 건.”

“…….”

“바른대로 불어라. 네놈, 헤밀톤 영주가 보낸 첩자지?”

“들켰네.”

지크는 순순히 본색을 드러냈다.

성격만이 아니라 모습까지도.

꿀렁꿀렁-

“!!!”

별안간 16살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채드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X발, 역시 위장한 거였군. 내 눈은 못 속이지! 하지만 이렇게 어린 애새끼일 줄이야.”

“애새끼한테 처맞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볼까?”

“어린놈이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순간 채드의 마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플레임 블레스트(Flame blast)!”

시동어와 함께 만들어진 화염이 지크에게 적중했다.

화르르륵!

그대로 녹아서 뼈만 남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상황은 채드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뭐……야?”

상대는 머리카락 한 올 타지 않은 모습으로 멀쩡히 서 있었으니까.

“어,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야, 너무한다. 어떻게 나오나 지켜봤더니 6서클 마법을 그냥 날려버리네. 고문도 하지 않고 죽일 셈이냐?”

“이 새끼가!”

이죽거리는 것에 열 받았는지 재차 지팡이의 마력을 모은다.

“라이트닝 스피어(Lightning spear)!”

전광이 번뜩이며 다시 한번 지크의 몸을 강타했지만.

“이, 이게 무슨…….”

결과는 같았다.

생채기도 없는 지크의 모습을 경악한 눈으로 바라볼 뿐.

“어, 어떻게 한 거냐?”

“어떻게고 자시고.”

지크가 단번에 채드의 발을 걸어 바닥에 눕혔다.

지팡이가 든 팔을 꺾은 뒤 목덜미를 잡고 눌렀다.

“끄아악!”

“어디 한번 말해보실까? 너희들의 꿍꿍이가 뭔지. 대체 마을에서 뭔 짓거릴 하는지.”

‘크윽! 무, 무슨 놈의 힘이…….’

완벽히 제압당한 채드는 마법사라곤 생각할 수 없는 힘에 다시 한번 놀랐다.

‘오러 마스터인가? 서, 설마……!’

문득 헤밀톤 영지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한 용병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너, 너구나.”

“뭐가?”

“그 용병이.”

“딴소리하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저 물건의 정체가 뭐냐니까?”

“내가 말할 것 같으냐!”

마법도 차단당하고 몸도 제압당한 상황이었지만 채드는 기죽지 않았다.

“흠, 말하지 않겠단 말이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 그럼 어디 죽어봐.”

무심하게 말한 지크가 아공간에서 깃털 검을 꺼냈다.

“무슨…….”

아공간의 능력에 놀라던 채드는 곧이어 더할 나위 없이 커진 눈으로 자신의 다리를 바라봤다.

붙어 있어야 할 다리가 어느새 거짓말처럼 잘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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