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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79화 (79/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79화

“끄, 끄아아아악!”

밀려오는 격통에 적응할 새도 없이.

서걱!

한쪽 팔이 잘리며 또 한 번의 격통이 느껴졌다.

“끄아아아! 으으아아악!”

“계속할까? 아니면 말할래?”

고통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지크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들렸다.

채드는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이를 악물었다.

“네, 네놈한테는 할 말이 없다. 트, 특히 내가 좋아하던 남자를 죽인 놈한테는!”

“내가 안 죽였는데? 정체가 들키니까 저 스스로 약 먹고 자살했지.”

“그게 그거다!”

“그래서 할 말이 없으시다?”

채드는 묵묵부답이었다.

고통으로 이를 꽉 깨물 뿐.

“뭐, 자를 건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남아 있던 팔이 또다시 잘렸다.

채드의 비명이 더더욱 커졌다.

고문은 장장 30분 내내 이어졌다.

그 사이에 목격자라도 지나가면 큰일이었지만 지크는 걱정하지 않았다.

“누가 도와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 마법 장벽을 쳐서 소리를 차단하고 모습도 감춰놨으니까.”

“끄으으으…… 이, 악마 같은 새…….”

“악마는 헤밀톤 영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너희들이고.”

히죽 웃은 지크가 다시금 검을 꽂았다.

사지가 잘려서 꽂을 데라곤 몸통밖에 없었다.

“아, 아아…….”

이제는 비명 지를 힘도 없는지 맥없는 목소리만 흘러나온다.

“이상하지? 이 정도로 썰어댔으면 진즉에 과다출혈로 죽어 마땅할 텐데 왜 안 죽는지 말이야.”

“…….”

“나한테 상당히 효과 좋은 회복 마법이 있거든. 그걸로 은근슬쩍 치료해 주고 있었어. 네 생명이 질겨서 안 죽는 게 아니라고.”

“…….”

“그러니 헛된 희망 품지 마. 네가 말할 때까지 이 지옥은 끝나지 않을 테니까.”

지크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채드의 몸을 찔렀다.

사탄도 혀를 내두를 지경의 고문이었지만 채드는 굴복하지 않았다.

‘어지간히도 독종이네.’

혀를 내두른 지크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지크. 이 녀석, 입 열지 않을 것 같은데?

‘카르볼이 보기에도 그렇지?’

-무엇보다 고통에 정신이 붕괴한 상태다. 네가 건 환각을 풀더라도 제정신으로 돌아오긴 힘들 거다.

‘하…….’

확실히 채드의 눈빛에 초점이 없었다.

다 소용없다고 생각한 지크가 환각을 제거했다.

스르륵.

잘렸던 채드의 팔다리가 거짓말처럼 돌아왔다.

바닥에 고여 있던 피 웅덩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그 가운데에 채드가 누워 있었다.

생채기라곤 없는 멀쩡한 모습으로.

지크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아즈라힐한테서 습득한 환각 마법을 써봤는데도 소용이 없다니…….’

지크는 정보를 얻을 요량으로 처음부터 환각을 사용했다.

[환각 주입]을 사용해 채드가 정말로 고통을 느끼도록 교란하고, [환각 설계]로 세세한 부분들을 설계했다.

[고통 극대화]로 가짜 고통의 강도를 높이고 [환영 장막]으로 주변을 가렸다.

말하자면 채드의 팔다리를 자른 것부터 피 웅덩이를 만든 것까지 전부가 거짓이었다.

‘엄청난 독종이구만. 환영으로 만든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다니.’

자기가 좋아한 남자를 죽인 복수심 때문일까?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채드는 영영 입을 열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고통에 정신이 나갔는지 하늘을 보며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으니까.

‘안 되겠어. 혼자서 다이킨 마을을 찾아보는 수밖에.’

지크는 마부석에 오르기 전에 채드를 바라봤다.

이미 정신이 붕괴해서 발목 잡을 일은 없겠지만 이대로 놔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죽는 게 놈으로서도 편하겠지.’

채드의 품을 뒤적거린 지크가 통신구와 조합원 배지를 챙겼다.

그 후 깃털 검으로 즉시 녀석의 숨통을 끊었다.

푹!

채드를 중심으로 환영이 아닌 진짜 피 웅덩이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지크가 다시 마부석에 올랐다.

퀘스트 완료를 위해선 물건 배송을 끝마치고 놈들의 꿍꿍이를 알아내야 한다.

“가자.”

시체를 내버려 둔 마차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 * *

‘아까 여기서 방향을 틀었지?’

지크는 채드가 방향을 틀라고 지시했던 장소에 와 있었다.

목적지로 가던 중에 방향을 바꿨을 거라는 짐작으로 온 거였다.

‘아마도 이쪽이 제대로 된 방향일 거야.’

방향을 수정한 뒤 한참을 이동했다.

그러나 마을은 나오지 않았다.

‘이쪽이 맞긴 맞나?’

불안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운 좋게도 작은 도시가 보였다.

그 근처를 지나는 노인까지도.

‘저 사람한테 물어봐야겠어. 혹시 모르니 변장은 해야겠지.’

스킬을 쓴 지크는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모했다.

이번에는 네이선이 아니라 채드의 모습이었다.

“어르신. 길 좀 여쭙겠습니다. 다이킨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다이킨? 저쪽으로 고개 하나만 더 건너면 나오는데.”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방향을 알아낸 지크가 곧장 말을 몰았다.

노인의 말대로 고개를 넘자 마을의 전경이 펼쳐졌다.

저기가 다이킨 마을인가보다.

‘23명이 사는 마을이랬나?’

채드의 보고를 상기하며 가까이 접근했다.

농사를 짓던 농부들이 가장 먼저 마차를 발견했다.

“응? 저 마차는?”

“채드 씨 아니야?”

“맞네, 맞구먼.”

“다들 모이라고! 채드 씨가 우유를 가져왔으니!”

‘우유?’

지크가 의아해하는 사이, 마을 사람들이 마차 앞으로 모여들었다.

“오늘이 우유 배달 오는 날이었구먼?”

“반갑습니다, 채드 씨!”

“아, 예.”

지크는 얼떨떨하게 인사를 받으면서도 우유라는 말에 주목했다.

‘상자에 들어 있는 게 우유였어?’

뒤늦게 마차에 실린 물건이 뭔지 알게 됐다.

‘우유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지크는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놈들이 진짜 우유 배달이나 하려고 이런 짓을 하는 건 아닐 거다.

마을 사람들이 약물을 복용했다는 채드의 보고를 떠올려 보면, 뭔가가 있다.

“다들 이쪽으로 와보라고!”

언제 소식을 들었는지 어느새 스무 명 가까이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모두가 상기된 얼굴로 한마디씩 던진다.

“오늘도 우유를 나눠주러 오신 거죠? 채드 씨.”

“아, 예, 그렇죠.”

“매번 감사드립니다. 공짜로 우유를 베푸시고…….”

“뭐라도 드려야 하는데 한사코 거절하시니 원…….”

사람들은 웃으며 하나같이 짐칸을 바라봤다.

얼른 우유를 나눠주기를 바라는 눈빛이었다.

‘일단 상자부터 열어볼까?’

짐칸에는 세 개의 나무상자가 있었다.

전부 까보니 상자마다 열 개의 병이 들어 있다.

새하얀 우유가 담긴 병이었다.

‘보기엔 평범한 우유지만…… 실제론 아니겠지?’

이 안에 약이라도 탄 게 아닐까?

그런 의심을 품고 우유를 바라보고 있자, 마을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이거 제 거죠? 이리 주십쇼.”

“어허, 밀지 말고 순서 지키라고.”

“다들 줄 서! 줄!”

사람들이 우유를 받으려고 안달이 나 있다.

아무리 공짜라고 해도 이렇게 득달같은 반응이라니?

부유하게 살아온 지크로선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우유가 귀할 정도로 빈곤한 생활을 한 걸까? 아니면 이 우유에 다른 비밀이 있는 걸까?’

의심은 들지만, 일단은 우유를 나눠줬다.

아니, 나눠줬다기보단 자기들이 알아서 하나씩 가져가 버렸다.

‘사람들이 먹고 난 뒤의 반응을 보는 수밖에 없겠어.’

매번 이렇게 먹었던 걸 보면 독극물 같은 건 들어 있지 않을 거다.

그래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흠. 하나만 먹어볼까?’

다 나눠주고도 우유가 몇 개 남았기에 직접 먹고 확인하는 방법도 있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마을 사람들도 다 먹는 건데.’

행여나 문제가 생기면 빛의 축복으로 회복하면 된다는 생각에, 지크는 우유병 하나를 땄다.

똑-

그리고 입에 그대로 가져갔는데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환각을 유발하는 해로운 성분이 체내로 유입되었습니다.]

[저항력이 해로운 성분에 100% 저항합니다.]

‘환각?’

지크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머금고 있던 우유를 뱉었다.

그 모습을 본 주민들이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왜 그러세요? 채드 씨?”

“아니, 그 아까운 걸 왜 뱉고 그래요?”

“어디 사레 걸리셨어요?”

‘사레는 무슨. 당신들이 지금 뭘 먹는지 알기나 해?’

지크는 그렇게 진실을 알리고 싶었으나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꾹꾹 눌러 담아야 했다.

여기서 급발진하면 이상하게 보일뿐더러 아즈라힐의 꿍꿍이도 알아내야 하니까.

‘미안하지만 우유를 마시게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봐야겠어. 난 저항력 때문에 환각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으니까.’

변명 같았지만 정말로 알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한 소년이 나타나기 전까진.

“아저씨! 그 우유 받지 말라고 했잖아요! 이리 주세요!”

“레온! 지금 뭐 하는 거냐!? 이리 안 내놔!?”

갑자기 레온이라는 소년이 나타나더니 한 남성의 우유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곤 냅다 바닥에 던지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우유병은 박살이 났다.

“레오오오오온!!!”

극도로 화가 난 남성이 소년의 멱살을 잡았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죽여 버리겠어!”

갑자기 이성을 잃은 눈빛으로 주먹을 치켜든다.

겁먹은 레온이 눈을 질끈 감는 그때.

턱-

지크가 나서서 남자의 팔을 잡았다.

“그만하시죠. 애한테 뭐 하는 짓입니까?”

“채, 채드 씨도 보셨지 않습니까! 저 자식이 내 소중한 우유를……!”

“고작 우유 가지고 사람을 패려고요? 그것도 10살도 안 된 아이를?”

“크윽…….”

손찌검하려던 남성은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곤 팔을 빼달라며 손짓했다.

지크의 꾸지람에 정신을 차렸다기보단 무지막지한 손아귀 힘에 굴복한 것이었다.

“놓아줄 테니 다시는 아이한테 손찌검하지 마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채드 씨. 우유 남는 거 있죠? 하나만 더 주시면…….”

“잠시만요.”

달라붙는 남성을 뒤로 물린 지크가 소년을 바라봤다.

“꼬마야. 괜찮니?”

“저 꼬마 아니거든요?”

“그럼 레온이라고 부를까?”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어요. 우리 마을에만 오지 마세요.”

지크를 향한 레온의 시선은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았다.

남들 눈에는 공짜로 우유를 배달해 주는 착한 아저씨로 보일 텐데 어째서?

“레온. 마을에는 왜 오지 말라는지 이유를 알려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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