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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83화 (83/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83화

“뭐?”

호세 데포르테의 눈동자가 한 번 더 커졌다.

마법에 몸담은 사람치곤 브라함의 환술사라는 이명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에.

‘마, 말도 안 돼. 브라함의 환술사가 왜 여기에…….’

갑자기 윌스턴 후작 대신 이상한 사내가 나타나더니 자신을 브라함의 환술사라고 소개했다.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 표정을 봤기 때문일까?

아즈라힐이 웃으며 이해를 도왔다.

“많이 당황하셨군. 하긴 믿고 있던 사람이 감쪽같이 모습을 바꿨으니 나라도 당황했겠어.”

“위, 윌스턴 후작은…… 나랑 대화하던 윌스턴 후작은 어디로 간 거요?”

“어디로 가긴. 바로 눈앞에 있지 않나?”

그리 말하며 아즈라힐이 보란 듯이 얼굴을 변형시켰다.

윌스턴 후작과 아즈라힐의 얼굴이 장난스럽게 왔다 갔다 한다.

“나, 나랑 대화하던 게 당신이었다고?”

“후작인 척하느라 고생 좀 했지. 결국엔 아무런 소득도 없었지만.”

‘어, 어쩐지 목소리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더니만…….’

설마 위장이었다니.

감기에 걸려서라는 변명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

‘모르긴 몰라도 좋은 의도로 나타난 건 아닐 거다.’

호세 공작이 아즈라힐을 경계하는 그때.

자신이 부른 호위병들이 다가왔다.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가주님. 이 자를 끌어내면 됩니까?”

“거, 건들지 마라! 상대는……!”

공작이 경고했지만 이미 늦었다.

“허어억!”

“커어윽!”

호위병 둘이 별안간 눈을 뒤집으며 쓰러졌다.

간질환자처럼 몸을 바들바들 떨어댄다.

아즈라힐은 그 모습을 태연하게 바라봤다.

“정신을 붕괴했으니 곧 죽을 거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순간 아즈라힐의 마력이 호위병들을 감싸는 것을 호세 공작 또한 보았기에.

그 역시 8서클의 마법사였기에 마력의 흐름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그렇다지만 이렇게 캐스팅이 빠를 줄이야…….’

8서클과 9서클의 간격이 크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건 뭐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아무리 8서클인 자신이라 할지라도 어린아이처럼 가지고 놀 게 분명했다.

호위병이 죽자 호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긴장은 됐지만 그렇다고 굴복하진 않았다.

지팡이를 들고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렸으니.

“후후, 과연 데포르테의 가주로군. 방금 내 실력을 보고도 굴하지 않는 기세라니. 이거 초면인데 손님 대접이 너무 한 거 아닌가?”

“내 식구들을 죽인 놈에게 손님 대접 따윈 없다.”

“이깟 호위병 따위를 식구로 치다니. 뭐, 좋아. 나야 원하는 것만 얻으면 그만이니까.”

“원하는 것이 뭔데 이러는 거냐?”

“이유는 아까 후작의 모습으로 말하지 않았나?”

“연합군이 헤밀톤 영지를 치는 데 방해하지 말라는 건가?”

“물론. 그렇게만 해주면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으마. 너와 너의 가족들도.”

가족을 언급하니 호세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아즈라힐이 히죽 웃었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모양이군. 그렇지?”

“……알았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 가족은 건들지 말고 이대로 물러나다오.”

“그럴 예정이었어. 조금 전까지는.”

“뭐?”

“내가 괜히 후작으로 변해서 설득했겠나? 나도 웬만하면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정체를 밝힌 이상 어쩔 수 없군.”

아즈라힐의 눈빛이 순간 싸늘해졌다.

“전부 죽여버리는 수밖에.”

“……!”

“가장 먼저 가족들부터 시작해 볼까? 마침 한 명이 이쪽을 보고 있군.”

아즈라힐이 힐끔 시선을 옮기자 호세가 따라 움직였다.

그곳엔 기둥 뒤에 숨어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실리스와 잭이 있었다.

“실리스! 위험하니 얼른……!”

경고하기 무섭게, 아즈라힐의 모습이 별안간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그의 손에는 실리스의 머리채가 잡혀 있었다.

“꺄아악!”

“시, 실리스!”

“딸이 꽤 반반하게 생겼군. 이거 불한당들에게 겁탈당하는 트라우마를 씌워버리면 아주 볼만하겠는데 말이야.”

순식간에 텔레포트 하여 기둥 뒤에 있던 실리스를 데려왔다.

무영창은 8서클인 호세 공작도 못 하는 기술이었다.

“그, 그만! 딸은 건드리지 마라! 이렇게 부탁한다!”

“누가 헤밀톤 영주와 친분 있는 사이 아니랄까 봐. 딸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똑같군. 큭큭.”

사악한 웃음을 지은 아즈라힐이 실리스를 풀어줬다.

“실리스!”

주저앉은 실리스에게 다가간 호세 공작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아아, 아!”

뭔가에 겁먹은 듯 허공을 응시하며 몸을 떠는 실리스였기에.

“후후, 딸에게 방금 말했던 환각을 심어놨다. 지금쯤 수많은 남정네에게 둘러싸여 겁먹은 상황일 테지. 조금 있으면 그 많은 남자에게 겁탈당하는 환각을 실제처럼 겪을 테고.”

“그, 그만! 요구를 들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미 늦었어. 들어줄 거면 후작으로 변신했을 때 들어줬어야지.”

“저, 정신 차려라, 아가야! 네가 보는 건 환각이야!”

호세가 뜬 눈으로 악몽을 꾸는 딸을 잡고 흔들었다.

그러나 실리스에겐 정신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몸을 떨며 환각에 지배당할 뿐.

“하, 하지 마. 다가오지 마…….”

그런 실리스를 놔두고 아즈라힐이 고개를 돌렸다.

웬 금발 머리의 사내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이 있었군.”

“이노오오옴! 감히 실리스 님에게! 용서할 수 없다!”

잭이 달려오면서 허리춤의 칼집을 버렸다.

“검을 버려?”

아즈라힐이 흥미롭게 쳐다보는 사이, 잭의 손아귀에서 무언가가 형성됐다.

츠츠츠츠-

검 모양으로 생성된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였다.

“저 나이에 오러 블레이드라. 이거 어디 가문인지 몰라도 대단한 인재인걸? 하지만.”

“흐야야아압!”

까앙-!

“하룻강아지의 오러 블레이드가 나한테 통할 리가 없지.”

아즈라힐이 펼친 실드에 간단히 막힌 것을 보며, 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엇이든 자를 수 있다고 여긴 오러 블레이드가 마법사의 실드 하나 뚫지 못하다니.

나름대로 충격이었다.

까앙! 깡-!

재차 휘둘러봤지만 실드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잭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아즈라힐을 바라봤다.

마력의 밀집도가 말도 안 되게 단단하다.

“왜? 놀랐나? 오러 블레이드가 전혀 통하지 않으니까?”

“…….”

“확실히 오러 블레이드는 마법사조차 무시할 수 없는 기술이지.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어.”

아즈라힐이 손가락을 튕겼다.

“난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거든.”

아주 미약한 힘으로 쏘아낸 마력탄이었지만.

파앙-!

“커어어억!”

잭은 포탄에라도 맞은 듯 수십 미터를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티끌만큼의 마력만 사용했는데도 저렇게 형편없이 나가떨어지다니. 쯧.”

한심하게 바라보며 아즈라힐이 입꼬리를 올렸다.

실로 절망적이었다.

12인의 선구자가 가진 힘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호세 공작이 지팡이를 꽉 잡았다.

솔직히 가능성은 없지만 이대로 손 놓고 당할 순 없었다.

‘실리스를…… 내 딸을 지켜야 한다.’

호세가 반격을 위해 마력을 모으는 그때였다.

번쩍-

갑자기 빛과 함께 공작가에 누군가가 텔레포트 했다.

“응? 이게 뭔 상황이야?”

중얼거린 사람은 평범해 보이는 16살의 소년이었다.

* * *

지크가 공작가에 나타나기 5분 전.

아즈라힐이 텔레포트 했던 장소에 도착한 지크는 마력의 잔향을 읽을 수 있었다.

“확실히 집중하니까 느껴지네. 마력의 흔적이.”

마력을 감지하는 스킬 덕분인지 잔향을 읽기는 수월했다.

[마력의 잔향 읽기 완료!]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차 스킬 숙련도 10,000이 증가합니다.]

[8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17,080/100,000]

[보상으로 텔레포트 좌표를 획득합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좌표가 들어왔다.

‘아마 아즈라힐의 위치가 담긴 좌표겠지?’

지크는 즉시 텔레포트를 사용해 봤다.

그러자 스킬처럼 메시지가 떠오른다.

[텔레포트 할 장소를 선택해 주십시오.]

<등록된 좌표>

1. E210,349,291,02

선택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한 가지밖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바로 이동해 볼까?’

1번으로 선택하자 환한 빛이 몸을 휘감았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 데포르테 공작가였다.

물론 지크로선 여기가 어딘지 알 방법이 없었지만.

“응? 이게 뭔 상황이야?”

지크가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살폈다.

호위병 두 명이 죽은 듯이 바닥에 누워 있었고, 웬 중년인이 딸로 짐작되는 여성을 붙들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금발의 남자가 정신을 잃은 듯 기절해 있었으며, 다른 쪽에는 아즈라힐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군, 아즈라힐.’

유일하게 아는 사람을 만나자 지크가 반가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즈라힐은 미친놈 보듯 표정을 일그러뜨릴 뿐이었지만.

“누구냐? 보아하니 텔레포트로 들어온 것 같은데 좌표는 어떻게 안 거지? 데포르테 공작가의 좌표는 기밀 사항일 텐데?”

아즈라힐의 의문은 합당했다.

가문 대부분이 텔레포트 좌표를 알아내지 못하게 조치한다.

암살자가 텔레포트로 기습해서 들어온다면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생길 테니까.

그건 왕실이나 주요 기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들어와 마력의 좌표를 읽어내지 않는 한 텔레포트로 침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

“혹시 데포르테 공작가 사람이냐?”

‘데포르테 공작가?’

아즈라힐의 말 덕분에 지크는 이곳이 어디인지 뒤늦게 알 수 있었다.

‘트레이시한테서 데포르테 가문과 친분이 있다는 이야긴 들었는데 그곳이 여기였구나.’

아무렴 좋았다.

자신은 아즈라힐만 찾으면 그만이었으니.

지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던 그때였다.

【돌발 퀘스트 : 실리스 공녀 구하기】

└데포르테 가문의 일공녀인 실리스 데포르테가 환각에 빠져 있습니다.

└늦기 전에 환각 마법을 해제해 그녀를 구하십시오.

<조건>

└환각 마법 해제하기

<보상>

└5차 스킬 숙련도 5,000 증가

돌발 퀘스트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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