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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95화 (95/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95화

끄덕인 지크는 한 손을 폈다.

츠츠츠츠!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되자 크리오스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호오, 굉장하군. 확실히 오러 마스터 중급에 달하는 오러 블레이드야.”

“그럼 갑니다.”

“굳이 예고하지 않아도 되네. 안 그래도 나한테는…….”

지크의 발이 지면을 밀어냈다.

순식간에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다 보이거든.”

카앙!

목검과 오러 블레이드가 부딪쳤는데 청아한 소리가 났다.

목검에 오러를 주입해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간단히 막아내다니…….’

첫 일격이 막힌 것에 지크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진심을 다한 일격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확실히 강한 상대다.’

고작 일 합을 섞어봤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상대와 자신의 격차를.

하지만 놀란 건 크리오스도 마찬가지였다.

‘흐음, 생각보다 더 강하군. 오러 블레이드에 느껴지는 힘이 남달라.’

검로는 단순했지만 크리오스는 지크를 높게 평가했다.

직선거리로 폭발적으로 치고 들어온 만큼 빠르고 강한 일격이었다.

‘아마 잭이었으면 막을 새도 없이 끝났겠지.’

크리오스가 슬슬 반격을 준비하려는 그때.

휙!

검을 땐 지크가 크게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에 크리오스는 내심 감탄했다.

‘내 검로를 읽고 사거리 밖으로 물러나다니. 좋은 눈을 지녔군.’

좀 더 상대의 가능성을 보고 싶은 마음에, 크리오스가 손가락 세 개를 들었다.

“세 수. 앞으로 딱 세 수만 방어하겠네. 그 이후엔 나도 봐주지 않아.”

“그럼 사양하지 않고 들어가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크가 발을 굴렀다.

거리를 좁힘과 동시에 크리오스의 머리를 노렸다.

경로가 훤히 보이는 크리오스로선 섬뜩함을 느끼기보다 피식 웃어넘겼지만.

훅!

“두 수 남았네.”

고개를 젖혀 피한 크리오스가 대검을 몸 앞으로 들었다.

카앙!

뱀처럼 휘어지며 날아온 검격이 대검 앞에 간단히 막혔다.

“한 수 남았네.”

이번엔 어디를 노릴까?

여유롭게 지켜보던 크리오스가 번쩍이는 빛을 보며 웃었다.

‘또다시 머리인가? 하지만 틀렸어. 빈틈이 많아.’

쇄도하는 검로를 파악하고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고개를 틀어 피해냈다.

그러기 무섭게.

“이제 공격하겠네.”

크리오스의 대검이 횡으로 크게 움직였다.

후우우웅-!

허리를 갈라버리겠다는 듯 패도적인 횡 베기.

방금 검을 내지른 지크로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완벽한 카운터였다.

‘내가 반격할 걸 염두에 뒀어야지.’

대검이 허리에 닿기도 전에 크리오스는 승리를 확신했다.

오러 블레이드를 회수하고 모든 오러를 허리로 집중해 방어한다고 쳐도, 막는 건 불가능.

자신의 막대한 힘에 그대로 나가떨어질 게 분명하다.

그럴 텐데.

‘어째서 회수하지 않는 거지……?’

대검이 막 허리에 닿기 직전이다.

그럼에도 지크는 방어에 치중하지 않았다.

이대로면 평생 허리도 못 쓰는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지.’

뻐억!

대검이 허리를 강타하고 지크의 미간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멀쩡하지?’

크리오스의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그때였다.

자신의 일격에 맞고도 쓰러지지 않을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음?’

일격을 버틴 와중에, 지크의 오러 블레이드가 뱀처럼 휘어 들어왔다.

목숨을 노린 살벌한 일격이었지만 크리오스는 여유롭게 몸을 뒤로 빼며 피했다.

그 순간.

츠츠츠!

지크의 오러 블레이드가 절반 이상 길어지더니 크리오스의 명치를 노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

“흡!”

순간 크리오스가 부릅뜬 눈으로 황급히 대검을 회수했다.

그리고 오러의 출력을 높였다.

그러자.

콰앙!

거대한 힘의 충돌로 폭발이 일었다.

먼지가 흩날렸고 지켜보던 잭이 눈살을 찌푸리며 팔을 휘저었다.

잠시 후 먼지는 걷혔고.

후두둑-

드러난 광경에 잭의 눈자위는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어, 어떻게 된…….”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반파된 아버지의 대검이었다.

그다음에 보인 것은.

주륵-

아버지의 볼에 생긴 붉은 실선이었다.

“털끝은 건드렸으니 제가 이긴 거 맞죠?”

지크의 말에 크리오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 * *

‘아, 아버지가…… 졌다고?!’

믿기지 않는 듯 눈을 깜빡여봤지만, 잭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아버지의 볼에 난 작은 상처가.

‘저, 저게 말이 돼? 오러 마스터 상급도 아버지를 스치기는 불가능한 일인데…….’

그랬기에 잭은 조금 전까지도 마음 편히 구경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지크가 날뛰어도 아버지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털끝으로 모자라 뺨에 상처를 낼 줄이야.

‘설마 비겁하게 환술이라도 쓴 건…….’

지크는 환술을 쓸 수 있다.

필시 눈속임으로 아버지를 곤란하게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만큼 몇 번을 봐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이 확신으로 자리 잡자 잭이 흥분했다.

“이 대련은 무효입니다!”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지크의 승리를 부정했다.

“지크 공자가 이겼을 리 없습니다! 환술이나 다른 비겁한 수를 쓴 게 분명합니다!”

“그만하거라.”

크리오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잭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닙니다, 아버지. 대련에 문제가 있다면 명백하게 밝혀야…….”

“잭! 날 더 비참하게 만들 셈이냐!”

기어코 고함을 지르고 나서야 입을 다무는 잭이었다.

“승부는 났다. 검으로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이기는 거로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보다시피 내가 졌다.”

“아버지!”

“마법을 쓴 낌새가 없다는 건 누구보다 대련한 내가 더 잘 알지만, 설사 썼다고 쳐도 패배했다는 데엔 변함이 없다. 마법 역시 마검사의 능력이니 사용한다 한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

잭의 입술이 꾹 닫혔다.

아버지의 말에 틀린 부분은 없었기에.

그저 참담함에 어깨를 늘어트릴 뿐이었다.

‘놈을 짓밟아주려고 초청한 건데 오히려 역으로 당하고 말다니…….’

하지만 잭과 달리 당사자인 크리오스는 그리 참담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지크의 능력에 놀라고 있을 뿐.

‘철혈의 군주로 불리는 내가…… 공격을 허용할 줄이야.’

오러 마스터 중급과 그랜드 오러 마스터 사이에는 까마득한 격차가 있다.

따지자면 어린아이와 어른의 차이.

‘그런데 그걸 극복하고 어른의 뺨에 상처를 냈단 말이지. 허허. 이거 생각할수록 놀랍구나.’

크리오스가 놀란 점은 특히 지크의 능력에 있었다.

‘내 일격을 견딘 것도 모자라 순간 눈빛이 붉어지며 기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체 어떤 기술을 쓴 거지?’

뿐만 아니라 뺨을 베일 때 일시적으로 정신이 흔들렸다.

하마터면 대검을 놓쳤을 정도.

무슨 수를 쓴 건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상대의 비기를 들춰내는 건 예의가 아니다.

보통 이럴 때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묵묵히 패배를 인정하는 게 검사로서 해야 할 도리.

크리오스가 지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훌륭한 대련이었네. 내 패배를 인정하지.”

“아, 예…….”

지크는 손을 맞잡으며 내심 얼떨떨했다.

‘안 물어보나? 내가 뭔 능력을 썼는지?’

방금의 대련에서 지크는 두 가지 스킬을 사용했다.

첫째로는 [강인함].

강한 자극을 받았을 때 극한으로 방어력을 높여주는 패시브 스킬로, 위기 상황일 때 유용하게 쓰였다.

‘이걸로 철혈의 군주의 일격을 버틸 수 있었지. 허리가 약간 뻐근하긴 하지만.’

저 무식한 대검이 허리를 강타했는데도 지크는 쓰러지지 않고 다음을 노릴 수 있었다.

‘사실 진짜 노림수는 여기에 있었지.’

[기본 스킬 : 광폭화]

-효과 : 3분간 모든 스탯을 50% 증가시킵니다.

-특이사항 : 강한 외부 자극이 느껴질 때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발동 후 30분의 쿨타임이 있습니다.

최근 잭과의 대련 보상으로 얻은 스킬 [광폭화].

한순간에 모든 능력치를 50%까지 올려주는 이 스킬은 오러에도 적용됐다.

그 탓에 지크는 잠깐이나마 오러 마스터 상급 수준이 될 수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의 길이마저 늘일 수 있었고.

‘최대치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길이가 늘어나서 당황했을 거야.’

그것이 지크가 생각한 노림수였고, 다행히 뺨에 작은 상처를 낼 수 있었다.

‘진짜 사기적인 스킬이야. 광폭화가 아니었으면 이기지 못했을 테니.’

단, 강인함처럼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써졌기에 연계해서 쓸 수밖에 없는 게 단점이랄까?

‘하여튼 이기기만 하면 됐지. 그런데…… 진짜로 왜 안 물어보지?’

분명 5군주도 자신의 기이한 능력을 어느 정도 눈치챘을 텐데 어째서?

‘물어보면 이래저래 변명할 예정이었는데…… 뭐, 나야 아무래도 좋지.’

자신이야 퀘스트 보상만 받으면 그만이니까.

[철혈의 군주와의 대련에서 승리하기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기본 스킬 : 미래 예지]

-효과 : 3초 뒤의 미래를 읽습니다.

-특이사항 : 스킬의 On/Off가 가능하며, ‘미래 예지 사용/해제’ 시동어를 통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시 정신력이 소모됩니다.

미래 예지.

사기적인 이름이었지만 설명이 부실해서 써보기 전엔 와닿지 않는 스킬이었다.

‘3초 뒤의 미래를 읽는다고? 한 번 발동해 볼까?’

시동어를 불러 스킬을 켜봤다.

그러자 지크의 눈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이게… 뭐야?’

수많은 가상의 선이 온 세상을 잇고 있었다.

그 선은 비단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됐다.

‘움직임이 전부 보여.’

3초 뒤에 상대가 뭘 할지, 무슨 행동을 할지.

가상의 선이 움직이며 다음 행동을 실시간으로 예측하여 보여준다.

정말로 3초 뒤의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스킬이구나. 이제 알겠어.’

당장은 쓸 일도 없었고 정신력도 소모된다기에 꺼버렸다.

한편, 허공을 보며 한동안 말이 없는 지크의 모습에 크리오스가 말을 걸었다.

“지크, 자네 괜찮은가?”

“예? 아, 예.”

‘설마 좀 전의 대련으로 모든 힘을 소진한 건가?’

멋대로 오해한 크리오스는 목검을 내려놓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힘들면 쉬어도 되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방금까지 정신을 빼놓고 있었던 걸 뻔히 아는데, 괜찮다니.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 이건가?’

뭐가 됐든 크리오스는 지크가 마음에 들었다.

제자로 삼고 싶을 정도.

하지만 그는 몰랐다.

자신과 같은 심정을 지닌 남자가 또 있을 줄은.

“크리오스 라인하르트!”

갑작스러운 외침에 크리오스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말리고르 데스본.”

양대 산맥이자 라이벌이라 불리는 남자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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