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99화
무슨 일인가 싶어 냉큼 통신을 받았다.
“자카르 님.”
-말리고르 데스본. 잘 있었느냐?
“저야 잘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방금 막 연락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왜? 무슨 일 있느냐?
“그게… 말하기 민망한 일입니다만…….”
주저하던 말리고르가 철혈의 군주와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자카르로선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너도 이긴 철혈의 군주가 한낱 오러 마스터 중급을 상대로 상처를 허락했다고?
“그냥 오러 마스터 중급이 아닙니다. 7서클 마법까지 쓰는 마검사입니다.”
-마검사? 선구자 중에서도 마검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까?”
-그래. 회의에 나가지 않아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다고?
“잠재력이 엿보여서 그 마검사를 제자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더 강한 자의 제자가 되고 싶다더군요. 그래서 크리오스와 한판 붙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이겼겠지?
“졌습니다…….”
-한심한 놈.
자카르의 핀잔에도 말리고르는 아무런 대꾸도 못 했다.
그만큼 둘 사이엔 격차가 있었다.
무려 오망성이라 불리는 그랜드 오러 마스터라도 12인의 선구자 앞에선 한낱 범인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뭐지?
“마검사를 빼앗길 바에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라인하르트 가에 침입했는데…… 그만 들키고 말았습니다.”
-들켜?
자카르의 목소리에 불편이 끼었다.
어둠의 오러라는 권능을 받도록 도와준 게 누구인가?
바로 통화 상대인 자카르 패트릭이다.
그 조건으로 말리고르가 자카르와 [죽음의 서약]을 맺은 거였고.
그랬는데 암살도 실패하고 어둠의 권능마저 들켜버렸다?
자카르의 머리꼭지가 돌아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암살을 시행할 땐 신중히 하라고 일렀거늘…….
“죄송합니다.”
-이래 가지고 오망성들을 제거하고 유일한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되겠다는 야망을 이룰 수야 있겠느냐?
“……못 이룰까요?”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는데 어떻게 그들의 위치를 찾고 제거까지 한단 말이냐! 오망성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할 판국에!
철혈의 군주는 분명히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그리하여 어둠의 군주의 평판을 깎아내림과 동시에 다른 오망성의 귀에도 들어가도록 수를 쓸 터.
-결국 너는 무리에서 떨어진 외톨이가 된 것이다. 심기를 거슬렀으니 그도 당연하지.
“…….”
-내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조급히 여기지 말고 천천히 오망성의 곁에서 정보를 얻으라고. 대련이나 하면서 실력을 쌓고, 그러다 보면 다른 오망성의 위치를 알아낼 기회가 올 거라고. 한데 이제 다 틀려먹었군.
“어, 어떻게든 철혈의 군주와 화해하도록 해보겠습니다.”
-됐다. 이렇게 된 거 전면전을 치르는 게 낫겠지. 이미 계획도 짜놨고.
“계획이라면……?”
잠시 후 자카르가 자신이 짠 계획을 말했다.
그것은 철혈의 군주를 포함한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었다.
-모조리, 한꺼번에 처리하는 거다.
통신구 속에서 음산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 * *
오망성의 제자가 되기로 한 이후.
지크는 라인하르트 공작가에 머물며 크리오스에게 일대일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그건 같은 제자인 잭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느끼는 온도 차는 달랐지만.
“그렇지! 내가 말한 게 그 자세야. 한번 말하면 바로 알아듣고 적용하는군.”
‘칫…….’
검을 들고 자세를 잡는 지크에게, 아버지인 크리오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아는 크리오스는 평소에는 자상한 아버지지만 수련에 있어선 칭찬에 인색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수련을 시작한 이래로 지크에게 몇 번이고 칭찬했는지 모른다.
‘나한테는 한 번도 해주지 않았으면서…….’
이러니 잭이 질투하는 게 당연했다.
그런 형의 마음을 잘 아는지, 이공자인 루인이 어깨를 두들겼다.
“힘내, 형.”
“……조용히 좀 해줄래? 옆에서 봉창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예민한지 까칠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루인은 오직 쌍둥이 형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이러다가 형의 자존감이 무너질까 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크 맥러플린.’
루인의 시선이 지크가 잡는 자세에 향했다.
‘확실히 배우는 속도가 남달라. 스펀지처럼 아버지의 가르침을 흡수하고 적용하고 있어.’
그뿐 아니라 응용까지 하니 크리오스가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스승의 입장에선 가르칠 맛이 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동안 성에 차는 제자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고.
‘아버지가 왜 저렇게 대우하는지 알겠어.’
지크, 잭, 루인, 셋 중에서 가장 특별한 데다 재능도 월등히 뛰어나니 눈에 들 수밖에.
솔직히 부럽지 않다면 거짓이리라.
“기대 이상으로 내 가르침을 잘 따라와 주는구나.”
“좋은 스승님을 둔 덕분이죠.”
“하하, 겸손해할 것 없다. 충분히 우쭐해도 돼. 너는 그럴 만한 그릇이라고 내가 보장하지.”
크리오스가 추켜세워주고 있었지만, 지크는 자신이 그럴 만한 인재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실은 이 모든 게 시스템 덕이지.’
특히 최근에 받은 버프인 무신의 축복이 모든 걸 이해하게 했다.
어려운 동작도, 이론도, 모두 물 흐르듯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축복의 효과 덕분이었다.
게다가.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오러가 30 상승하였습니다.]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오러가 40 상승하였습니다.]
검술 실력이 증가할 만한 가르침을 받으면 오러가 쑥쑥 증가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속도면 내년에 오러 마스터 상급에 이를 수는 있으리라.
“이론과 동작 수업은 이만하면 됐고,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지.”
크리오스가 세 명의 제자를 차례로 둘러보더니 호명했다.
“잭과는 저번에 대련해 봤으니 루인. 네가 지크와 대련해 보거라.”
“예.”
루인이 목검을 들고 지크 앞에 섰다.
둘은 저번에 이미 통성명을 나눈 터라 서로 소개하는 시간은 가지지 않았다.
그저 대련에 이겨야겠다는 승부욕만 꺼내 들었을 뿐.
“잘 부탁드립니다. 지크 공자.”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한 두 사람이 목검으로 각자 자세를 잡았다.
‘잭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했지? 의외로 자세가 나오는데?’
하긴 같은 오러 마스터 하급이라 했으니 만만찮은 실력일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한텐 안 되지.’
가르침을 받고 이미 기술적인 면에서 한층 더 성장한 지크다.
대련의 결과가 어떨지는 지크가 더 잘 안다.
‘그렇다고 빨리 끝내면 안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차에.
“시작하라!”
대련이 시작됐다.
“하아압!”
한순간에 거리를 좁힌 루인이 기합과 함께 목검을 휘둘렀다.
전력으로 몰아치는 루인의 검술.
오러의 차이가 있었으니 힘이나 속도에서는 루인이 불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술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루인은 그런 생각으로 자신이 아는 모든 검술을 응용해 지크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아니, 몰아넣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딱! 딱! 딱! 딱!
모든 공격이 지크의 목검에 가로막혔다.
마치 예상하기라도 한 듯 막아내는 모습에, 지켜보던 크리오스와 잭도 놀란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당사자인 루인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한 수…… 아니, 세 수 앞을 내다보는 것만 같아.’
허초까지 구분하면서 정확히 검로를 예상하고 막아낸다.
마치 사전에 합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헉, 헉.”
한껏 몰아치던 루인이 지친 듯 움직임을 멈췄다.
무슨 수를 써도 공격이 막혀 버린다.
넘을 수 없는 벽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
그때 지크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보여줄 건 다 보여줬나요?”
“…….”
“그럼 이제 반격합니다.”
* * *
지크와 루인의 대련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척-
“끝났네요.”
“…….”
고작 첫 공격에 자신의 목을 허용한 루인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인정했다.
“졌습…니다.”
그 허무한 패배에, 잭도 크리오스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지크는 루인의 공격을 수십 번 막아낸 반면, 루인은 단 한 번의 공격도 막지 못했어.’
그 말은 둘 사이의 격차가 어마어마함을 의미했다.
결코 하급과 중급의 차이가 아니었다.
마치 그랜드 오러 마스터를 상대하는 기분.
그건 당사자인 루인이 더 잘 느꼈으리라.
‘처참한 심정이겠군.’
크리오스는 아들이 주눅 들까 봐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론 지크라는 보석에 연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16살에 이만한 재능이라니. 생각보다 더 괴물이었어.’
이대로면 정말로 차기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입가에 머무른 미소는 좀처럼 떠날 줄을 몰랐다.
“오늘 훈련은 이것으로 마치지.”
“수고하셨습니다.”
“…….”
“…….”
세 명의 제자 가운데 목소리에 활기가 넘치는 사람은 오직 지크뿐이었다.
* * *
“내가 좀 너무했나?”
지크는 루인과의 대련을 상기하며 마동차에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치 어린아이를 괴롭히고 온 듯 마음이 찜찜했다.
“조금 봐주면서 할 걸 그랬나 봐.”
대련할 때 미래 예지를 켜니 아예 질 수가 없었다.
다음에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훤히 보였기 때문.
‘뭐, 덕분에 미래 예지 사용법을 좀 터득할 수 있었지.’
현재 지크는 스승과 작별 인사를 한 뒤 텔레포트 게이트로 향하고 있었다.
용병단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기 때문.
또 언제 돌아오냐는 스승의 물음에, 지크는 그저 시간이 나면 오겠다고 얼버무려야 했다.
가뜩이나 열흘 넘게 머무른 탓에 용병단에 돌아갈 시간이 지났으니까.
‘영지전이 이미 잡혔을지도 모르겠어.’
모르긴 몰라도 용병단에선 지크가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터.
이미 돌아오겠다는 날짜가 지나 버렸기에 서두르지 않을 수 없던 지크였다.
“도착했습니다, 지크 경.”
시종의 말에 마동차에서 내린 지크가 인사를 한 뒤 텔레포트 게이트로 들어갔다.
국경수비대도 지크를 알아보곤 별다른 절차 없이 들여보내 줬다.
우우웅-
눈 깜짝할 사이에 장소가 변하자 신기해하던 지크는 데칸 왕국의 국경수비대가 마련해 준 마차를 타고 용병단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다그닥다그닥-
‘이놈의 마차는 몇 번을 타도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딱히 할 것도 없던 지크가 상태창을 켜봤다.
[이름 : 지크 맥러플린]
[꼬리표 : 판게아 대륙 환생자, 데칸 왕국 최고의 마법 명가, 공작가 막내, 사공자, 서자, 노력가, 책벌레, 16살, SS급 헌터, 오러 마스터 중급, 드래고니안, 무영창의 천재, 데칸의 마검사, 철혈의 군주의 제자]
[근력 : 3,962 / 지력 : 3,898]
[순발력 : 3,971 / 체력 : 3,991]
[회복력 : 3,947 / 저항력 : 3,898]
[기력 : 16,380]
[기본 스킬 : 통역, 해석, 룬 흡수, 오러 운용, 오러 주입, 오러 블레이드, 아공간, 진실의 눈, 빛의 축복, 사냥꾼의 감각, 영혼 베기, 변조, 현자의 눈, 강인함, 광폭화, 미래 예지 외 728개의 마법]
[1차 각성 스킬 : 마력 흡수 (9성)]
[2차 각성 스킬 : 마력의 주인 (9성)]
[3차 각성 스킬 : 마법 흡수 (9성)]
[4차 각성 스킬 : 마법 흡수의 달인 (9성)]
[5차 각성 스킬 : 마법 복제 (7성)]
[6차 각성 스킬 : ???]
[7차 각성 스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