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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100화 (100/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00화

꼬리표도 여러 개 추가되면서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뤘다.

‘한 달만 있으면 저 꼬리표도 17살로 바뀌겠지.’

어느덧 이 세계에 환생한 지도 17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도 지크는 이곳이 외국처럼 낯설기만 했다.

28년을 한국인으로 살았으니 당연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서 쭉 눌러살고 싶은 생각은 없어. 집으로 돌아가야 해.’

돌아가봤자 가족이라곤 없었지만 그래도 고향은 고향이지 않은가?

이국적인 풍경과 서양인으로 둘러싸인 환경보다 도시와 한국인이 그리운 지크였다.

‘게다가 시스템도 힘을 키우라고 했잖아?’

스킬 구조상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엔 좋으나 싫으나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

‘그렇다면 빨리 강해져서 빨리 돌아가는 게 낫겠지.’

그러려면 스킬들의 각성을 해제해야 한다.

듣기로는 7차 각성에 이르면 폭발적으로 강해진다고 하니.

‘7차 각성에 이른 헌터는 체감상 두 단계의 등급 상승을 느낀다고 하지.’

F급 헌터라면 D급으로, S급 헌터라면 SSS급으로 느껴질 만큼, 7차 각성의 유무는 꽤 중요했다.

그렇기에 지크도 필사적으로 숙련도를 올리는 행위에 집중하는 거였고.

‘데포르테 가문을 비롯한 마법사의 마법은 전부 복제해놨어. 더 올리려면 영지전으로 다른 마법사를 만나는 수밖에 없겠지.’

돌아갈 땐 가더라도 몰래 가는 편이 좋으리라.

그리 생각한 지크가 오랜만에 카르볼을 불렀다.

‘카르볼. 전에 말한 그 후드 말이야. 정말로 효과 있는 거야?’

-그림자의 후드 말인가? 물론 효과 있지.

지크의 아공간에는 카르볼의 보물창고에 있던 물건들로 가득했다.

그 중 [그림자의 후드]라 불리는 게 있는데, 지크는 그걸 이용해 용병단에 들어갈 셈이었다.

‘가자마자 쓴소리 듣고 싶진 않으니까.’

마차에서 내린 지크가 마부를 물린 뒤 아공간에서 꺼낸 후드를 뒤집어썼다.

스르륵-

‘된 거야? 나 지금 안 보이는 상태 맞지?’

-그렇다. 내 눈에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드래곤의 눈에도 보이지 않으면 성능은 확실하네.’

보통의 인비저빌리티는 서클이 높은 대마법사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일부 시설엔 디텍팅 마법이 걸려 있어 감지할 수도 있었고.

현재 황금독수리 용병단 본부가 그런 상태.

하지만 그림자 후드를 쓰면 들킬 염려는 없다.

그림자가 있는 곳에서 사용하면 숨소리, 발자국 등 모든 기척을 감추게 해준다고 카르볼한테서 들었으니.

확실히 거짓은 아니었는지, 지크는 경비를 지나쳐 황금독수리 용병단의 숙소로 아주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이거 밤에 쓰기 딱 좋은 후드네.’

물론 단점도 있다.

공격할 때는 모습이 드러나서 전투에 활용하기엔 부적합하다.

방문 앞에서 후드를 벗은 지크는 아공간에 넣은 뒤 똑똑 문을 두들겼다.

“누구… 지크 님!?”

“오랜만.”

문을 열던 메리가 놀라며 지크를 방 안으로 들였다.

“어, 언제 돌아오셨어요?”

“방금. 나 없는 동안 별일 없었지?”

“네. 단장님이 지크 님이 안 보인다고 어디 갔는지 아냐고 추궁하던 것만 빼면요.”

“아… 그랬어?”

크리스 단장이 아무래도 친분 있는 메리와 피터를 쫀 모양이다.

“일단 피터 형님도 불러와. 여기서 얘기 좀 나누자고.”

잠시 후, 방에서 나간 메리가 피터와 함께 돌아왔다.

“지크! 도대체 어디에 있었어?”

“그 얘기 하려고요, 지금. 여기 앉아보세요.”

지크는 두 사람에게 자신이 그간 겪은 일들을 이야기해 줬다.

물론 켈브리지의 첩자로 위장했다거나 아즈라힐을 만나서 죽이고 환술을 배웠다는 등의 이야기는 빼고서.

“저는 브라함의 환술사라는 자를 추적하고 싶었어요. 영지전의 배후에 그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볼 생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죠.”

묵묵히 듣기만 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데포르테 가문 이야기를 할 땐 눈이 동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데포르테 가문에 가게 됐는데 거기에 그 환술사가 있던 거예요.”

아즈라힐과 대치했고,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그렇게 거짓말한 지크는 이후에 데포르테 부녀와 같이 헤밀톤 백작가의 광산을 수색해 보러 갔다고 설명했다.

아즈라힐이 노리는 게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었다며.

“그래서 무슨 소득은 있었어?”

“아니요. 전혀요.”

아크니움을 발견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지크였다.

“으음, 데포르테라면 나와 혼약하기로 예전에 말이 나왔던 가문인데…….”

“실리스 공녀 말이죠?”

“어. 실제로는 본 적 없지만…… 어땠어? 소문대로 예뻤어?”

피터의 물음에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서양인치곤 예쁘다고 볼 수 있는 편이지.

그러자 이번엔 메리가 발끈한다.

“지크 님. 저보다 예뻤어요?”

“어? 음…….”

“왜 즉답이 안 나오는 거죠?”

“그야 답을 내리기 어려우니까. 솔직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달까?”

메리는 메리만의 매력이 있고, 실리스는 실리스만의 매력이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둘 다 혼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다.

“…….”

그 뜻을 파악한 메리가 흥분을 가라앉혔다.

은근슬쩍 입꼬리를 올린 걸 보니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던 모양.

지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신이 오망성의 제자로 들어갔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응은 아까보다 더 폭발적이었다.

“뭐!? 철혈의 군주의 제자가 됐다고?”

“쉿. 조용히 좀 해요. 지금 다 자는 시간인 거 몰라요?”

메리의 구박에 피터는 입을 다물었지만,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환술사라는 거물을 만난 것도 믿기지 않는데 5군주의 제자가 됐다니.

“안 본 사이에 엄청난 일들을 겪고 왔구나?”

지크가 아니면 겪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바이소 왕국에 가서 수련을 받기로 했어요. 아마 영지전이 끝난 후겠죠.”

“아, 그 영지전 말인데, 단장님이 오늘 말씀해 주셨거든?”

“상대가 잡혔나 보군요.”

“어. 그런데 우리를 고용한 쪽도 상대할 쪽도 바이소 왕국이라고 들었어.”

지크의 눈에 놀람이 스쳤다.

‘우연인가? 바이소 왕국은 동맹국이니까 용병을 고용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뭔가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 * *

“지크! 왜 이렇게 늦었어?”

“죄송합니다, 단장님.”

“후우, 일단 왔으니 됐다. 그보다 영지전의 상대가 결정됐다는 이야긴 들었나?”

“네. 바이소 왕국이라던데…….”

“정확히는 바이소 왕국의 페트로 라이더몬드 백작이 우리의 고용주다. 상대는 같은 왕국인 에레스트 라키오 백작이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진 피터에게 들은 것과 같았으니까.

하지만 다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오망성에 대해 알고 있나?”

“예? 오망성이요?”

“대륙엔 다섯의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있지. 그들을 오망성이라 부르고.”

크리스 단장은 말하면서도 왠지 착잡하다는 얼굴이었다.

이유는 잠시 후에 밝혀졌다.

“바이소 왕국엔 두 명의 오망성이 있지. 철혈의 군주와 어둠의 군주.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있는데, 철혈파와 어둠파라고도 하지. 여기까지 말하면 감이 오겠지?”

“설마…….”

“그래. 라이더몬드 백작이 어둠파, 라키오 백작이 철혈파다. 즉, 우리는 껄끄럽게도 바이소 왕국의 파벌 싸움에 나가야 한다는 뜻이지.”

지크의 눈이 커졌지만 실은 다른 부분에서 놀라고 있었다.

‘우리를 고용한 백작이 어둠의 군주 파벌이라고?’

한마디로 어둠의 군주 편에 써서 스승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적 편에 서서 스승님의 파벌과 싸워야 한다니.’

지크로선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고용주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게 당연한 용병이라지만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크리스 단장은 파벌 싸움에 휘말린 게 껄끄러운 듯했지만, 지크는 스승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 껄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피터도 처음 들은 이야기인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크. 너 철혈의 군주가 스승이라며. 그런데 어둠의 군주 파벌 쪽에 서서 싸워야 하는 거야?”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하, 무슨 이런 일이…… 가만 있어 봐.”

탄식을 뱉은 피터가 단장에게 다가갔다.

“단장님. 파벌 싸움에 끼어들었다간 자칫하면 여러 사람의 공분을 사는 거 아니에요?”

“철혈파에 한해선 그렇지. 앞으로 우리 용병단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그럼 취소하면 안 돼요?”

“안 돼. 우리 용병단은 의뢰를 가려서 받지 않는다. 고용주인 라이더몬드 백작의 악명이 높긴 하지만 어쩌겠나. 용병이라면 돈 주는 편에 설 수밖에. 나한테 취소할 권한이 있지도 않지만.”

“…….”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는 듯 단호한 단장의 말에, 피터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지크. 말해봤지만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어둠파를 고용주로 두고 싸워야 해.”

“괜찮아요. 오히려 더 좋죠.”

“응? 더 좋다니?”

‘내부에서 적을 부술 수 있으니까요.’

지크로선 스승을 배신할 수 없는 처지다.

버프 효과를 받으려면 제자로서 계속 머물러야 하니까.

따라서 가능하면 영지전을 취소하는 게 베스트다.

한데 그럴 수 없다면?

‘고용주를 죽여서 영지전을 못 하게 하면 그만이지.’

스승이 아니라 어둠파 소속인 고용주를 배반한다.

이러면 영지전도 일어나지 않고 애꿎은 유혈 사태도 막을 수 있다.

다만 용병들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일 거다.

용병 입장에서 고용주를 죽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지크가 피터 앞에서 말을 삼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누구도 알아선 안 돼. 행여나 고용주를 죽이려 한다는 소문이 돌면 용병단에서도 날 내치겠지. 단장 말대로 돈이 되면 뭐든지 하는 게 용병이니까.’

결국 혼자서 몰래 암살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페트로 라이더몬드 백작이 고용주이자 어둠파라고 했지?’

영지전을 사전에 막기로 한 지크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 * *

-일은 잘 진행하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자카르 님.”

-황금독수리 용병단도 고용했겠지?

말리고르가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마법사단 전원을 고용했으니 모레쯤이면 라이더몬드 영주성에 모일 겁니다.”

-영지전이 시작될 즈음에 처리하면 되겠군.

“그러지 마시고 저한테 맡기시죠. 용병단에 처리할 타깃이 있다면 제가 사전에 먼저…….”

-사전에 긁어 부스럼 만들 일 있느냐? 하려거든 영지전이 시작된 후에 시행해야 주변에서 의심하지 않겠지.

“그, 그렇겠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리고 넌 나설 것 없다. 내가 직접 처리할 테니.

“예? 직접요?”

-타깃도 타깃이지만, 영지전은 이겨야 할 것이 아니더냐? 철혈의 군주도 이참에 처리해야 하니.

자신이 모시는 12인의 선구자가 영지전에 참여해 힘을 빌려준다?

생각만으로도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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