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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101화 (101/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01화

“자카르 님이 참전하신다면 걱정할 일은 없겠군요. 승리는 따놓은 당상일 겁니다.”

-다만 내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몰래 진행해야겠지.

“철혈의 군주와 싸울 때도 도와주실 겁니까?”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너 혼자 철혈의 군주를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않느냐. 숨겨뒀던 비기도 들통난 마당에.

“……예, 그렇죠.”

-그러니 일찌감치 소문부터 내거라. 어둠의 군주가 영지전에 참가한다고 말을 하면 철혈의 군주도 오지 않을 수 없겠지.

“알겠습니다. 세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이런 거군요. 타깃, 시체 확보, 크리오스까지. 전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원래 천천히 할 계획이었다만 네가 실수를 저질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죄송합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다른 오망성이 파벌 싸움에 이래라저래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네가 이겨도 그리 비난받진 않을 거다. 명분이야 철혈의 군주가 모욕했다는 식으로 만들어내면 그만이고. 어차피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않겠느냐?

“흐흐, 그렇죠.”

-그러니 네가 주관해서 영지전을 잘 마무리 짓도록 하라.

“맡겨만 주십시오.”

통신은 그것으로 끊겼다.

‘크리오스. 지난 수모는 이번 영지전에서 톡톡히 갚아주마.’

말리고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 * *

황금독수리 용병단은 국경을 넘어 바이소 왕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틀 만에 라이더몬드 령에 도착해 고용주를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오시게! 자네들이 우리를 도와줄 용맹한 용병들이군!”

고용주인 페트로 라이더몬드 백작은 개기름이 흐르는 얼굴의 뚱뚱한 남자였다.

그는 여러 개의 용병단을 고용했는지 100명이 넘는 용병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놓곤 두 팔을 벌리며 환대하고 있었다.

그중 지크라는 암살자가 끼어 있는 줄도 모른 채.

“다들 이렇게 와줘서 고맙네. 몇몇은 파벌 전쟁이라 껄끄럽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말게. 영주성에 머무는 동안 내 섭섭지 않게 대접해 줄 테니. 여봐라!”

백작이 손뼉을 치자, 영주관으로 줄줄이 사람들이 들어왔다.

거의 벗다시피 한 20명의 남녀 노예들이 목과 손목에 쇠사슬을 차고 있다.

“먼 길을 달려온 그대들을 위해 파티장에 성대한 만찬을 준비해뒀네! 시장한 사람은 파티장으로 이동해 음식을 들고, 여자가 필요한 사람은 여기 있는 노예들을 골라가서 마음껏 즐기게나. 혹시 몰라 남자도 준비했으니 필요하다면 그쪽도.”

‘역겨운 작자군.’

지크가 평하는 백작의 첫인상은 쓰레기였다.

인간을 사고파는 노예 제도는 판게아 대륙에서 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인식까지 좋지는 않았다.

노예를 애용하는 귀족 중에 제대로 된 인성을 가진 귀족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지론.

눈물 흘리는 노예들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짓는 것만 봐도 백작이 어떤 인물인지는 딱 견적이 나온다.

‘어차피 죽일 놈이라지만 좀 역하군.’

불쾌감은 지크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메리와 피터도 눈살을 찌푸리긴 마찬가지였고 크리스 단장을 비롯한 황금독수리 용병 단원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용병도 꽤 있었다.

“흐흐, 난 이년으로 골라야겠어. 이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군.”

“제롬, 걔는 내가 찜한 애라고.”

“넌 식사나 하고 있어. 나 먼저 즐기고 넘겨줄 테니까.”

일부 용병들은 히죽히죽 웃으며 거침없이 노예들을 끌고 갔다.

애초에 노예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풍조 때문에 동정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어느덧 20명의 노예는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아이 씨. 벌써 다 데려갔네.”

“아, 좀 더 일찍 움직일걸.”

아쉬움에 투덜거리는 용병도 꽤 있었지만, 그 모습이 짜증 나서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너무하네요. 아무리 그렇다고 노예들을 데려가다니…….”

메리가 작게 투덜거렸지만, 누군가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노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라는 게 그랬으니까.

“원래 용병계가 이래. 노예는 귀족들만의 전유물이거든. 평민이 비싼 노예를 지금이 아니면 언제 접해보겠어?”

“피터 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마탑에서 귀족들이 저러는 걸 종종 봤거든.”

실은 노예를 데려다가 실험에 써먹는 걸 본 거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메리에게만큼은 욕먹고 싶지 않은 피터였다.

“허허헛, 준비된 노예들이 전부 팔렸군. 어쩔 수 없이 나머지는 파티장으로 이동해야겠네.”

그 말에 남은 용병들이 아쉬운 얼굴로 파티장으로 이동했다.

지크 역시 움직이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마주쳤다.

“이봐, 너. 헤밀톤 령에서 마주쳤던 그 마검사지?”

“당신은…….”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붉은 늑대 용병 마법사 단장 데커드라고 한다. 기억나지? 전에 내 다리를 잘랐잖아.”

기억난다.

헤밀톤과 아고스의 영지전에서 적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

이제 보니 데커드 옆에 있던 용병들도 한 번씩 봤던 얼굴이었다.

‘미친. 전부 내가 어디 한구석을 잘랐던 마법사들이잖아?’

아무리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는 게 용병 업계의 특성이라지만…….

직접 상황을 겪으니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지크와 달리 용병들은 그다지 내켜 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이거 그 유명한 황금독수리 용병단의 마검사를 만나게 될 줄이야. 운이 좋은 편이군.”

“상대편으로 만났다면 또 팔이 잘릴 뻔했잖아?”

“그때 죽이지 않고 살려둔 걸 고맙게 여기고 있어.”

‘오히려 고맙다고?’

황당한 반응이었지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는 용병계에선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적이든 뭐든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행이라는 게 용병계의 마인드였으니…….

지크로선 떨떠름을 감출 수 없었지만.

“다리는… 괜찮으신가요?”

“하하, 괜찮아. 치료사가 잘 붙여준 덕분에 보름도 안 되어서 움직일 수 있게 됐지.”

“그래, 목숨이 붙어 있는 게 어디야.”

“지크라고 했나? 생각보다 더 어려 보이는데 대단하군. 검술도 뛰어나면서 마법까지 배웠다니.”

“나중에 언제 한번 그 멋진 검술 좀 보여달라고.”

“근데 저번에 이상한 현상이 있었는데 말이야. 마력이 안 모이던데, 혹시…….”

“아, 정신없어!”

붉은 늑대 용병단은 거리낌 없이 지크에게 한마디씩 던졌다.

정말로 그때의 일은 다 털어버렸다는 듯.

그러거나 말거나 지크가 꽥 소리를 지르자, 데커드가 웃으며 말했다.

“당시엔 적이었지만 지금은 동료이지 않나. 함께 잘 싸워보자고.”

“후우… 잘 부탁드립니다.”

이들은 상상이나 할까?

지크가 고용주를 죽이고 영지전을 취소하려 한다는 것을.

“뭐 하고 있나? 출출할 텐데 다들 먹으러 가지.”

“아, 예.”

지크 일행은 일단 붉은 늑대 용병단과 함께 파티장으로 향했다.

백작을 암살하기 전에 배는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와아아…….”

“진짜로 우릴 위해 이렇게 만들었다고?”

호화스러운 만찬들을 보며 용병들이 입을 헤 벌렸다.

저절로 고이는 침에 입맛을 쩝 다신다.

“이거 밥 먹고 왔는데도 군침이 도는군.”

“귀족들은 이런 파티를 매일 연다지?”

“얼른 접시 가져와서 먹읍시다!”

용병들이 헐레벌떡 움직였다.

지크도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들을 가져와서 먹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 않는 걸 보니 음식에 독은 안 넣은 모양이네.’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백작인지라 독이라도 탔나 의심해 봤는데 잘못 짚었다.

맛만 좋은 걸 보면.

“다들 그 소식 들었소? 오망성 중 하나인 어둠의 군주가 전장에 합류한다고 하던데…….”

“아, 나도 들었소. 철혈의 군주도 나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거 괴물들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해야겠군.”

식사하던 와중 들리는 이야기에 지크가 귀를 기울였다.

‘나도 그 소문은 들었는데, 참전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었나?’

스승에게 물어서 확인해 볼까 했지만, 용병이라는 걸 밝혀서 좋을 건 없기에 그만두기로 한 지크였다.

변명을 생각해내기도 귀찮았고.

‘난 그저 백작만 죽이고 영지전을 무효로 만들면 그만이야.’

적당히 먹은 지크는 암살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사전에 백작의 방이나 자주 가는 곳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지.’

지크의 몸이 파티장의 마법사들에게로 향했다.

‘가기 전에 마법 복제는 하고 가야지.’

안 그래도 먹기 좋게(?) 모여 있는 용병 마법사들이었기에 지금을 놓칠 순 없었다.

[‘엔린’의 마법 7개를 무작위로 복제합니다.]

[‘앤더스’의 마법 7개를 무작위로 복제합니다.]

………………

…………

지크는 소매치기범처럼 마법사들을 지나다니며 그들 모르게 마법을 슬쩍했다.

그렇게 총 70여 명의 용병 마법사들의 마법을 얻으니 무려 13,300 만큼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영주의 방을 찾으러 가볼까?’

파티장에서 빠져나온 지크는 영주성을 돌아다니기 전에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지금의 모습으로 돌아다닐 순 없으니 다른 모습으로 바꿀 예정이었다.

‘누구로 바꿔야 영주성을 돌아다녀도 의심받지 않을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바로 한 사람이 떠올랐으므로.

‘그 사람이 좋겠군.’

꿀렁꿀렁―

모습을 떠올리고 변조 스킬을 사용하자 곧바로 얼굴이 변했다.

다름 아닌 어둠의 군주 말리고르 데스본의 얼굴이었다.

‘어둠의 군주가 최고사령관인 만큼 이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아무도 제지하거나 의심하지 않겠지.’

안 그래도 어둠의 군주가 참전한다는 소문도 돌았으니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딸각―

환영의 벨트를 누르자 순식간에 말리고르가 즐겨 입던 갑옷으로 환복됐다.

지크는 이제 누가 봐도 어둠의 군주, 그 자체였다.

‘이제 백작을 찾아볼까?’

성큼성큼 발걸음을 딛으며 대놓고 성을 돌아다녔다.

목적은 탐색이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백작을 죽일 생각도 있었다.

‘가능하면 아무도 모르게 죽여야겠지만 들켜도 딱히 상관은 없지. 내가 아니라 말리고르가 죽였다고 생각할 테니까.’

말리고르로 변신한 건 그런 만일의 상황을 염두에 뒀기 때문도 있었다.

‘어디 있을까, 영주가.’

성 내를 돌아다니며, 지크는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다고 느꼈다.

다들 파티에 집중한 탓인지 마주치는 사람이 없었다.

“……꺅.”

‘음? 무슨 소리가…….’

순간 위에서 짧은 비명 같은 것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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