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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110화 (110/11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10화

“네가 만든 저 장치는 뭐야? 자세히 설명해 봐.”

“저건 발루두크 님이 만들라던 장치인데…… 겪어보셔서 아시겠지만, 일정 범위 내의 중력을 다섯 배로 강화하면서 마력과 오러를 차단하는 장치입니다. 아크니움을 재료로 하는데 더 많은 아크니움을 넣을수록 중력의 위력과 범위가 늘어납니다.”

“재료를 더 넣으면 늘어난다고? 기가 막힌 물건이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지만 칭찬으로 들렸는지 에스카가 잠시 우쭐했다.

“저걸 어디에 써먹을 예정이었는데?”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렇게 노려보셔도 몰라요. 정말로요.”

잠시 노려본 지크지만 진실로 나오기에 눈빛을 거뒀다.

“12인의 선구자에 대해서 아는 거 있으면 다 털어놔 봐.”

“다…요?”

“왜? 놈들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나 보지?”

“…….”

선구자 자리를 노렸던 만큼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이야기해 봐.”

“으음…… 어디부터 얘기하지…… 아.”

운을 뗀 에스카는 하나둘 선구자에 대해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동안 정보를 듣던 지크는 그럴싸한 정보만 추려 머릿속으로 정리해 봤다.

1. 선구자들은 ‘루미노스 포탈스피어’라는 가상의 공간에 원격으로 접속해 회의를 진행한다.

2. 위의 공간에 들어가는 법은 해당 술식을 직접적으로 익힌 선구자들만 가능하다.

3. 선구자는 남성 아홉, 여성 셋으로 구성되어 있다.

4. 선구자는 알비츠, 브라함, 베르, 바이소, 데칸 등. 각 왕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5. 상위 선구자 중에 에스카가 아는 자는 발루두크뿐이다.

6. 바이소에는 자카르 외에 테리온이라는 대지의 선구자가 있다.

7. 선구자는 모두 9서클로 각자의 속성에서 정점을 찍은 존재들이다.

8. 선구자 중 노인은 발루두크뿐이다.

9. 선구자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딱히 알 방법이 없다.

나름 많은 정보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알맹이는 쏙 빠져 있다.

“먹을 게 없잖아, 먹을 게. 정말로 더 아는 거 없어?”

“저, 저도 아는 게 없습니다. 선구자도 아닌 제가 이 이상 뭘 어떻게 알겠습니까?”

“지금 말대답하냐?”

“아, 아니요.”

지크가 으르렁거리자 자연스레 시선을 내리까는 에스카였다.

“마도스교에 대해서 말해봐.”

“마도스교라면 어둠과 파괴의 신인 마도스를 섬기는 종교 아닙니까?”

“그건 나도 알아. 아즈라힐이 왜 환각제를 만들어서 교인들을 양성하려는지가 궁금한 거지.”

“환각제요?”

에스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한다.

딱 봐도 모르는 눈치다.

“후우, 됐고, 그럼 선구자와 드래곤에 대한 관계는?”

“드래곤이요? 갑자기 웬 드래곤인지…….”

이 역시 아는 바가 없다.

“쓸 만한 정보가 또 안 나오면 대가리를 후릴 거야.”

“…….”

“신중히 생각하고 말해. 무의식에 잠재의식까지 끌어들여서 기억해 내라고. 알아들어?”

“……예.”

에스카의 얼굴에 다시 긴장감이 돈다.

“놈들이 그레고르 판테인을 앞세워 마탑에서 생체실험을 했었는데, 이에 대해 아는 거 있어?”

질문을 던진 뒤 대답 못 하면 죽일 거라는 눈빛으로 노려봤다.

그러자 다행히도 에스카의 입에서 쓸만한 정보가 흘러나왔다.

“자, 자세히는 모르지만, 생체실험이라면 여러 가지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거?”

“어어, 너무 많아서 다는 모르지만 기억나는 건 빛을 반사하는 연구라던가, 환각제로 고통 없는 병사를 만드는 연구 등이 있었습니다. 대개 평민들을 잡아다가 고문이나 약물 실험 등에 이용하고요.”

“흠.”

지크의 얼굴에 만족감이 슬쩍 떠올랐다.

이번 건 꽤 도움 되는 정보였다.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어, 그게…… 잠깐이지만 저도 생체실험을 해본 적이 있어서…….”

양심에 찔렸는지 말하면서도 지크의 눈치를 살핀다.

아니나 다를까, 지크의 이맛살이 보기 좋게 구겨져 있다.

“누가 장래 희망이 선구자 아니랄까 봐 똑같은 쓰레기 짓하고 다녔네.”

“…….”

“넌 무슨 생체실험을 했는데?”

“대부분이 마나 건의 개발에 관련된 실험이었습니다. 마법사들에게 제대로 먹히는지 실험해 볼 필요가 있었죠…….”

“아, 저거?”

지크가 한쪽에 볼품없이 널브러져 있는 커다란 저격총을 바라봤다.

“저딴 쓸모없는 건 왜 만드는 거야?”

“쓰, 쓸모없다뇨. 이래 봬도 극독의 선구자로 유명한 녹스 베노마이어를 한 방에 죽였던 물건이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네가 그때 그 저격수였구나?”

“아……?”

에스카도 뒤늦게 떠올랐는지 놀란 눈이 됐다.

“1년 전에 어떤 새끼가 원거리에서 소울 버스트라는 마법을 날렸는데 그때 녹스가 게거품 물고 뒤졌었지. 눈앞에서 다 잡은 놈을 놓쳐서 열 받았었는데 그걸 죽인 게 너였어.”

“죄,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발루두크가 시키는 대로…….”

“그럼 이제부턴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그리 말한 지크가 아공간을 열어 물건을 꺼내 건네줬다.

“이건……?”

웬 양피지와 황금빛 볼펜을 받아든 에스카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걸로 나랑 계약하는 거야.”

“계약…이요?”

“마나의 서약 비슷한 거라고 알면 돼.”

사실 마음 같아선 에스카를 죽이고 언데드로 부활시켜 권속으로 만들고 싶은 지크였다.

그렇게 되면 확실하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뿐더러 물어보고 싶은 정보도 잔뜩 물어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놈이 지성을 가진 언데드가 된다는 보장은 없어.’

자카르와 어둠의 군주가 예외였을 뿐이지, 에스카의 경우는 또 다를지도 모른다.

그냥 그어어- 거리는 언데드로 부활하고 말지도 모를 일.

그런 위험부담을 가질 바에 차라리 피터나 메리처럼 고대의 맹약을 맺어 내 편으로 만드는 편이 낫다.

하지만 계약이라는 말 때문인지 에스카는 떨떠름함을 감추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불리한 계약일 거란 직감이 든 모양.

물론 그런다고 놈이 어쩔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준 펜으로 그 양피지에 받아적어. 죽고 싶지 않으면.”

“…….”

“계약 맺어서 목숨 연명할래, 아니면 지금 뒤질래.”

“여, 연명하겠습니다.”

한동안 멈춰 있던 에스카의 손이 움직였다.

“이거 왜 잉크가 안 나오나요?”

“마나를 주입해야 하는 펜이야.”

“오, 정말이네? 어떤 원리로 만든 거지……?”

고대의 볼펜에 관심을 보이던 녀석은 곧 지크의 말에 따라 양피지에 적기 시작했다.

“나 에스카 로빈스는 평생토록 지크 맥러플린을 주인으로 삼을 것을 맹세한다. 이를 어길 경우 전능하신 엘의 규율에 따라 서클이 붕괴할 것이다. 이렇게 써.”

그동안 계약을 진행하며 지크가 느낀 바로는, 피터처럼 배신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보다, 메리처럼 주인으로 삼을 것을 맹세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주종관계가 되어야 확실히 내 수족처럼 구는 법이니까.’

그건 가끔 툴툴거리는 피터와 순종적이기만 한 메리의 태도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물론 에스카로선 내키지 않는 계약이겠지만.

“다 썼습니…… 어?”

이내 글자에서 황금빛이 나오더니 고대의 맹약이 적용됐다.

그와 함께 에스카의 마음가짐도 변했다.

지크를 주인처럼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걸로 노예 3호가 탄생했군.’

내심 흡족해한 지크는 에스카의 스킬도 복제하기로 했다.

뭐니 뭐니 해도 놈은 9서클의 실력자니까.

<스킬 발동 : 마법 복제>

[‘에스카 로빈스’의 마법 8개를 무작위로 복제합니다.]

[7서클 마법 ‘디텍팅’을 습득하였습니다!]

[8서클 마법 ‘미러 이미지’를 습득하였습니다!]

[8서클 마법 ‘에어 블래스트’를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디스펠’을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마나 번’을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블링크’를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사이코키네시스’를 습득하였습니다!]

[9서클 마법 ‘소울 버스트’를 습득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740 증가하였습니다.]

[9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9,650/300,000]

‘오케이. 마법 8개 달달하고.’

이제는 부하가 된 에스카를 어떻게 이용할지가 관건.

물론 지크에겐 생각해둔 계획이 있었다.

“에스카. 우리는 이제 계약 관계가 된 거야. 한배를 탄 거라고. 그러니까 배신하지 마라. 서클 붕괴해서 폐인으로 살기 싫으면.”

“알겠습니다.”

이미 주인으로 인식 중인지 에스카에게서 떨떠름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저나 너, 선구자가 되고 싶다고 했지?”

“예.”

“그럼 선구자 돼라.”

“네?”

“날 죽였다고 발루두크한테 보고해서 선구자 되라고.”

모름지기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는 법.

하지만 들어가기 전에 동굴 탐색부터 하는 게 좋으니 에스카를 먼저 보내는 편이 낫다.

한마디로 선구자 측에 자신의 첩자를 투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보를 다 빼먹은 다음 하나씩 유인해서 죽이는 거지.’

그것이 지크가 생각한 방법.

하지만 에스카는 어쩐지 난처한 기색이었다.

“그… 제가 선구자로 잠입해서 같은 편인 척 활동하면서 정보를 빼라,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어, 맞아. 정확해. 못하겠어?”

“아니요,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선구자가 되길 얼마나 바랐는데요. 다만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아즈라힐의 목을 가져와야 선구자 자리를 준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할지…….”

“가능해. 목을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예? 어떻게…….”

“이렇게.”

지크는 바닥에 있던 돌덩이를 향해 아즈라힐에게서 배웠던 마법을 사용했다.

‘위상 변화.’

곧이어 돌덩이가 머리통처럼 부풀어지더니 형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어!?”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게 아즈라힐의 머리통을 닮아 있었다.

지켜보던 에스카가 다 놀랄 정도.

“이거면 됐지? 아즈라힐의 목.”

“가, 감쪽같네요, 정말.”

아즈라힐의 머리를 주워든 에스카는 신기한 듯 연신 둘러보고 만져봤다.

머리통을 들고 확인해 보는 모습이 역하기 그지없었지만.

“아즈라힐의 비기라고 할 수 있는 마법인데, 구조 자체를 바꾸는 마법이야. 9서클 대마법사의 눈도 속이기엔 충분할걸?”

“그, 그렇네요. 정말 진짜처럼 잘 만들어졌어요. 환영이라곤 생각지 못할 만큼…….”

엄밀히 말하면 환영은 아니다.

구조를 정말로 바꿔 버렸으니까.

그렇기에 눈속임이 가능한 거고.

“물론 계속 유지하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며칠 정도는 충분히 지속할 수 있을걸.”

“이거면 되겠어요. 이거면 아즈라힐이 죽었다고 확실히 믿을 거예요.”

“좋아. 선구자가 되는 건 해결됐군. 그런데 진짜로 발루두크는 여기에 안 왔어? 온 적도 없고?”

발루두크가 텔레포트를 사용해 이곳에 왔었다면, 마력의 흐름을 역추적할 심산으로 물어본 질문이었지만…….

에스카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오지 않았을 겁니다. 예전에 한번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러 왔을 뿐, 그 이후로는 줄곧 지시만 내리고 있거든요.”

“그러냐.”

“다만, 그의 부하가 오긴 했을 겁니다.”

“부하?”

“예. 아크니움도 그의 부하가 가져다줬죠.”

지크의 눈빛이 빛났다.

이번에 배운 역추적 스킬로 부하라는 놈을 추적한다면 발루두크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부하라는 놈에 대해 자세히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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