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2화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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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서준! 여기가 네 놈 집 안방이냐? 어디서 쳐 자려고 들어? 병신 같은 새끼가.”

비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

김서준은 갑자기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린가 싶어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환한 전등이 가득한 높은 천장이었다.

‘뭐지?’

뭔가 상당히 당황스럽다.

김서준은 분명 하늘을 찢고 등장한 마신병의 레이저빔을 맞았다.

당연히 죽었어야 했고, 이런 낯선 장소에서 정신을 차릴 이유가 없다.

뺨을 꼬집었다.

고통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꿈은 아니다.

“크으….”

갑자기 밀어닥치는 두통.

머리속에서 마치 해일이 이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기억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2,034년 5월의 어느날.

균열과 각성. 그리고 신비.

‘이게 대체….?’

김서준은 튕기듯 상체를 일으키며 주변을 돌아봤다.

넓게 깔려있는 특수 매트리스와 그 위에 서 있는 학생 하나.

한쪽엔 스무살 좌우의 젊은 청소년들이 줄지어 앉은 채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여긴…. 실습실인가?”

“와하하하! 이 새끼 골때리네? 이젠 아예 잠꼬대까지 하고 지랄이네?”

김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낄낄대는 곰 같은 녀석.

녀석을 바라보자 또 다른 기억이 떠오른다.

‘고한석. 19살. 아카데미 동급생.’

바로 바로 누군가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어서 현 상황을 파악하는데는 어렵지가 않았다.

‘내 이름은 김서준이고 아카데미 학생에 19살이라고?’

그런데 떠오르는 기억들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20년간 오로지 부모의 복수를 위해서만 살아왔던 29살의 김서준의 삶이 마치 일장춘몽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지금의 자신은 19살의 학생이었으며, 지금 있는 곳은 헌터 아카데미의 대련 실습실이었으니까. 게다가,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니!’

19살 김서준에겐 부모님이 생존해 있었다.

아니, 19살 김서준도 분명히 자신이니까 자신의 부모님이 살아계시다는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살아온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지금의 이 세상에는 무공이라는 것이 실제하지 않았고, 그 대신 헌터와 신비, 그리고 몬스터가 존재했다.

2000년 1월 1일.

세상에 처음으로 균열이 발생했다.

그 안에서 누구도 본 적 없는 몬스터들이 쏟아졌다.

그때부터 무작위로 세계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거기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었으나, 어느날 갑자기 마치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마법 같은 능력을 각성했다.

그리고 그 능력으로 몬스터들을 쓰러뜨렸다.

세상은 그들의 능력을 ‘신비’라 명명했고, 신비를 각성한 자들을 헌터라 부르기 시작했다.

“김서준 학생. 더 해볼 생각이 있나? 중간 평가를 망친 자네에게 기회를 주는 건데, 이렇게 무성의해서야 원.”

김서준의 상념을 깨뜨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 말한 사람이 아카데미의 담당교수인 심재덕 교수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정신이 있는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말하마. 고한석 학생과 더 대련할 의사가 있다면 얼른 일어나서 대결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거라.”

“….”

김서준은 아직 기억의 혼재에서 벗어나지 못해 바로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재덕을 보자 그동안 그가 보인 말과 행동들이 떠오르며 김서준의 머리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19살의 김서준은 1월에 우연한 계기로 신비를 각성했고, 제3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었다.

김서준의 신비는 꽤 강력한 효과를 지녔지만, 지닌 바 마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F등급에 불과했고, 그로 인해 동급생과 교수에게조차 무시를 당해야 했다.

마력수치 6.

신비를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조차 마력수치가 2까지 나오는데, 김서준은 고작 6이었으니 일반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김서준이 각성한 신비가 아깝기에 아카데미에서는 어떡하든 가르쳐 보려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심재덕 교수는 철저히 사람을 가렸고, 능력이 낮거나 배경이 별볼일 없는 학생은 대놓고 무시했다.

그러다보니 김서준이 속한 클래스의 학생들도 교수와 똑같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클래스에서 따돌림을 받은 김서준은 늘 위축되어 있었으며, 자존감이 낮아 남 앞에서 자기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했다.

헌터가 되기 위한 자질이 눈꼽만치도 없었던 탓에 김서준의 아카데미 생활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4월 말에 진행된 중간평가에선 당연히 최하 점수를 받았고, 이대로라면 낙제를 받아 아카데미에서 퇴학당하고 마는 상황.

결국, 김서준의 아버지가 직접 아카데미를 찾아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사정했다.

그래서 오늘 마지막 기회로 동급생과의 1대 1 대결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대결 상대는 고한석.

고한석은 김서준과 동갑이었고, 유명한 길드의 부길드장을 아버지로 두고 있었으며, D급의 마력에 B급 신비를 각성한 인물이었다.

그런 고한석과의 대결에서 김서준이 뭔가를 보여주는 건 당연하게도 불가능했다.

대결이 시작된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세 차례나 나동그라진 김서준.

결국 네 번째에는 일방적인 공격에 온몸을 두드려 맞아 쓰러졌고, 정신까지 잠시 잃었던 것이다.

“후…. 아무래도 안되겠군. 싸울 의지조차 없는 학생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는 건 사치에 불과하겠어. 김서준 학생에 대한 추가평가는 이것으로 마치….”

“하겠습니다.”

김서준이 심재덕 교수의 말을 자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건들거리며 서있는 고한석 앞으로 다가가 정면으로 마주했다.

‘고한석…. 일진 놀이에 심취한 녀석이었던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한석의 아버지 고태환이 김서준의 아버지, 김주혁의 직장상사였다.

국내 10대 길드에서 당당히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무길드.

그 길드의 부길드장이 고태환이었고, 김주혁은 그 길드에서 행정사무직을 맡고 있었다.

아버지 김주혁은 입사동기인 고태환이 자신을 많이 챙겨준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친구를 가장한 수많은 갑질에 상당히 고생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아들, 고한석도 똑같았다.

19살이나 먹었으면서도 중고등 학교 때나 하는 일진놀이를 아카데미에서도 즐기는 놈이었다.

하필이면 녀석의 놀이가 늘 김서준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게 문제일 뿐.

김서준은 그동안 당한 걸 이 자리에서 되갚아 주기로 했다.

자신의 몸은 19살의 김서준이지만, 그 몸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은 천마군장 천강우를 쓰러뜨릴 정도로 엄청난 무공 고수의 것이였으니까.

그런데, 내공이 문제였다.

고한석과 마주 선 상태에서 단전을 확인해 봤지만, 안타깝게도 단 한톨의 내공도 존재하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가슴에 존재하는 미미한 마력 뿐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김서준은 19살의 김서준으로서의 기억까지 온전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력을 사용하는 법은 금방 알아냈다.

‘마력을 내공처럼 사용하면 된다.’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리며 그걸 혈도에 안착시켜 운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낯설어서인지 세맥으로 마력이 흩어지는 것 같더니, 금세 요령을 터득해 문제없이 혈맥으로 마력을 흘려넣을 수 있게 되었다.

마력이 혈맥을 따라 팽팽 돌기 시작하자 축 쳐져있던 몸에 활력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대충 이류 수준이군.’

지금 상태면 이류 무인이 지닌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김서준 학생. 괜한 자존심 때문에 무리할 생각은 마라. 더 창피당하지 말고 순순히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한 법이고.”

심재덕은 교수의 권한으로 대련 종료를 선언하고 싶었지만, 학생들이 모두 보고 있어서 최대한 공정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지가 하고 싶다는데, 왜 말립니까? 한대 더 쳐맞아야, 아 내가 무서운 사람을 건드렸구나 하며 후회하겠죠. 이런 놈은 말보다 몸으로 느끼게 해줘야 한다니까요?”

고한석이 주먹을 두둑 소리나게 움직이며 하는 말에 심재덕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한석 학생까지 그렇게 말한다면야, 내가 말릴 이유가 없지. 그럼 다시 대결을 재개하겠다. 준비해라.”

심재덕은 뒤로 빠졌고, 뒤쪽에 달린 전광판 시계를 응시했다.

“남은 시간은 2분 4초. 그 안에 보여줄 수 있는 건 모두 보여봐라.”

말은 김서준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처럼 했지만, 그의 시선은 고한석에게 향했고 눈까지 찡긋해 보였다.

그건 김서준을 고한석 마음대로 요리해 보라는 응원의 표시였다.

이에 고한석은 음흉하게 웃어보였다.

그때, 심재덕이 대결 시작을 알리는 버튼을 꾹 눌렀다.

삐잉-

벨이 울렸지만 김서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시 고한석을 응시하는듯 하더니 곧장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을 내려다 봤다.

‘손을 응시하면 내 정보를 볼 수 있었지?’

신비를 각성한 헌터들은 손을 응시함으로써 자신의 정보를 눈앞에서 차트처럼 정리된 형태로 볼 수 있게 된다.

바로 지금의 김서준처럼.

[김서준]

-마력: 6

-신비: 역발산기개세(11%)

너무나도 간단한 정보가 홀로그램처럼 김서준의 눈앞에 떠올랐다.

마력이 고작 6밖에 안되며, 신비의 숙련도가 1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김서준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마력을 내공처럼 운용한다면 순간적으로 수치를 높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건 바로 역발산기개세라는 신비가 꽤나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역발산기개세]

-자신을 향한 공격에너지를 흡수해 손바닥에 축적하고, 그 에너지를 원하는 시점에 두 배로 불려 상대에게 되돌려 준다.

-재사용 대기 시간 : 5분

신비를 지닌 본인만이 볼 수 있는 설명창.

역발산기개세는 쉽게 말해 반격기인데, 단순한 반격기가 아니라 적의 공격을 받아내 축적한 뒤, 그 힘을 두 배로 증폭시켜 되돌려 버리는 굉장한 효과를 갖고 있었다.

어린 김서준은 이 신비에 크게 의존했었다.

선천적으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기에 상대의 공격을 되받아치는 역발산기개세는 그에게 딱 맞는 신비였기 때문.

하지만 그의 신비가 어떤 효과를 지녔는지를 아는 상대에게 역발산기개세는 큰 효과를 보이기가 쉽지 않았다.

압도적인 육체의 힘으로 찍어누르거나 반격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몰아붙여버리는 전법을 쓰면 김서준을 상대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았으니까.

‘이 좋은 신비를 그렇게 썩혔다고? 정말 병신같군.’

어린 김서준은 병신이었지만, 지금의 김서준은 그렇지 않았다.

그에겐 20년 이상을 갈고 닦은 무공이 있었고, 생사를 넘나들 정도의 살벌한 전투경험이 가득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건 모두 때려부술 강한 의지가 있었다.

“이 새끼 봐라?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내가 앞에 있는데 어딜 보고 지랄이야?”

고한석은 두려움에 쩔어 벌벌 떠는 김서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대결을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이 자리에 끌어낼 생각이었고, 스스로 포기를 선언하더라도 스트레스가 풀릴 때까지 마음껏 매타작을 즐기려고 했다.

그런데, 이 나약해 빠진 김서준이 자신을 앞에 두고도 넋나간 놈처럼 자기 손만 멍청히 쳐다보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와라.”

고개를 든 김서준이 고한석을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모두들 김서준이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다.

찐따 중의 찐따 김서준이, D급의 마력을 지니고 C등급 신비인 ‘집중포화’를 지닌 고한석을 오히려 도발하는 행위를 하다니.

어김없이 고한석의 눈에서 번갯불이 터졌다.

“이 미친 새끼가!”

고한석은 바닥을 박차고 탄환처럼 튀어나갔다.

둘 사이의 거리는 불과 5미터.

마력으로 신체능력이 강화된 헌터에겐 눈깜짝할 사이에 움직일 수 있는 짧은 거리였다.

고한석의 커다란 주먹이 공간을 갈랐다.

김서준은 가만히 서서 주먹의 궤적을 응시했다.

공간을 파고드는 힘도 좋고 속도 또한 빠르다. 팔 관절이 꺽인 각도로 보아 목표가 회피동작을 취하면 바로 회수할 수 있게끔 미리 대비까지 하고 있다.

대인전투에 상당한 경험이 있는 움직임.

하지만 김서준은 과거의 김서준이 아니었다.

공격이 날아오면 일단 얼굴부터 감싸안으며 몸을 웅크리던 김서준은 더 이상 없다.

김서준은 오히려 한발 나서며 주먹이 날아드는 걸 끝까지 주시했고, 주먹이 코앞으로 다가온 순간 머리를 비틀어 뺨 옆으로 흘려보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흠칫한 고한석.

그는 공격을 회수하지 못했지만 곧바로 왼주먹을 어퍼컷으로 올려쳤다.

운이좋아 공격을 피한 건 한번으로 끝이어야 했다.

그런데, 김서준이 이미 쭉 뻗어낸 고한석의 오른팔을 양손으로 덥썩 잡아채더니 아래로 확 끌어당겼다.

고한석은 하필이면 그쪽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자기가 자기 팔을 후려치는 볼쌍사나운 일이 벌어질 상황.

“흐앗!”

고한석은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 바닥을 쿵 찍어냈고 그 반동을 이용해 두 팔을 비틀어 교차시켰다.

후아앙

왼손의 묵직한 어퍼컷이 김서준의 복부에 쑤셔박히려는 찰나, 김서준이 몸을 살짝 띄우며 두 손바닥으로 주먹을 탁 밀쳐냈다.

놀라운 반응속도.

김서준은 고한석의 힘을 되려 이용해 위로 부웅 날아올랐다가 공중제비를 돌아 바닥에 타닥 내려섰다.

“뭐야, 저거?”

“저 녀석 김서준 맞냐?”

“뭔 아크로바틱을 다 하네?”

대결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크게 놀라워했다.

그건 심재덕 교수도 마찬가지.

고한석의 대인 전투능력은 1학년 학생들 중 탑으로 여겨질만큼 훌륭하다.

그의 신비인 ‘집중포화’를 제외하더라도 맨몸으로 고한석과 붙어서는 고학년들조차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어했다.

그런데 김서준이.

그 바보같고 허약하기만 한 김서준이 고한석의 공격을 피한것도 모자라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곡예까지 부리고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까.

“네 놈이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고한석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샌드백처럼 두들겨맞으며 비명을 질러대야할 녀석이 오히려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으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혀가 길다.”

담담하게 흘러나온 김서준의 한마디가 고한석의 이마에 핏줄을 돋아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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