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6화 (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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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던 내공이 생겼고, 태양신공이 신비가 되어 등장했다.

게다가 마력도 10이나 증가한 상태.

‘이게 대체….?’

어린 김서준의 기억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 상황을 이해할만한 단서는 아무 것도 없었다.

헌터가 각성할 수 있는 신비는 한 개뿐이라는게 이바닥의 정설.

그런데 김서준은 두 개의 신비를 각성했다.

아무런 기미도 없이.

그저 부모님을 대상으로 최선을 다한 추궁과혈을 했을 뿐인데.

‘설마?’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다.

이곳의 지구에선 내공이 존재하지 않지만, 김서준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단전을, 내공을 이루어냈다.

어쩌면 그 내공이 형성된 것이 트리거가 되어 태양신공이라는 신비를 각성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럼 다른 무공들도 신비로 각성할 수 있다는 건데….’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

자신이 본격적으로 다른 무공들을 익히기 시작하면, 태양신공처럼 신비로 각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태양신공이 어떤 형태의 신비인지부터 확인해 보자.’

김서준은 태양신공에 대한 설명창을 열었다.

[태양신공]

-호흡을 통해 흡수하는 자연의 기를 단전에 축적하여 신체를 강화하거나 필요시 강력한 파괴력을 외부로 발출할 수 있다.

-재사용 대기시간: -

-사용 패널티: 세포 내 산소 기화로 내장 기능의 급격한 저하

김서준이 아는 태양신공의 효능 그대로다. 그런데 재사용 대기시간이 없다.

‘상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거군.’

신비가 되었다고 해서 뭔가 달라진 건 없었다.

사용 패널티도 어린 김서준이 지니고 있던 산소중독증 덕분에 깔끔하게 해결된 상태였고.

하지만 신비로 각성하게 되면서 마력이 증가했으며, 내공을 수치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마석을 흡수하지 않고서도 마력을 올릴 방법이 생긴 건가?’

이건 대단한 이점이었다.

이 세계에서 마력을 높이는 방법은 세 가지 뿐이다.

하나는 몬스터를 잡고 놈들의 심장에서 나오는 마석을 섭취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끊임없이 마력을 운용하여 느리지만 조금씩 마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바로 신비의 숙련도를 높이는 방법이었다.

‘숙련도가 20% 상승할 때마다 마력이 5% 늘어난다고 했지?’

신비의 숙련도가 20%, 40%, 60%, 80%에 도달할 때마다 기존 마력의 5%를 추가로 높여주는 효과가 주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아직 숙련도 90%를 넘긴 각성자가 몇 명 없긴 하지만, 적어도 80%까지는 이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된 상태였다.

어쨌든, 김서준은 무공을 신비로 각성하게 되면서 마력이 고정수치로 증가했으니 마력을 늘릴 수 있는 네 번째 방법이 생긴 것이다.

사실, 마석으로 마력을 높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석은 몬스터를 때려잡는다고 해서 무조건 나오는게 아니고, 마석이라고 다 같은 마석도 아니다.

가장 낮은 급의 마석은 레드. 그 다음이 오렌지. 다음은 옐로우였다.

쉽게 말해 무지개 칼라에 맞춰 마석의 등급이 나눠져 있었다.

이 세상에 균열이 열리고 몬스터가 등장한지 3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진 인디고(남색) 칼라 이상의 마석은 나타난적이 없다.

그런데 이 인디고 칼라의 마석 하나로 마력이 C등급인 헌터가 단숨에 A등급으로 거듭날 수 있기때문에 그 효과는 어마무시했다.

아무튼, 세상의 모든 헌터들은 마력 증가를 위해서라도 죽어라 몬스터를 때려잡으러 다녀야 했다.

하지만 김서준은 굳이 마석을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무공을 신비로 각성시키면서 얼마든지 마력을 높일 수가 있다는 말이된다.

게다가 신비로 각성하게되면 무공의 숙련도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니, 오히려 반드시 무공을 신비로 각성시켜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해 보자.’

김서준은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무공 중에서 강력한 것들을 우선 추려서 그걸 수련함으로써 신비로 각성시켜 보기로 했다.

정말 수련만으로 신비 각성이 가능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무공을 수련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해야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김서준의 머리엔 수많은 무공이 생생하게 기억되어 있었다.

내공심법 중엔 태양신공이 최강이자 최악이었고, 검이나 도, 창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강력한 무공도 한가득이다.

김서준은 우선적으로 세 가지 무공을 추렸다.

이전 세계에서도 가장 익숙하게 사용했던 검술인 수라극섬(修羅極閃).

그 어떤 포위망도 가볍게 뚫어버릴 수 있는 경신술, 비뢰신보(飛雷神步).

그리고 원거리에서도 막강한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최강 파괴력을 지닌 천궁시(天弓矢)까지.

‘이 세가지 무공까지 제대로 익힌다면 적어도 A급 몬스터까지는 우습게 쌈싸먹겠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지금 당장 균열이 열려 몬스터들이 떨어진다고 해도 김서준은 태양신공과 역발산기개세만으로도 C급은 물론, B급까지도 가볍게 상대할 수 있었다.

만약 마력과 내공까지 충분히 증가한다면 A급을 넘어 S급까지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게 가능해 지리라.

‘수련은 어디서 하지?’

아카데미에서 남들 시선 피하면서 수련하는 건 말이 안되고,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나 공원 같은 곳도 수련엔 적당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안에서 익히는 건 바보 멍충이나 다름 없었으니.

‘일단, 옥상에서 해 보자.’

현재로서는 아파트 옥상이 최선이었다.

내공을 실어서 수련한다면 소음으로 신고당하거나, 옥상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니 최대한 주의해야 했다.

‘앞으로는 수업 끝나면 칼같이 돌아와서 수련에 전념해야겠어.’

평화롭고 수수하게 새로 주어진 이 행복을 누리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았다.

이전 세계에서도, 그리고 이 세계에서도 뭔가를 지키고, 누리고 싶으면 내 스스로가 강한 힘을 가져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행복도, 가족도, 그 무엇도 지킬 수가 없는 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였으니까.

***

다음날 아침.

김서준은 새벽부터 일어나 아파트 옥상에 올랐다.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한 시각이라 새벽의 찬 기운이 몸 곳곳을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다.

찌뿌듯함을 밀어내고자 한껏 기지개를 켠 김서준은 곧바로 지난 밤 생각해 둔 무공을 떠올렸다.

‘먼저 수라극섬부터.’

집 안에 아버지가 현역 시절에 사용했다던 기다란 검 한자루 있긴 했지만, 그건 아버지 허락 없이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건 아버지가 아끼고 아끼는 무기로, 평범한 검이 아니었다.

그래서 테니스 라켓을 들고 나왔다.

무게는 대충 320g 정도.

검이나 도의 무게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런데로 쓸만했다.

원래대로라면 무게중심이 정확하게 잡혀있는, 장인이 만든 검을 사용해야 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테니스 라켓으로 만족해야 했다.

수라극섬은 극한의 쾌검술이다.

검을 뽑는 발도초식이 따로 존재했으며, 검이 뽑힌 후에는 상대의 시선을 교란시키고 번쩍하는 순간 목표를 베어버리는 섬전과도 같은 검술이 바로 수라극섬인 것이다.

29살의 김서준이 살던 이전 세상에서 수라극섬은 ‘일초의 무학’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걸 쏟아붓는 경향이 강했다.

그렇다고 장시간의 전투에 부적합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 수라극섬은 한 방에 모든 걸 걸기도 하지만, 첫 한 방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상당한 지속력도 지니고 있었다.

수라극섬을 대성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집중력.

부동의 정적 속에서 적에게 빈틈이 발견되는 순간을 노리고 벼락처럼 발출되는 극쾌의 검술.

김서준은 테니스 라켓을 들고 수라극섬을 몸에 새겨넣기 위해 모든 정신을 집중시켰다.

라켓을 들고 선 상태로 천천히 떠오르고 있는 태양을 마주보고 섰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1분이 지나고, 3분이 지났다.

고도의 정신집중으로 인해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데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깜빡이는 것 조차 억지로 버텨내던 그때.

새벽의 차가운 기운이 바람이 되어 김서준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 바람에 날려진 작은 나뭇잎 하나.

그것이 떠오르는 태양과 김서준의 사이에 정확히 위치했을 때.

스팟

김서준이 손을 움직였다.

뭉툭한 테니스 라켓이 나뭇잎을 스쳤고, 나뭇잎은 절반만 찢어져 허공에 흩날렸다.

‘역시,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건가?’

김서준은 입맛을 다셨다.

제대로 된 수라극섬이었다면 깨끗하게 반으로 갈라서 바닥에 떨궜어야 정상.

그런데 나뭇잎은 완전히 찢어지지도 않았고, 여전히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기겁하고 놀랐을 일이다.

김서준이 들고 있는 건 검이 아니라 테니스 라켓이었고, 그가 절반이나 베어낸 건 가벼운 바람에도 마구 춤을 추는 가냘픈 나뭇잎이었으니까.

신비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라켓으로 허공에 날아다니는 나뭇잎을 베어냈다?

이건 A급 헌터라도 해낼 수 없는 놀라운 검술이었다.

김서준은 같은 방식으로 몇 번이나 더 수라극섬의 발도술을 연습했다. 이어서 일정한 검로에 맞춰 테니스 라켓을 이리 저리 휘두르기도 했다.

베고, 찌르고, 사선으로 긋는 단순한 동작들 뿐이었지만 움직임 하나하나에 실린 김서준의 집중력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이 흘렀을 때, 김서준의 온 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 끊임없이 태양신공을 운용했기에 몸 속에 열기가 가득한 이유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수라극섬을 수련하기 위해 엄청난 집중력이 발휘된 이유가 더 컸다.

‘후우…. 첫날이니까 여기까지만 할까?’

김서준은 길게 숨을 고르고는 라켓을 허리에 꽂은 채 옥상을 내려왔다.

그가 떠난 직후, 바람에 흩날리던 두 조각의 나뭇잎이 옥상의 환풍로에 툭하고 부딪쳤다. 순간,

파스스슷

나뭇잎이 갑자기 수백조각으로 갈라지더니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

“이른 시간에 어딜 다녀오는 거냐?”

집 앞에서 아버지를 마주쳤다.

김주혁은 토요일임에도 어김없이 출근을 하던 길이었다.

“아침 운동 좀 했어요.”

“마사지에, 이젠 테니스도 치는 거냐?”

김주혁의 눈이 허리춤의 테니스 라켓으로 향했다.

“근력 증강에는 테니스만한 운동이 없거든요.”

“살살 해라. 운동도 좋지만 뭐든 무리하는 건 몸에 해롭다.”

“네. 무리 안할 테니 걱정 마세요. 그보다…. 얼른 오세요. 오늘은 특별히 1층까지 같이 가 드릴게요.”

김서준이 아버지를 이끌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허, 이 녀석이 어제부터 왜 이리 징그럽게 굴지? 평소처럼 해라, 평소처럼.”

어린 김서준은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깊었지만 그걸 밖으로 표현하는데는 서툴렀다. 그렇기에 지금 김서준이 보이는 적극성이 김주혁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늦게라도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거 참, 정말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구나. 김서준 입에서 그런 말을 듣는 날이 오다니.”

“이제 40대 중반이면서 뭘 오래살았다고 그래요? 인생은 40부터라는 말도 있잖아요.”

김서준은 싱글거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지하 1층 주차장 층수를 누른 김서준은 옆에서 은은하게 미소를 짓고 서 있는 아버지 김주혁을 바라봤다.

토실토실 살이 쪄있던 볼살이 하룻밤 사이에 절반은 빠져 있었다.

벨트가 뱃살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었는데, 이젠 당당히 배 위에 올라가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살이 좀 빠지니까 확실히 보기 좋은데요?”

“….음? 그렇게 살이 빠졌냐?”

김주혁은 추궁과혈을 받기 전에 자신이 지방덩어리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모양.

“다음 주 금요일에 마사지 또 해드릴게요.”

“그래? 그럼 그날은 가급적 야근을 하지 말아야 겠구나. 네 엄마한테 마사지용 침대라도 좀 사다 놓으라고 해야 하나?”

김주혁은 아들의 마사지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마사지를 받으려고 전용 침대까지 준비하려 했다.

“가급적이면 야근은 적당히 좀 하세요. 아무리 일이 중요하다지만 사람을 이렇게 굴려먹는 회사는 정상이 아니라고요.”

“녀석. 아빠 걱정은 마라. 네 생각처럼 직원을 마구 부려먹는 악덕기업이라면 이 아빠가 20년 가까이 그 회사를 다녔겠냐?”

“회사가 문제라기 보다는 그 회사에 있는 아빠 친구가 문제죠.”

김서준은 현무 길드의 부길드장, 고태환을 저격했다.

아직 얼굴은 본적이 없지만 고한석의 아버지인데다가, 김주혁을 괴롭히는 상사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이유없이 싫었다.

“그건….”

김주혁이 뒷말을 흐린다.

그도 모르지 않았으니까.

현무 길드 자체는 창립멤버나 다름없는 김주혁에게 그나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친구인 부길드장 고태환 때문에 오히려 회사생활이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는 것을.

“사실, 어제 제가 고한석을 날려 버렸어요.”

“고한석을 날려? 싸우기라도 한 거냐?”

김서준의 동급생 고한석이 고태환의 아들이라는 건 김주혁도 잘 알기에 그 이름이 나오자 흠칫 놀라했다.

“싸운 건 아니고. 실습으로 대련을 했어요. 그러다 녀석을 기절시킨거고요.”

김서준은 사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일부러 아버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것이다.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것 보다는, 상황을 미리 알려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아버지가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랐다.

고한석을 때려눕혔다고 하니 김주혁의 표정이 한층 딱딱하게 굳어졌다.

“한석이는 얼마나 다쳤지?”

김주혁은 어제 저녁에 고태환이 급히 어딘가로 향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고태환이 애지중지하는 아들 고한석이 수업 중에 동급생에게 맞아 기절했으니 부랴부랴 자리를 뜬 것이리라.

“대충 한 10미터 정도 날았나? 입에서 게거품도 좀 물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평범한 대련은 아니었나 보구나. 그렇게까지 한 이유…. 말해 줄 수 있느냐?”

김주혁은 별다른 표정 없이 아들을 똑바로 응시했다.

“녀석이…. 선을 세게 넘었으니까요. 그뿐입니다.”

차마 아버지를 욕하고 비웃었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화를 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김주혁은 말없이 김서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어깨를 살포시 감싸쥐더니 등을 톡톡 두드렸다.

“잘했다.”

“….네?”

“그 자식이 선을 세게 넘었다며? 그럼 팔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뜨려도 된다. 그리고…. 당한 녀석이 네가 아니면 된거다.”

김주혁은 어떤 상황이었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친구인 고태환의 아들 고한석.

오래 전부터 고한석이 어떤 성정으로 성장했는지 이야기를 들어 알고는 있었다.

아버지인 고태환과 판박이처럼 닮은 아들.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따지지 않는 성품까지 똑같이 닮았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고한석이 아들 앞에서 선을 넘었다?

그럼 뻔하지 않은가.

부모를 향한 험담을 입에 담았을 거다.

정확히는 김주혁, 자신을 향한 비하발언을 했을 터.

그렇기에 김서준이 참지 못하고 게거품을 물 정도로 강하게 때려눕힌 것이고.

그러니 아들을 칭찬해 줘야 했다.

이 일로 인해 회사에서 고태환의 압박이 더 심해지더라도 상관없었다.

“아버지….”

“너, 그 표정은 뭐야? 설마 아빠가 회사 생활 걱정해서 널 혼내기라도 할 줄 알았냐? 이거 서운한데?”

“지금도 절절 매면서 괜찮겠어요?”

“그건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아빠는 네가, 그리고 네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걸로 대만족이야. 다른 건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김주혁은 웃었다.

아들에게 걱정말라고 안심시켰고, 잘 한 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의 태도에 김서준은 또 한번 가슴이 울컥했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지하 1층 주차장에 도착한 것이다.

“옛다. 이거나 받아라.”

김주혁이 지갑에서 5만원 권 네 장을 꺼내 김서준에게 건넸다.

“오늘은 주말이니까 어디 좋은데 가서 맛난 거라도 사 먹어라. 엄마 걱정하니까 너무 늦지는 말고.”

“….”

김서준은 지폐 네 장을 쥔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사내는 말이다. 하늘을 꿰뚫는 의기와 무엇보다도 단단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약한 자는 돕고, 강한 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지도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내가 해야 할 일이다.”

“저도…. 압니다.”

“알면, 행해라. 아예 모른다면 모를까, 알면서도 행하지 않으면 그보다 못난 놈이 없는 거다.”

김주혁은 마지막 말을 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닫기’ 버튼을 꾹 누르며 엘리베이터 밖으로 폴짝 건너 뛰었다.

“아들. 힘 내라.”

주먹을 꽉 쥐며 파이팅 포즈까지 취하는 김주혁.

김서준은 그런 아버지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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