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7화 (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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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금방 지나갔다.

아버지로부터 20만원이라는 거금을 받았지만, 딱히 쓸데가 없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집에서 맛난 배달음식을 시켜서 백연지 여사와 만찬을 즐겼다.

낮 시간 동안 김서준은 방안에서 인터넷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훑었다.

김서준이 관심을 갖고 찾아본 내용은 신비에 관한 것이었다.

신비의 등급은 마력처럼 스캐너로 확인되는게 아니다.

헌터의 설명을 듣고 실제 효과를 직접 눈으로 본 뒤, 헌터협회의 심사단이 주관적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다.

때문에 공식적으로 C등급 신비라고 해도, 실제 전투에선 B등급, 혹은 A등급으로까지 위력이 격상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존재했고.

현재까지 헌터가 각성한 신비의 최고 숙련도 수치는 93%였다.

숙련도 94% 이상을 찍었다는 헌터는 지구 전체를 통틀어 단 한명도 없었으며, 90%를 넘은 헌터도 전 세계에서 100명이 채 되지 못한다.

대한민국에도 그런 헌터가 다섯 명이 존재했는데, 그중 한명이 바로 현 균열관리국의 국장인 ‘최철형’이였다.

숙련도 91%의 신비, ‘동체염력’을 지닌 역대 최고의 헌터 최철형.

그는 S급 마력에, S급 신비를 지니고 있었고 신체능력 또한 탑클래스였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강 헌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

젊은 나이의 SS급 헌터가 부와 명예를 잔뜩 끌어안을 수 있는 사설길드에 들지 않고, 국가 공인기관인 균열관리국에 소속되어 있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때, 어린 김서준은 바로 그 최철형처럼 균열관리국의 훌륭한 헌터가 되고 싶어 했었다.

그를 목표로 삼아 균열관리국 헌터가 되기 위한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몸의 주인이 된 이상, 균열관리국 헌터가 될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김서준이 전에 살던 세상과 비교해 봤을 때, 균열관리국은 단군무림맹의 최고 감찰기관인 ‘호국신의대’와 유사했다.

호국신의대(護國信義隊).

이곳은 세상의 정의를 지키고, 일반 시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무력집단이었는데, 외부에 알려진 사실과 다르게 문제가 많았다.

워낙 무력이 출중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막강한 권력을 쥐는 건 당연했고, 그로 인해 그들에게 어떡하든 연줄을 대려는 불순한 인물들이 끊임없는 접근을 시도했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호국신의대는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갔다.

그러다 결국, 천마군장 천강우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단군무림맹을 배신하는 최악의 사태를 만들어 냈었다.

그런 호국신의대와 다를게 없어 보이는 균열관리국.

물론 이 세계의 균열관리국은 호국신의대처럼 쉽게 악에 물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서준은 말로만 정의구현을 부르짖고, 실제로는 손톱만큼도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들의 습성을 잘 알기에 그들과는 가급적 엮이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신비의 숙련도를 높이려면, 꾸준한 반복 사용 밖에 없는 건가?’

숙련도를 빠르게 높이는 방법은 딱히 알려진게 없었다.

김서준이 알기로, 신비의 숙련도가 오르는 속도는 굉장히 느리다.

처음 각성했을 땐, 6개월 내로 10%까진 무리없이 숙련도가 상승하지만, 20%로 올리기 위해선 3년이 걸리고, 30%에 도달하려면 6년은 족히 필요하다.

거기서 다시 숙련도 40%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은 더 걸린다.

이건 아무리 신비를 끊임없이 사용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20년이 넘게 매일같이 신비를 사용해 온 김주혁의 숙련도가 53%에 불과할까.

숙련도는 높아질수록 점점 더디게 상승하기 때문에 신비를 각성한지 40년이 지난다 해도 보통 60%를 넘기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버지 김주혁이 신비를 각성한지 26년 만에 숙련도를 53%까지 이룬 것은 참 대단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숙련도가 20% 오를 때마다 주어지는 마력 5% 상승 효과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만약 기존의 마력이 100인 헌터가 신비의 숙련도를 80%까지 올리게 되면 마력이 120을 넘게 되는 것이니 얼마나 꿀 같은 옵션인가.

‘숙련도가 90%에 올라도 뭔가 추가옵션이 있지 않을까?’

알려지기엔 20% 단위로 옵션이 붙지만, 90%에는 도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그에 따른 특별한 뭔가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관련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세계를 통틀어 숙련도 90%를 넘는 헌터는 단 97명.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뭔가 달라지겠지.’

김서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저녁이 될 때까지 옥상에 올라 무공 수련에 전념했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다.

백연지 여사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김서준은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토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중이었다.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지만, 백연지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깔깔대며 웃었고 김서준은 그런 엄마를 기분좋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이제 막 7시가 넘은 시간.

김서준은 백연지 여사에게 동네나 한바퀴 뛰고 오겠다고 말하려고 슬쩍 일어섰다.

바로 그때, 예능프로가 갑자기 중단되더니 뉴스속보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 정말 긴급한 상황입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이호준 기자와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호준 기자?]

[네. 이호준 기자입니다. 현재 이곳은 아비규환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서울 잠실의 지하철역 상공에서 균열 전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균열 관리국에서 측정된 마력은 E급으로, 도마뱀 형태의 몬스터인 ‘코모라’까지 등장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반경 1킬로미터 내의 모든 민간인들은 현재 대피 중에 있습니다만, 균열이 완전히 열리고 몬스터가 쏟아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7분 뿐입니다. 헌터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방어선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균열이 발생하기 직전이라는 속보.

보통 균열이 열리기 전에는 ‘하늘울림’이라는 전조현상이 일어나고, 정확히 20분 후에 공간이 찢어지며 균열이 발생한다.

그 즉시, 균열에선 몬스터들이 쏟아지는데 보통 50마리에서 100마리 사이였다.

그래서 균열관리국에는 그 전조현상을 잡아내는 전문 탐지부서가 따로 존재했으며, 그 부서는 전조현상이 발견되면 균열의 예상 발생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킬로미터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난문자를 신속하게 보내주는 것이다.

서울에서 반경 1킬로미터면, 못잡아도 5만명 이상이 거주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20분 만에 그 지역을 벗어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

때문에 민간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먼저 도착한 헌터들이 시간을 끌어줘야만 했다.

뉴스 화면엔 경찰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민들을 황급히 대피시키는 장면이 보여지고 있었다.

화면 한쪽으로는 어두운 밤하늘에서 2초 간격으로 번개가 치는 광경도 보인다.

도로에 세워진 차들은 꽉 막힌 상태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비록 김서준이 사는 지역과는 다소 먼 곳이었지만, 서울에서 균열이 열렸다는 건 그만큼 큰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다고 김서준이 저 장소에 가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신비를 각성한 헌터이긴 해도, 아직 정식 라이선스를 획득한 것이 아닌데다가 이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적인 행보는 걷고 싶지 않았다.

새로 얻은 이 기회는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김서준은 조용히 집에서 아버지가 귀가하는걸 기다리기로 했다.

뉴스를 보던 백연지 여사는 남편이 걱정되는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더 늦어진다고요? 아니, 왜 하필 지금 펑크가 나서…. 네, 알았어요. 우리도 뉴스 봤어요. 조심하고, 이상한 생각은 절대 하지 마요. 알았죠?”

백연지 여사와 아버지의 통화 내용이 뭔가 좀 수상했다.

“무슨 일 있어?”

“휴…. 네 아빠, 집 거의 다 왔는데 타이어 펑크 났단다. 수리해서 오려면 30분 정도 더 걸릴 거 같다는 구나.”

“오히려 다행이네. 펑크 안 났으면 차타고 균열 열린 곳 찾아갔을 거잖아.”

김서준이 아는 김주혁은 균열 사태가 발생하면 절대 그냥 두고 볼 사람이 아니었다.

다행히 때 맞춰 펑크가 나서 맨발로는 균열 발생 지역까지 뛰어갈 수 없게 되었으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건 그러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네 아빠 마중이라도 나가야겠다.”

백연지가 나갈 차비를 하자 김서준이 급히 말렸다.

“엄마가 왜 가? 가려면 내가 가야지. 엄만 집에 그냥 계세요. 아빠 오시면 식사하시게 준비해 두시고.”

“그냥 주차장까지만 나가 있을 건데 뭐 어떠니?”

“그래도! 암튼 내가 나가볼 테니, 그냥 있어.”

김서준은 15분쯤 지났을 때, 대충 츄리닝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위이이이잉

잔잔한 엘리베이터 음을 듣고있으려니 지하 1층까지 금방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김서준은 이상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전기가 나갔나?’

지하 주차장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정전을 대비해 설치된 비상등 몇 개만 켜진 상태라 몇 미터 앞도 제대로 살피기 어려웠다.

‘어떻게 지하 1층만 전기가 나간 거지?’

참 이상한 일이다.

전기가 나간거라면 엘리베이터도 운행되지 않아야 정상인데, 그건 또 아니었다.

뭔가 불안하고 껄끄러운 느낌.

김서준은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생각을 바꿨다.

곧 아버지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이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 아버지가 도착하기 전, 자신이 해결해 둘 필요가 있었다.

‘내 느낌은 틀린 적이 없다 이말이지.’

김서준은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섰다.

곧 문이 닫혔고, 김서준의 주변은 깜깜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드문 드문 켜진 비상등과 주차된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불빛으로 그나마 간신히 사물을 확인하며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그렇게 십여미터를 나아갔을 때였다.

김서준 앞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린 놈이 간땡이가 부었네?”

마스크를 쓴 사내.

김서준과 비슷한 체격을 가진 그는 허리에 장검을 차고 있었다.

“간땡이가 부은 덕에 우리가 편해졌지. 굳이 저 놈 하나 잡자고 애비를 죽치고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뒤쪽에서도 음성이 들리며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은 일부러 김서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며 세 방향으로 포위했다.

‘애초부터 날 노리고 있었다고?’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이렇게 집 근처까지 찾아와 해코지를 할만큼 원수를 진 상대는 없었다.

어쩌면 이곳의 전기가 나간 것도 이 자들이 벌인 짓일지도 모른다.

“꼬맹아.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몇 대 쳐 맞으면 된다. 우리도 널 죽일 생각까지는 없으니까. 흐흐흐.”

말 하는 투로 보아, 누군가 이들을 고용한 모양이었다.

“자, 그럼 나부터 시작해 볼까나?”

정면에 서 있던 사내가 목을 두둑 소리나게 움직이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때, 김서준은 사내를 보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CCTV도 모두 꺼졌군.’

그는 지금 주차장 곳곳을 촬영하고 있던 CCTV 또한 전기가 나가면서 전부 기능을 상실했다는 걸 눈으로 일일이 확인한 것이다.

그런 김서준 앞으로 다가서던 사내는 앞으로 확 달려들며 멱살을 움켜쥐려 했다.

그때, 김서준이 움직였다.

상체를 뒤로 살짝 빼내자 사내의 손은 허공을 휘젓고 말았다.

“어? 이 새끼가!”

사내는 헛손질을 하자 성질을 내며 그대로 오른손으로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든 주먹이라 꽤나 빨랐고, 위력도 상당해 보였다. 그런데 김서준의 반응이 기가막혔다.

오히려 앞으로 달려들며 사내의 주먹을 귀 옆으로 흘려보내더니, 단숨에 사내의 코앞까지 파고들었다.

주먹을 뻗어낸 자세로 김서준이 달려드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던 사내.

그의 얼굴에 ‘이게 뭐지?’ 하는 의문의 감정이 떠오른 순간,

빠악

김서준의 주먹이 사내의 안면을 정확히 강타했다.

“컥!”

사내의 몸이 뒤로 확 튕겨나갈 정도로 강력한 일격.

“저 새끼 잡아!”

뒤쪽을 포위하고 있던 사내들이 크게 놀라며 한꺼번에 김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 명은 두꺼운 각목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쇠파이프를 든 상태.

각목과 쇠파이프가 김서준을 노리고 크게 휘둘러졌다.

김서준은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몸을 회전시킨 뒤, 수직으로 떨어지는 쇠파이프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카앙!

바닥을 후려친 쇠파이프에서 강한 충격음이 일어난 순간, 자세를 확 낮춰서 머리를 후려치려는 각목마저 피해버렸다.

이로써 공격을 시도한 두 사내의 정면이 크게 비워지고 말았다.

김서준은 자세를 낮추기 위해 웅크렸던 다리에 힘을 확 불어넣었다.

터엉

두 발로 바닥을 힘차게 박차며 튕기듯 날아오른 김서준은 엄청난 빠르기로 뒤후려 차기를 날렸다.

그때, 한 사내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사내가 황금빛 눈을 한 상태로 입을 크게 벌리자,

크허엉!

입에서 사자의 형상을 한 뭔가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그 형상은 사람도 씹어먹을 정도로 크게 입을 벌린 채 김서준을 물어뜯으려 했다. 하지만,

꽈앙!

김서준의 뒤후려차기에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바닥에 쳐박혀 사라지고 말았다.

그 광경에 사자를 입으로 뿜어낸 사내는 경악했다.

그의 신비가 비록 D급에 해당하긴 해도 단순한 발차기에 맞아 소멸될 정도로 약하진 않았기 때문.

“이 새끼, 죽여 버린다!”

흥분한 다른 사내가 김서준을 향해 쇠파이프를 집어던졌다.

무서운 기세로 날아간 쇠파이프.

하지만 김서준은 그저 손을 뻗어내는 동작만으로 쇠파이프를 가볍게 낚아챘다.

“죽어!”

사내는 아랑곳 않고 눈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신비를 발휘했다.

그는 활짝 편 손바닥을 내밀었는데, 그의 손바닥에서 검은빛으로 가득한 커다란 그물이 날카로운 가시들을 잔뜩 품은 채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반경 5미터 범위를 뒤덮은 검은 가시그물.

김서준은 그 그물을 빤히 바라보다가 손에 든 쇠파이프를 번쩍하고 뿌려냈다.

촤좍. 촤좌좌좌좌.

가시그물을 펼쳐낸 사내는 그저 김서준의 손이 번쩍 거리는 것밖에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그의 신비인 가시그물은 유연성에 탄성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웬만한 힘으로는 튕겨내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지금, 검도 아닌 쇠파이프에 가시그물이 완전히 찢겨나가고 말았다.

후두둑

가시그물은 산산이 끊어지더니 빠르게 소멸되고 말았다.

방금 김서준이 펼친 것이 수라극섬이라는 무서운 검술이라는 걸 사내는 알 수 있을까.

퍼억

놀라서 입을 쩍 벌리고 있던 사내의 어깨로 쇠파이프가 떨어져 내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퍼억. 퍼버버벅. 퍼벅.

김서준은 가만히 선 상태로 팔만 움직여 두 사내를 마구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내공은 조금도 싣지 않은 채, 손목의 스냅만으로 후려치는 것이라 두 사내가 죽는 일은 없었다.

김서준도 이들을 죽일 수는 없었기에 기분이 풀릴 때까지 패버릴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주차장 기둥 한쪽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튀어나오더니 김서준을 향해 뭔가를 집어던졌다.

피잉

이곳에 있는 세 사내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 실린 공격.

김서준은 엄청난 빠르기로 날아든 그것을 쇠파이프로 후려쳤다.

카앙

쇠파이프에 맞아 바닥에 쳐박힌 그건 단검이었다.

그 틈에 상대가 달려들며 황금빛 눈을 번쩍 떴다.

이번 상대는 남자가 아니었다.

여자.

모자를 푹 눌러쓴 여인은 5미터 앞에서 주먹을 강하게 뻗어냈다. 순간,

퍼엉

주먹이 허공을 강타하면서 큰 폭발을 일으켰고, 커다란 충격파를 일으켜 김서준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콰과과과과

이에 김서준도 신비를 사용했다.

피이잉-

그의 눈이 황금빛으로 변했을 때, 주변의 시간이 한순간 느려졌다.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상대의 힘이 강할수록, 더욱 강한 위력을 되돌려 주는 역발산기개세의 발현이었다.

김서준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충격파를 오른손으로 모두 받아냈다.

막강한 위력이 담긴 충격파였지만 역발산기개세가 펼쳐진 이상 김서준에게 아무런 위협을 줄 수 없었다.

김서준의 손바닥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충격파를 빨아들였다.

강한 힘을 한껏 빨아들여 새빨갛게 변한 손.

김서준은 그 손을 확 끌어당기며 한바퀴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넋이 나간 듯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여자를 향해 왼손을 힘껏 뻗어냈다.

후웅

공간을 꿰뚫는 소리를 흘리며 뻗어나간 주먹은 여인의 코앞에서 우뚝 멈춰섰다. 순간,

화아악

주먹에서 뿜어진 바람이 그녀의 뺨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바람에 모자까지 날아가버린 여인은 힘이 쭉 빠졌는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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