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9화 (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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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봇 GX-110.4 시리즈.

이 인공지능 로봇들은 ‘가이아닉스(Gaeanix)’라는 유명 회사에서 개발된 것으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편이성을 높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이야 서빙, 의료, 건강, 봉사 등의 제한된 분야에서만 활용되고 있지만, 가이아닉스의 계획 속엔 대 몬스터용 전술로봇도 개발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부족한 헌터의 숫자를 전술로봇으로 대신 채워넣기 위함이었다.

일반 시민이 각성해 신비를 얻게될 확률은 0.1%.

즉, 천명 중 한명 꼴로 헌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각성하는 시기는 보통 16세에서 20세 사이.

모든 인간은 만 16세가 될 때부터 5년 동안 생일 때마다 헌터 적합성 평가를 받게 되는데, 각성의 90%는 이 시기에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각성하는 신비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전투와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했다.

때문에 실제로 현역으로 헌터활동을 하고 있는 헌터는 각성자 숫자의 70% 수준이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균열이 발생하는 빈도는 매우 높아지고 있고, 그 주기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

현재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헌터는 3만 명 정도지만, 80%가 사설 길드 소속이었고, 고작 20% 만이 균열관리국 소속이었다.

때문에 6천명이라는 인원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균열의 위험으로부터 철저히 막아내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설 길드 소속의 헌터들은 충분한 이익이 걸린 일이 아니라면 쉽게 움직이질 않는다는게 큰 문제였다.

그래서 가이아닉스가 전술로봇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가장 반긴 곳이 바로 균열관리국이었다.

부족한 헌터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

조만간 가이아닉스에서 프로토타입의 전술로봇 시연회를 가진다고 하니 실전에 투입될 날도 머지않은 상태였다.

‘GX 마크가 가이아닉스의 서브 상표명이었다니….’

김서준은 방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가이아닉스와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검색하는 중이었다.

가이아닉스라는 회사의 설립과정도 조금 특이하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어느날 갑자기 마석연구소를 사들였고, 그 연구소를 기반으로 하여 최첨단의 로봇 개발사인 가이아닉스로 거듭난 것이다.

더 이상한 건, 가이아닉스의 CEO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설마 가이아닉스에서 마신병까지 만들어 내는 건가?’

김서준은 마신병의 마크와 봉사로봇의 마크가 동일한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이쪽 세계에서 만들어진 마신병이 균열을 타고 내가 살던 세계로 넘어간 거라면?’

전혀 불가능한 가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

무슨 이유로 가이아닉스에서 그런 괴물 같은 마신병을 만들었으며, 대체 어떤 방법으로 김서준이 살던 지구에 마신병을 보낼 수 있었을까?

자기 자신이 죽음이라는 과정을 겪으며 이쪽 세계의 김서준의 육체를 차지하게 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였다.

‘복잡하군.’

지금으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이아닉스가 전술로봇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면 균열의 위험을 대처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서준의 추측이 사실일 경우, 그 전술로봇은 마신병이 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악의 존재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젠장. 여기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김서준의 마음은 그랬지만, 흘러가는 상황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고 있었다.

마신병. 즉, 워머신 하나를 제대로 상대하려면 절정고수 3명 정도가 필요하다.

헌터능력으로 비교하자면 AA급 수준.

그런 워머신이 가이아닉스의 명령에 따라 인류를 향해 총구를 돌리는 순간, 이 세상도 끝장나고 말리라.

‘전술로봇 시연회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어.’

그 전까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강함을 손에 넣어야 했다.

그래야 설사 전술로봇이 마신병이 되어 인류를 적으로 돌리더라도 놈들로부터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

‘나 혼자서는 불가능 해. 도울 사람을 찾아야 겠어.’

이 세계에 김서준이 있고, 부모님까지 그대로 살아계셨으니, 김서준을 도와 천마군장을 상대했던 이전 세계의 동료들도 같은 얼굴, 같은 이름으로 그대로 살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찾아내 무공을 전수하거나, 무각성자를 각성시킨다면 훗날 벌어질지도 모를 마신병의 대살육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무턱대고 찾아다닐수도 없고, 찾는다고 해도 무슨 말로 그들을 설득해 자신을 돕게 만들 수 있을까.

김서준은 답답한 한숨을 내쉬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 앉았다.

‘그러고보니 내가 죽기 전, 마지막에 나타났던 마신병들도 하늘을 찢고 나왔잖아?’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지던 균열이 열릴 때의 모습.

김서준은 자신을 죽게한 변신형 마신병들이 나타날 때, 균열과 동일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걸 깨달았다.

천강우가 죽은 직후에 등장했던 인간형의 마신병 8기.

사족보행을 하는 육식동물 형태의 마신병들이 느닷없이 이족보행의 인간형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놈들이 하늘을 찢고 나오던 장면과 잠실 하늘에 열렸던 균열의 모습이 이상하게 겹쳐 보인다.

‘설마 나중엔 마신병들이 균열까지 마음대로 오가는 건 아니겠지?’

괜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거기다 천강우가 죽기전에 남겼던 말도 이상하게 신경쓰였다.

-마신병은…. 저 악마의 인형들은 내가 만든게 아니야. 놈들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을 열고 내 앞에 나타났을 뿐이지.

어느날 갑자기 하늘을 열고 나타났다는 말.

그렇다면 마신병은 오래 전부터 균열을 열 수 있었다는 말이다.

‘마신병이 균열까지 열 수 있게 된다면, 몬스터는 문제도 아니야!’

마신병 1기의 파괴력은 거의 A급 대형몬스터에 맞먹는다.

게다가 김서준의 마지막 기억에 담긴 인간형 마신병은 그마저도 뛰어넘는 강력한 존재.

마신병이 균열마저 제어할 수 있게 될 경우, 그놈들을 막을 수 있는 헌터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적어도 S급 헌터 정도는 되어야 맞상대가 가능하리라.

‘지금의 나로서는 아예 상대도 안될테고.’

마신병들이 이쪽 세계의 하늘을 찢고 나타나는 장면을 상상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

강해져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새롭게 주어진 행복을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훨씬, 어쩌면 이전 세계에서 영웅으로 불렸던 자신보다도 더 강한 힘을 가져야 할지도 몰랐다.

***

일요일 이른 아침.

이른 시간부터 옥상을 찾은 김서준은 더욱 커다란 의무감을 가지고 무공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환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지붕삼아 김서준은 무공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수라극섬으로 가볍게 수련의 물꼬를 튼다음, 본격적으로 비뢰신보와 천궁시를 익히기 시작했다.

비뢰신보는 경신법이다.

지금 살고있는 세상에서는 비뢰신보 자체가 B급 이상의 신비나 다름 없었다.

벼락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새 처럼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고, 유령처럼 어디든 가지 못하는 곳이 없는 강력한 이동기.

그것이 바로 비뢰신보였다.

이 비뢰신보를 사용하면 움직일 때마다 테이저건에 준하는 강력한 스파크가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즉, 이 비뢰신보는 회피, 추적, 타격의 효과를 한번에 낼 수 있는 굉장한 무공이라는 것.

김서준은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환풍시설과 난간을 디딤돌 삼아 마치 뇌전이 뿜어지듯 섬전 같은 움직임으로 사방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전기가 방전하듯 스파크가 줄기줄기 뻗아나갔다.

김서준이 내공을 조절하지 않았다면, 그 스파크에 아파트의 전기가 차단됐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게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김서준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태양신공의 열기 때문에 수분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옷에는 소금기만 남아 하얀 자국을 만들어 냈다.

‘다음은 천궁시다.’

김서준은 천궁시를 익히기 전에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해 봤다.

[김서준]

-마력: 16 / 내공: 6

-신비: 역발산기개세(11%) / 태양신공(2%)

‘내공하고 태양신공의 숙련도는 올랐는데….’

그런데 새로 익히기 시작한 수라극섬과 비뢰신보가 신비로 각성되는 일은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태양신공의 경우, 익힌지 몇 시간도 안되서 신비로 각성하게 된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

‘신비로 각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이 필요한건가?’

아직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뭐, 하다보면 신비로 각성되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한 김서준은 일단, 수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설사 신비로 각성이 되지 않는다 해도, 이 세 가지 무공을 수련하는 자체가 김서준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

김서준은 이어서 천궁시를 수련하기 시작했다.

천궁시(天弓矢).

의미 상으로는 하늘의 활과 화살이라는 뜻이지만, 실제 이 무공을 펼치는데 있어 화살과 활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어디에든 존재하는 작은 돌조각, 혹은 작은 나뭇조각 정도면 천궁시를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단하면서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넣을 수 있는 크기면 되는 것이다.

천궁시의 초식은 총 세 가지.

저격, 요격, 폭격의 초식이 천궁시의 모든 것이었다.

저격은 말 그대로 내공을 담아 손가락 사이에 끼운 물체를 쏘아냄으로써 먼 거리의 적을 암습하는 초식이다.

그 거리가 저격총 만큼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최대 200미터까지는 가능했고, 날아가는 속도 또한 소닉붐을 일으킬 정도로 빠르다.

요격은 유도탄의 개념인데, 튕겨낸 물제를 휘어지게 하여 장애물 뒤에 숨은 적까지 처치할 수 있는 기막힌 수법이었다.

요격의 사정거리는 최대 30미터. 속도는 저격보다 살짝 느리지만, 눈으로 보고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지막 폭격.

이건 말 그대로 튕겨낸 물체가 목표지점에 도달한 순간 폭발하게 만드는 초식이었다.

폭발한 물체는 수천조각으로 부서지며 주변 일대를 완전히 뒤덮어 융단폭격을 해버린다.

폭격의 범위는 반경 5미터.

즉, 지름 10미터라는 넓다란 범위를 일제히 타격하는 초식이기 때문에 살상력은 가히 최고라 볼 수 있었다.

김서준은 천궁시의 요결에 따라 내공을 움직이며, 손가락에 끼운 돌도각을 여기저기로 튕겨냈다.

처음엔 정확도가 10%도 안되더니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70%에 육박하는 정확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 그려놓은 타깃 주변으로는 김서준이 쏘아낸 돌조각들이 무수히 박혀있었다.

‘이 정도면 실전에서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겠어.’

천궁시를 수련한지 1시간도 안되서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성과였다.

김서준은 다시 수라극섬부터 하나하나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마치 이제 막 헬스에 중독되어 반복적인 세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처럼, 강해지기 위해 진심어린 노력을 기울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공 수련에 박차를 가하던 중, 김서준은 다른 누군가가 옥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수련을 잠시 멈췄다.

옥상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주혁이었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늦잠도 안자고 아들이 수련하고 있는 옥상을 대뜸 찾아오다니.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아셨대요?”

“네 녀석은 백여사가 눈뜬 장님인 줄 아냐? 이틀 전부터 네가 옥상을 뻔질나게 드나든다고 슬쩍 알려주더구나.”

“아….”

김서준은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그건 뭐에요?”

김주혁은 빈손이 아니었다.

화가들이 들고다니는 화구통 처럼 생긴 길쭉한 통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이건….. 대련을 위해 내가 준비해 온 무기다.”

김주혁이 통을 열더니 안에서 두 자루 목검을 꺼내들었다.

1.2미터 길이에, 삼국시대에나 사용했을 뭉툭한 환두대도를 닮은 목검.

김주혁은 그중 하나를 김서준에게 건넸다.

“받아라.”

“정말 대련하자고요?”

“왜? 이 애비한테 쥐어터질까봐 무서우냐?”

그 반대였지만 김서준은 대답대신 머리를 긁적거렸다.

“고한석인지, 고자석인지 날려버렸다며? 네 말이 사실인지 한번 확인해 보련다.”

“고한석을 날려버린 건 검이 아니라 손인데요?”

“검을 손처럼 쓰면 되지. 아카데미에서 무기술 훈련도 받잖아?”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잔말말고 덤벼라. 신비는 쓰지 않는 걸로 하고.”

“그거라도 쓰는게 그나마 나을 텐데요?”

김서준도 더는 거절하지 않고 자세를 취했다.

어차피 아버지에게도 무공을 가르쳐줄 생각이었으니,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해 보기로 했다.

‘된통 깨지고 나면 좀 더 적극적으로 배워보려 하시겠지.’

김서준은 목검을 왼쪽 허리에 대고 왼손으로 검신을 살짝 거머쥔 다음, 오른손으로 칼자루를 살짝 그러쥐었다.

수라극섬의 발도술을 펼치기 위한 준비자세였다.

“묘한 자세로구나. 혹시 발도술 같은, 뭐 그런거냐?”

“눈치 빠르시네요.”

“애비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나같이 노련한 헌터를 상대로 속임수나 다름없는 발도술이 통할까?”

스스로를 노련하다고 금칠하는 말에 웃음이 났지만 김서준은 진지해 지기로 했다.

“일단 해보고 다시 말씀하시죠.”

“고얀놈.”

김주혁의 눈매가 좁아졌다.

아들의 마사지 덕분에 지방이 크게 줄고, 몸무게도 상당히 빠졌지만 아직 그의 몸은 현역 시절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그럼에도 그가 아들과 대련을 하려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실전을 통한 가르침.

한창 때, 수많은 생사의 위험을 넘기며 얻어낸 값비싼 경험을 실전을 통해 아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김주혁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시기인 21살 때, 각성했다.

하지만 17살 때부터 각성을 위해 검도와 각종 격투술로 몸을 단련해 온 그였기에 헌터가 되자마자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었다.

보통 헌터로 각성하면 엄청난 위력의 신비에 매혹되어 신비에만 의지하고 신체단련엔 관심도 두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력이 고갈된 헌터는 E급 몬스터에게도 죽임을 당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해빠졌다.

반면 김주혁은 신비가 너무 약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신체를 끝없이 단련해온 케이스였다.

몇몇 헌터들 사이에선 만약 김주혁이 ‘멀티플레이어’라는 서포트형 신비를 각성하지 않고, 근접전투형 신비를 각성했다면 A급을 넘어 S급까지 도달했을 지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만큼 김주혁의 운동신경이나 신체능력은 우수했다.

김주혁이 마음만 먹으면 현역 때의 몸상태로 되돌아 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김주혁은 아들을 빤히 바라봤다.

여전히 같은 자세로 몸을 살짝 낮춘 채 앞쪽으로 기울이고 있는 김서준.

‘발도술은 첫발만 피하면 끝이지.’

김주혁이 발도술의 약점을 떠올리며 대차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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