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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3화 (1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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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상에서 오창석은 김서준보다 네 살이 많은 33살이었다.

일곱 동료들 중, 세 번째로 나이가 많았고 굉장히 독선적인 인물이라 친해지기가 매우 어려웠었다.

하지만 한번 친해지면, 자신이 지닌 모든 걸 내놓아도 아까워하지 않는 성격이라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이었다.

그가 독선적인 성격을 갖게 된 이유에는, 신체적인 문제가 한몫 하고 있었다.

170센티가 되지 않는 작은 키에 얼굴 잔뜩 피어있는 피부트러블은 그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끔 만들었다.

눈 아래가 여드름 같은 붉은 돌기로 가득해서 그를 본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 정도.

그래도 무공 실력 하나만큼은 강력했기에 이전 세계에서의 오창석은 남들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었다.

그 오창석을 여기서 다시 만났다.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보기 흉한 얼굴 그대로의 모습으로 고기집 종업원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김서준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오창석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들 쪽으로 한 중년 사내가 허둥지둥 뛰어갔다.

“아이고, 이거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여기서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귀한 분을 못알아 봤네요. 너, 이녀석! 얼른 손님께 사과하지 못해?”

“사, 사장님. 분명 잘못은 이분이….”

“어허!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얼른 사과드려!”

음식점 사장의 말에 찔끔한 오창석은 모든 걸 포기한 듯 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네요.”

“흥! 진작 그럴 것이지. 이봐요, 당신이 사장이죠? 종업원 교육 좀 제대로 시켜요. 이게 뭐에요? 기분 좋게 밥먹으러 왔다가 완전 기분 더러워져서 가게됐네.”

인플루언서 여인은 더욱 기세가 살아서 사장까지 가르치려 들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앞으론 절대 그럴 일 없을 테니 기분 푸십시오. 제가 사과드리는 의미로 오늘 이 테이블 음식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할인티켓입니다. 다음에 오시면 30% 할인된 가격으로 제대로 한 번 모시도록 하지요. 하하하.”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래도 사장님이라고 다르시네요. 평가는 좋게 해드릴 테니까, 고마운줄 아세요. 가자, 얘들아.”

여인은 사장에게서 할인티켓이 든 봉투를 휙 낚아채고는 친구들과 함께 음식점을 빠져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작 이름 좀 있는 인플루언서라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음식점 사장까지 굽신거리게 만드는 모습이 심히 못마땅 했던 것이다.

그건 김서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서준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장면을 하나 더 봤다.

‘여자 옷 안쪽에 뭘 던져 넣은거지?’

오창석은 여자가 벌떡 일어나 마스크를 벗겨낼 때 아무도 모르게 여자의 옷 안쪽으로 뭔가를 튕겨보냈다.

동작이 매우 은밀했고, 튕겨낸 물건도 너무 작아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김서준이 보기에 그건 작은 칩 같은 것이었다.

‘그걸 여자 옷 안쪽에 부착하려고 쇼를 한 거였어?’

김서준이 보기엔 딱 그런 상황이었다.

꽤나 궁금했지만 무슨 짓을 했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었고, 괜한 참견도 하기 싫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비밀스러운 행동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너무 평범하게 산다 싶었더니, 그런게 아니었네.’

오창석은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어쩌면 이 음식점 전체가 다른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빌런만 아니면 됐지 뭐.’

김서준은 오창석에게서 어떠한 악의를 느끼지 못했기에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밥 안먹고 뭐해, 아들? 엄마가 쌈 싸줄까?”

김서준이 소란이 있던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자 백연지 여사가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백연지는 아들에게 줄 쌈을 정성스럽게 싸는 중이었다.

“그거 아빠한테 줘요. 전 제가 싸 먹을게요.”

“어머, 김서준. 너 이제 다 컸다고 엄마가 싸주는 쌈도 받아먹기 싫다는 거니? 어릴 땐, 쌈 빨리 안싸준다고 울기까지 하던 녀석이.”

“아, 엄마!”

백연지의 말에 김서준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듣기가 싫은 건 아니었다.

백연지의 말 한마디로 인해 깊숙히 가라앉아 있던 어린 김서준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니까.

“요즘은 별의 별 인플루언서가 횡행한다더니, 코앞에서 희안한 걸 다 보는구나.”

“저런게 갑질이죠, 뭐. 하지만 갑질 한번 잘못했다가 나락가는 사람도 많아요. 아까 그 여자도 조만간 나락가지 않을까 싶네요.”

김주혁의 말을 받아친 김서준은 다시 오창석의 모습을 찾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오창석은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손님들 앞에서 창피를 당해서 숨은 것인지, 아니면 남들 몰래 벌인 일의 뒤처리를 위해 일부러 모습을 감춘 것인지는 알길이 없었다.

‘나중에 꼭 다시 찾아올게요.’

김서준은 보이지 않는 오창석을 향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이렇게 아들하고 식사하니 마음이 좋구나.”

“어머. 저는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에요?”

백연지가 짐짓 눈을 매섭게 뜨며 하는 말에 김주혁이 허허 웃었다.

“허헛. 당신이야 늘 내 곁에 있는 그림자나 다름없으니 굳이 언급을 안한 거라오.”

“진짜에요? 입에 꿀바르고 하는 거짓말 아니죠?”

“그럴리가 있겠소?”

“아버지가 거짓말 할 리가 없죠. 이래뵈도 유명한 길드의 헌터이자, 이 아들의 히어로신데.”

김서준이 대화에 쏙 끼어들자 김주혁이 어색해 했다.

“히어로? 하하하. 이 애비가 무슨 히어로라고.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하겠다.”

“들으면 어때요? 저한테 아버진 언제까지나 최고의 히어로거든요.”

“녀석…. 이 애비 창피주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쯧.”

김주혁은 괜히 창피해 하며 소주 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거기 나이든 히어로님하고, 히어로 쥬니어님? 두 분 다, 이제 음식 먹는데에 집중하는게 어떨까요? 소란도 끝났는데 다시 우리만의 파티를 즐겨야죠!”

백연지가 김주혁의 잔에 소주를 따르고는, 안주로 먹을 쌈까지 준비했다. 그 모습에 김주혁은 웃음 꽃이 피었고, 김서준도 마찬가지였다.

20년을 복수심으로만 살아왔던 김서준에겐 그간의 고독과 서글픔, 그리고 분노로 가득찼던 상처입은 마음을 모두 풀어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바람까지 든다.

듬직한 아버지와 애교많고 속이 깊은 어머니.

김서준은 그런 부모와 함께 몇 년이고 지금 같은 삶을 쭉 살아가길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건 누구보다도 김서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 행복도 마신병이 나타나기 전까지겠지.’

마신병이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 평범한 일상은 산산이 조각날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게 되리라.

‘적어도 놈들이 내 가족만큼은 건들지 못하게 하겠어!’

김서준은 이 작은 행복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강해질 것을 다시한번 굳게 다짐했다.

***

음식점 주방에서 홀과 이어지는 문.

그 문틈으로 한쌍의 눈이 김서준과 부모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저 가족의 음식값은 받지 마세요.”

눈동자의 주인은 모습을 감췄던 오창석이었다.

그런데 그가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다름아닌 음식점 사장으로 나섰던 중년 사내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주께서 추적기를 붙이는 걸 알아채고도 모른척 해 주었으니 작게나마 보답을 해 줘야지요.”

놀랍게도 이들은 김서준이 오창석의 은밀한 행동을 알아봤다는 것까지 눈치채고 있었다.

“방효진은 오늘 분명 암시장에 들를 겁니다. 그녀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서까지 이목을 끄는 이유가 있을테니,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 잘 파악해 두라고 하세요. 절대 들키지 말고.”

“네. 걱정 마시죠. 방효진한테는 특별히 계호(癸湖)를 붙여뒀으니까요.”

사장이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종업원이 상전인듯한 모습.

하지만 주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이런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 조금도 이상히 여기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지금 인플루언서인 방효진을 두고 무슨 작전 펼치듯 감시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저 학생하고 학생 아버지의 마력은 어느 정도죠?”

“특별히 높은 건 아닙니다만 제가 근처를 지날 때, 마력 나침반이 은근히 요동치더군요.”

“정확히 몇급입니까?”

“학생은 E급 후반, 어른은 C급 초반 정도로 확인됩니다.”

“우리 ‘천간십이지’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오창석은 얼굴에 다시 마스크를 쓰며 조용히 물었고, 사장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정성적인 평가로는 관심을 가져야 하나, 정량적인 평가로 봤을 땐 괌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떤 평가로 적용시킬까요?”

“이번엔….”

오창석이 살짝 말꼬리를 늘리다가 눈매를 좁혔다.

“정량으로 갑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단, 한번 더 우리쪽 일에 직간접적인 접촉이 발생하게 되면, 그땐 정성평가로 변경하는 걸로.”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전 먼저 가보죠.”

오창석은 앞치마를 벗고, 머리에 쓴 모자도 벗었다. 대신 가죽으로 된 롱재킷을 걸쳤다.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부주님.”

“그럼 이만.”

오창석은 주방과 연결된 뒷문으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

고기집에서 가족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김서준은 여전히 싱글벙글이었다.

이런게 바로 행복이구나 싶었기에 그 기쁨을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김주혁은 술이 좀 들어가자 자신이 마력 59의 벽을 넘어선 것이 모두 김서준의 마사지 덕분이라며, 도대체 그 마사지를 어디서 배웠냐고 은근슬쩍 물어봤다.

김서준은 대충 얼버무렸다.

오전에 말한 은거 고인이 무공을 전수해 주면서 함께 가르쳐준 일종의 체질개선용 마사지인데, 스스로 건강을 돌봐야 한다며 자세히 가르쳐췄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했다.

김주혁도 그 이상은 추궁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설명이긴 했지만, 아들인 김서준이 자신에게 마저 숨기려 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

김주혁은 자신의 마력이 60에 올라섰다는 걸 당분간 길드에 말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헌터라면 누구나 해야하는 정기 마력측정일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조용히 마력을 높여볼 생각이었다.

아직은 포동포동 쪄있는 살을 완전히 빼고, 현장에서 충분히 뛸 수 있는 완벽한 몸을 만든 다음, 당당하게 등급을 올려 그간의 설움을 한번에 되갚겠다는게 김주혁의 계획이었다.

물론, 그 설움은 길드와 부길드장 고태환에게서 기인한 것이었다.

김서준은 아버지의 그런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현무 길드.

특히, 부길드장인 고태환은 김주혁이 C등급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환마충의 체액보다도 지독한 뭔가를 꾸밀지도 모르기에 당분간은 숨기는게 맞았으니까.

‘정기 마력측정까지는 앞으로 4개월 정도구나.’

헌터라면 누구나 예외없이 매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균열관리국에 들러 반드시 마력을 측정해야 했다.

마력을 측정한 뒤, 몇 등급이 나오냐에 따라 국가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의 단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러 마력을 숨기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등급이 높으면 레이드를 뛸 수 있는 균열등급도 올라가서 더 많은 돈을 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넉달 내로 나도 최대한 강해져야 해.’

김서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잠들기 전 습관처럼 자신의 마력정보를 살폈다.

[김서준]

-마력: 18 / 내공: 8

-신비: 역발산기개세(11%) / 태양신공(3%)

‘어라?’

특별히 뭔가를 한게 없는데 마력과 내공이 늘고, 태양신공의 숙련도까지 증가했다.

증가 폭은 매우 미미했지만, 하루 만에 이정도의 능력성장을 이루는 건 솔직히 말이 안된다.

‘와…. 어이가 없네.’

기뻐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빤했다.

‘아버지와 줄기차게 대련하고, 내공운기를 도와준 덕이겠지.’

아버지의 몸에 내공을 주입하면서, 멀티플레이어 신비를 직접 체험했던 것도 원인 중 하나일 터.

이제 김서준은 마력과 내공을 높이고, 숙련도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나 더 가지게 된 것이다.

첫째, 무공을 신비로 등록시키면 마력이 증가했고.

둘째, 내공을 끊임없이 운용하면서 누군가와 직접적인 대련을 하면 내공과 숙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셋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내공운기를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내공 상승이 가능했다.

‘시간이 되면 엄마한테도 간단한 심법 정도는 알려드려야겠어.’

이건 김서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마신병이 이쪽 세계에서 만들어진 것이 거의 확실한 이상, 언제 종말의 위험이 코앞에 닥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김서준은 일단 그렇게 계획을 세워놓고, 태양신공으로 운기조식을 취했다.

단전의 내공을 끌어올리고 온몸의 혈도로 내공을 흘려보내 하루 사이에 쌓인 탁기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그리고 손끝, 발끝의 세맥에까지 내공을 닿게 하면서 침착하게 대주천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얼마되지 않는, 미약한 내공이지만 게으름 피우지 않고 꾸준하게 심법을 운용한다면 넉달 내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일 수 있게 되리라.

‘마력은 100 이상, 내공은 적어도 60은 넘겨야겠지.’

김서준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강도 높은 단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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