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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6화 (1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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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김서준은 새벽 5시에 칼같이 일어나 2시간 동안 옥상에서 아침이슬을 맞으며 내공을 수련했다.

아침을 먹고 바로 아카데미로 향한 뒤, 별 탈 없이 수업을 받고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귀가했다.

저녁엔 수라극섬과 비뢰신보, 천궁시를 반복적으로 연마하고 틈 나는대로 신비도 활용해 숙련도를 올리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일까?

김서준의 마력은 20까지 올라 드디어 D급이 되었고, 내공은 더욱 성취가 빨라서 15까지 상승했다.

태양신공의 내공 축적속도는 정말 놀라웠다.

내공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는 대신, 몸을 망가뜨림으로써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혹한 형벌을 지닌 태양신공.

하지만 어린 김서준이 신비를 각성하게 되면서 발현된 특이체질 덕분에 형벌은 오히려 선물이 되었다.

신비의 숙련도에도 적지않은 성과가 있었다.

역발산기개세는 12%가 되었고, 태양신공은 5%까지 올랐다.

태양신공을 신비로 각성한지 이제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성장속도였다.

지난 4일간, 수련에 매진하게 되면서 김서준은 몇 가지 특이한 사실을 알게되었다.

우선, 태양신공을 제외하고는 다른 무공들이 신비로 각성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로 다른 요건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인지, 세 번째 신비는 여전히 감각무소식.

사실 김서준이 태양신공을 신비로 각성한 것 자체가 이미 엄청난 일이다.

만약 세상이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그 방법을 알고자 세계 헌터연합에서 김서준을 모셔가려고 난리가 났을 테니까.

다음은 역발산기개세가라는 신비가 생각 이상으로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이다.

역발산기개세는 공격을 흡수해 그걸 두 배의 위력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지만, 그 공격의 주체가 꼭 적일 필요가 없었다.

김서준이 그걸 알아낸 방법은 간단했다.

자신의 오른손에 태양신공을 끌어올리고, 강력한 내공이 담긴 주먹으로 왼손을 때린다.

이때, 신비를 일으키면 왼손으로 오른손이 발생시키는 충격파를 흡수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흡수한 힘은 역발산기개세의 효과를 더해 자신의 몸에 때려박는다.

이 충격을 태양신공의 내공으로 버텨내면서 내공을 자극하는게 가능했던 것.

방식 자체는 매우 무식하지만 효과는 만점인, 그리고 세상에서 오직 김서준 혼자만이 가능한 수련법이었다.

그 덕에 마력과 내공이 오르고, 숙련도까지 오르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목요일 저녁 7시.

김서준은 책상에 앉아 처음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자신의 능력정보를 살피며 살짝 입맛을 다셨다.

[김서준]

-마력: 20 / 내공: 15

-신비: 역발산기개세(12%) / 태양신공(5%)

‘내가 천강우를 쓰러뜨릴 때의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내공이 얼마로 표시되었을까?’

더불어 태양신공의 숙련도 또한 몇 퍼센트로 나올지 심히 궁금했다.

‘대충 300쯤 되려나? 숙련도는 한 50% 정도?’

이건 그냥 감이었다.

내공 15로 발휘할 수 있는 위력을 감안했을때, 천강우를 쓰러뜨렸을 때의 내공은 300 정도는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

숙련도는 김서준이 태양신공을 수련한 기간인 15년을 토대로 하여 일반적인 신비의 숙련도를 적용해 본 것이고.

‘생각보다 빨리 예전의 힘을 되찾을 수 있겠어.’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이미 오래전에 긴 세월에 걸쳐 쌓았던 힘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니 답답한 마음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사랑하는 부모와 함께 살아가며, 반드시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는 수련은 느낌도 달랐고, 뭔가 새롭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김서준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균열관리국의 인트라넷에 접속한 상태였다.

사용된 ID는 당연히 심재덕 교수의 것.

심재덕 교수의 로그 기록을 살펴봤더니 잘 해야 일주일에 한번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정도라 동시접속 오류가 발생할 위험은 극히 적었다.

김서준은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32인치나 되는 커다란 모니터 화면에선 이십대 후반의, 굉장히 무서워 보이는 인상을 지닌 짧은 머리카락의 사내가 김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 박대만. 나이 27세.’

김서준은 사내의 얼굴 아래에 간략히 표기된 이름과 나이를 읽었다.

그러다 사내의 헌터등급이 AA라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역시나…. 여기서도 평범하지 않게 살고 계셨네요, 대만이 형.’

이전 세계의 동료였던, 김서준보다 8살이나 많았던 큰형 박대만.

김서준은 균열관리국의 인트라넷을 통해 박대만의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다.

대머리였던 과거와는 달리, 여기선 짧게나마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다는 게 의외였지만, 나름 잘 어울려 보인다.

‘명왕 길드를 대표하는 헌터라….’

박대만은 10대 길드 중 하나이자, 아버지 김주혁이 속한 현무 길드보다도 유명한 ‘명왕’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헌터로서가 아닌, 명왕길드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혁혁한 공로를 세운 대표적인 헌터로서 말이다.

심재덕 교수의 ID는 인트라넷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그 이상의 정보는 얻어낼 수 없었다.

그래도 옛 동료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기에 기분만은 좋았다.

김서준은 박대만 외의 다른 동료들 이름까지 검색해 봤다.

하지만 남은 여섯 명 중, 인트라넷에서 검색이 가능한 동료는 유호성이라는 이름 하나 뿐이었다. 일전에 잠시나마 마주쳤던 오창석의 이름도 인트라넷에서는 검색되지 않았다.

유령(幽靈)이라는 별호를 가졌던 동료, 유호성.

아무 배경도, 대단한 가문도 갖지 않은 낭인에 불과했던 그는 엄청난 신법 하나만으로 절정고수에 올랐을 정도로 신법의 귀재였다.

김서준보다 여섯 살 많은 형이자, 동료들 중 그 누구보다 김서준을 아껴주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큰 키를 가졌으며,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까지 쓰고 다녔었다.

겉으로 보이는 나약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2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소근대는 말소리까지 엿들을 수 있을만큼 엄청난 감각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 놀라운 감각 때문에 김서준을 대신하여 자객의 칼을 맞아 죽고 말았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조심했어도….’

김서준은 유호성이 목숨을 잃은 날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천마군장 천강우를 추종하는 무리가 대결전을 코앞에 두고 김서준을 암습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

유호성은 자객의 칼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었다.

‘여기선 그렇게 살지 마세요, 호성이 형.’

김서준은 화면 가득 떠오른 유호성의 얼굴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유호성의 정보도 박대만 만큼이나 간단했다.

-이름: 유호성

-나이: 25세

-등급: DB급

-소속: 헌터 학원 ‘제왕의 후예’

‘제왕의 후예’는 일반인에게 신비를 각성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독특한 헌터 학원이었다.

그 학원은 어린 김서준도 잘 알고 있었을만큼 유명했다.

강남에 위치한데다가 많은 각성자를 실제로 배출해 내서 그 학원에 등록만 해도 각성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돌 정도.

학원 이름으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유호성은 잘나가는 1타 강사로 대활약 중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유호성의 헌터등급이 DB급이라는 건 예상 외였다.

‘이전 세계에서는 신법 뿐이긴 했어도 굉장한 고수였는데….’

그나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뛰어난 재주를 보여 다행이었다.

더 이상 다른 동료들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박대만과 유호성에 대한 걸 알아내서 다행이었다.

‘우선 대만이 형부터 찾는게 맞겠지?’

과연 AA급의 명망높은 헌터인 박대만이 자신을 만나줄지 모르겠지만,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면 다른 동료들을 찾고, 그들을 동료로 끌어들이는 것이 훨씬 수월해 지리라.

‘이번엔 절대 위험한 일에 끌어들이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김서준은 모니터 위에 떠있는 박대만과 유호성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옛 추억에 빠져들었다.

***

저녁 9시가 넘었을 때, 아버지가 귀가했다.

빠르게 샤워를 마친 아버지와 과일을 준비한 어머니.

김서준은 부모님을 모두 거실로 모신 뒤, 아카데미의 특별 수업에 대해 언급했다.

“단순한 생존훈련을 위한 수업이니 걱정하실 건 없어요.”

“학생들끼리 깊은 숲에 들어가서 2박 3일이나 그런 수업을 한다고? 안전한거 맞니?”

백연지 여사는 갑작스런 생존훈련 수업이라는 말에 걱정이 가득한 눈치였다.

“지도교수도 있고, 안전을 위해 헌터들도 몇 명 따라붙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래도 좀 걱정된다, 얘. 안그래요, 여보?”

“아카데미에서 추진하는 일이니 너무 걱정할 건 없소. 그런데, 서준아. 짐은 벌써 다 싼거냐? 아직이면, 내가 좀 도와주마.”

김주혁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생존훈련을 한다고 하니 필요한 물건들을 함께 챙겨주고 싶어했다.

“시간이 몇신데 아직 준비를 안했겠어요? 다 쌌으니 걱정마세요.”

“….아론다이트도 가져가는 거냐?”

김주혁은 티비 뒤쪽 벽에 늘 걸려있던 아론다이트가 보이지 않자 질문을 던졌다.

이미 아들에게 준 것이긴 했지만, 단순한 생존훈련에 진도(眞刀)까지 챙기는 게 왠지 의아했던 것.

“실제로 사용할 일은 없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손에 익은 무기를 꼭 챙겨오라고 하더라고요.”

“손에 익은 무기라….”

“그보다, 아버지! 오늘은 제가 약속드린 것처럼 마사지를 해 드릴테니까 준비하세요.”

김서준은 김주혁이 더 캐묻지 못하게 얼른 화제를 돌렸다.

“마사지? 오호. 그것 참 다행이구나. 여보. 내가 준비하라고 한 건 어떻게 됐소?”

김주혁이 묻자, 백연지가 구석에 세워둔 물건을 가져와 거실에 펼쳤다.

“이렇게 준비해 놨어요. 여기, 접이식 마사지용 침대에 건강타올까지 다 있어요. 거기다 좋은 향을 위한 라벤다향 디퓨저까지!”

백연지가 가져온 물건을 본 김서준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김서준이 마사지를 해줄 날만을 기다리며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손쉽게 이동 및 설치가 가능한 접이식 침대에는 엎드려 있을 때 얼굴이 불편이 없도록 구멍도 뚫려 있었다.

김주혁과 백연지는 김서준이 주말에 생존훈련을 할 거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 이상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차피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것이고, 모든 학생들이 다 참여한다고 하니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김서준이 해줄 마사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다른데 신경 쓸 여유가 없기도 했다.

“당신 먼저 하구려.”

“그럼 저 먼저 받을게요. 혹시라도 잠들면 당신이 깨워줄 거죠?”

백연지가 호호 웃으며 침대 위에 엎드렸다.

“잠들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뉘여 주리다. 그러니 마음 편히 즐겨도 되오.”

“아버지 말대로 편하게 즐기세요. 자, 그럼 시작합니다?”

김서준은 바로 추궁과혈을 시작했다.

백연지 여사는 아들의 손길이 너무 편했는지 중간에 정말 잠들어 버렸다.

김서준이 그런 어머니의 몸에 정성을 다해 추궁과혈을 마치자 아버지가 번쩍 들어 침대에 뉘여주었다.

다음은 아버지였다.

“이번에도 잘 부탁하마.”

아들을 향해 눈을 찡긋해 보인 김주혁이 간이 침대에 눕자, 김서준은 걱정말라며 추궁과혈에 집중했다.

김서준이 추궁과혈을 마쳤을 때는 시간이 꽤 지나 무려 3시간이나 흘러 있었다.

추궁과혈에 너무도 집중한 탓에 온 몸이 땀으로 가득했고 매우 지쳤지만, 부모님의 건강이 확연히 좋아진 모습을 확인하고 나니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42세의 백연지 여사는 눈에 띌 정도로 피부가 탱탱해 져서 이젠 30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수 있었다.

게다가 몸에는 활력이 넘쳐 흘렀다.

‘엄마는 앞으로 한번 정도 더 해드리면 심법 수련을 시작할 수 있겠어.’

어머니 백연지 여사에게 알려줄 심법은 ‘소수백염공’.

이 소수백염공은 이전 세계에서 김서준의 유일한 동갑내기 이성친구였던 ‘김유라’를 대표하는 무공이었다.

소수백염공을 사용해 두 손을 하얗게 물들인 상태에서는 그 어떤 것도 꿰뚫어 버릴 수 있으며, 이걸 익히면 젊음을 유지하는데에도 효과가 매우 좋았다.

여자가 익히면 엄청난 장점이 있는 무공인 것이다.

김서준과 7명의 동료들은 먼지 한톨 만큼의 스스럼도 없는 사이였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서로의 무공에 대해 토론하면서 장단점을 보완했었다.

그러다보니 각자 익히고 있는 무공에 대해 너무나도 자세히 알고 있었고, 무공 구결까지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유라한테는 미안하지만, 엄마를 위해서니까 이해해 주겠지.’

김유라의 독문무공을 어머니에게 전수하는게 조금 미안했기에 김서준은 마음 속으로나마 이해해 주길 바랐다.

아버지의 추궁과혈은 더욱 결과가 좋았다.

더는 추궁과혈을 해 줄 필요가 없을 정도.

지난 주에 마력 59의 벽을 깨고 60에 오른 이후, 더 이상은 마력이 오르지 않아 살짝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김서준의 추궁과혈이 끝나자마자 마력 1이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김서준은 아버지에게 자기정보를 확인하면 어떤 내용이 보이냐고 물었다.

혹시, 아버지 또한 자신처럼 내공이 수치로 보인다던가 ‘혼원진기공’을 신비로 각성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는 건 아닐지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공을 수치화 하여 볼 수 있고, 무공이 신비로 각성되는 건 오직 김서준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인듯 했다.

김서준은 아쉬워 하는 한편, 그 능력이 자신에게만 국한 된 것이라는 사실에 안심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만 그런 능력을 지닌게 다행일수도 있어.’

만약 아버지에게도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면, 제 삼, 제 사의 인물도 그런 능력을 가지는게 가능하다는 말이 되니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김서준은 아버지에게 당부했다.

신비와 내공을 함께 꾸준하게 연마하시라고.

그러면 마력이 C급을 넘어, B급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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