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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 구역 내의 보스가 쓰러졌습니다. 결계가 곧 닫힙니다. [00:59:57]
김서준은 곤도라가 쓰러진 직후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는 함숨을 푹 내쉬었다.
‘망했네.’
김서준의 시선은 폭발에 휘말려 무너져 내린 벽 쪽으로 향했다.
방금 전까지 포탈 마법진이 있던 벽이었지만, 지금은 무너진 돌덩이밖에 없었다.
‘그나마 여기까지 무너지지 않은 건 다행인가?’
헌터들은 살렸지만 균열 입구로 돌아갈 방법이 사라졌다.
아니, 2-3시간 동안 전력으로 질주한다면 도착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을 뿐.
‘죽이지 말고 살려둘걸.’
김서준은 상체가 날아가버려 허리 아래의 하체만 남은 곤도라의 사체를 내려다 봤다.
그때 김서준의 시선에 푸른 마석이 들어왔다.
‘심장이 가루가 됐는데도 마석은 나오는구나.’
김서준은 허리를 숙여 푸른빛의 마석을 주우려 했다. 그런데 푸른 마석 옆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든 검은빛의 마석이 하나 더 있었다.
‘이건….?’
이형모가 유진오의 이마에 박아넣었던 검은 마석과 똑같다.
김서준은 다른 사람들이 못알아보게 푸른 마석만 집어드는 것처럼 하여 검은 마석까지 한손에 그러쥐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헌터들이 하나 둘 김서준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네 덕분에… 모두가 살았다.”
신우진이 참담한 표정으로 김서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다른 헌터들도 감사해 했지만 그들을 보는 김서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솔직히 신우진 헌터님을 빼고는 살려드리고 싶은 마음 없었습니다.”
신우진을 제외하고, 다른 헌터들은 김서준을 어떡하든 위험에 빠뜨리려고 작정했던 자들이다.
신우진이 이곳에 없었다면 김서준은 고민할 것도 없이 폭탄을 무시하고 마법진 속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헌터들도 그걸 알기에 고개를 숙인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건지 심재덕이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김서준을 향해 눈을 반짝거렸다.
“김서준 학생. 방금 주운 거…. 그거 혹시 블루 마석 아니냐?”
심재덕의 눈은 탐욕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건 왜요?”
“어허, 왜는 왜야? 우린 다 함께 어려움에 빠진 처지인데,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어야 하지 않겠냐? 어디보자…. 블루 마석 갚어치가 대충 10억이니까 7명이서 1억 4천씩 나눠가지면 딱이구만.”
이 어처구니 없는 말에 신우진이 버럭 화를 냈다.
“이봐요, 심교수님! 지금 그런 말이 나옵니까? 우린 지금 균열 속에 영원히 갇힐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무슨 돈 나눌 생각을 하냐고요?”
“허어. 이 사람 보게? 균열이 닫히면, 다른 균열을 찾으면 되지. 설마 이렇게나 크고 넓은 세상에 균열이 딱 하나 뿐이려고?”
심재덕은 현 상황의 위중함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직까진 균열이 닫힌 세상에 갇혀본 사람이 없기에 다시 돌아올 방법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사, 또 다른 균열이 있다고 쳐도 그걸 찾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년이 될지, 아니면 10년이 될지도 모르는 일.
심재덕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심각하자 그제야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심재덕.
“…..설마 진짜 여기에 갇히는 거라고?”
“시야 상단에 55분 뒤면 균열이 폐쇄된다는 표시 안 보입니까?”
“저, 저게 진짜였어? 그럼 지금 당장 균열로 뛰어가야지 다들 뭐하는 겐가?”
심재덕이 당황해 하며 사람들을 돌아봤다.
그러다 아직까지 이쪽으로 오지 않고 홀로 덩그러니 서서 대공동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헌터 하나를 발견했다.
“이보게! 거기서 혼자 뭐 하는 건가? 어서 여길 떠나야 하…. 어?”
심재덕이 돌연 놀란 소리를 내자 모두의 시선이 혼자 서있는 헌터에게로 향했다.
그 헌터의 이름은 박재홍.
이형모와 함께 레이드에서 탱커 역할을 맡았던 헌터다.
그런데 그는 지금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뭐가 들었는지 모를 빵빵한 배낭을 둘러맨 채, 손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기계까지 하나 쥐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강한 위화감이 드는 모습.
박재홍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야, 박재홍!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동료 헌터의 질문에 박재홍이 슬픈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삶에 미련이 전혀 없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여길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러면서 손에 쥔 장치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건 버튼이었다.
그것도 배낭에 가득 담긴 폭발물을 언제든 폭파시킬 수 있는 자폭용 버튼.
“이봐, 박재홍! 진정해. 진정해 보라고!”
신우진이 상황을 인지하고 자신보다 두 살 어린 박재홍 쪽으로 다가서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께는 너무나 죄송하지만, 제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단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가족이 살아남다니? 설마, 이형모가 네 가족을 인질로 삼기라도 했다는 거냐?”
“흐흐. 흐하하하! 아무도 모르고 있었죠? 이형모, 이한수 그 개자식들이 얼마나 악독한 놈들인지를요. 여기서 누구든 살아서 나가면 제 가족은 죽습니다. 그러니 허튼짓 하지말고 나와 함께 이곳에 뼈를 묻자 이겁니다!”
박재홍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였다.
박재홍을 향해 달려들려던 신우진은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스쳐가는 벼락을 보았다.
온몸으로 눈부신 뇌전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20미터의 거리를 찰나의 시간에 건너 뛴 자.
그는 김서준이었다.
김서준은 박재홍이 손에 힘을 주려하자 비뢰신보를 펼쳤냈다.
그의 손가락이 버튼을 누르기 직전, 수라극섬의 발도술을 뿜어냈다.
스칵
박재홍의 손목이 하늘을 날았다.
이것으로 위험이 제거되었나 싶은 순간, 허공에 떠오른 버튼을 바라본 김서준의 눈이 커졌다.
잘려나간 박재홍의 엄지가 버튼을 이미 꾹 누르고 있는 걸 본 것이다.
‘젠장!’
김서준은 더 생각할 여유도 없이 곧바로 신비를 발현시켰다.
그의 눈이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었을 때, 세상은 다시한번 느려짐 속에 파묻혔다.
김서준은 박재홍의 등쪽으로 접근했다.
신비를 발현한 상태에서 비뢰신보까지 사용하니 그 속도는 가히 전광석화.
순식간에 배낭의 끈을 베어낸 뒤 대공동 위쪽으로 힘껏 던져버렸다.
배낭이 10여미터 이상의 높이로 떠올랐을 때, 눈부신 빛을 사방으로 퍼트리며 폭발을 일으켰다.
꽈아아아아아앙!
시한폭탄보다 몇 배는 더 엄청난 폭발이었다.
김서준은 그 폭발의 아래에서 왼손을 뻗어냈고, 모든 파괴력을 빨아들여 충격을 최소화 시켰다.
하지만 대공동 천장 쪽으로 뿜어지는 폭발력은 전혀 감소되지 않았다.
꽈르르릉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다간 거대한 바윗덩이에 짓눌려 죽을 상황.
김서준은 좀 전에 무너진 벽쪽으로 달려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제 뒤에 붙어요!”
그제야 세상의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렀다.
신우진과 심재덕, 다른 헌터들은 현 상황의 위급함을 깨닫고 황급히 김서준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함께 뛰었다.
그들이 제대로 따라오는지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너무나 강한 파괴력을 흡수한 탓에 불길마저 일으키고 있는 왼손을, 김서준은 반쯤 무너진 벽을 향해 힘껏 뻗어냈다.
쭈아앙
손에서 뻗어나간 광선은 곤도라를 날려버린 것보다 더욱 크고 강렬했다.
빛은 벽을 뚫어냈고, 그곳에 커다란 동굴을 만들었다.
김서준은 머뭇거리지 않고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뒤를 이어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몸을 날렸다.
버튼을 눌러 다같이 죽으려 했던 박재홍마저 갑자기 살고싶어졌는지 잘린 팔을 붙잡고 뒤늦게나마 동굴 쪽으로 몸을 던졌다.
그때, 대공동이 굉음을 흘리며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
짙은 어둠 속에서 돌연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빛이 흘러나왔다.
“모두…. 괜찮나?”
신우진이 생존자들을 챙겼다.
“괘, 괜찮습니다.”
“저도요.”
“이게 대체….”
헌터 세명에게서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심재덕도 생존을 신고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죽을 뻔 했어. 허, 이거 참.”
“김서준 학생이 아니었으면 다 죽었습니다. 그런데, 김서준 학생은…?”
신우진이 야영용 랜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김서준을 찾았다.
그런데 김서준은 저 앞쪽에, 돌무더기가 왕창 무너져 내린 곳에 바짝 붙어서 있었다.
모두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체가 바위더미에 깔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박재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 같이 죽자더니, 혼자서만 죽는 건 무서웠나 봅니다.”
김서준의 차가운 말에 박재홍은 아무 대답도 못했다.
대신 매우 작은 목소리로 살려달라며 흐느꼈다.
하지만 이곳의 모두를 죽이려 했던 박재홍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줄 인물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죽어가는 박재홍을 냉정하게 내버려 둔 채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둘러 앉았다.
“고맙다, 김서준 학생.”
“또 신세를 졌군.”
“우리가 학생한테 큰 죄를 지었구나.”
헌터들이 또 다시 김서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김서준이 막강한 화력으로 동굴을 파내지 않았다면, 납작한 오징어가 되어 세상과 이별할 상황이었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누구하나 웃지 못했다.
완벽하게 고립됐으니까.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수천톤이 될지도 모르는 바위더미에 파묻혀 있었으니까.
김서준은 말없이 가부좌를 튼 자세로 앉아 눈을 감아버렸다.
그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고 잠을 자듯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침묵 속에서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헌터들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하나 둘 입을 열었다.
부상당한 헌터들도 있었지만, 현 상황에서 이정도 부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진 선배. 여기서 탈출할 방법은 전혀 없겠습니까?”
“재홍이, 저녀석. 많이 고통스러울텐데 우리 손으로 보내주는게 어떨까요?”
“이형모, 이한수 형제가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들의 말에 신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래도 재홍이를 우리 손으로 보내는 건…. 후. 그보다, 너희들. 이형모, 이한수 그 개자식들한테 얼마를 받고 이번 일을 벌인거냐?”
신우진은 후배 헌터들에게 몬스터를 김서준 쪽으로 몰래 흘려보낸 이유를 묻고 있었다.
“저흰 그냥 용돈 좀 벌 생각으로….”
“천만원씩 주면서 김서준 학생한테 몬스터 좀 흘리면 된다는데, 그걸 어떻게 거절합니까?”
“이형모는 김서준 학생에게 가벼운 부상만 입혀서 헌터가 되는 걸 포기시키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헌터들도 더는 숨기지 않았다. 그러자 심재덕이 불안해 졌는지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심재덕 교수님. 이제 말씀해 주시죠. 무슨 이유로 이형모한테 그런 제안을 해서 김서준 학생을 위험에 빠뜨린 겁니까? 대체 왜!”
“내, 내가 무슨 제안을 했다고 그러나?”
심재덕이 끝까지 발뺌을 하려하자 신우진은 눈을 부릅떴다.
“지금 제가 장난하는줄 아십니까? CC급 헌터라고 하셨죠? 저는 CB급입니다. 여기 만섭이는 DB급이고, 덕철인 DD급이죠. DA급인 용대도 있고요. 어차피 이곳에 갇히게 됐는데, 우리끼리 사람 하나 묻어버리는 거 못할거 같습니까?”
신우진은 계속 거짓말을 하면 헌터들끼리 힘을 모아서 심재덕을 처리해 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었다.
상황의 위중함을 깨달았는지 심재덕도 더는 발뺌 하지 않았다.
“…..날 여기서 살려서 나가겠다고 약속하면, 그러면 모든 걸 말해주겠다.”
그렇다고 쉽게 입을 열 생각도 없었다.
“아직도 살아서 나갈 꿈을 꾸고 있습니까? 한번 보시죠. 여기서 과연 빠져나갈 방법이 있겠는지. 저 엄청난 바위더미를 밀어낼 수 있는지를 두 눈 크게뜨고 똑바로 살펴보라 이겁니다!”
“….”
심재덕이 입을 닫았다.
그리고는 구석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계속 손톱만 씹어댔다.
그렇게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신우진도 더 이상은 심재덕에게 따져 묻지 않았다.
가장 나이가 어린 피해자이자, 모두를 죽음에서 구해준 김서준이 눈을 감고 조용히 있으니 설레발 치는 자신이 되려 미안해졌다.
대신 헌터들과 함께 이형모, 이한수 형제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유진오의 이마에 박아넣은 검은색 마석은 무엇인지를 놓고 의견을 주고 받았다.
검은 마석에 대한 건 알 수 없었지만, 대신 한가지 결론에는 도달할 수 있었다.
두 형제의 애초 목적은 함께 이곳에 온 사람 모두를 죽이는 것이었고, 새로운 보스를 탄생시켜서 균열을 계속 유지시키려는 것임을.
이 균열이 계속 유지될 경우, 앞으로 6일 정도만 지나면 D급에서 C급으로의 진화를 완전히 끝내게 되며, 진화와 동시에 D급 몬스터들을 지구에 쏟아내게 된다.
E급 균열까지는 토해내는 몬스터 숫자가 백이 안되지만, D급부터는 5백에 가까워지고, C급은 2천5백이나 된다.
C급 균열이 쏟아내는 2천5백에 가까운 D급 몬스터를 생각해 보라.
그건 지옥이었다.
적어도 균열관리국 소속의 헌터 3할 이상은 투입되어야 진압이 가능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나올 민간인 희생자는 천단위가 넘으리라.
신우진은 이 균열을 진화시킴으로써 이득을 보게되는 조직이나 단체를 생각해봤다.
‘사설 길드와 고등급 한터들. 그들이 이형모 형제를 매수한 걸까?’
이것이 신우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였다.
D등급 균열은 그들에게 훌륭한 돈벌이 장소가 될테고, 웨이브를 막아내면서 자신들이 지닌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세상에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하지만 이제와서 그걸 추리해 냈다고 여길 벗어날 방법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그는 벌써 40분 째 눈을 감고 있는 김서준을 가만히 바라봤다.
균열 폐쇄까지 이제 10여분 밖에 남지 않았기에 애가 탔다.
‘저 학생의 신비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입구를 막고있는 바위를 부수는 건 무리겠지?’
신우진의 관심은 김서준에게 옮겨졌다.
이곳에 매몰되기 전에 김서준이 보였던 엄청난 능력.
그건 AA급 헌터와 맞먹는 엄청난 무위였다.
‘김주혁 헌터에게 진 빚은 끝내 갚지 못하는 건가?’
신우진은 8년 전, 김주혁이 신비를 사용해 자신의 집중력과 마력을 크게 높여준 덕분에 죽음의 위기를 벗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내가 희생하는 것으로 저 학생이 여길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 또한 마다하지 않을 터인데.’
거기까지 생각하던 신우진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리고는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한수. 그 자식이 분명 그랬지. 내 심장에도 마석이 존재한다고!’
이한수의 신비, 투시안.
그는 투시안으로 마력의 크기를 알 수 있고, 몬스터가 노멀종인지, 특수종인지까지 구분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과 몬스터 모두를 대상으로 심장에 마석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파악이 가능했다.
이한수는 헌터들 회식 때, 술에 취해 신우진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하하. 우진 선배. 그거 알아요? 제가요. 제 신비로 몬스터 심장에 마석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는거? 근데 말이에요. 웃긴게 인간한테도 마석이 보인다 이겁니다. 마석은 몬스터한테만 있는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큭큭큭.’
그렇게 말하던 이한수는 비틀대면서 신우진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 안에 있는 마석…. 잘 간수하세요. 누구도 훔쳐가지 못하게. 크흐흐.’
그 말은 곧, 신우진의 심장에도 마석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는 이한수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내 심장에서 마석을 꺼내 저 학생에게 준다면….’
그러면 그 마석을 흡수한 김서준에게 여길 빠져나갈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때, 김서준이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돌연 심재덕에게 다가갔다.
“교수님. 아까 한말 진심입니까?”
김서준의 갑작스런 질문에 심재덕이 화들짝 놀랐다가 우물쭈물 답했다.
“다, 당연하지! 내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게 전적으로 돕겠다는 약속만 해 준다면 모든 걸 말해주겠다니까?”
“그럼 이렇게 하죠. 내가 교수님을 살려서 내보내 주겠다고 약속해 줄 테니, 교수님도 세 가지를 이행하는 걸로.”
“그게 무슨 소리냐? 나보고 뭘 이행하라고?”
김서준은 당황한 심재덕을 바라보며 조소가 담긴 웃음을 흘렸다.
“첫째, 여기서 벌어진 일은 그 누구한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셔야 합니다. 둘째, 지금 당장 나를 두고 거래한 자가 누구인지 밝히셔야 하고요. 그리고 셋째.”
김서준이 심재덕의 허리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거기 몰래 챙겨놓은 아티팩트는 죄다 꺼내놓으시죠.”
김서준의 말에 심재덕은 어안이 벙벙한지 눈만 껌뻑거렸고, 신우진과 헌터들은 무슨 상황인지를 몰라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