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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21화 (2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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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준은 좀 전까지 눈을 감고 단순히 휴식을 취한게 아니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 채, 무려 40여분 동안 한가지 무공을 새로 익혔다.

무공의 이름은 ‘염동장막(念動帳幕)’.

이전 세계에서의 김서준이 유일하게 방어를 위해 익혔던 무공이었다.

이 염동장막은 태양신공과 가장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는데, 그 무서운 마신병의 레이저포도 이 염동장막으로 막아내는게 가능했었다.

염동장막은 자신의 몸에 직접 사용할 때 가장 강력했고, 반경 3미터 범위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광역기로도 효과가 좋았다.

게다가 염동이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 내공을 의지로 구현하는 무공이기에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얇은 나뭇가지 정도는 내공을 움직여 부러뜨는게 가능했다.

그런 염동장막을 심상수련을 통해 40여분 동안 집중적으로 수련했고, 간신히 사용이 가능할 정도의 기본 토대를 이루어냈다.

그래서 때가 되었다 싶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사실, 김서준은 여길 벗어날 방법을 이미 찾아냈다.

하지만 너무도 위험한 방법이었기에 염동장막을 익혀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눈을 감은 채 염동장막을 익히는데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그렇다고 귀까지 막아놓은 건 아니다.

당연히 신우진과 심재덕의 대화를 들었고, 헌터들과 나눈 이야기도 모두 접수했다.

‘이 균열을 D등급으로 진화시켜서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이형모 형제의 뒤에 있다 이거군.’

이형모, 이한수는 이번 레이드에 이미 다른 목적을 갖고 있던 차에 심재덕으로부터 추가적인 제안을 받은 것이리라.

그래서 대충 심재덕의 요구에 맞춰주려고 했는데, 김서준이 균열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떼를 쓰는 걸 보고 심재덕까지 함께 깨끗이 없애버리기로 계획을 바꾼 것이고.

자폭장치를 몸에 달고 있던 박재홍만 봐도, 이 균열 안에서 그들 형제 말고는 생존자가 존재해선 안되는 일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당신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김서준은 반드시 여길 벗어나 자신을 죽이려한 자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심재덕을 사주한 자가 고태환이 확실한지, 그걸 알아야 했다.

그래서 김서준은 눈을 뜨자마자 심재덕을 찾은 것이고.

“왜요, 그 주머니에 아티팩트 챙긴 거 제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김서준은 심재덕이 항상 허리에 달고 다니는 주머니가 ‘공간확장’의 효과가 부여된 아티팩트라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주머니지만, 그 안에 8㎥나 되는 커다란 공간이 존재한다.

심재덕이 잠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건, 남몰래 대공동을 훑고 다니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아티팩트를 주워 주머니에 담았기 때문이었다.

김서준은 그것까지 놓치지 않고 있었다.

“이, 이건 내 것이다.”

“교수님 목숨보다 그게 더 중요한가요?”

김서준의 무덤덤한 말에 심재덕이 흠칫했다.

“정말, 정말 날 여기서 살려낼 자신이 있는 것이냐?”

“없다면 이러고 있겠습니까?”

“그럼…. 좋다.”

심재덕이 결국 주머니를 풀어 김서준에게 넘겼다.

“네가 말한 두 가지도 모두 약속하마. 그러니 날 여기서 꺼내다오. 이렇게 죽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허무하지 않느냐?”

심재덕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김서준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김서준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그 전에, 내가 당신을 살려줘야 할 이유부터 말해 보시죠?”

김서준은 아예 당신이라고 호칭했다.

이에 심재덕이 얼굴이 벌게지며 당황해 했다.

“네, 네가 분명 약속을…..”

“무슨 약속이요? 난 그런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만.”

“너 이 자식!”

심재덕은 이제야 김서준이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걸 깨달았다.

화가 치민 그는 당장이라도 김서준을 향해 공격을 하려는 듯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때, 김서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한마디를 던졌다.

“살고싶다면…. 꿇으시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이라도 한다면 생각이 바뀔 지도.”

김서준은 단호했다.

마흔이 넘은 심재덕이지만 무섭게 쏘아보는 눈빛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이건 마력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질적으로는 심재덕의 마력이 김서준보다 훨씬 높다.

기세(氣勢)의 차이.

한때 전 세계를 천마군장에게서 지켜내왔던 절대고수로서의 기세가 심재덕을 짓누르고 있었다.

털썩.

결국 심재덕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김서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제발…. 제발 살려다오. 난, 나는 아직 죽고싶지가 않다. 이렇게 부탁하마. 날 이곳에 버리고 가지만 말아다오!”

심재덕은 살기위해 굴복을 택했다.

그도 아는 것이다.

김서준이 살려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정말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그건 머리로 이해하는게 아니라, 본능이 그걸 느끼고 있기에 알 수 있었다.

“날 고용한 자는 고태환이다. 널 균열에 들여보내서 팔 다리 하나쯤 잘라버리라고 지시한 사람이 바로 고태환이란 말이다.”

이젠 묻지도 않은 사실을 스스로 읊기 시작했다.

김서준은 이미 고태환이 뒤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도 않았다. 단지, 확인 작업이 필요했을 뿐.

“얼마나 주던가요?”

“2억….이다.”

“하. 고작 2억에 내 팔이나 다리를 잘라버리시겠다? 사람 너무 쉽게 보셨네요.”

“난 그냥 부상 정도로 끝내려고 했다. 이건, 진심이다!”

“진심이라…. 우리가 그런 말이 통할 사이는 아닐텐데요?”

“제, 제발….. 내가 내살아서 귀환할 수 있다면 앞으로 무조건 네 뜻에 따르겠다!”

심재덕은 김서준이라는 동아줄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김서준이 19살의 어린 학생이라는 사실은 사라진지 오래.

살수만 있다면 못할게 없었다.

그의 CC급 헌터 라이선스는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장롱면허나 다름없었기에 죽음의 공포 앞에선 일반인이나 다름 없었다.

“일단, 알았다고 해두죠.”

김서준은 그말만 남기고 심재덕에게서 몸을 돌렸다.

“이, 이봐. 김서준 학생!”

심재덕이 무릎으로 기어 김서준을 붙잡으려고 하자 그 앞을 신우진이 막아섰다.

“그만 하시죠, 교수님. 알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말, 정말 날 살려주는 거겠지?”

심재덕은 털썩 주저앉은 채 계속 ‘살아야 해. 살아야 한다고.’를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신우진은 길게 한숨을 흘렸다.

“후우…. 이런 사람이 어떻게 헌터가 되고, 교수가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

욕심은 많고, 용기는 없는 자.

신비를 각성했지만, 그걸 사용할 최소한의 자격도 가지지 못한 자.

그게 바로 심재덕이었다.

김서준은 한쪽으로 가서 공간주머니 속에 든 아티팩트를 죄다 꺼냈다.

우수수 쏟아지는 다양한 아티팩트들.

‘그 짧은 시간에 많이도 챙겼네.’

주머니에서 나온 아티팩트는 무려 6가지.

하지만 대부분은 쓸모가 없었고, 딱 두 가지만 쓸만해 보였다.

하나는 눈구멍 두개만 뚫린 달걀처럼 생긴 가면인데, 가면을 손으로 쥐어보니 아티팩트에 대한 간단한 설명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클로킹 마스크]

-분당 2의 마력을 소모하여 착용자의 모습을 투명화로 감춰준다.

-사용 후 대기 시간: --

사용 후 대기 시간이 없는 걸로 봐서는 마력이 허락하는 한은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듯 했다.

두 번째는 사람의 눈을 똑닮은 주먹만한 핏빛 구슬이었다.

[홍구안]

-홍구안에 마력을 주입해 눈동자를 마주한 자를 3분동안 최면에 빠뜨린다.

-사용 후 대기 시간: 24시간

최면이라는 꽤나 괜찮은 효과를 지녔지만, 이 역시 여기서 사용할만한 아티팩트는 아니었다.

나머지는 정말 쓸데없었다.

마력을 1 올려주는 귀걸이, 냄새를 잘 맡게 해주는 크림, 숙면을 도와주는 안대, 소화력을 높여주는 알약, 음성 카피 밴드 등등.

김서준은 아티팩트를 모두 살펴본 뒤 다시 공간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다.

할 일을 마친 그는 시야의 상단을 바라봤다.

[00:07:23]

균열 폐쇄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7분여.

‘지금 쯤은 놈들도 균열을 벗어났겠지?’

김서준은 이 시간이면 이형모 형제도 더는 균열에 남아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들이 노리는 건 균열의 존속.

하지만 김서준이 흑마석으로 새로 탄생한 보스 곤도라를 해치우면서 균열은 폐쇄를 코앞에 두었다.

이형모 형제는 균열이 닫히는 것에 안절부절 못할테고, 어쩌면 그들만의 방법으로 다시 이 레어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을지도 모른다.

김서준은 그 경우를 대비해 탈출 방법이 있었음에도 일부러 지금껏 시간을 끌었다.

애써서 바위더미를 치우고 밖으로 나갔는데 그들 형제를 만나게 된다면 낭패였으니까.

이한수는 CA급의 서포트형 헌터인데다 이형모는 BB급의 근접전투형 헌터이기 때문에 크게 위험할 수 있었다.

김서준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이형모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당하고 말리라.

‘이형모. 당신이 직접 손을 쓰지 않고 여길 떠난 건 크나큰 실수였어.’

만약 이형모와 이한수가 직접 손을 써서 사람들을 해치우려 했다면 김서준도 이곳에 뼈를 묻어야 했을지도 모를 일.

다행히 그들은 상황을 너무 쉽게 봤고, 손에 피를 묻히기 싫었는지 포탈 마법진만 파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제 반격의 시간이었다.

김서준은 사방이 꽉 막힌 공간의 끝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박재홍이 아주 미약한 숨만 쉬며 죽어가고 있었다.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 방법을 쓰려면 누군가의 목숨을 취해야 했기에 김서준은 조금 안쓰러운 표정으로 박재홍을 지켜봤다.

‘나였어도 가족의 행복과 생명을 위해서라면 당신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자폭을 결심했을지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일 뿐.

그때 신우진이 김서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어깨에 손을 얹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박재홍은 살릴 수 없다. 그건 네 탓도 아니고, 이곳의 그 누구의 탓도 아니야. 이형모. 그 개자식이 만들어낸 결과다.”

신우진은 김서준의 표정을 오해한듯 보였지만, 굳이 해명할 생각은 없었다.

“김서준 학생. 이제와서 말하지만, 난 네 아버지에게 목숨 빚을 졌다. 네 아버지가 없었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지.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빚을 갚고자 한다.”

신우진이 갑자기 급발진하기 시작했다.

김서준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자신이 할 말만 마구 쏟아냈다.

“한가지 비밀을 말해주마. 믿기지 않겠지만, 마석은 몬스터한테만 나오는게 아니다. 우리 인간한테도 희박한 확률로 마석이 나온다더군. 그리고 내 몸안에도 마석이 있다.”

신우진의 말에 헌터들 만이 아니라 김서준마저 깜짝 놀랐다.

인간의 몸에도 마석이 있다는 건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

“내 말을 믿어라. 그리고…. 내 마석을 너한테 주겠다! 그걸 흡수해서 살 길을 열어라. 너라면…. 너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다!”

신우진이 각오를 다지더니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자신의 목을 베려했다.

그때, 김서준이 신우진에게서 검을 덥썩 낚아챘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말리지 마라. 이건 내 결정이고, 내가 반드시 해야할 의무니까.”

신우진의 결심은 무척이나 확고해 보였다.

하지만 김서준은 정말로 신우진의 죽음도, 그의 마석도 필요하지 않았다.

“죽음으로 갚는 빚은 산 사람에게 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빚을 갚고 싶으면 살아서 갚으세요.”

“내가 살아서는 여길 벗어날 방법이….”

“있습니다. 여길 빠져나갈 방법이요.”

“….뭐라고?”

김서준은 거의 죽을 듯 말 듯 숨을 몰아쉬는 박재홍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품에서 아까 챙겨두었던 검은 마석을 꺼내들었다.

“신우진 헌터님. 혹시 이 마석이 뭔지 아십니까?”

김서준의 물음에 신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로서도 검은 마석은 이곳에 와서 처음 본 것이니까.

“아까 이형모가 이걸로 헌터를 강력한 몬스터로 변이시키더군요.”

“너, 설마….?”

신우진도 김서준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눈치챘다.

죽어가는 박재홍 앞에서 꺼내든 검은 마석.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김서준이 말을 하며 박재홍의 머리채를 잡아 확 들어올렸다.

너무 과격한 행동이라 신우진도, 헌터들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어, 어?’를 연발했다. 뒤이어 김서준의 말이 이어졌다.

“….여섯 목숨을 살리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말이 끝났을 때, 김서준은 검은 마석을 박재홍의 이마에 거칠게 쑤셔박았다.

“끄아아아악!”

다 죽어가던 박재홍이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 쳤다.

그 모습에 신우진이 소리쳤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헌터들도 동료가 지르는 비명소리에 잔뜩 흥분했다.

하지만 김서준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

“그런 더러운 가식은 집어치워요. 어차피 죽을 거, 고통이라도 덜어주자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자애로운 척, 동료인 척 하는 겁니까?”

그 말에 모두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들 입으로 동료의 숨을 끊어주자고 했기에 김서준의 행동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지금 김서준이 행한 일을 비난할 수 있는 자는 괴물로 변해가고 있는 박재홍의 가족 뿐이니라.

“살고 싶으면 랜턴 끄고, 내 옆에 바짝 붙어야 할 겁니다.”

김서준이 박재홍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자연적으로 헌터들은 김서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는 동안 박재홍은 돌무더기를 마구 무너뜨리며 5미터나 되는 거구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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