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25화 (25/153)

25

‘무공을 신비로 각성하는데엔, 뭔가 특별한 조건이 있는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 무공은 다 건너뛰고 염동장막만 각성할 이유가 없었다.

김서준은 신비로 각성한 태양신공과 염동장막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염동장막을 처음 실전에 쓴 건 매몰된 동굴을 벗어날 때야.’

크롬프가 바위더미를 때려부수며 위로 올라갈 때, 동굴이 무너져 다른 사람들을 깔아뭉겔까봐 염동장막을 펼쳤었다.

그리고 그때, 김서준은 가슴이 시원해 지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었다.

‘그 시원함이 각성의 의미였던건가?’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왜?

다른 무공들을 실전에 사용했을 땐, 그런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태양신공을 각성할 때는 부모님의 몸에 추궁과혈을 하느라 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그 느낌을 인지하지 못한 듯 했다.

‘잠깐. 추궁과혈…?’

김서준이 추궁과혈을 하게된 이유를 떠올려보자 염동장막을 처음 펼쳤던 상황과 묘하게 겹치는 상황이 하나 있었다.

추궁과혈은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

염동장막은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서.

태양신공과 염동장막의 공통점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무공으로 뭔가를 이롭게 하거나 살리기 위한 행위를 해야 각성할 수 있다, 이거구나!’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지만 이게 정답일 것 같았다.

김서준은 지금 떠오른 이론을 검증해 보기로 했다.

주변을 살펴 돌멩이 하나를 찾았고, 그걸 손에 쥐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구통에서 아론다이트를 꺼내 허리에 찼다.

‘나 자신을 위험에서 구하는 행위로도 신비를 각성할 수 있는지 한번 해 보자.’

김서준은 손에 쥔 돌멩이를 머리 위로 던져 올렸다.

몇 미터 위로 떠올랐던 돌멩이가 정확히 정수리 쪽으로 떨어지려는 순간,

츠칵

김서준은 수라극섬의 발도술로 돌멩이를 베어버렸다.

깨끗하게 두쪽 난 돌멩이는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자신의 정보를 살펴본 김서준.

‘실패네.’

수라극섬은 각성되지 않았다.

돌멩이 정도는 위험으로 인정되지 않아서일까?

김서준은 한번 더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근처에서 조금 큰 바위를 찾아 밧줄로 묶은 뒤, 나뭇가지에 걸었다.

허공에 대롱대롱 메달린 머리통만한 바위는 정확히 김서준의 머리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걸 힘차게 밀어낸 뒤, 아까처럼 아론다이트로 발도술을 펼칠 준비를 했다.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뒤로 한참 밀려났던 바위는 진자운동을 하며 다시 김서준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대로 두면 바위가 김서준의 얼굴을 후려칠 상황.

김서준은 바위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수라극섬을 펼쳐냈다.

투학

빛이 번쩍하더니 바위가 쩍 갈라졌다.

바위는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였다.

밧줄을 걸어두었던 높은 곳의 나뭇가지가 바위의 무게가 갑자기 사라지자 위로 확 튕겨올라갔다.

하필, 그 나뭇가지 끝에 새 둥지가 지어져 있었고, 둥지까지 튕겨지고 말았다.

‘어?’

김서준은 둥지 안에 알이 있는 걸 알아보고는 바로 몸을 움직여 떨어지는 둥지를 받아냈다.

“휴우….”

둥지는 안전하게 김서준의 손에 착지했다.

옆의 땅바닥에 둥지를 내려놓은 김서준은 정보를 확인해 봤지만 이번에도 변화는 없었다.

‘내 이론이 틀린 건가?’

바로 그때, 밧줄이 걸려있던 나뭇가지가 크게 출렁거리다가 뚝 부러져버렸다.

꽤 커다란 나뭇가지는 그대로 추락했고, 바닥에 내려놓은 둥지 위로 직행했다.

김서준은 새의 알이 깨지게 둘 수 없어 나뭇가지를 향해 수라극섬을 펼쳐냈다.

촤좌좍

사람 팔뚝만한 나뭇가지가 산산이 조각나며 허공에 흩뿌려 졌다.

그 덕에 둥지는 무사할 수 있었다.

순간, 김서준은 가슴으로 밀어닥치는 끝모를 상쾌함에 깜짝 놀랐다.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미묘한 압박감이 완전히 해소되는 느낌.

마치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맨몸으로 맞는 듯한 시원함이었다.

‘이거다!’

김서준은 지금 이 현상이 각성의 신호임을 눈치챘다.

시원함의 여운을 느끼던 김서준은 정보를 확인했다.

[김서준]

-마력: 40 / 내공: 17

-신비: 역발산기개세(13%) / 태양신공(6%) / 염동장막(1%) / 수라극섬(1%)

예상이 적중했다.

수라극섬은 신비로 각성했고, 마력도 10이 더 올랐다.

이로써 김서준은 무공을 각성시키는 방법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의도되지 않은 상황에서, 뭔가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 무공을 사용해야만 각성할 수 있는 거였어.’

이 이론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무공을 사용하는 경우는 예외일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각성의 키워드는 세 가지였다.

의도되지 않은,

내가 아닌 타인의,

그리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는 무공.

일반인이 신비를 각성하는 방법과는 크게 달랐다.

일반적으로 신비를 각성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해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소유하고자 하는 능력에 대한 뚜렷한 형태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의지와 형태.

말은 쉽지만 너무 추상적인대다가 머리로 이해한다 해도 실천하는게 너무 어렵고, 그게 가능할지라도 각성할 확률은 매우 희박했다.

김서준이 처음 역발산기개세를 신비로 각성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헌터가 되길 원했던 김서준은 2년이 넘도록 각성하지 못하자, 깊은 자괴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괴로워 하며 허송세월을 보냈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2학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고, 겨울계곡에 가서 사진을 촬영하다가 얼음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거기서 죽을 뻔 했던 어린 김서준은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 위에 어떻게 살아나겠다는 선명한 바람을 품었고, 그 결과로 신비를 각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보통은 이렇게 어떤 특별한 계기를 통해 각성하는게 정상인데, 지금의 김서준은 이와 완전히 달랐다.

‘각성 키워드는 알았지만, 그걸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게 문제네.’

수라극섬까지 각성하는건 어찌어찌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비뢰신보와 천궁시가 남아있으며, 그 외에도 각성시키고 싶은 무공들은 흘러 넘쳤다.

‘모든 무공을 이런 우연에 기대서 각성하는 건 좀….’

이런 우연이 쉽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 걱정이 한가득이다.

그나마 많은 기회를 얻으려면 다른 헌터들과 레이드를 뛰며 위험에 처한 헌터들을 구하는 방법 뿐이었다.

‘하…. 여기선 어떡하든 나서지 않고 조용히 살려 했더니, 신비 각성마저 전혀 도움을 안 주는 구나.’

무공을 신비로 각성하기 위해서라도 영웅처럼 사람들을 구하며 살아가야하는 상황.

신비 각성을 포기하려니 각성 때마다 상승하는 마력이 아깝고, 그렇다고 영웅처럼 나대며 살자니 내키지가 않는다.

‘아우, 골치야.’

어떤 의미에서는 이곳에서의 새로운 삶은 예전보다 훨씬 복잡했다.

이전 세상에서야 그저 천마군장 천강우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며 앞만 보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면 되었으니까.

김서준은 복잡한 생각을 털어내고자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일단은 현재에 충실하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이, 기회가 닿으면 무공을 신비로 각성시키자고 마음 먹었다.

‘마석부터 섭취하는게 맞겠지?’

마석처럼 귀중한 물건을 애지중지 가지고만 다닐 필요가 없었다.

사용할 기회가 왔을 때, 빨리 사용하는게 최선.

김서준은 공간주머니에서 블루 마석 두 개와 그린 마석 하나를 꺼냈다.

이형모가 대형 부르크를 잡고 획득한 그린 마석 한 개는 아버지를 위해 남겨두었다.

‘먼저 블루먼저.’

김서준은 맛있는게 있으면 아껴두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그린보다 한 단계 높은 블루를 먼저 섭취하기로 했다.

푸른 바다처럼 찬란하고 아름다운 빛을 머금은 사파이어를 닮은 블루 마석.

김서준도 마석을 섭취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인터넷이나 사진, 책 같은 걸로만 봤기에 실물을 보니 정말 먹어도 되는 건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블루니까 마력이 최소 16이상은 오르겠지?’

그린 마석을 섭취해서 오를 수 있는 마력은 11에서 15.

블루는 그 윗단계라 16에서 최대 20까지도 상승이 가능하다.

칼라의 농도가 꽤 짙은 걸로 봐서는 적어도 17 이상은 될 거 같았다.

김서준은 침을 한번 삼키고는 블루 마석을 한입에 털어넣었다.

꿀꺽

마석은 입에 넣자마자 솜사탕처럼 녹아 달콤한 향을 내며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이전 세계에서 영물의 내단을 섭취하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현상에 김서준은 습관적으로 내공을 움직여 운기조식을 실행했다.

그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목을 지나 위에 흘러들어간 마석의 기운이 천천히 세포로 흡수되는 듯 하더니 갑자기 뜨거운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태양신공으로 단련된 김서준의 몸은 그 정도 열기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서준은 그 열기를 태양신공으로 인도했다.

삽시간에 온몸으로 흩어지려는 기운을 내단 아우르듯 뭉치게 하고 심법의 요결에 따라 온몸의 혈맥으로 대주천 시켰다.

한 번, 두 번, 세 번.

대주천을 돌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김서준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단전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그렇게 삼십여분이 흘렀을 때, 김서준은 눈을 떴다.

“후우….”

김서준이 내뱉는 한숨 속에는 탁기가 가득담겨 있었다.

김서준은 지금 꽤나 의아했다.

원래대로라면 마석을 섭취하면 약 먹듯 바로 흡수되서 자연스럽게 마력 최대치가 차오르는게 끝이다.

아무리 김서준이 태양신공을 함께 운용했다 해도 그 차이는 별로 없어야 정상.

그런데 블루 마석 하나 흡수하는데 삼십분이 넘게 걸렸다.

마치 수백년 먹은 영물의 내단을 흡수한 것처럼 몸에는 땀까지 흥건했고.

김서준은 묘한 기대감을 보이며 자신의 정보를 확인했다.

[김서준]

-마력: 60 / 내공: 37

-신비: 역발산기개세(13%) / 태양신공(8%) / 염동장막(1%) / 수라극섬(1%)

“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력은 블루 마석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치인 20이 상승했고, 내공까지 20이나 늘었다.

거기다 태양신공의 숙련도 또한 2%가 올랐으니 실로 엄청난 결과.

‘이게…. 가능한 일이야?’

효율 100%.

마력과 내공 모두 최고의 효율을 보였다.

김서준은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바로 두 번째 블루 마석을 입에 털어넣었다.

운기행공을 한 뒤, 똑같이 삼십여분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김서준]

-마력: 80 / 내공: 57

-신비: 역발산기개세(13%) / 태양신공(10%) / 염동장막(1%) / 수라극섬(1%)

수치 증가가 말이 안될 정도로 높다.

이래도 되는건가 걱정이 될만큼 너무 효율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그린 마석까지!’

김서준은 세번째 마석을 손에 쥐었다.

이건 이한수의 심장에서 획득한 마석이었다.

몬스터의 몸에서 나온 마석을 섭취하는 것도 찝찝한데, 인간의 몸에서 나온 마석을 먹으려니 훨씬 꺼림칙했다.

‘먹으면 더 강해질 수 있는데, 무얼 못할까.’

김서준은 깊은 고민없이 마석을 삼켰다.

눈을 감고 태양신공으로 운기행공을 시작하자 방금 전보다는 사뭇 약한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 열기를 하나로 뭉쳐서 대주천을 시작하니 십분여가 흘렀을 때, 흡수가 끝나버렸다.

그런데 블루 마석을 섭취했을 때와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 있다.

마치 신비를 각성했을 때와 똑 같이 가슴 부위가 너무나도 상쾌하다는 것.

‘설마?’

김서준은 정보를 확인했고, 눈앞에 떠오른 결과에 또 한번 경악했다.

[김서준]

-마력: 95 / 내공: 72

-신비: 역발산기개세(13%) / 태양신공(11%) / 염동장막(1%) / 수라극섬(1%) / 심안(1%)

마력과 내공이 15씩 상승한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가장 끝에 새로 추가된 신비.

‘심안’이라는 글자가 김서준의 시선을 꽉 붙잡고 놓아주질 않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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