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26화 (26/153)

26

[심안]

-목표의 마력을 수치화하여 보여준다.

-목표의 격을 문자화하여 보여준다

-목표의 심장에 마석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목표의 위치를 투시한다.

-대상 적용 범위: 단일 대상/50미터, 광역/20미터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새로 얻은 신비, 심안의 설명이었다.

한눈에 봐도 이 심안은 이한수의 신비인 투시안보다 업그레이된 버전의 신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력능력 수치화.

격의 문자화.

거기에 마석의 유무 표시와 위치 투시까지.

‘마석을 흡수하는 걸로도 신비를 각성할 수 있는 거였어?’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지금껏 마석을 섭취한 수많은 헌터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다.

그럼 추론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단 두 가지.

첫째는 인간의 몸에서 추출된 마석을 흡수했을 때에만, 그 인간이 생전에 지니고 있던 신비와 유사한 신비를 각성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높은 확률로, 김서준 자신만이 인간의 마석을 흡수해서 그 인간이 소유하고 있던 신비와 유사한 신비를 각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놀랍고 황당한 사실이었다.

김서준은 곧바로 신비의 효과를 확인해 보고자 했다.

자신을 대상으로 삼아 ‘심안’의 신비를 발현시키자, 그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지잉-

머릿속으로 묘한 파동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95/72/가디언]

정보창과 비슷한 형태로 짧은 문자가 눈앞에 새겨졌다.

거기다 자신의 심장 쪽에 하얀 점 하나가 반짝거린다.

‘마력에 내공까지 고스란히 표시되는 건 알겠는데…. 가디언은 뭐지?’

심안의 설명을 감안해 봤을 때, 가디언은 ‘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한수는 목표의 몸 주변에 떠오르는 색으로 몬스터가 특수종의 어떤 급인지도 알아냈었다.

아마도 심안의 격은 그 정보를 아예 문자 형태로 알려주는 모양이었다.

‘내 몸에도 마석이 있구나.’

가슴 부위에서 보이는 하얀 점. 그것이 보인다는 건 마석이 있음을 의미했다.

지금 김서준의 마력은 95나 된다. 어느새 C급에 오른 것.

자신이 죽으면 심장에서 그린 마석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니 뭔가 괴물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헌터를 봐도 똑같이 표시되는 거겠지?’

김서준은 직접 실험해 볼 헌터가 근처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자신의 몸에서 시선을 떼자 스스륵 사라졌던 정보가, 다시 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풍선말처럼 뿅 하고 튀어나왔다.

시선을 떼면 사라지고, 다시 자기를 바라보면 나타나고.

몇 번을 확인해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10분이 지나자 더 이상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군. 한번 심안을 발휘하면 10분 동안 정보를 계속 볼 수 있는 거였어.’

이것도 꽤나 좋은 효과였다.

김서준은 혹시나 싶어 아론다이트를 대상으로 심안을 발휘해 봤다.

아론다이트 또한 마력이 깃든 물건이니 마력수치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다.

심안이 발휘되자 묘한 파동이 아론다이트를 향해 뿜어져 나갔다.

그건 오직 김서준만이 볼 수 있는 투명한 파동이었다.

그리고 눈앞으로 정보가 떴다.

[97/노멀]

모닥불 옆에 눕혀둔 아론다이트 위로 홀로그램처럼 떠오른 글자들.

간단하지만 매우 직관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쉬웠다.

‘마력이 97이라는 말인데….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 깃들어 있던 마력도 감소하나 보구나.’

아론다이트의 무기등급은 B급.

그렇다면 원래 마력은 최소 100을 넘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97이니 마력이 줄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격이 노멀이라는건 그냥 기본이란 말이겠고.’

몬스터의 종류를 구분할때도 노멀급이면 일반이라는 의미였다.

그래도 아론다이트는 매우 훌륭한 무기다.

마력 97의 무기, 아론다이트.

아버지가 아끼던 무기인만큼, 그 의미만으로도 매우 소중했다.

김서준은 아론다이트를 그대로 두고, 공간주머니에서 다른 아티팩트들을 꺼내봤다.

그리고 쿨타임이 지날 때마다 하나씩 심안으로 마력 수치를 확인했다.

아티팩트는 심안을 이용해 모두 마력 수치를 볼 수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 중 가장 높은 마력을 지닌 건, 바로 ‘희망으로의 회귀’라는 이름의 깃털이었다.

마력 수치는 무려 364.

A등급에 해당하는 수치였고, 격은 ‘유니크’로 나왔다.

A등급에 격이 유니크인 아티팩트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회복의 잔.

310이라는 마력을 보유한 이 작은 잔도 깃털 만큼이나 높은 등급의 아티팩트였던 것.

김서준은 아티팩트들의 마력 수치와 격을 머릿속에 잘 기억에 두었다.

‘이제 좀 쉬자.’

김서준은 방금 전까지 너무 많이 놀라서 그런지 정신적으로 피곤함을 느꼈다.

그에게 있어 휴식은 운기조식이었다.

곧바로 모닥불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태양신공을 일으켜 운기조식에 돌입했다.

숲이라는 자연 속에서 청명한 기운을 받으며 운기조식을 해서일까?

김서준은 시간이 흐르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아침이 올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했다.

“어….라?”

눈을 뜬 김서준은 어느새 날이 밝았음을 깨닫고 헛웃음을 흘렸다.

시간을 보니 아침 7시.

대충 10시간 이상을 운기조식만 한 셈이었다.

‘내공은 좀 올랐으려나?’

손을 내려다보며 정보를 살피자, 72였던 내공 수치가 75까지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룻 밤 사이에 내공이 3이나 오르다니….’

이렇게 빠르게 성장해도 되는 건가 괜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김서준은 짐을 챙겼다.

중요한 물건들은 모두 공간주머니에 넣고, 침낭과 야영도구를 배낭에 차곡차곡 담았다.

모닥불은 이미 꺼졌지만, 나중을 위해 흙으로 덮어 최대한 야영 흔적을 지웠다.

김서준은 그렇게 수목공원을 빠져나와 천천히 도심으로 걸음을 옮겼다.

***

오전 9시 40분.

집에 도착한 김서준은 도어락을 열어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문을 열었다.

“아들 왔니? 손부터 씻고 얼른 밥 먹어라.”

백연지 여사가 김서준을 반겨주며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거실엔 아버지도 있었다.

아버지는 투실투실했던 살집이 거의 사라진 모습으로 뉴스를 시청 중이었다.

“세상이 어찌되려는지…. 너도 소식은 들었지?”

김주혁이 보고있는 뉴스는 57번 균열 근처에서 발생한 형제 살인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혹시 아는 분이세요?”

뉴스에선 신우진의 인터뷰도 반복적으로 나오는 터라 어쩌면 아버지가 알아볼 지도 몰랐다.

“글쎄다. 현장 일에서 손을 뗀지가 하도 오래되다보니, 요즘에 어떤 헌터가 현역으로 활동하는지 잘 몰라서 말이지.”

김주혁은 신우진을 알아보지 못했다.

“지금, 인터뷰 하는 저 헌터요. 삽십대 초반이라던데, 그럼 아버지가 한창 현장에서 뛸 때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러고보니 낯이 익은 거 같기도 하고. 신우진이라….”

김주혁은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이 예전만 못해서 그런가? 잘 모르겠구나. 근데, 너 거기 서서 뭐해? 씻고 밥 먹어라.”

“아, 네.”

김서준은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가 방에 짐을 내려놓고 욕실로 향했다.

원래는 바로 그린 마석을 아버지에게 드리려다가 며칠 뒤로 미루기로 했다.

지금 갑자기 마석을 꺼내면 이상하게 여길 게 틀림 없었으니까.

손과 얼굴을 씻고, 백연지 여사가 차려준 밥을 먹고나니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기분이 든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자신이 돌아왔을 때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김서준으로 하여금 감상에 젖어들게 했다.

또롱.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휴대폰에서 문자가 떴다.

‘신우진 헌터?’

균열을 통과하기 전에 미리 연락처를 주고받은 상태라 서로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김서준 학생. 시간 괜찮으면 저녁에 좀 볼 수 있을까?]

신우진은 일부러 하루 텀을 두고 일요일이 되어서야 연락을 취했다.

김서준도 어차피 그를 만나서 부탁할 일이 있었기에 잘됐다 싶었다.

[6시에 뵙죠. 지켜보는 눈이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하시고요.]

김서준은 직접 약속장소를 지정했다.

약속장소로 차를 몰고 나와서 잠깐 뒷문을 열어두면 자신이 알아서 타겠노라고 문자도 보냈다.

신우진 역시 흔쾌히 수락했다.

‘황금석하고 아티팩트들 처리하려면 신우진 헌터가 딱이야.’

김서준이 신우진에게 부탁하려는 건 황금석과 아티팩트의 판매였다.

학생 신분으로 자신이 나서는 건 아무래도 불안했다.

하지만 신우진이라면 아무 의심없이 처리가 가능하리라.

방으로 들어온 김서준은 배낭을 비우고 그 안에 황금석과 필요성이 적은 아티팩트 6개를 담았다.

중요한 아티팩트들은 공간주머니에 넣어 따로 보관했다.

‘이제 좀 쉬자.’

부모님이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집이라 그런지 마음이 너무도 편안했다.

그래서 저녁 약속 전까지 잠을 자두기로 했다.

김서준은 침대에 누웠고,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가 스스륵 눈을 감았다.

***

오후 5시.

부모님께는 잠시 친구 좀 만나고 온다고 말한 뒤 약속장소로 향했다.

집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면 4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았다.

약속장소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의 한 편의점 앞이었다.

편의점 옆 골목에서 신우진을 기다리고 있던 김서준은 약속시간 6분 전에 편의점 앞 차도에 잠시 정차하는 SUV차량을 볼 수 있었다.

‘저 차구나.’

신우진이 알려준 차량 번호와 일치하자 김서준은 바로 골목으로 깊숙히 들어갔고, 클로킹 마스크를 얼굴에 썼다.

그렇게 투명화 된 김서준은 다시 도로쪽으로 나갔다.

그때에 맞춰 신우진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차로 돌아왔다.

차 뒷문을 열어 물건을 넣어둔 뒤, 괜히 그 자리에 서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척 했다.

그틈에 김서준은 투명화 된 상태로 차 안으로 몰래 스며들었다.

잠시 후, 신우진은 다시 운전대를 잡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를 몰기 시작했다.

“연기 잘 하시네요.”

뒷좌석에서 갑자기 사람 목소리가 들리자 신우진이 깜짝 놀랐다.

“아, 깜짝…..이야. 정말 탔네? 아까 문 열어놨을 때 탄거냐?”

김서준은 클로킹 마스크를 벗으며 히죽 웃음을 그렸다.

“다시 뵙게되서 반갑습니다.”

“그래. 나도 네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어서 한시름 놨다. 그나저나 별 희안한 아티팩트를 다 가지고 있구나?”

“운이 좋았죠, 뭐. 그런데, 이 차… 안전한거죠?”

“안전? 아, 그래. 안전하지. 창에 특수 코팅처리가 되어 있어서 밖에서는 안을 못본다. 헌터들이 타는 차량은 보안유지가 철저하니까.”

“다행이네요.”

김서준은 생각보다 넓은 차 안을 휘 둘러보다가 종이 봉투에 든 음료수 두 개를 꺼냈다.

그중 하나를 따서 신우진에게 건넸다.

“일단 헌터님이 가려고 한 목적지로 가죠. 가면서도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김서준이 이토록 조심하는 이유는 이형모, 이한수 형제를 사주한 누군가가 신우진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꾸나. 그런데, 김서준 학생. 정말 괜찮은거냐?”

신우진은 김서준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형모, 이한수 형제의 죽음에 김서준이 깊게 관여되어 있음을 알기에 어린 김서준이 혹 큰 충격을 받은건 아닐까 걱정된 것.

그는 두 형제를 김서준이 직접 죽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아티팩트를 이용해 서로 죽이게끔 상황을 조종했을 터.

몬스터를 죽이는 것과 인간을 살해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아티팩트를 써서 형제를 처리했다고 해도, 그 행위를 한 주체가 김서준인 이상 정신적으로 힘들었으게 분명했으니까.

김서준도 그런 신우진의 마음을 알기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죽을 놈들이 죽은 것 뿐입니다. 천벌인거죠. 전 아무렇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너한테만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하구나. 내가 나섰어야 했는데….”

“각자 해야할 일이 있었잖아요. 그 상황에서는 제가 두 사람 뒤를 쫓는게 당연했고요.”

“그렇긴 해도…. 후….”

신우진은 이형모 형제를 처치하는 일에 김서준을 딸려보낸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원래는 자신이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균열 앞에 몰려있을 취재진의 시선을 끌고 이형모 형제에게 부르크의 사체를 넘겨주는 일은 신우진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결과가 좋으면 된거잖아요.”

“그래. 그런데…. 혹시 그 둘을 사주한 자가 누구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니?”

신우진은 이형모 형제의 뒷배가 너무 궁금했다.

이대로 두면 비슷한 일이 언제 또다시 벌어질지 모르니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캐내서 뿌리를 뽑고자 했다.

하지만, 김서준은 자신이 그들의 뒷배까지 찾아내 소탕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뒤를 캐지 않고 죽여버렸다.

“사주한 자가 누구인지는 몰라요. 다만…. 연결 고리를 찾을 수는 있을 겁니다.”

김서준은 뒤를 캐는 일을 신우진에게 맡기기로 했다.

“연결 고리?”

“네. 제가 번호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대포폰이겠지만, 박재홍 헌터의 가족을 납치했던 스캐빈저가 쓰는 것이니 잘 캐보면 정보가 나올 거에요. 이한수는 상대를 케이라고 불렀습니다.”

“스캐빈저 케이? 이형모, 그 빌어먹을 자식이 스캐빈저까지 고용했다고?”

신우진은 화가 났는지 운전대를 주먹으로 세게 쳤다.

김서준은 그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가 휴대폰으로 번호 하나를 전송했다.

그건 이한수가 박재홍의 가족을 납치한 스캐빈저에게 연락했던 그 번호였다.

혹시 몰라 그 번호를 기억해 두었기에 신우진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

“이형모나 이한수 명의로 된 계좌들도 추적해 보세요. 꽤 큰 돈이 오고 간 모양인데, 그 돈의 출처를 쫓다보면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그렇겠구나. 여러모로 고맙다. 재홍이 녀석 가족이 무사할 수 있었던 것도 네 덕이니까.”

신우진은 어제 저녁 박재홍의 가족이 무사히 집으로 귀가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또한 김서준이 한 일임을 알고 있었다.

“뭐, 그 정도는 제가 해야할 일이니까요.”

김서준이 박재홍의 가족을 도운건, 그를 몬스터로 변이시킨 일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죄없는 가족까지 희생시켜선 안된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었기에 한 일이었다.

“이제 넌 어쩔 거지?”

“뭘 어쩌긴요. 전 다시 평범한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죠.”

“혹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거라.”

신우진은 김주혁에 이어 그의 아들인 김서준에게도 목숨 빚을 졌다.

은원이 확실한 신우진이기에 반드시 이 은혜를 두 사람에게 갚고 싶었다.

“그럼 부탁 하나 할게요.”

“오, 그래.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세 개 해도 된다.”

부탁이란 말에 오히려 신우진이 반가워하자 김서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우진 헌터님. 혹시 장물도 팔아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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