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27화 (27/153)

27

김서준은 배낭에서 황금석 3킬로그램과 아티팩트 6개를 꺼내놨다.

운전중이라 신호등에 걸렸을 때 뒤를 돌아본 신우진은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 혹시….”

“어디서 얻은 거냐고는 묻지 마시고요. 이거 좀 제값 받고 팔아줬으면 해서요. 제가 팔기에는 소소한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그럽니다.”

“해주마.”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나온 호쾌한 대답.

신우진은 김서준이 이 물건들을 장물이라 표현한 이유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형모, 이한수가 죽은 뒤 그들의 유품 중에 여러 개의 아티팩트와 황금석 2킬로그램이 나왔었다.

가족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유품 중 일부는 정식절차를 밟아 균열관리국으로 귀속될 예정이었다.

어제 보고를 위해 관리국으로 돌아갔던 신우진도 유품을 확인했는데, 그가 아는 것보다 양이 좀 적다 싶었다.

그 이유가 김서준에게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일단, 해주신다고 하니 감사하네요. 계좌는 따로 보내드릴게요.”

너무 빠른 승락에 김서준도 살짝 당황했는지 말이 좀 늦게 나왔다.

“김서준 학생. 안그래도 보상 문제 때문에 이렇게 따로 만나자고 했던 거다. 전화로 말하는 것 보다는 얼굴 보고 말하는게 맞다 싶었거든.”

“무슨 보상이요?”

“네가 가져온 보스 사체 말이다. 냉동 탑차에 실었던 부르크 사체까지 다 합하면 적어도 7억은 받을 수 있을 거 같거든. 그거 모두 네 계좌로 쏴줄 생각이다.”

“….네?”

이건 김서준도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는 그 사체를 팔아서 거금 좀 챙겨볼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어찌되었든 모두 신우진에게 넘겨진 터라 몇천만원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사체 판매금 전체를 주겠다니.

“거기다 이번엔 균열관리국에서 균열 폐쇄에 성공한 성과급도 특별히 지급될거다. 그 성과급의 50%를 너에게 넘겨주마.”

“….!”

이젠 성과급 50%까지 떼준단다.

무의식 적으로 감사합니다라는 대답이 나올뻔 했다.

그 말을 애써 삼킨 김서준은 최대한 겸손을 떨었다.

“뭘 그렇게까지…. 몬스터 사체 팔아서 나오는 돈은 5등분 하는게 맞죠. 다같이 고생하셨으니까요. 성과급도 50%는 너무 많습니다. 20%만 되도 충분합니다.”

보상분배에서 심재덕 교수 몫은 뺐다.

그 자까지 챙겨줄 정도로 성인군자는 아니었으니까.

솔직한 마음으로는 신우진을 제외하고 다른 헌터들의 몫을 챙겨주는 건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신우진이 장물처리를 해준다고 하니 가식적으로나마 헌터들 몫을 운운한 것이다.

그런 김서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걸까?

신우진이 얼른 말을 받았다.

“5등분이라니? 그건 말도 안된다. 그럼 이건 어떻겠냐? 사체 팔아서 나오는 돈 7억 중에서 1억만 우리가 챙기는 걸로. 성과급 50%를 주는 건 다른 헌터들도 동의한 거니 네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여기서 더 거절하면 정말로 이득이 줄어들 것 같았기에 김서준은 못이기는 척 하며 받아들였다.

“후…. 할 수 없네요. 그럼 그렇게 하죠.”

“잘 생각했다. 우리 목숨을 구해준 은인한테 이것밖에 해 줄 수 없어서 그게 더 미안하구나.”

“마음은 충분히 받았습니다.”

김서준이 웃으며 말하자 신우진도 환하게 미소를 그렸다.

그러다 뭔가가 떠올랐는지 살짝 굳은 얼굴로 백미러를 살폈다.

“김서준 학생. 심재덕 교수는 그냥 내버려 둬도 괜찮겠어?”

신우진도 아는 것이다.

심재덕은 기회가 된다면 바로 배신을 때릴 인물이라는 것을.

“그 사람은 크게 걱정 안해도 됩니다. 그날 동굴 안에서 그가 했던 말, 행동 모두 최고의 화질로 저장되어 있으니까요.”

“오, 그래? 그것 참 다행이다.”

신우진은 김서준의 준비성에 감탄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김서준은 심재덕 교수가 무릎을 꿇고 모든 사실을 밝히며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을 모두 바디캠으로 촬영해 두었다.

혹시 몰라서 준비해 둔 것인데 아주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영상만 있으면 심재덕은 절대 다른 짓을 하지 못한다.

김서준이 생각하기에 심재덕 교수를 곧장 나락으로 보내버리는 것보다 철저히 이용해서 단물 쓴물 모두 빼먹는 것이 가장 확실한 응징이었다.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싹 다 오늘 중으로 처리해서 내일 오전에는 입급시키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아, 저기가 좋겠네요. 이제 세워주세요.”

김서준은 신우진과의 볼일이 끝나자 바로 차를 세웠다.

이번엔 길가에 놓인 쓰레기통 옆이었다.

신우진이 내려서 뒷문을 열고 방금 마신 음료수를 수거해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이, 김서준은 클로킹 마스크를 쓴 채로 조용히 사라졌다.

***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다.

김서준은 주말 동안 엄청나게 증가한 자신의 능력치를 살피며 지하철에서 혼자 히죽거렸다.

[김서준]

-마력: 95 / 내공: 77

-신비: 역발산기개세(13%) / 태양신공(12%) / 염동장막(1%) / 수라극섬(1%) / 심안(1%)

일요일 저녁에 5시간 넘게 운기조식을 한 덕분인지 내공은 77까지 늘어나 있었다.

균열 레이드에 참가하기 직전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성장이다.

거기다 염동장막과 수라극섬, 그리고 심안까지 총 세 개의 신비를 새롭게 각성했다.

‘비뢰신보랑 천궁시까지만 각성하고, 그 이후엔 숙련도 상승에 매진해야겠어.’

신비만 주구장창 늘리는 것보다는 소수의 무공을 집중적으로 수련하여 전문성과 숙련도를 높여 더 강력한 위력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숙련도가 20%에 이르면 마력 증가가 옵션으로 추가되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기도 했다.

삐링

김서준의 상념을 깨는 문자음 소리.

휴대폰을 보니 자신의 이름으로 된 은행 계좌와 연동된 알림 메시지였다.

[입금알림문자(대한은행)]

‘신우진’ 님께서 고객님의 계좌에 이체를 실행하였습니다.

-입금액: 1,320,000,000원

-계좌번호: 274-XXX-XXXXX

-예금주: 김서준

메시지를 본 김서준은 잠시 눈을 비볐다가 다시 확인했다.

‘13억2천? 정말 13억이 넘네?’

금액이 어마어마했다.

대충 9억 정도 예상했는데, 그보다 4억2천이나 더 많다.

이전 세계에서야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살았기에 금전감각이 별로였다. 하지만 어린 김서준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지금은 이 13억이라는 금액이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완전 로또 맞은 기분인데?’

김서준은 지하철 창문 밖으로 보이는 까만 벽을 바라보며 ‘허, 허.’를 연발했다.

스물도 안된 학생이 노인처럼 헛웃음을 흘리자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다 김서준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는 살포시 얼굴을 붉혔다.

김서준은 바로 정색하고는 신우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뭘 이렇게 많이 보냈냐, 어떻게 월요일 아침 일찍 바로 계좌 이체가 가능했냐 하는 질문은 일절 필요 없었다.

그에 대한 신우진의 답신도 간단했다.

[내가 고맙다.]

사람이 참 올곧다.

균열 안에서 보인 행동도 그렇고, 그 뒤로 대화를 쭉 나눠보니 더욱 그런 면이 부각된다.

좋고 싫다 확실하고, 적과 아군의 구별도 칼 같은 사내, 신우진.

‘아버지도 나도…. 좋은 사람을 구해준 거구나.’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잠시 후 지하철에서 내린 김서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섰고, 밝은 표정으로 강의실에 들어섰다.

*

강의실 안으로 김서준이 들어서자 학생들이 눈을 힐끔거리며 뭔가를 소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인상을 왕창 찌푸리고 있는 몇몇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고한석과 함께 어울리던 패거리였다.

김서준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들 중 서열 2위에 속하는 학생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런데 김서준을 보자마자 차갑게 비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저놈 반응보소?’

고한석을 골로 보내버린게 자신이라는 사실은 당연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실습시간에 때려눕힌 일이 있다보니 분명 시비를 걸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철이 들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자기가 덤빌 깜량이 안된다는 걸 깨닫기라도 한 건지 지난 주부터 지금까지 그냥 저러고만 있다.

김서준으로서는 이 편이 훨씬 편했지만, 일진놀이에 빠져 살던 녀석이 이런 반응이니 뭔가 맥이 빠졌다.

‘덤비면 제대로 한 번 받아주려고 했더니만….’

괜히 꽉 쥐고 있는 주먹이 부끄럽기만 하다.

일단은 김서준도 일진무리들을 무시하기로 했다.

중간쯤 빈 자리로 찾아들어간 김서준.

곧 시작 종이 울렸고, 다소 피곤한 기색의 심재덕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섰다.

그때 학생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교수님, 멋지십니다!”

“여윽시 우리 아카데미의 자랑이에요!”

“우리 교수님, 실전에도 강하시네요!”

학생들은 심재덕 교수가 57번 균열 레이드에 참가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온통 칭찬이었다.

학생들의 칭찬에 어색하게 웃던 심재덕은 김서준과 눈이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까딱했다.

학생보다 교수가 먼저 알은채를 한 것이다.

“교수님! 오늘은 균열에서 겪은 모험담 좀 말해주세요!”

“그래요! 어떤 몬스터를 만났고, 어떻게 싸웠는지 궁금하다고요!”

학생들은 심재덕의 모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크흠. 모두들 잘 들어라. 균열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한 곳이 절대 아니다. 조금만 실수해도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곳이야. 함께한 동료들을 끝까지 믿어야 하고, 혼자만 살겠다고 뒤에 숨어서 뻘짓을 하다간 죽음 뿐이지. 그러니 흥밋거리로 생각하는 건 그만두도록. 자, 오늘 수업 시작하겠다.”

심재덕은 김서준을 의식해서인지 사뭇 진지한 어조로 학생들을 나무라고는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오전 수업이 거의 끝나갈 때쯤, 심재덕은 5분 일찍 수업을 마무리 하며 갑자기 김서준을 호출했다.

“김서준 학생. 시간 괜찮으면 잠시 나좀 볼 수 있을까?”

부드럽게 웃으며 김서준을 부르자 학생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심재덕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김서준을 향해 웃어보인적이 없었으니까.

“네, 교수님.”

김서준은 조용히 대답하고는 심재덕 뒤를 따라 강의실을 나갔다.

두 사람은 교수실에서 마주 앉았다.

10평 정도 되는 적당한 크기의 장소.

김서준은 교수실을 슬쩍 둘러보며 한마디 했다.

“여기 안전합니까?”

여기서 하는 이야기가 새어나갈 일 없겠냐는 질문.

이에 심재덕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이지. 이곳엔 내가 차단용 아티팩트를 설치해 놔서 아무것도 엿들을 수 없다. 크흠흠.”

“그럼 다행이네요. 어차피 저도 교수님을 좀 봐야할 일이 있었는데.”

“먼저…. 먼저 이야기 하거라.”

“아니요. 교수님 먼저요.”

이야기의 주도권은 김서준에게 있었다.

며칠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전상황.

“어, 그래…. 그럼 나먼저 말하마. 사실 어제 고태…. 아니, 그 의뢰주한테 연락이 왔었다.”

심재덕은 고태환의 이름을 말하려다가 급히 의뢰주로 바꿨다.

차단용 아티팩트가 설치되어 있다 해도 함부로 이름을 내뱉는 건 꺼려지는 모양.

김서준이 가만히 듣고만 있자 심재덕은 계속 말을 이었다.

“….. 자꾸 결과를 캐물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좀 했다. 그 자가 의뢰한 일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레이드에 참석했다고 말이지. 그리고 거기서 네 팔 하나를 자르는데 성공했다고 했다.”

그 말에 김서준은 멀쩡한 자신의 두 손을 움직여 보였다.

이렇게 멀쩡한 팔을 잘라냈다는 거짓말을 대체 왜 한 걸까?

“그래서요?”

“의뢰는 확실히 성공했는데, 보스 레어에 치료용 아티팩트가 있어서 다시 복원되었다고 했지. 그, 신우진이라는 헌터가 하필이면 너와 인연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치료했다고 하니까 일단은 수긍을 하더구나.”

“그 말을 믿는다고요? 그 자가?”

“화를 내긴 했다만 그 이상 캐묻지는 않던데?”

김서준은 곰곰히 생각했다.

고태환이 이렇게나 허술한 심재덕의 거짓말을 그냥 믿어준다?

그건 말이 안됐다.

하지만 더 이상 캐묻거나 따지지 않았다고 하니 다른 이유가 있는 듯 했다.

‘그렇군. 57번 균열 사건으로 상황이 커졌는데, 거기에 자신이 한 학생을 해치기 위해 손을 쓴 정황이 드러날 수도 있으니 이쯤에서 발을 뺀 게 분명해. 게다가 아들이 금지 약물 중독으로 잡혀들어갔으니 일을 쉬쉬하고 싶었겠지.’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고태환으로서는 굉장히 불안했을 것이다.

학생 하나 병신으로 만들라고 했던 심재덕이 돌연 균열 레이드를 뛴 것도 모자라 그 레이드에서 희생자가 둘이나 나왔고, 거기에 이형모 형제가 서로 죽고 죽이는 살인극까지 벌어졌으니까.

혹시 심재덕이나, 그가 돈으로 매수한 헌터들 입에서 고태환이 벌인 일까지 언급되면 아들이 벌인 사건에까지 연루될까봐 걱정이 태산이었으리라.

그래서 김서준이 팔을 잘리지 않고 잘 살아있다고 하니 오히려 안심한게 분명했다.

“균열 레이드 참가자 명단에 내가 빠진 이유에 대해선 아무 의심 않던가요?”

“그, 그건 내가 혹시나 해서 이형모와 함께 모든 기록을 지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신우진 헌터가 널 걱정해서 일찌감치 균열 밖으로 내보냈기때문에 사건에 전혀 관련이 없게 된 거라고 했고.”

심재덕의 잔머리는 확실히 좋았다.

그가 둘러댄 거짓말 덕분에 김서준은 정말 57번 균열에서 벌어진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물이 되었으니까.

“잘 하셨네요.”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앞뒤가 잘 맞아. 하하하. 사실, 그 이야기를 해 주려고 널 부른거다. 이젠 날 믿어도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그럼 잔금도 받으셨겠네요?”

“어? 자, 잔금?”

심재덕은 이번 일을 하는 대가로 고태환에게 2억을 약속받았다고 했다.

고태환 같은 사람이 일을 끝내기도 전에 2억을 전부 줬을 리는 없으니 분명 잔금을 따로 받기로 되어 있을 터.

“이번 일로 얻은 게 쏠쏠하겠습니다?”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김서준.

심재덕은 김서준이 웃고 있는 이유를 바로 눈치챘다.

“후…. 알았다. 계좌를 주면, 너하고도 나누마.”

“이해가 빠르시네요. 10%만 받죠, 뭐. 너무 많이 받으면 서로 부담되니까요. 대한은행이고요, 번호는 274 다시….”

김서준이 웃으며 하는 말에 심재덕은 뭐씹은 얼굴로 계좌번호를 받아적었다.

“이건 제가 잘 쓸게요.”

김서준은 허리에 찬 공간주머니를 툭툭 두드렸다.

심재덕의 눈빛에 아쉬워하는 감정이 가득했지만 차마 그걸 내놓으라고 말하진 못했다.

“아카데미나 균열관리국에서도 훌륭한 일 했다고 보상 나올거잖아요? 그걸로 더 좋은 거 장만하면 되죠.”

“그렇긴 하지. 크흠.”

심재덕은 김서준 앞에서는 완벽한 을이었다.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놓고 김서준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터였다.

“아, 그리고 이거.”

김서준은 품에서 미리 준비해 온 USB 하나를 꺼냈다.

심재덕이 그걸 받아들며 의아해 하자, 김서준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 안에는 영상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물론 교수님이시고요. 동굴 안에서 교수님께서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해 보시면 그 영상이 무얼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말을 듣고있는 심재덕의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지금처럼만 하신다면 그 영상이 세상에 공개될 일은 없을 거에요. 영원히 입을 닫아주시고, 더 이상 고태환과 얽히는 일만 없다면 말이죠.”

“약속….한다.”

“매우, 좋습니다. 그 지옥에서 빼내드린 보람이 있네요. 그렇죠?”

김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심재덕을 차갑게 응시했다.

심재덕은 시선을 느꼈지만 차마 마주보지 못했다.

그는 김서준이 박재홍의 이마에 망설임없이 마석을 때려박는 걸 봤고, 엄청난 무위로 크롬프를 해치우는 장면도 지켜봤다.

또한 이형모 형제를 처리해야 한다며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몬스터의 배를 가르고 사체의 몸속을 파고 들어가는 모습도 지켜봤다.

아마도 이형모, 이한수 형제의 죽음에는 김서준이 깊게 연관되어 있으리라.

때문에 김서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몸은 19살의 학생이되, 전혀 학생같지 않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김서준.

심재덕은 이미 김서준에게 마음속 깊이 굴복한 상태였다.

“그럼 오후 수업 시간에 뵙죠.”

“그….래. 이따 보자.”

김서준은 사시나무 떨 듯 떠는 심재덕을 남겨두고 혼자 교수실을 빠져나왔다.

‘돈 벌기 쉽네.’

김서준은 13억2천에 이어 심재덕에도 얼마를 받을수 있을까 내심 기대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