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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 빠르게 지나갔다.
57번 균열에서 벌어진 사건은 시간이 지나자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고, 뉴스에서도 드물게 언급될 뿐 더는 이슈몰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 균열이 열릴 시기가 되었다며, 이번엔 또 어디서 열릴지 몰라 다들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요일이 되었다.
김서준은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 심재덕으로부터 무려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전달받아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 외에 아카데미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었기에 수업이 끝나면 바로 귀가해 무공을 수련했다.
때때로 조금 이른 시간에 퇴근한 아버지도 옥상에 올라 함께 수련에 임했다.
어느새 김주혁의 몸 상태는 전성기 때에 거의 근접해 있었다.
아버지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대 일 대련을 하면 두 사람 사이에 실력차가꽤나 크게 벌어졌다.
김서준이 짧은 시간에 너무 크게 성장했기에 김주혁의 전성기 실력으로도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김주혁은 자신이 지금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서준은 아버지 김주혁이 약한 헌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어제, 심안의 신비로 살펴본 김주혁의 마력수치는 결코 낮지 않았으니까.
[63/엘리트]
마치 표식처럼 김주혁의 머리 위에 둥실 떠올랐던 글자들.
그의 마력은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거기다 격이 ‘엘리트’로 표시되고 있다.
다행히도 아버지의 심장에선 마석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이한수의 신비처럼 마석의 유무를 알아보는 신비를 가졌다 해도, 일단 아버지는 안전하다는 이야기라 안심할 수 있었다.
강의실로 향하는 복도.
김서준은 복도를 걸으며 ‘격’이라는 것이 어떤 체계로 이루어졌을지를 생각해 봤다.
‘노멀이 있고, 그 다음으로 엘리트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자신의 격이 가디언으로 표시되는 것에는 의문 투성이었다.
아마도 엘리트 다음이 스페셜이 아닐까 싶다.
‘엘리트보다는 높은 격이겠지?’
모든 건 예상일 뿐, 정확히 검증된 것은 아니었다.
정확성을 높이려면 틈 날때마다 심안을 사용해 사람들의 정보를 읽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이 그런 생각을 하며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강의실 안이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그 이유는 교탁 앞에 서서 큰 소리를 내는 학생 때문이었다.
“….누구냐니까? 여긴 없어? 뭐야, 다 병신이야? 시발, 뭔 헌터 아카데미에 겁쟁이들밖에 없냐?”
처음보는 학생이었다.
나이는 한두살 많아 보이는데, 옷깃에 1학년 휘장을 달고 있는 걸로 봐서는 동급생이 맞다.
190에 가까운 큰 키에 짧은 스포츠 머리.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각진 턱을 가진 녀석은 온몸으로 마초적인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도 김서준의 등장을 알고 시선을 돌렸다.
“넌 뭐냐?”
낯선 마초 학생이 묻는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의 질문을 무시한 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에 마초 학생이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 웃었다.
“이거 봐라? 생긴건 곱상해가지고 꼴에 아카데미 학생이라 이거냐?”
마초 학생은 먹이를 발견한 승냥이처럼 이죽거리며 김서준 쪽으로 다가섰다.
그때, 강의실 끝쪽에 앉아 있던 덩치 큰 학생이 벌떡 일어섰다.
“야, 너. 이름이 주광식이라고 했지?”
키가 190을 넘는 근육덩어리 학생의 이름은 이찬성.
고한석과 함께 일진놀이를 즐기던 단짝이었고, 고한석의 일로 쭉 김서준을 노려보던 이 반의 2인자였다.
D급 마력에 C급의 신비를 지녔지만, 그 정도 만으로도 고한석을 빼고는 이 반에서 거의 왕처럼 군림할 수 있었다.
이찬성은 고한석의 충직한 개였고, 김서준을 괴롭히는데 앞장서던 놈이기도 했다.
“이건 또 뭐야? 아깐 조용히 있더니 이 곱상한 자식이 등장하니까 갑자기 용기백배 하셨네?”
주광식이라는 이름의 마초 학생은 김서준과 이찬성을 번갈아 보며 피식거렸다.
“편입생이면 편입생답게 조용히 찌그러져서 분위기나 파악해라. 여긴 너같은 양아치가 설칠만한 곳이 아니야!”
이찬성이 이상하게 김서준을 힐끔대며 모처럼 바른 말을 입에 담았다.
‘편입생? 저 마초 같은 녀석이 편입생인가?’
헌터 아카데미에는 1년에 한 차례 편입생을 받게되어 있었다.
그 시기는 보통 2학기 개학 시점과 맞물리는데, 아직 1학기가 끝나려면 한달이 남아있으니 좀 이상한 상황이었다.
“하, 이 새끼 보게? 넌 새끼야, 나이가 몇갠데 반말을 찍찍 싸대? 스물은 됐냐? 난 스물 하나다, 돼지 꿀꿀이 새끼야.”
말 몇마디에 욕이 반이다.
주광식이라는 편입생은 예상대로 21살이었고, 20살인 이찬성보다도 한살이 많았다.
같은 학년이지만 나이차가 생기는 이유는 사람마다 신비를 각성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몇이던 그게 뭐가 중요한데? 너도 1학년으로 입학했으면, 다 같이 1학년인거지. 그리고, 너. 왜 자꾸 이 새끼, 저 새끼 욕이야? 입에 걸레를 쳐 물었나!”
“얼씨구. 뭐, 좋아. 그럼 다시 묻겠다. 이 반 짱이 누군지 네가 한번 대답해 봐라.”
알고보니 주광식은 지금 편입한 첫날부터 자기가 짱 먹겠다고 이러고 있었다.
‘무슨 중고등학교 애들도 아니고.’
김서준은 21살이나 먹고도 일진놀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두 바보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이찬성은 다시 자리에 앉고는 몸을 뒤로 한껏 기대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
“원래 우리반 짱은 며칠전 개인적인 일로 아카데미를 그만두셨다. 그러니 넘버 투인 내가 짱으로서 널 맞이해 줘야겠지?”
“오호라. 네 놈이 넘버 투였다? 진작 말하지 그랬냐. 그럼 시간 낭비 없었을 거 아니야? 자, 그럼 이따 수업 끝나면 건물 뒤에서 잠시 보자고. 콜?”
“너나 무섭다고 도망가지 마라.”
머리에 들어찬게 근육밖에 없는 두 녀석의 대화에 김서준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고한석, 그 자식. 결국, 아카데미에서 퇴학 당했나 보군.’
이찬성이 말하는 짱은 아마도 고한석일 터.
그녀석이 개인적인 이유로 아카데미를 그만뒀다는 건,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강제로 퇴학 조치를 당했다는 말이다.
‘아버지 백으로 실형을 살진 않겠지만, 보는 눈이 많다보니 아카데미는 더 다닐 수 없게됐다? 놈한테 딱 맞는 결말이네.’
김서준은 그 고까운 고한석을 다시는 아카데미에서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현무 길드 부길마라는 백이 좋긴 좋다.
아카데미에서 일진 놀이를 해도 시비거는 사람이 없었고, 마약을 투약하고 스케빈저와 폭력문제까지 일으켰는데도 징역형을 벗어나 버렸으니까.
‘고한석이 빠지면서 결원이 생겼으니 편입생을 일찍 당겨 받았다는 건데…. 어째 거기서 거기인 놈이 온 것 같아 좀 그렇네.’
학생 수가 줄었으니 편입생을 일정보다 빨리 투입시킨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하필이면 양아치 같은 놈이 편입생으로 들어왔다는게 문제지.’
김서준은 가장 앞자리에 털썩 앉은 주광식의 뒤통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때, 주광식이 고개를 홱 돌려 김서준의 시선을 마주했다.
씨익
녀석이 웃는다.
그 웃음은 마치 ‘너하고도 곧 볼 일이 생길 거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김서준은 궁금했다.
대체 저 녀석은 뭘 믿고 저리 설치는걸까?
마력이 높은가? 아니면 엄청난 신비라도 지닌 건가?
김서준은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심안을 발휘했다.
그의 눈동자가 남들 모르게 황금색으로 물들었고, 곧 이 강의실 내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심안의 파동이 흩뿌려졌다.
‘반경 20미터까지는 광역으로 사용이 가능해서 참 좋단 말이지.’
단독 목표로는 50미터까지 심안을 사용할 수 있으니 정말 대단한 신비가 아닐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동급생들의 마력과 격을 살핀 김서준.
모두의 머리 위로 마력과 격이 뾱뾱 소리를 내며 떠올랐다.
대부분은 마력이 10에서 19사이였고, 대여섯 명만이 20에서 24사이였다.
그런데, 한사람은 달랐다.
[65/유니크]
주광식의 머리 위에 떠오른 정보였다.
아버지 김주혁보다도 높은 마력에 격은 ‘유니크’로 표시되고 있다.
게다가 주광식의 심장에는 놀랍게도 마석이 존재했다.
‘마력만 C등급? 이런 놈이 왜 제3 아카데미에 온 거지?’
녀석이 편입생이라는 건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각성 때부터 65의 마력이라는 건데, 이 정도면 제1 아카데미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했다.
잠시 후 심재덕 교수가 들어왔고, 그는 공식적으로 고한석이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아카데미를 자퇴하게 되었다고 대충 상황을 얼버무렸다.
그리고 고한석을 대신해 새로운 편입생이 편입했다며, 주광식을 소개했다.
21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각성한 주광식은 교수가 있는데도 껄렁껄렁한 태도로 자신을 소개하고는 이찬성을 향해 강한 눈빛을 쏘아보냈다.
그렇게 하루 수업이 긴장감 속에서 흘러갔다.
오후 수업이 끝나자 한 떼의 학생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우르르 몰려나갔다.
그들이 향한 곳은 강의실 건물 뒷편의 산책로였다.
산책로 근처엔 작은 공터가 하나 있었는데, 주광식과 이찬성, 그리고 여덟명의 남녀 학생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김서준도 그들 뒤를 따랐다.
원래는 일진 놀이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지만, 주광식의 마력이 65나 된다는 사실과, 그의 격이 유니크라는 것에 호기심을 느낀 것이다.
공터 한쪽 끝에 김서준이 나타난 것에 반 학생들이 살짝 놀라워 했지만, 그들의 관심은 주광식과 이찬성에게 금방 돌아갔다.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빠르고 쉽게 끝내는게 어때?”
주광식의 제안에 이찬성도 동의했다.
“그건 나랑 뜻이 같군. 어떤 방식을 원하지?”
“서로 한방 씩 뺨 때리기.”
“뺨? 큭. 이게 뭔 개소리야? 사내새끼가 주먹도 아니고 고작 뺨이라니?”
“왜, 쫄려? 그럼 패배 인정하고 개구멍에 머리나 쳐박든가.”
주광식이 차갑게 비웃자, 이찬성이 목과 손목을 뚜둑 거렸다.
“내가 먼저 시작하는거면 동의한다.”
“사람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마력은 빼고 하는 걸로. 어때?”
“내가 할 소릴! 마력 쓰면 넌 한방에 뒤져.”
“헛소린 됐고, 어디 먼저 쳐 봐라.”
주광식이 이찬성 쪽으로 다가서더니 얼굴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뒷짐까지 지고 얼굴만 내미는 모습에서는 이찬성을 무시하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이찬성도 이를 아는지 이를 뿌드득 갈더니 풀 스윙으로 두꺼운 손바닥을 휘둘렀다.
뻐억
손두덩이에 뺨을 맞은 주광식은 머리가 30센티 정도 휘청했다.
하지만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밀려났던 머리를 되돌리며 허리를 세우고 뒷짐을 풀었다. 맞은 뺨을 씰룩거리는 주광식. 그는 히죽 웃음을 그렸다.
“힘은 쓸만한데? 어쨌든, 이제 내 차례군.”
주광식이 손바닥을 비비더니 허리를 좌우로 으차으차 움직였다.
이찬성은 한방에 눕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하자 조금 긴장한 얼굴로 뒷짐을 지고 얼굴을 내밀었다.
“마력 안쓴다는 약속 지켜라.”
“아, 뭐래. 내가 썅, 약속도 안지킬까봐 그러냐?”
주광식이 흉악하게 웃더니 허리를 힘껏 돌렸다가 스프링처럼 튕겼다.
짧은 곡선을 그리며 날아든 주광식의 손바닥이 이찬성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다.
빠아아아악
생각보다 큰 소리가 울려퍼지며,
“컥!”
이찬성의 입에서 이빨 두개가 튀어나갔고, 핏물도 뿜어졌다.
그대로 핑그르르 몸이 휘돌려진 이찬성은 공터 바닥에 나뒹굴었다.
게거품을 물고 눈을 하얗게 까뒤집은 채로.
“차, 찬성아!”
“이찬성!”
몇몇 학생이 크게 놀라 이찬성에게 달려가 몸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광식은 뺨을 날린 손바닥을 혀로 스윽 핥더니 혼자 중얼거렸다.
“시발, 넘버 투가 뭐 이리 약해빠졌누? 내가 전력으로 쳤으면 뒤졌겠는데? 이래서 가려면 제1 아카데미로 갔어야 했다니까. 이러니 제3 아카데미가 병신들 집합소라는 소릴 듣지. 쯧.”
그의 중얼거림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학생들의 인상이 왕창 구겨졌다. 그리고는 남학생 넷이 주광식을 포위하고 섰다.
“너 같은 양아치한테 정정당당한 대결 같은 건 애초에 필요가 없었어!”
“편입생 따위가 오자마자 우릴 건드려?”
“개 패듯 패버리자고!”
남학생들은 이찬성의 부하 같은 녀석들이었고, 떼로 덤벼드는 걸 즐기는 놈들이었다.
녀석들은 다짜고짜 주광식에게 뭇매를 가했고, 인원 수에 밀린 주광식은 몸을 웅크린 채 속절없이 얻어맞기만 했다.
이를 본 김서준은 도와줄까 하다가 그냥 관뒀다.
‘첫날부터 짱 먹겠다고 설치는 녀석이나, 그런 녀석을 다구리 치는 놈들이나…. 그래도 끝까지 마력을 안쓰는 거 보니 나쁜 녀석은 아닌가 보네.’
김서준이 그 자리를 뜨려는 순간,
“우와아아악!”
주광식이 웅크렸던 몸을 크게 펼쳐냈다. 그 바람에 뭇매를 치던 학생들이 몸을 휘청하며 튕겨나갔다.
“흐흐. 다 때렸냐, 겁쟁이 새끼들. 이제 내 차례다?”
주광식이 넘어진 학생들을 노려보며 주먹을 뚜둑 거렸다.
그때 한 여학생이 주광식 앞으로 당당히 나섰다.
“우리반 진짜 짱은 따로 있어! 너, 용기 있으면 그 애랑 붙어 보든가!”
“진짜 짱?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 소리?”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우리반 진짜 짱이.”
여학생이 고개를 돌리자 다른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들이 일제히 바라보는 곳에는 김서준이 있었다.
“뭐야, 저 곱상한 샌님이 힘을 숨긴 진짜 짱이라는 거냐?”
주광식이 의외라며 되묻자 학생들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졸지에 짱이 되어버린 김서준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켰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헛소리니까 신경 꺼라.”
김서준은 그 말만 남기고 자리를 뜨려했다.
그때 주광식이 휙 하고 움직여 김서준 앞을 가로막았다.
“흐. 어딜 가시려고. 사실 난 처음부터 알아봤지. 지금까지 내 눈빛을 아무렇지 않게 피한 녀석은 거의 없었거든.”
“난, 네 눈빛 피한적 없는데?”
“패기가 좋누. 역시 다르단 말이지. 자, 다시 해 보자고. 네가 내 손바닥을 버텨내면 네 승리다. 일단, 너부터 쳐봐.”
주광식은 또 다시 뒷짐을 지고 얼굴을 쭉 내밀었다.
그걸 본 김서준은 피식 웃고는 주광식의 뺨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렸다.
“네가 짱 해라.”
그리고는 그대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 행동에 주광식이 눈을 치켜떴다.
“이 새끼가 누굴 병신으로 아나!”
큰 체구의 주광식이 바람처럼 몸을 움직여 다시 김서준의 앞을 막아섰고, 동시에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어냈다.
정확하게 갖춰진 복싱 자세.
주광식은 평범한 헌터들과는 다르게 각성 전부터 온갖 격투기로 몸을 다져온 인물이었다.
그의 주먹은 정확히 김서준의 안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 자리에 선 채로 꿈쩍도 안했다.
후웅
주광식은 김서준의 코 앞 한치 앞에서 주먹을 멈춰 세웠다.
풍압이 김서준의 얼굴을 빠르게 훑었지만 그는 눈조차 깜빡거리지 않았다.
이에 주광식이 눈을 빛냈다.
“이걸 안 피해? 아니면…. 못 피한거냐?”
주광식의 질문에 김서준은 그의 주먹을 손가락으로 쭉 밀어냈다.
“어차피 칠 것도 아닌데 뭐하러 피해.”
김서준은 주광식이 정말로 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봤고, 그래서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주광식은 다시 웃었다.
하지만 차갑게 굳은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안 피하면, 너 병신 된다.”
주광식의 표정에 서리가 내려앉는 순간, 그가 오른발을 벼락처럼 돌려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