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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31화 (3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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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준은 느닷없이 발생한 균열을 힐끔 바라봤다가 바로 관심을 꺼버렸다.

이 균열로 또 다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겠지만, 굳이 자신이 나서서 균열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를 처치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가족을 지키는 거야.’

아직 정식으로 헌터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균열 발생시 소집 의무를 지켜야 할 이유도 없었다.

서둘러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한 김서준은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렸을 때 김서준은 안에 먼저 타고 있던 누군가를 마주하고는 깜짝 놀랐다.

“아버지?”

엘리베이터 안에는 퇴근한 김주혁이 타고 있었다.

“너도 문자 받았지?”

김주혁은 재난문자를 받았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네. 증산역 상공에 균열이….”

“얼른 타라. 엄마 걱정하겠다.”

두 사람은 별 말 없이 엘리베이터가 18층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김서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김주혁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 아버진 지금 현장 헌터가 아니에요. 비상 시 소집 의무가 없다고요.”

김서준의 말에 김주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녀석. 애비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다 아는 눈치구나. 그래. 네 말대로 지금의 난 소집 의무가 없다. 하지만, 의무가 없다고 책임까지 회피할 수는 없다. 신비를 각성한 헌터인 이상,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따르는 거다. 난 지금 힘이 있고,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을만큼 강하지.”

“그럼 엄마는요? 아버지가 다른 사람 살리겠다고 동분서주하는 동안 엄마가 위험해 지면요?”

김서준이 주먹을 꽉 쥐고 묻는 말에 김주혁은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엄마는 네가 지켜라. 백연지 여사 곁에 네가 있으면, 난 안심하고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아버지. 제가 이러라고 아버지 몸을 예전으로 되돌려 놨는 줄 아세요? 가족이 아닌 남부터 챙기라고 무공을 가르쳐 드렸냐고요!”

김서준은 아버질 보내고 싶지 않았다.

다른 헌터들이 균열 웨이브를 해결해 줄 때까지 가족과 함께 있어주길 바랐다.

“서준아. 우리가 각성한 신비는 내 욕심만 차리기 위해 주어진게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를 돕고. 위험에 직면한 사람을 구해주라고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그러니…. 난 가야한다.”

“아버지….”

김서준은 아버질 말릴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어떤 말로도 아버지가 위험 속에 뛰어드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균열관리국에서 보낸 정보에 의하면, 저 균열은 E급이다. 그러니 걱정할 거 없다. 애비가 이젠 어엿한 C급 헌터라는 건, 누구보다도 네가 잘 알지 않느냐?”

김주혁은 듬직한 미소를 그려보이며 김서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18층에 도착했다.

“문 꼭 잠그고, 커튼도 다 쳐서 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거라. 몬스터들의 관심만 끌지 않으면 여긴 안전할 거다. 엄마 옆에 꼭 붙어 있고. 알았지?”

김주혁의 당부에 김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준을 엘리베이터 밖으로 내보낸 김주혁은 걱정말라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문이 닫히고 김주혁은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깊은 한숨을 내쉰 김서준.

집 문앞에 선 그는 도어락을 열려다가 손을 내리고는 문에 머리를 대고 기댔다.

‘아버지가 그런 신념을 지니고 위험 속에 뛰어드는데 내가 어찌 막을까. 막지 못한다면….’

그러면 아버지를 지켜드리면 된다.

사람 구하는 건 아버지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런 아버지를 위험에서 지켜주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전 세상에서의 김서준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졌던 대영웅이었다.

남을 위해 희생하고, 남을 위해 싸운 고독한 영웅.

그랬던 과거가 있었기에, 여기서만큼은 자신을 위해 욕심을 좀 부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가족을,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서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말았다.

김서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E급 균열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은 그다지 머리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아파트보다는 주택가를 주로 덮친다.

게다가 여긴 18층이나 되는 고층이라서 크게 위험할 일도 없다.

‘엄마한테는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어.’

김서준은 백연지 여사에게 전화했다.

-아들, 어디니? 방금 문자 받았는데, 아들도 봤지? 아빠도 곧 오신다니까 얼른 들어오렴. 우리 동네에서도 균열이 다 열리는구나. 우리 집은 괜찮겠지?

“엄마. 집안에 있는 커튼 모두 친다음 불도 다 꺼요.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절대로 문 열지 말고요.”

김서준의 말에 불안감을 느낀 백연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설마…. 안된다! 아직 헌터도 아니면서 학생이 어딜 가려고!

“아버지를 만났어요. 그런데 히어로 병이 또 도졌더라고요. 그러니 제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잖아요.”

비유적인 말이었지만 백연지가 그 말을 못알아 들을 리가 없었다.

-그이가 또? 그렇다고 너까지 말려들 필요는 없잖니? 너라도… 너라도 집에 오거라.

남편과 아들 모두를 그 무서운 균열 현장에 보내는 건 결코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적어도 아들만큼은 위험에서 빼내고 싶은 것이 백연지의 마음이었다.

“엄마.”

김서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서준아….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백연지의 음성엔 애절함이 가득했다.

“저도 헌터에요. 아버지가 위험 속에 뛰어들었는데, 어찌 집에 가만히 숨어있을 수 있겠어요?”

-….

백연지는 잠시 아무 말 없었다.

김서준은 어머니가 자신의 뜻을 이해했다고 판단했다.

“아버지 꼭 데리고 올게요.”

구구절절 자신이 가야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한 마디.

아버질 데려오겠다는 약속으로 의사표현은 충분했다.

백연지도 김서준의 강한 의지를 잃었는지, 더는 말리지 않았다. 대신, 한마디만 했다.

-아빠랑 꼭 함께 돌아오렴.

“네. 꼭이요.”

백연지 여사와의 통화를 마친 김서준은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늘 가지고 다니던 공간주머니에서 아론다이트를 꺼내 허리춤에 찼다.

‘필요하면 다른 아티팩트들을 써서라도 아버질 보호해야 해.’

여러가지 아티팩트들이 있지만 균열에서 쏟아질 몬스터들을 처리하는데 쓸만한 것들은 몇 개 없었다.

중력 글러브나 회복의 잔, 그리고 속성의 구슬 정도.

김서준은 그 아티팩트들도 언제든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후우…. 어째 이곳에서의 삶도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구나.’

이전 세계에 비해서는 평온한 일상인건 맞다.

하지만 점점 위험해질 미래를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파트 밖으로 나와보니 주변이 온통 어수선했다.

동네에서 균열이 열렸다는 사실에 시민들 모두가 겁을 집어먹은 것.

몇몇은 여기도 위험하다며 차를 몰고 도망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집 밖에 나와 번쩍거리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안전불감증.

근처에서 균열이 열리면 어그로를 끌지 않게끔 집에 콕 박혀 움츠리고 있어도 모자를 판인데, 도로에 나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니.

김서준은 시민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고 증산역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앞으로 11분 남았어.’

전조현상인 하늘울림이 시작된지 벌써 9분이 지났다.

이제 곧 활짝 열린 균열에서 많은 몬스터들이 떨어져 내릴 것이다.

‘아버지가 위험하지 않도록 보호만 하는 거야.’

김서준은 자신을 영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전처럼 모든 걸 희생해 가며 세상의 악을 뿌리뽑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지금의 자신은 예전만큼 강하지도 않았고,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다.

앞을 막아서는 악을 쓰러뜨리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해야할 이유가 이제는 없는 것이다.

김서준은 이미 태양신공을 잔뜩 끌어올렸다.

육체의 격한 움직임 속에서 체내의 산소 농도가 급격하게 치솟기 시작했지만, 태양신공이 운용되자마자 농도는 빠르게 가라앉았다.

몸상태는 최고였다.

지금 상태라면 E등급 균열에서 나오는 몬스터 몇십 마리는 문제없이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절대 무리해선 안돼.’

김서준은 다시 한번 이번 일에 너무 깊게 끼어들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

고오오오오오-

드디어 균열이 진동을 일으키며 검은 그림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쿠웅. 쿠궁궁. 콰직.

90개가 넘는 검은 그림자가 건물 옥상으로, 도로 한복판으로, 가로수와 세워진 차량들 위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아우우우

크아아앙

그림자들이 울부짖었다.

호랑이나 사자보다도 커다란 늑대들.

‘울프즈’라는 이름의 이 몬스터들은 트롤보다는 약하지만 훨씬 빠르고, 집단 공격에 특화되어 있어 저급 헌터들이 상대하기엔 상당히 까다로운 놈들이었다.

놈들은 길고 뾰족한 발톱을 드러낸 채로 아스팔트 바닥을 긁어댔다. 그러다 코를 킁킁 대더니 세 방향으로 무리를 지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온다! 눈과 입을 겨냥해서 쏘고, 절대 혼자서 떨어지지 마라! 사격개시!”

누군가의 외침에 사방에서 총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에게 총 같은 무기는 별 효용이 없지만, 눈이나 입 안쪽을 정확히 맞추면 놈들의 움직임에 큰 제약을 걸 수가 있었다.

울프즈들은 중요부위에 총을 맞지 않으려고 마구 날뛰면서 앞을 가로막고 선 사람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총격으로 울프즈의 관심을 끌어낸 자들은 헌터였다.

때마침, 혹은 운이 나쁘게 재난문자 발송 시 증산역 주변에 있었던 헌터들.

그들의 숫자는 총 스물 여섯이었다.

늘 전투를 위한 무기와 장비를 착용하고 다녀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갑작스런 균열에 얼마든지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헌터등급은 높지 않았다.

스물 여섯 중, C급은 단 둘.

나머진 대부분 D급이었고, E급도 다수 섞여 있었다.

이들은 균열이 열린 장소를 중심으로 세 방향에 흩어져 방어진을 쳤다.

최대한 빠져나가는 몬스터가 없도록 하려고 총부터 사용해 어그로를 끌었다.

남은 건, 파도처럼 달려드는 울프즈 무리를 상대로 최대한 버텨내는 것 뿐.

“딱 10분이다! 10분만 버티면 상위 헌터들이 도착한다!”

이들을 이끄는 CB급 헌터, 최민호가 크게 외치자 모두들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며 호기롭게 소리를 내질렀다.

“오늘 늑대고기를 원없이 맛보겠구나!”

“저놈들 가죽으로 옷이나 지어 입어야겠다!”

“내 철퇴 맛이나 봐라, 개새끼들!”

“화염으로 전부 태워 죽여주겠어!”

“우와아아아!”

고함으로 힘을 끌어낸 헌터들이 울프즈들을 향해 마주달려나갔다.

순식간에 사방에서 피가 튀고, 살점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력으로 신체능력을 강화한 헌터들이 다소 유리해 보였다.

강력한 근접전투형의 신비를 가진 헌터들이 전위에 서고, 다소 떨어진 장소에서 원거리형 신비로 지원공격을 날리는 헌터들.

울프즈 열댓 마리가 순식간에 도륙되어 도로 위에 널브러졌다.

하지만 전세는 금새 뒤집어 졌다.

가로수를 휙휙 건너뛰고, 건물 벽을 박차며 차량 위를 날아다니는 울프즈들은 헌터 한명에 서너마리가 달라붙어 무참히 물어뜯기 시작했다.

원거리형 신비로 불덩이를 쏘아냈던 헌터 한명이 1분의 쿨타임이 돌기도 전에 울프즈의 입에 물려 머리가 바스라졌다.

최전선에서 세 마리 울프즈의 목을 가른 전사형 헌터는 배에 검이 박힌 상태로 끈질기게 덤벼든 대형 울프즈에게 다리를 물어뜯기고 말았다.

도로 위로 울프즈의 피가, 그리고 헌터들의 핏물이 가득 고이고 있었다.

방어선은 진작에 무너졌다.

헌터들을 도와 근처에서 총을 갈겨대던 경찰들에게도 울프즈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점점 현장을 이탈하는 울프즈들이 늘어났고, 도심으로 스며든 울프즈들에게 힘없는 시민들이 하나 둘 죽어나갔다.

***

증산역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

“사, 사람살려!”

끔찍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어느새 울프즈는 주택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울프즈가 비록 E급의 몬스터라지만 평범한 시민은 놈이 휘두르는 발 한번에 몸통이 갈기갈기 찢겨져 단숨에 죽고 만다.

여기기서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비명들.

이 끔찍한 상황 속에서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 골목을 뛰어가던 여인 앞에도 어김없이 울프즈가 등장했다.

크르르르르

놈은 혼자가 아니었다.

세 마리.

몰이사냥을 할 줄 아는 몬스터답게 두 마리가 여인의 앞 뒤를 막아섰고, 한 마리는 담벼락 위에 올라서서 흉흉한 눈빛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제, 제발….. 제발 누가 좀 도와줘요!”

여인의 외침이 울려퍼졌지만 주변에선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 품에 꼭 안긴 채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으아앙! 무서워, 무서워 엄마!”

한발 한발 다가서는 울프즈들.

앞쪽에 있던 울프즈가 도약을 위해 몸을 잔뜩 웅크렸다.

여인은 이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이었다.

퍼억

골목길에서 사내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울프즈의 안면을 쇠파이프로 후려쳤다.

깨갱!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울프즈가 튕겨져 벽까지 날았가 힘차게 쑤셔박혔다.

크아앙!

다른 울프즈가 등장한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는 대담하게도 울프즈 쪽으로 마주달려나갔다.

어둑한 가로등 불빛을 배경으로 양복 차림의 중년사내와 커다란 울프즈가 허공에서 맞붙었다.

카앙

울프즈의 발톱에 쇠파이프가 잘렸다.

중년사내는 잘린 쇠파이프를 울프즈의 목에 쑤셔박았고, 왼손으로 놈의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자신보다도 큰 울프즈의 몸통을 두 발로 꽉 옥죄었다.

쿠당탕탕

그 상태로 사내와 울프즈가 뒤엉켜 바닥을 나뒹굴었다.

울프즈의 무게에 짖눌리며 생긴 상처에서 피가 흐른다.

하지만 사내는 울프즈를 옥죈 팔과 다리에서 조금도 힘을 빼지 않았다.

우드득

결국 울프즈는 혀를 빼물며 축 늘어졌다.

울프즈는 한마리가 더 있었다.

담벼락 위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울프즈.

놈은 양복사내, 김주혁이 아닌 주저앉아 있는 여인과 아이를 향해 점프했다.

“빨리 피하세요!”

김주혁이 외쳤지만 여인과 아이는 꼼짝을 못했다.

공포에 질린 채, 입을 쩍 벌리고 쐐기처럼 내리꽂히는 울프즈를 그저 바라만 볼 뿐.

김주혁이 이를 악물며 엉켜있는 울프즈 사체를 발로 밀어차내며 튕기듯 일어섰다.

하지만 늦었다.

울프즈의 커다란 입은 이미 여인의 머리를 덥썩 물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 개새끼가!”

갑자기 어둠 속에서 큰 덩치의 사내가 뛰어들어 울프즈의 목을 팔로 휘감았다.

캐행!

울프즈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지만, 목을 옥죄는 팔 힘이 어찌나 강한지 꿈쩍도 안한다.

그때 쇠파이프에 맞아 구석에 쳐박혀 있던 울프즈가 빈틈을 노려 다시 여인과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큰 덩치의 사내가 목을 옥죄고 있는 울프즈를 풀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는 상황. 그때, 덩치 사내가 여인을 향해 달려드는 울프즈의 입안에 자신의 왼팔뚝을 콱 쳐박았다.

울프즈는 여인대신 사내의 팔뚝을 물었고 팔을 뜯어내려는 듯 마구 날뛰었다.

“크윽! 어서… 어서 피해요!”

사내는 자신의 팔이 찢겨지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인의 안전부터 챙겼다.

하지만 여인은 부들부들 떨면서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에 답답해진 덩치 사내는 팔을 물고 있는 울프즈를 힘껏 땅에 패대기 쳤다. 그 바람에 목을 붙잡혔던 울프즈가 풀려나 다시 껑충 뛰어올랐다.

“젠장!”

덩치 사내가 낭패한 소릴 내뱉는 그 순간,

쉬익-

여전히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여인은 자신의 옆으로 스쳐가는 시원한 바람을 느꼈다.

폭염의 끝에서 목을 훑고 가는 가을바람처럼.

뜨거운 사우나실에서 문을 열고 나설 때의 그 시원함처럼.

부드럽게 스쳐간 바람은 섬뜩한 칼날이 되어 두 마리 울프즈의 머리를 깔끔하게 베어냈다.

서걱

바람이 지나간 자리로 피분수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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