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36화 (3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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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윤지희는 방송국 취재 차량 안에서 열심히 영상을 판독 중이었다.

눈이 빠져라 영상만 뒤적인지 벌써 3시간.

제3 헌터 아카데미 주변의 CCTV와 김서준의 집 근처 CCTV를 수거해, 57번 균열 레이드가 시작된 날 김서준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였는지를 파악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할게 전혀 없다.

영상 속에서 김서준은 수업이 끝나자 곧바로 지하철을 탔고, 집으로 확실히 귀가했다.

“젠장! 이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윤지희는 애꿎은 영상장치를 주먹으로 치며 화풀이 했다.

“윤기자. 이제 그만하고 복귀하는게 어때?”

윤지희의 손에 억지로 끌려나온 촬영기사가 옆에서 답답한듯 한마디 했다.

“아니요. 오늘은 여기서 끝까지 잠복했다가, 반드시 증거를 찾을 거에요. 드론 준비됐죠?”

“준비는 했는데…. 이거 비싼 거야. 초고화질 영상에 원거리 도청기능까지 있는 거라 절대 망가뜨리면 안된다고.”

“걱정 말고 드론 띄워요.”

윤지희의 말에 촬영기사는 차 문을 열어 드론을 띄워올렸다.

그들이 있는 곳은 김서준의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 안이었다.

드론은 단숨에 18층까지 날아올랐고, 평범해 보이는 한 가정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거실.

그곳엔 딱히 보이는 게 없었다.

거실 너머로 보이는 주방에 한 중연 여인이 설거지를 하고 있을 뿐, 특별할게 전혀 없었다.

설거지를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인은 나이 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동안의 소유자였다.

피부도 너무 깨끗하고, 혈색도 좋다.

드론과 연결된 화면으로 그녀를 보고 있자니 윤지희는 괜히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흥! 남편이 벌어온 돈을 피부미용에 죄다 쏟아부었나 보네.’

그녀의 눈에는 모든 것이 기분 나쁘게 보였다.

너무 평화로워 보이는 중년 여인의 모습도, 따뜻한 기운이 넘쳐나는 집안의 분위기도.

“옥상으로 올려봐요.”

윤지희는 드론을 아파트 옥상 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녀는 이미 김서준에 대한 모든 걸 파악하고 있었기에, 이 시간이면 그가 아파트 옥상에 올라 훈련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훈련을 지켜보다보면 뭔가 비밀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드론으로 도촬을 하려는 것.

드론의 기능이 매우 좋아 가까이 갈 필요가 전혀 없었다.

무려 30여 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거의 소음도 없이 촬영할 수 있어서 들킬 일은 없었다.

드론이 옥상보다 높이 떠올랐을 때, 화면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잡혔다.

김서준이었다.

그는 줄넘기를 하고 있었는데, 온몸이 땀에 푹 젖은 상태였다.

그러다 줄넘기를 멈추더니 땀을 훔치고 옥상을 떠났다.

하필이면 촬영하는 시점에 훈련이 딱 끝난 터라 윤지희는 또 성질을 부렸다.

“에잇!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그녀의 신경질에 촬영기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별거 없으니 이제 그만…..”

그가 몇 마디 하는 그 순간,

“앗!”

화면을 보던 윤지희가 비명을 내질렀다.

갑자기 드론 화면이 퍽 꺼졌고, 잠시 후 고가의 드론은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고 말았다.

***

대략 1시간 전.

금요일 오후 수업을 마친 김서준은 주광식과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한번 더 약속을 한 뒤, 바로 집으로 귀가했다.

백연지 여사와 함께 저녁을 먹고 뉴스를 시청했다.

우습게도 메인 뉴스는 김주혁과 김서준의 인터뷰.

이틀 전, 집에서 진행된 인터뷰가 대대적으로 방송을 타게되면서 SBC 방송국과 윤지희 기자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욕을 먹는 중이었다.

윤지희에겐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는 기생충이라며 분노를 표출했고, SBC 방송국은 그런 기생충을 암중에서 키워낸 장본인이니 당장 공영방송 자격을 내려 놓으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그런 분위기 탓이었을까?

다른 방송국들은 김서준이 마지막에 남긴 말대로 피해자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부탁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희생자들의 이야기는 구구절절했다.

이제 막 대기업에 취직해 시골에 계신 부모님 모시고 살 집을 마련하겠다며 한푼한푼 아껴가며 작은 단칸방에서 살아가던 20대 청년의 죽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던 어느 배달원은 오토바이와 함께 산산이 조각난 시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김서준은 그런 뉴스를 보며 안타까워 하다가 조용히 일어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해는 이미 떨어져 노을이 짙게 드리워진 시간.

김서준은 옥상으로 올라가며 오후에 아버지와 통화 상으로 나누었던 대화를 되새겼다.

‘균열관리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몬스터 퇴치 보상금으로 무려 3천 5백만원이 지급될 거라더구나.’

‘아버지와 제가 목숨을 건 대가 치고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E급 몬스터 사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으니까 당연하지. 그나마 네가 엘리트 몬스터를 해치워서 천5백이 추가된 거란다.’

‘그럼 다른 헌터들은 많아봐야 천만원 정도라는 거네요?”

‘하위 헌터들에겐 그 정도도 감지덕지다.’

‘죽은 헌터들은요? 그 사람들한테도 보상 같은 거 나오나요?’

어린 김서준의 기억이 고스란히 있다지만, 균열 발생으로 인한 전투에 직접 참가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한명당 5천만원. 그게 죽은 헌터들에게 국가가 지급해주는 보상금이다.’

사망 보험금만으로도 몇 억이 나오는 시대인데, 헌터가 시민을 구하려다 죽은 보상이 고작 5천만원이라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하위 헌터들에 대한 국가의 처우는 너무도 비참한 것이었다.

적어도 헌터다운 대접을 받으려면 C급은 되야 했다.

D급 아래는 소모품 취급이지만, C급 이상은 국가차원에서 철저히 관리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지원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가 있었다.

아무튼, 김서준은 이런 부조리한 헌터법에 불만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신이 FA등급이라서가 아니다.

자신의 등급은 실제로 B급에 도달한 상태라 정기 마력측정일에 제대로만 측정하면 등급은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물론, B급으로 측정되어 세간의 관심을 모을 생각은 없기에 어떡하든 마력을 D급까지 내려서 측정되게 할 생각이었지만.

‘후우…. 어디 이름 좀 있는 국회의원하고 깜부라도 맺어야 하나?’

국회의원과 손을 잡아서 헌터법을 기초부터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하위 헌터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개선될 여지가 없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옥상에 올라와보니 붉게 물들어 가는 노을빛이 유난히 예뻐보인다.

이전 세계에서 봐왔던 노을은 죽어가던 부모님이 흘린 피같은 느낌이 들어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노을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김서준의 마음은 안정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천궁시하고 비뢰신보도 신비로 각성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위험 속에 뛰어들어야 했다.

의도되지 않은,

내가 아닌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는 무공.

이 키워드를 모두 만족시키기란 결코 쉬운게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보다 더 급한 문제가 있었다.

‘정기 마력측정 때 마력을 낮추려면, 아무래도 그걸 익혀야 겠지?’

김서준이 새로 익히려고 하는 무공은 ‘양의분심공(兩意分心功)’ 이었다.

이 무공을 익히면 한 사람의 정신을 두 개로 나누는게 가능했다.

운기조식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고, 왼손과 오른손을 완전히 따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

즉, 혼자서 두 사람의 역할을 하며 왼손과 오른손으로 무공대련도 할 수 있다는 말.

가장 중요한 건, 이 양의분심공으로 자신이 가진 힘 일부를 타인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넘겨준 힘은 서서히 회복할 수 있고, 힘을 넘겨받은 사람은 잠시 뿐이긴 하지만 넘겨받은 힘만큼 강해질 수도 있다.

김서준은 이 양의분심공을 익혀서 마력측정 시, 힘을 분산 시키려는 것이다.

‘그럼 내 마력을 D급까지 낮추는게 가능하겠지.’

김서준은 그런 확신을 가지고 새로운 무공인 양의분심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옥상 바닥에 깔아놓은 돗자리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김서준.

이전 세계에서 이 무공을 자신에게 전수해 주었던 한 은거기인을 떠올리던 그는 바로 구결에 따라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양의분심공의 핵심은 집중력이었다.

집중력이 약한 사람은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이 무공을 절대 익힐 수 없었다.

그런면에서 김서준은 양의분심공에 최적인 능력자였다.

그렇게 한참 동안 양의분심공을 익히던 김서준은 4할 정도 무공을 소화해 낸 상태에서 수련을 멈췄다.

비오듯 흘러내린 땀을 닦아낸 김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리할 필요는 없지.’

하루 이틀만 더 수련하면 양의분심공을 사용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될 것 같았다.

그때였다.

위이이이이잉

어디선가 묘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는 매우 작았지만 김서준의 감각을 피할 수 없었다.

김서준은 옥상 난간으로 다가가 주변을 살폈다.

‘드론?’

저 아래로 정체불명의 드론 한대가 비행중이었다.

위치를 따져보니 18층에 있는 자신의 집 주변. 게다가 드론에 작게 새겨져있는 글자는 분명 ‘SBC’다.

‘또 SBC야?’

역겨움이 가득했던 윤지희 기자가 소속되어 있는 방송국이었다.

역시나 오늘 아카데미에서 나눈 대화에 만족을 못한 윤지희가 이젠 아예 무단으로 드론까지 띄워 자신의 집안을 염탐하려는게 분명해 보였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줘서 고마운데?’

피식 웃음을 그린 김서준은 드론이 위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주머니에 챙겨온 줄넘기를 꺼내 뛰는 척 했다.

무공 수련을 들키지 않으려고 만일을 대비해 늘 줄넘기를 가지고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론은 옥상 위로 나타났다.

사방이 어둑한데다가 소음도 거의 없이 30미터나 떨어져 있으니 다른 사람이라면 알아채지 못했을 터.

하지만 김서준은 드론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적당히 줄넘기를 하다가 멈춰선 그는 돗자리를 챙겨서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옥상을 내려가는 척 사라진 김서준.

그는 옥상 출입구 안에서 공간주머니를 뒤져 작은 유리구슬을 하나 꺼냈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웠다.

그 손으로 손가락 총을 만들고 왼손으로 받쳐들었다.

태양신공을 끌어올리며 기감을 넓게 퍼트리자 드론이 어디에 있는지가 정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

김서준은 천궁시의 요격 초식을 이용해 구슬에 내공을 때려박았다.

순간,

퓻-

작은 소음이 터지더니 유리구슬이 출입구 바깥의 어두운 허공을 향해 탄환처럼 튀어나갔다.

일직선으로 날아가던 구슬은 김서준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방향을 확 틀었다.

구슬은 허공에서 크게 선회했고, 그 자리를 뜨려던 드론을 정확히 후려쳤다.

콰직

중앙이 정확히 관통된 드론은 그대로 박살나며 40미터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김서준은 난간에 붙어서서 산산이 조각난 드론의 잔해를 내려다봤다. 그러다 검지와 중지를 붙인 손가락 총에 입김을 후 불었다.

‘날 건드리면 손해보는 건 당신이야.’

김서준은 두 손을 주머니에 푹 꽂아 넣고는 가벼운 걸음으로 옥상을 내려갔다.

***

“아아악!”

윤지희가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고가의 드론 장비가 갑자기 먹통이 되더니 박살이 난 채로 바닥에 떨어졌다.

기본적인 자체 방어기능까지 탑재된, 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였기에 그녀의 분노는 더욱 더 컸다.

그녀 옆에서 드론을 조심히 다뤄야 한다며 노심초사하던 촬영기사는 시뻘게진 얼굴로 콧김을 쉭쉭 내뿜기 시작했다.

“윤기자! 이제 어쩔 거야? 이거 내가 사정 사정해서 간신히 빼온 물건인데, 완전 박살이 났으니 어쩌냐고! 내가 진작, 김서준 학생 집안에는 관심 끊고 다른 취재거리 찾자고 그렇게 말했잖아!”

촬영기사, 오정섭이 성질을 내자 윤지희는 눈을 매섭게 뜨며 오히려 그를 노려봤다.

“그저께 그 창피를 당해놓고 그냥 있으라고요? 지금 세상 사람들이 나를, 우리 SBC를 모두 욕하는 거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고요! 절대 그냥 안 둬요. 특히 김서준, 그 꼬맹이는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할 테니까.”

부서진 드론을 들고 취재 차량 안에 올라탄 윤지희는 섬뜩한 눈빛을 내보이고 있었다.

“각성했으면 그냥 헌터나 하지, 무슨 기자를 하겠다고 이 난리인지….”

“지금 뭐라고 했어요? 내가 기자 하는데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무슨 지적질인데요? 헛소리 할 시간에 얼른 운전이나 해요, 오정섭 씨. 방금 정보관리부서에서 고태준 헌터 집 주소 받았죠? 당장 거기로 가자고요.”

“윤기자. 아니, 윤지희 씨.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어차피 시간 좀 지나면 다들 잊는다니까? 그때까지 잠시만 조용히 있어주면 명예도 회복할 수 있을텐데, 꼭 고태준 헌터까지 이 일에 끌어들여야 겠냐고?”

윤지희는 현무 길드의 고태준을 찾아가 손을 잡은 뒤, 김서준과 그 가족을 철저히 매장할 계획이었다.

오정섭은 악이 받친듯 행동하고 있는 윤지희가 너무 불안했다.

“오정섭 씨는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요? 기절한 학생이 무려 고태준 헌터 아들이라 잖아요. 내가 아는데, 고태준 헌터의 아들 사랑은 보통이 아니라고요. 이 기회를 잘만 이용하면 저 빌어먹을 김씨 부자를 한꺼번에 나락으로 보낼 수 있다 이거죠.”

“아니, 무슨 원수를 졌다고 나락으로 보내네 마네 하는 건데?”

“그 어린 새끼가 나한테 한 짓을 목격하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절대 그냥 안둬요. 난 받은만큼 꼭 돌려주고 말거라고요!”

윤지희는 확실히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다.

기자라고 하기에도 너무 감정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편견에 가득한 인물이기도 했다.

오정섭은 그런 윤지희와 한 팀이 된 자신의 신세에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오정섭이 차를 몰려고 운전석에 앉으려 할 때였다.

쾅쾅쾅

누가 취재용 밴 차량의 옆문을 세게 두드렸다.

뭔가 싸한 느낌을 받은 윤지희는 문을 열까 말까 머뭇거렸다.

그때 강제로 측면 문이 확 열리더니 시커먼 사내 다섯이 나타났다.

그들의 중앙에 선 30대 중반의 사내가 자신의 지갑을 펼쳐 보였다. 거기엔 경찰복을 입은 사내의 사진과 신분증이 있었다.

“서울 중앙경찰청 소속의 최경문 형사입니다. 혹시, 윤지희 헌터 님 맞습니까?”

중앙경찰청의 형사.

이들은 일반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신비를 각성한 빌런 헌터를 잡는 특수 경찰이었다.

헌터로 각성한 범죄자들은 그 능력이 범상치 않기에 마찬가지로 신비를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형사가 움직이게 된다.

그들이 바로 중앙경찰청의 헌터 형사들이었다.

윤지희는 헌터 형사들이 자신을 기자가 아닌 헌터로 부르는 것부터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맞는데, 무슨 일이죠?”

“당신을 불법 촬영 및 살해 협박, 공무원 사칭 및 성희롱,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인을 선호할 권리가 있으며 당신의 모든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체포해.”

그의 말에 형사 두 명이 윤지희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무, 무슨 짓이에요? 내가 누군지 알아요?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고 이 따위 짓을 해요?”

윤지희가 몸부림 치며 반항하자 최경문 형사가 특수 제작된 테이저 건과 하얀 종이 한장을 꺼내들었다.

“여기 체포영장입니다. 공무집행죄까지 추가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보시죠.”

“대체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죄목을 가져다 붙였냐고! 아아악! 이거 안 놔! 저리 꺼지라고!”

윤지희는 밴에서 밖으로 끌려 나오자 마자 발로 형사들을 차내고 손을 휘돌리며 난동을 부렸다. 급기야 눈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신비까지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최경문은 가차없었다.

풋슝

결국 테이저 건이 발사되었고, 두 개의 뾰족한 침이 윤지희의 몸에 박혔다.

뿌다다다다다닥

상대가 헌터임을 감안한 엄청난 고압전류가 흐르자 윤지희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눈을 완전히 까 뒤집은 그녀는 게거품까지 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모든 장비 수거해. 그리고, 거기 기사분?”

운전석에서 겁먹은 채 눈만 껌벅이고 있던 오정섭이 흠칫 놀랐다.

“….네? 저, 저는 아무 잘못도 없…. 그저 윤지희가 시키는데로 했을 뿐입니다!”

“그럼 좋습니다. 이 여자가 당신한테 시킨 일과 무슨 말들을 했는지 모두 증언해 주면 벌금 형 정도로 끝날 겁니다.”

“말하겠습니다. 모두 다! 하나도 빠짐없이요!”

“그분 잘 모셔라.”

최경문은 오정섭도 중앙경찰청으로 이송시켰다. 그리고 그 자신은 다른 동료와 함께 주변을 촬영하고, 증거물품을 거둬들였다.

그때, 부서진 드론 장비 속에서 묘하게 반짝 거리는 뭔가를 발견했다.

그걸 헤집자 안에서 작은 칩이 나왔다.

“영상칩이로군. 안에 어떤 영상이 담겼는지 샅샅이 뒤져서 보고해.”

최경문의 말에 동료가 힘차게 대답한 뒤, 증거품으로 조심스럽게 칩을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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