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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여기자 체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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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너튜브에 한 영상이 올라오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인생은실전’이라는 닉네임의 한 유저가 촬영한 이 영상은 최근 가장 핫한 인물인 ‘윤지희’ 기자의 체포과정을 담고 있었다.
영상 속에서 윤지희는 사복 차림의 헌터 형사들에게 둘러싸여 수갑이 채워졌는데, 그 시점에 갑자기 난동을 부렸다.
한 형사가 그녀의 발에 맞아 나동그라지고, 옆의 형사는 주먹에 얼굴을 맞아 코피가 터졌다.
그것도 모자라 부릅뜬 눈으로 신비를 사용하려는 정황까지 고스란히 영상에 찍혔다.
영상은 1분 정도로 매우 짧았지만, 임팩트가 너무 컸다.
영상 말미에는 윤지희 기자가 체포된 이유가 큼지막한 글씨로 새겨졌는데, 무려 여섯 가지나 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매스컴에서도 난리가 났다.
실제로 그녀가 중앙경찰청의 헌터 잡는 형사들에게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떴으며, 그녀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도 낱낱이 파헤쳐 졌다.
첫째로 불법 촬영.
그녀는 그 누구의 동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한 가정을 불법 촬영했고, 그 증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음으로 살해 협박.
그녀가 누군가를 상대로 살해 협박하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된 영상이 있었다.
영상 속의 인물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윤지희와 나란히 앉아 있는 상태에서 바디캠으로 대화까지 녹음이 되어 있었다.
‘…너나 네 부모도 절대 편하게 살지 못할걸? 사람 한 둘 슥 없애버리는 거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알아?...’
영상엔 정확한 음성으로 윤지희가 협박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빼도 박도 할 수 없었다.
세 번째, 공무원 사칭.
이것도 같은 각도에서 찍힌 영상에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여기저기에 경찰이나 고위 정부 인사 쪽에 백이 좀 있거든? 내가 조사시키면 다 나오게 되어 있다고…’
정확히는 사칭한게 아니지만, 사적인 일로 경찰 또는 정부 인사를 동원할 수 있다는 말을 함으로써 이 또한 혐의가 인정되었다.
그 다음 죄목인 성희롱과 허위사실유포가 직격탄이었다.
그건 당시 윤지희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형사가 직접 찾아낸 영상칩 속에 담겨져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다니던 드론에서 나온 칩이었는데, 그 안에는 헐벗은 남녀들이 잔뜩 촬영되어 있었다.
영상을 확인해 본 결과 모두 도촬이었다.
드론을 이용해 남의 집을 도촬해 나체 영상을 수집했고, 그걸 팔았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게다가 지금껏 윤지희 기자가 기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특종 기사들 대부분이 조작된 내용이었으며, 잘못된 내용을 취재해 허위로 사실인양 유포했다는 사실도 명확히 담겨있었다.
이것으로 윤지희는 완전히 끝장났다.
알고보니 그녀가 유명한 정계 인사의 자식이며, 그 백을 믿고 온갖 악행을 자행해온 인물이라고 여론의 뭇매까지 맞았다.
뉴스에서는 끊임없이 이 사건을 다루었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거라고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그 결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헌터로서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고, 기자 행세를 하며 가짜 뉴스를 지속적으로 생산한 것도 모자라, 불법 도촬에 공무원 사칭, 그리고 형사를 향해 폭력까지 휘두른 윤지희를 일벌백계 해야 한다는 간곡한 청원이었다.
이 청원은 단 하루만에 30만명의 동의를 얻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토요일 아침.
김서준은 주광식을 만나기 위해 삼성동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라 윤지희와 관련된 뉴스를 꼼꼼히 살폈다.
‘다행히 윤지희의 악행을 의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네.’
김서준은 흡족했다.
윤지희를 나락으로 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그였으니까.
하루 전, 윤지희가 아카데미를 찾아온 직후, 김서준은 증산역 균열에서 함께 울프즈들과 싸웠던 헌터 중 정보와 관련된 신비를 가진 헌터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 헌터의 신비는 접하게되는 정보들의 정확성을 판단하고, 그 정보를 상황에 맞게 분석하는 서포트 효과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 신비에 다른 부가적인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정보조작 효과였다.
김서준은 헌터에게 솔직히 말했다.
윤지희라는 여기자가 자신과 가족을 인질로 협박하고 있으며, 어떡하던 꼬투리를 잡으려고 주변의 모든 정보를 뒤지고 있다고.
그 말에 헌터는 바로 김서준을 돕겠다고 나섰다.
가장 먼저 아카데미 주변과 집 근처의 CCTV를 조작해 57번 균열 레이드가 있던 날 영상파일에 다른 날의 영상을 덮어 씌웠다.
그 다음은 불법 촬영 영상을 직접 만들어 영상칩에 업로드 시킨 뒤, 유리구슬에 담아 김서준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기회를 잡아 드론에 그 영상칩을 던져 심어 넣은 것이다.
중앙경찰청의 형사들에게 사건을 제보한 것도 그 헌터다.
그 헌터는 김서준의 연락을 받은 즉시 헌터 형사에게 연락을 취했고, 때 맞춰 현장을 급습할 수 있었던 것.
마지막으로 너튜브에 올린 영상은 김서준이 다른 위치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었다.
윤지희에게 있어 가장 확실한 형벌은 매스컴에 의한 매장임을 알기에 일부러 자극적인 장면을 촬영해 너튜브에 올렸다.
모든 건 김서준의 의도대로 흘러갔고, 윤지희는 엄벌에 처해질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다.
‘윤지희…. 남은 인생은 철창 안에서 회계하며 살아야 할 거다.’
신비를 이용해 정보를 좀 더 자극적으로 만들고, 플러스 알파한 내용은 있지만 완전히 거짓된 자료는 하나도 없었다.
윤지희는 정말 도촬을 즐기는 취미를 갖고 있었고, 알몸의 남자 영상을 수집해 몰래 소장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윤지희의 기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다보니 어느새 삼성동에 도착했다.
김서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잘 넣은 뒤, 주광식을 만나기로 한 ‘제왕의 후예’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은 무려 20층짜리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학원가에서 탑쓰리에 들어갈 정도로 이름이 드높은 제왕의 후예.
명 강의로 이름이 자자한 유명 강사진이 열명이나 포진하고 있으며, 1년 내로 학원생의 신비를 각성시킬 확률이 70%나 되는 곳이었다.
흡사 유명 대기업의 본사 건물처럼 생긴 빌딩을 올려다본 김서준은 출입구 앞에서 주광식을 기다렸다.
약속 시간은 오전 11시.
지금이 10시 52분이니까 아직 8분이나 이르다.
다시 윤지희에 대한 기사나 읽을까 생각하던 찰나 익숙한 기운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다가서는 누군가.
김서준은 그가 거의 다가왔을 때, 몸을 홱 돌렸다.
“왔냐?”
“아, 씨. 놀래라!”
주광식이었다.
덩치는 곰처럼 큰 녀석이 유치한 장난이나 치려는 주광식을 향해 김서준은 안쓰러운 눈빛을 보였다.
“그 눈빛 뭔데? 새끼, 알았어도 좀 모른 척 놀라는 연기라도 할 것이지.”
“나이를 스물 한 개나 먹고도 그러고 싶냐?”
“나이가 대수냐?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에이, 김샜다. 따라와. 호성이 형 아직 강의 중이니까 강의실 근처 휴게실에서 기다리자고.”
김서준은 주광식과 함께 학원에 들어섰다.
이름 난 학원답게 건물 내에서도 오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새로 수업을 받기 원하는 헌터 지망생들도 보이고, 늦은 나이까지 헌터의 꿈을 버리지 못한 20대 중후반의 성인들도 보인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향했다.
유호성이 강의 중인 곳은 건물 7층에 위치했다.
원래는 매 층마다 존재하는 휴게실에서 간식이라도 먹으며 기다리려 했는데, 김서준이 의외의 제안을 했다.
“슬쩍 도강 좀 하면 안될까?”
“뭐하러?”
“그냥 있는 건 심심하기도 하고. 네 형님이라는 분이 어떤 스타일로 강의하는지도 궁금하거든.”
“…. 뭐, 안될 건 없지. 20분 정도면 끝날 테니까. 대신 수업에 방해되면 내 손에 뒤질 줄 알아?”
“그런 협박은 통할 사람한테나 써먹어.”
“아, 그런가? 흐흐.”
주광식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다가 김서준을 데리고 복도 한쪽 끝으로 향했다.
다른 강의실보다 유난히 커보이는 장소.
그곳이 유호성 전용 강의실이었다.
뒷문을 슬쩍 열고 도둑마냥 스며든 두 사람.
강의 중이던 말쑥한 차림의 사내가 그들을 못볼리 없었다.
그는 노련한 1타 강사답게 아무렇지 않게 강의를 이어갔다.
키는 180정도에, 포마드 머리를 한 슈트 차림의 그는 안경을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고는 칠판을 탁탁 두드렸다.
“….그런고로, 신비를 각성했다고 해서 모든게 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유호성은 25세의 젊은 나이에 목소리는 부드럽고, 중후한 데다가 외모도 깔끔하게 잘 생겼기에 여자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매우 좋았다.
그래서인지 강의실 내의 수강생 중 70%가 여자였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신비를 각성해 무조건 헌터가 되겠다는 결과론을 따지기보다 헌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맹목적으로 결과만 따지다보면 어느새 빌런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다.”
유호성의 강의엔 신비 각성을 위한 단순한 공식만 있는게 아니었다.
그 공식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흐름을 가지고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그 방향성까지 가르친다.
“헌터에겐 의무와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 이걸 무시할 생각이라면, 내 강의는 들을 필요가 없지. 내가 말한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는 모두 알거다. 희생, 정의, 멸악. 그리고 생명존중. 이런 것들을 마음 속 깊이 각인해 두지 않는다면 헌터로서의 자격이 없다 할 수 있겠다. 신비를 각성하고 나서 챙기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신비는 언제, 어느때 각성할지 모르는 것이니 지금 당장 마음부터 갈고 닦는 것이 먼저임을 절대 잊지 말도록.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 있나?”
“없습니다!”
학생들 전원이 동시에 대답하자 강의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목청들은 다 좋구나.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의지를 다루는 훈련을 시작할 거니까, 주말에 푹 쉬어 두도록.”
“네!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의 대답소리와 함께, 강의실 내 스피커에서 수업종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자 모두 각자의 짐을 챙겨 하나 둘 밖으로 빠져나갔다.
몇몇 여학생들은 유호성을 둘러싼 채 재잘거리며 질문을 핑계로 사심을 채우려고 했다.
주광식은 그런 광경을 흐뭇한 얼굴로 맨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여학생이 귀신처럼 길게 늘어뜨려진 머리를 휘리릭 감아 올리더니 야구모자를 푹 눌러썼다.
얼굴엔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얼굴이 작아서인지 마스크가 눈만 빼고 얼굴 전체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모자에 마스크.
완벽하게 얼굴을 가린 그녀는 펑퍼짐한 항공점퍼까지 입은 뒤, 가방을 둘러매고 뒷문 쪽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마침 그쪽에 김서준이 비스듬히 앉아 있었고, 그녀가 달려오자 다리를 옆으로 치워주었다.
그러자 여학생이 김서준을 힐끔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김서준도 얼결에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눈웃음으로 화답하고는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왜 낯이 익지?’
얼굴을 본 것도 아니고, 달랑 눈만 봤을 뿐인데 왠지 낯익은 느낌이다.
“야, 끝났다. 우리도 가자.”
주광식이 김서준의 어깨를 툭 치며 일어섰다.
고개를 돌려보니 유호성을 둘러싸고있던 여학생들도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유호성은 이쪽을 보며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김서준도 일어서서 유호성을 향해 걸어갔다.
‘호성이 형….’
이전 세계에서 자신을 위해 목숨을 잃었던 유호성의 얼굴이 눈앞의 강사 유호성과 겹쳐졌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겹치는 얼굴.
푸근한 미소는 여전했으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네가 김서준이구나? 반갑다. 유호성이다.”
유호성이 먼저 자신을 소개하며 손을 내민다.
“김서준입니다. 저도 만나서 반갑네요.”
반가운 정도가 아니라,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
눈앞의 이 사내가 자신의 품에서 죽어가던 그 유호성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굳이 이분법처럼 정확히 1과 2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김서준의 마음 속에서 두 명의 유호성은 한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네 덕분에 광식이 녀석이 아카데미에 정을 붙이게 됐다던데…. 고맙구나. 솔직히 정말로 녀석을 쓰러뜨릴 정도로 강한 학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거든.”
“고맙다니요. 제가 뭘 했다고…. 다짜고짜 시비를 거는 양아치 같은 놈이 하나 있어서 가볍게 한 대 패준 것 뿐인데요, 뭐.”
김서준이 별 거 아닌 것 처럼 말하자 주광식이 눈매를 좁혔다.
“어쩌시구리? 가볍게 한 대 패줬다고? 균열 사태에서 성과 좀 냈다고 날 빙다리 핫바지로 보는 거냐? 어디, 다시 붙어 볼까?”
“균열 사태…? 아! 그러고보니 너 였구나? 며칠 전 증산역 균열 사태에서 맹활약을 했던 그 학생이.”
유호성도 이제야 김서준을 알아봤다.
주광식은 유호성을 놀래키려고 일부러 김서준에 대한 걸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아버지 덕분에 버스 탄겁니다. 알다시피 매스컴은 과장이 심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네가 마지막에 특수종 몬스터를 처치할 때는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거든. 정말 멋진 기술이였다.”
“그 정도는 아닌데….”
김서준은 유호성의 진심어린 칭찬에 머쓱해 했다.
“자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일단 뭐 좀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고요. 국밥집에서 국밥 한그릇 말아먹으면서 소주도 한잔, 캬아~”
주광식이 두 사람의 목을 감싸며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빌딩 뒤쪽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와아아!”
“국민요정 세이다!”
“세이, 세이, 세이!”
갑자기 엄청난 인파가 빌딩 앞으로 몰려들며 ‘세이’라는 이름을 마구 외쳐댔다.
자세히 보니 야구모자에 캐릭터 마스크를 쓴 항공점퍼의 여학생이 탄탄한 체격의 양복사내 다섯명의 경호를 받으며, 급히 뛰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뛰어가는 방향엔 커다란 검은색 밴이 세워져 있었다.
“쯧. 결국 신분이 발각됐구나. 난감하겠네….”
유호성은 그녀의 정체를 아는지 혀를 끌끌 찼다.
“호성이 형. 쟤 누군데? 아까 형 수업 듣던 애 아니야? 근데 세이라고? 설마 로즈핀치의 그 세이?”
주광식이 뒤늦게 정체를 깨닫고는 크게 놀라했다.
그 이름을 들은 한수호도 흠칫했다.
로즈핀치.
2년 전,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깜짝 데뷔하더니, 순식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4인조 걸그룹이다.
특히 로즈핀치의 4명 중 막내이자 메인 보컬인 ‘세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엄청났다.
당시 16살의 어린 나이로 데뷔했으며, 놀라운 가창력에 웬만한 여배우들의 미모를 씹어먹을 정도로 예쁜 얼굴을 지녔던 세이.
하지만 김서준은 로즈핀치라는 이름만 알뿐, 걸그룹 멤버의 얼굴은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엔 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우울하게 지내던 터라 걸그룹이나 연예인들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
김서준이 그나마 로즈핀치라는 이름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는 건, 그 걸그룹이 그만큼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다는 뜻.
“네가 아는 그 세이 맞아. 연예계 생활 다시 하려면 신비를 각성해야 한다면서 내 수업을 들었던 거고. 정체 알려질까봐 수업 중에도 마스크 쓰고 있었는데, 결국 들켰나 보네.”
“우와. 그 유명한 세이가 형 수업을 다 듣다니. 나 다시 형 수업 들으면 안되나?”
주광식은 여신이라도 본 것마냥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연예인이 무슨 각성을 한다고 저 난리지? 학원에 오히려 폐가 될 거 같은데.’
김서준은 유명한 아이돌이 뭐하러 신비 각성에 관심을 갖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러면서도 과연 세이가 어떤 인물인지 보려고 휴대폰으로 로즈핀치 세이를 검색해 봤다.
검색 결과를 확인한 김서준.
최상단에 대문짝만하게 떡 하니 나타난 세이의 얼굴을 본 김서준은 순간적으로 헛숨을 들이키고 말았다.
<세이>
*가수(로즈핀치), 텔런트, 배우
*본명 한세아
*나이 18세
‘한세아? 세이가 한세아 였다고?’
한세아.
그녀는 이전 세계의 일곱 동료 중 하나이자, 김서준이 누구보다도 마음 속 깊게 담고 있었던 사랑스런 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