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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39화 (3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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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식, 유호성과 헤어진 김서준은 곧장 집으로 귀가했다.

마음 한켠으로는 어차피 새로 얻은 인생인데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도 좀 하면서 재미나고 즐거운 라이프를 만끽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놀려고 하면 실제로 즐길 수가 없었다.

이전 세계에서 천마군장의 손에 죽어간 부모와 수많은 희생자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자신과 유일하게 정을 나누었던 일곱 명의 동료들이 처참히 죽어가는 모습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공포에 가까운 마신병들.

그 무서운 존재가 나름 평화롭다 볼 수 있는 지금의 세상에도 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편히 놀 수가 없었다.

‘천강우. 어쩌면 그놈도 이 세계에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고.’

천강우는 중원무림에 속해있던 중국인이다.

그는 오랜 세월, 중국에 축적되어온 수많은 절세무공을 습득한데다가, 마교의 맥까지 이어 단숨에 중원무림 최강의 고수로 떠올랐다.

30의 나이에 중원무림을 일통시키고, 9년만에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아 전역을 손아귀에 거머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유럽의 기사들이나, 미국의 총잡이들, 아프리카의 부족전사들도 천강우의 무력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었다.

‘이곳에도 놈이 존재한다면…. 똑같이 악의 축이 되어있지 않을까?’

김서준은 자신의 방 책상에 앉아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생각난 김에 균열관리국 인트라넷에 접속한 김서준.

그가 아는 마교의 중심인물 이름들을 모조리 검색해 봤다.

하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심재덕 교수의 ID로는 외국인 헌터들 이름까지 검색하는게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

‘여기선 다른 삶을 살고 있길 바란다, 천강우.’

만약 천강우가 이전처럼 최강의 대악인으로 등장하게 된다면, 자신과는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되면, 김서준은 모든 걸 내던져서라도 가족을, 그리고 어렵게 얻은 행복을 반드시 지켜낼 거라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일단, 악의 축에 관련된 자들을 찾는 일은 나중으로 미룬 김서준은 잠시 침대에 누워 옛 동료들과의 기억을 떠올렸다.

거짓된 행동 하나 없이 늘 듬직하게 동생들을 지켜주기만 했던 큰형 박대만.

동료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돌봐주던 마음씨 착한 유호성.

키도 작고, 못생겼지만 엄청난 법술을 펼쳐 수차례 동료들을 구해주었던 오창석.

김서준과 동갑이면서 다혈질적인 성격 탓에 앞 뒤 안 가리고 주먹부터 내지르고 보는 정욱.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불 같은 성격으로 남자들을 압도하는 김유라.

잘생긴 얼굴과 오만한 성격으로 자존심이 드높았지만 누구보다 김서준을 잘 따랐던 동생 최동현.

그리고 지금까지도 김서준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미의 여신 한세아까지.

김서준은 그들 중 넷을 이미 만나봤다.

이전 세상에서의 모습과 거의 달라진 것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

가장 곁에 두고 싶은 동료는 한세아 였지만, 그건 욕심이었고, 무모한 바람이었다.

‘여기서는 세아를 동료로 만들지 못할 지도….’

김서준은 개인적인 바람은 일단 넣어두고, 나중을 위해 박대만부터 동료로 삼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전에, 내 실력부터 키워야겠지?’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저녁 식사때까지는 아직 2~3시간 남아 있었다.

김서준은 바로 옥상으로 향했다.

낮 기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6월의 끝자락.

간편한 추리닝 차림으로 옥상에 오른 김서준은 언제나처럼 돗자리를 깔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가 요즘 중점적을 익히고 있는 건 양의분심공.

김서준은 왼손으로 태양신공을, 오른손으로 수라극섬을 펼쳐 1인 2역을 하며 수련에 매진했다.

무겁고 중후한 기운을 품은 왼손과, 빠르고 가벼운 오른손의 대결은 뜻밖에 긴장감이 흘러 넘쳤다.

혼자서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정해진 순서에 맞춰 움직이는게 아니라, 정신을 두 개로 나눠 왼손과 오른손이 완전히 별개의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김서준이 양손의 대결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는지,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까지 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대결.

하지만 태양신공을 사용하는 왼손이 조금씩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른손이 안되겠다 싶었는지, 일부러 빈틈을 내보여 왼손을 함정에 끌어들인 뒤, 역발산기개세를 사용해 역습을 시도했다.

안그래도 수라극섬의 빠름에 다소 곤란함을 겪고 있던 왼손은 역발산기개세가 펼쳐지자 움직임이 크게 제한됐다.

그러던 중, 오른손이 태양신공의 힘을 되받아 쳤고 왼손은 두배로 되돌아온 힘에 튕겨나갈 위기에 처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징

왼손의 바로 앞에 손가락 한마디 정도되는 구슬이 떠올랐다.

구슬은 엄청난 양의 붉은 빛을 뿜어냈다.

오른손이 쏘아낸 역발산기개세의 힘이 순식간에 그 구슬로 빨려들어갔다.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힘을 훅 흡수해버린 구슬은 한순간 콩알 크기로 확 압축되었다. 그리고,

푸슛

붉은 콩알이 오른 손바닥을 뚫고 날아갔다.

“윽!”

김서준은 엄청난 고통과 경악을 동시에 느꼈다.

급히 양의분심공을 풀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싼 그는 손바닥을 꿰뚫고 날아간 붉은 구슬이 날아간 방향을 돌아봤다.

순식간에 저 멀리 하늘 위로 날아간 구슬은 이미 보이지도 않았다.

대신 다른 광경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번쩍

저 높은 하늘의 일부분이 찬란한 붉은 빛에 순간적으로 물들더니, 새하얀 번개 수십줄기를 사방으로 뿌려냈다. 그렇게 3초 뒤,

꽈르르르릉

강력한 천둥소리가 귓청을 때렸다.

구멍난 오른손의 고통보다 붉은 구슬이 만들어낸 이 엄청난 현상에 대한 놀라움이 더 컸다.

이건 김서준도 모르고 있던 태양신공의 응용법이었다.

양의분심공으로 두 개의 정신으로 나눠 대결을 펼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도 몰랐을 기술.

김서준은 놀라움을 빠르게 수습하고, 피가 철철나는 오른손의 혈도를 짚어 출혈을 막았다.

그리고 공간주머니에서 ‘회복의 잔’ 아티팩트를 꺼냈다.

소주잔만큼이나 작지만 와인잔의 잘록한 스템까지 존재하는 자그마한 잔.

여기에 물을 부어 마시면 재생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수련이 끝나면 마시려고 가져온 생수를 잔에 따른 김서준.

그때가 되어서야 구멍난 손바닥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었다.

“크윽….”

이전 세계에서는 수십번도 넘게 겪어본 고통이었지만, 이 어린 김서준의 몸에겐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었기에 몇 배는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잔에 부은 물은 몇 초만에 푸른 빛을 띠기 시작했다.

김서준은 그걸 단숨에 들이켰다.

갈증을 채워주듯, 청량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갔다.

오른손을 내려다보니 혈관이 툭툭 불거져 나왔고, 혈관은 푸른 빛으로 물들여지고 있었다.

푸른빛은 손바닥 중앙의 상처부위를 순식간에 휘감았다.

그 빛이 나오기 시작하자 고통은 사라졌다.

그렇게 몇 초가 더 흘렀을 때, 김서준은 기막힌 상황을 보게되었다.

스으으으

구멍난 손바닥에 세포가 재생되고, 신경과 혈관이 이어졌으며, 살점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김서준이 놀라움에 눈을 몇번 깜빡 거렸을 때, 손바닥의 상처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회복력이 엄청나잖아?’

이건 회복이 아니라 거의 재생에 가깝다.

재생이 가능한 상처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몰라도,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했다.

주변에 한가득 떨어진 핏자국만 방금 전 큰 상처를 입었다는 걸 증명해줄 뿐이었다.

김서준은 회복의 잔을 집어들었다.

하얀색이었던 잔은 재사용 대기에 들어갔는지, 회색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회복의 잔]

-잔에 물을 붓고 마력을 투입하면 회복효과를 지닌 물약이 된다.

-회복효과: 상처 재생, 독 중화, 피로회복, 잔병치료

-사용 후 대기 시간: 24시간

잔을 쥔 손에 마력을 흘려넣으면 볼 수 있는 아티팩트의 정보였다.

회복의 잔은 재생, 중화, 회복, 치료의 다양한 효과를 지녔다.

이 효과들 중 한가지만 있어도 대단한 아티팩트인데, 효과가 네 가지나 된다.

‘이거 완전 유물급인데?’

아티팩트 중에서도 등급이 A 이상이고, 거기서도 특출난 효과를 지닌 경우, 그걸 ‘유물’이라 칭한다.

심안으로 살펴본 회복의 잔은 마력이 310이나 되서 A등급이라는 건 확실했지만, 유물급의 엄청난 효과까지 지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고대유물일까, 아니면 현대유물일까?’

유물은 다시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고대유물로 균열 너머의 세상에서 제작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쭉 존재해 온 아티팩트를 말했다.

다른 하나는 현대유물.

이건 제작과 관련된 신비를 각성한 헌터가 직접 만들어낸 아티팩트였다.

예전엔 고대유물을 얻으려면 균열을 넘어가야만 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든 고대유물과 현대유물을 구분없이 찾을 수 있는 상태라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정도 효과면, 고대유물이겠지? 어쨌든 이건 절대 잃어버리면 안되겠다.’

김서준은 회복의 잔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감쌌다가 공간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다.

***

“어머! 너 그거 뭐니? 피 아니야?”

집에 들어온 김서준을 보자마자 백연지 여사가 기겁했다.

생수로 대충 씻기는 했지만 옷 여기저기에 피가 튀어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

“그냥, 좀 코피가 난 거 뿐이야.”

“코피? 에휴. 그놈의 훈련이 뭐라고 코피까지 흘려? 아빠가 늘 말했잖니? 무리해서 얻는 힘은 즐기면서 터득한 힘보다 강할 수가 없다고.”

“응. 나도 잘 이해하고 있으니 걱정마.”

“알았다. 얼른 씻고 밥 먹자.”

백연지는 몸에 묻은 핏자국이 코피라는 말에 가볍게 넘어갔다.

“그런데, 엄마. 내가 알려준 단련법은 어때? 쓸만해?”

김서준은 며칠 전, 백연지에게 ‘소수백염공’을 가르쳐 주었다.

말로는 단전호흡법과 함께 병행해서 익히는 손 단련법이라고만 했지만, 사실 그건 이전 세계에서 김서준의 동료인 김유라를 대표하는 독문무공이었다.

손을 하얗게 물들인 순간, 뚫지 못하는 것이 없고, 막지 못하는 것이 없는 소수공.

김서준은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비해 백연지한테도 무공을 가르친 것이다.

“아, 소수 머시기 하는 그거? 안 그래도 아들한테 고맙다고 말하려 했지. 그거 배운 다음부터 몸이 아주 날아갈 것 같던데? 피부도 탱탱해진 것 같고 말이야.”

백연지 여사가 자기 팔뚝 살을 쭉쭉 잡아당겼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피부는 40대라고는 볼 수 없는 탱탱함이 가득했고, 눈가에 가득했던 주름도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주안 효과가 제대로인가 보네.’

김서준은 어머니가 즐거워 하자 자신도 기분이 좋았다.

“꾸준하게 해야 효과가 더 좋아. 그러니 매일 매일 하는 거 잊지 말고”

“당연하지. 이 좋은 걸 왜 이제 알았나 싶다니까? 아빠한테도 네가 단련법 같은 거 가르쳐줬지?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네 아빠랑 침대 위에서 서로 마주보고 알려준 단련법 연습한다니까?”

“침대 위에서 마주보고? 그러고 연습이 되?”

“안될게 뭐 있니? 요즘 네 아빠 몸도 얼마나 좋아졌다고. 다시 예전의 그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할까? 어머머. 아들 앞에서 이게 무슨 소리라니?”

백연지는 말을 하다 말고 창피했는지 얼른 주방으로 도망쳤다.

김서준은 그런 백연지를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그려보였다.

‘금술이 더 좋아지셨나 본데? 이러다, 늦둥이 동생 생기는 거 아닌가 몰라?’

김서준은 이전 세계에서는 생각조차 해본적 없는 동생을 떠올리며 괜히 자기 볼을 긁적거렸다.

빠르게 식사를 마친 김서준은 방에서 자신의 능력변화를 점검했다.

[김서준]

-마력: 112 / 내공: 99

-신비: 역발산기개세(16%) / 태양신공(18%) / 염동장막(2%) / 수라극섬(2%) / 심안(2%)

정보를 본 김서준은 눈을 퉁방울처럼 크게 떴다.

‘내공이 99?’

오후 수련 전까지만 해도 분명 92였던 내공이 지금은 99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태양신공은 숙련도가 18%까지 올랐다.

‘설마, 아까 그 이상한 기술을 사용한 덕분인가?’

김서준도 몰랐던 태양신공의 기술.

태양처럼 새빨간 콩알 하나로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가공할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발휘된 기술이라 거리와 위력이 전혀 컨트롤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만약 그걸 제대로 컨트롤 하게 된다면 천궁시를 넘어서는 엄청난 위력을 보일 수 있으리라.

‘천번구라고 부를까?’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는 구슬’이라는 의미였다.

천번구의 사용법은 아직 완벽하게 터득한게 아니었다.

태양신공으로 공격을 가했고, 그걸 역발산기개세로 맞받아 쳤는데, 태양신공이 한번 더 카운터를 친듯한 상황에서 탄생한 기술.

‘카운터의 카운터라….’

그 원리를 잠시 떠올려보던 김서준은 퍼뜩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태양신공을 일으킨 상태에서 역발산기개세를 사용하고, 그 역발산기개세를 내몸에 때려 박아 흡수한다음, 반발력을 다시 태양신공으로 응축시키면 그 구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거구나!’

이미 자신의 몸으로 경험해본 상황이라서 이런 유추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론만 알아냈을 뿐, 실제로 그걸 얼마나 컨트롤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여기서 실험해 봤다간, 아파트가 무너질지도 몰라.’

천번구를 사용하는데에는 큰 주의가 필요했다.

아무리 내공을 최소화 하여 조심스럽게 연습한다고 해도 자칫 잘못하면 정말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일은 어디 산에라도 다녀와야겠네.’

아무도 없는 숲이 천번구를 연습하기에 적당했다.

김서준은 내일을 기약하며 잠에 들기 전까지 조용히 태양신공으로 운기조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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