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41화 (41/153)

41

그날 저녁.

집으로 귀가한 김서준은 한참동안 인터넷으로 예거에 대한 정보를 뒤져봤다.

하지만 없다.

그저 ‘흉악 빌런 전문 처리반’이라는 정보만 검색될 뿐, 그 이상의 자료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야근을 마치고 퇴근한 아버지에게도 예거에 대해 아는게 있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그나마 인터넷 검색 결과보다는 나았다.

‘예거? 헌터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엔, 거기 완전 미친 집단이라더구나. 정부 산하에 있는데도 사람 죽이는 걸 밥먹듯이 하고, 정보 캐는 일에 도가 터서 모르는게 없다던데? 그래도 나름 내부 규율이 엄청 센지 조직의 비밀이 새어나가는 일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더라. 뇌피셜이긴 하지만, 예거들 중 상당수가 대한민국 최강 헌터인 균열관리국의 최철형하고 맞먹을 거라는 말도 있고.’

김주혁의 말에 김서준은 다소 놀랐다.

다른 것 보다 최철형과 맞먹는 강자가 예거에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최경문이 예거의 정식 멤버라는 건 거의 확실한데, 오늘 낮에 그의 능력치를 심안으로 몰래 살펴본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기 때문.

[192/엘리트]

마력만 따지면 B급 상위 수준이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능력치였으나, 예거 멤버가 최철형과 맞먹을 정도로 강하다는 소문으로 봤을 땐,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

‘보이는 것과 실제가 다르다는 건가?’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다.

최경문 형사가 예거이긴 하지만 약한 축에 드는 멤버일 수도 있었다.

아마도 예거의 진정한 강자는 따로 있을 거라는게 김서준의 예측이었다.

‘그나저나 어떡하는게 좋을까?’

김서준은 침대에 누워 고민을 거듭했다.

예거의 멤버가 될 것인가, 아니면 거절하고 조용히 평범한 헌터로 살아갈 것인가를 두고.

가족의 행복을 지키고, 사랑하는 이들의 안전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예거가 되는 선택은 절대 하면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김서준이 예상하고 있는 암울한 미래가 조만간 실제로 도래하게 된다면 오히려 예거가 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세상이 멸망해 가는데 집에 콕 박혀서 가족의 안전만을 챙기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테니까.

차라리 예거의 최첨단 정보수집 능력을 직접 활용해서 위험에 대비하며,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적극적으로 수호하는게 훨씬 나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높은 연봉, 훌륭한 집, 그리고 값비싼 차까지 한번에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인지라 이를 발로 차버리는 게 쉽지가 않았다.

‘내가 벌인 일까지 모두 알고 있다는게 가장 걸려.’

최경문이, 아니 예거라는 조직이 이형모와 이한수를 살해한게 김서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걸 빌미로 협박을 하진 않았지만, 김서준 입장에서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후…. 일단 좀 더 고민해 보자.’

김서준은 아직 10일의 시간이 남은만큼 심사숙고하기로 했다.

***

1주일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목요일인 어제 오후, 경기도 이천에서 균열이 또 발생해 4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일 빼고는 평범한 한주였다.

이번 균열은 특이하게도 강 위에서 등장했다.

균열에서 쏟아진 몬스터들은 강으로 떨어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미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헌터가 30명이 넘었지만, 강 전체에 포위망을 쌓을 수가 없어서 희생자가 늘었다.

그나마 2시간 내에 쏟아져 나온 몬스터를 전부 처치할 수 있었지만, 그 사이 주변 민가를 덮친 몬스터들이 있어 희생을 피할 수가 없었다.

아카데미에서도 어제 벌어진 균열 사건으로 떠들썩 했다.

예측 밖의 균열이 계속 등장하는 요즘, 헌터들의 중요성이 더욱 극대화 되고 있으니 우리라도 몬스터 처치에 앞장서자는 이상한 선동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대부분은 그 말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몇몇 아둔한 녀석들은 그 얼토당토 않은 말에 찬동하며 자경단을 결성하자는 헛소리를 시전하기도 했다.

금요일 오후 수업이 끝날 때 즈음, 심재덕 교수가 모든 학생들을 모아놓고 한가지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이제 곧 1학기 기말평가가 실시될 거라는 건, 모두들 알고 있겠지?”

기말평가 이야기가 나오자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난 중간평가 때, 점수가 좋지 못했던 학생들은 특히나 맥 빠진 얼굴로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지금까지 1학년 1학기 기말평가는 교수와의 대련을 통해 진행해 왔었다. 허나, 올해부터는 새로운 방법으로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심재덕 교수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학생들이 고개를 번쩍 들고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교수들과의 대련만 아니라면 점수를 잘받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샘솟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그들의 기분은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번 기말평가는 아카데미 전체 학년이 모두 참여하는 토너먼트 대결로 진행된다. 그것도 제1, 제2, 제3 아카데미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이 말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전체 학년이 함께 섞이는 것도 모자라, 제1, 제2 헌터 아카데미 학생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말이니 차라리 교수들과의 대련이 나았다.

이전까진 2년에 한번, 아카데미 대항전이라는 이름으로 겨울 방학 직전에 치러졌었는데 올 해는 1학기 기말평가라는 명목으로 훨씬 빠르게 치러지게 되었으니 다들 바짝 긴장했다.

“그런고로 다음주 수요일에 우리 제3 아카데미 내부적으로 먼저 토너먼트를 치른다. 각 학년 별로 5명씩 대표를 뽑을 거고, 아카데미마다 20명 씩 총 60명이 선별되어 다른 아카데미와 종합 토너먼트를 진행하게 될 거다.”

그래도 아카데미 자체 선발전에서는 학년 별로 대결이 치러진다니 다행이었다.

“모든 대결에는 3명의 교수들이 심사단으로 참석할 것이고, 승패와 무관하게 마력과 신비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 전투 시 임기응변은 어떠한지를 두고 점수를 부여할 것이다.”

“그럼, 대결에서 이겨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거네요?”

한 학생의 질문에 심재덕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있겠느냐? 대결에서 승리한 학생에겐 가산점이 부여되고,  학년 대표로 선발되면 다음 2학기에 장학금이 지급된다. 그리고 다른 아카데미와의 대항전에서 단 두 번만 승리해 16강에 오르게 된다면, 우리 아카데미의 총장님이 직접 작성한 추천서와 함께 학생지원금 2억이 지급될 예정이다.”

“우와아!”

“와우, 엄청나다!”

다들 기대가 가득찬 목소리로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때, 어느 학생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

“저, 교수님! 아카데미 별로 20명씩 대표가 출전한다면서 어떻게 16강이 나올 수가 있죠?”

헌터 아카데미는 총 3개.

아카데미마다 20명씩 대표가 나온다면 60명이 되고, 두번을 승리하면 15명이 남게되니 16강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음. 좋은 지적이다. 60명 만으로는 16강이 나올 수가 없지. 그래서 이번엔 특별히 전 세계의 유명한 아카데미에서 특별 초청된 학생 네 명도 함께 참가하게 될 거다.”

초청학생 네 명이 있으면 총 64명이 되니 16강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특별 초청이요?”

“어느 나라요?”

“초청 학생 수준은요?”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한민국 헌터 아카데미는 세계 헌터계에서도 강한 축에 든다고 꽤나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몇몇 국가에 비하면 아직 부족했는데, 혹시라도 그 국가에서 학생이 초청된거면 이번 토너먼트 대항전의 우승은 그 학생들 중에서 나올게 뻔했기 때문.

그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미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였다.

이 세 나라는 헌터 최강국으로 여겨지며, 이들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평범한 국가의 베테랑 헌터들보다 강하다고 한다.

“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에서 학생들이 올거다. 미국하고 프랑스가 끼어있으니 쉽지는 않겠군.”

“으아아아! 망했다!”

“왜 하필 미국이….”

“프랑스만이라도 빼주시지.”

학생들이 우는 소리를 내자 심재덕이 눈매를 좁혔다.

“어차피 대표로 나가지도 못할 녀석들이 입만 살아가지고.”

“에이. 그래도, 저희 반에는 대표로 나갈만한 인재가 둘이나 있잖아요?”

한 학생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김서준과 주광식을 향했다.

심재덕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바라봤는데, 특히 김서준을 향해서는 무한한 신뢰의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저 눈빛…. 너무 부담스러운데?’

김서준은 토너먼트고 뭐고 그다지 튀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적당히 평균점수만 받는 걸로 끝내고 싶었다.

괜히 우수한 성적을 냈다가 남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그가 바라는 조용하고 편안한 라이프와는 이별이었으니까.

‘쓰읍. 그래도 장학금하고 2억은 좀 당긴단 말이지.’

항상 이놈의 돈이 문제였다.

학년 5인대표에 들면 장학금이요, 아카데미 대항전에서 2승만 해도 2억 지원금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정도까지는 좀 나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우리 반에서 대표가 나온다면 매우 기쁠 것 같구나. 아무튼, 주말에 준비 잘 해서 다음 주 학년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들 내길 바라마. 수업은 여기까지.”

심재덕이 들고다니는 수첩으로 교탁을 탁탁 치며 자리를 뜨자 학생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김서준과 주광식 근처를 지나면서 힘내라는 뜻인지 주먹을 꽉 쥐어보이기도 했다.

“야, 김서준. 안그래도 요즘 재미없었는데, 잘 됐네. 우리 둘이 초반에 붙지만 않으면 둘 다 대표로 나가는데는 문제 없을 것 같지 않냐?”

주광식이 툭 치며 하는 말에 김서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

“세상은 머피의 법칙에 완벽히 지배되고 있다는 거 몰라? 네가 그 말을 한 이상, 너랑 나랑은 반드시 초반에 붙게 될 걸?”

“그게 뭐야? 그럼 내가 이 말을 안했으면 초반에 안붙을 거다 이런 말이야?”

“아마도. 너 때문에 재수 옴붙은 거지.”

김서준은 주광식을 놀려주고는 짐을 챙겼다.

“너야말로 재수 옴붙는 소리 말고, 주말에 토너먼트 대비 대련연습 같이 안 할래?”

“난 됐다. 그런 건 혼자 하셔.”

김서준은 끈덕지게 달라붙어 같이 대련 연습 하자는 주광식을 어렵게 떼어놓고는 곧장 집으로 귀가했다.

***

그날 저녁.

김서준은 자기 방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이번 기말 평가가 제1, 제2 헌터 아카데미 학생들과 함께 치러지는만큼 그들에 대한 정보를 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전까진 그쪽 학생들과 연관이 생길 이유가 없었기에 관심이 없었으나 지금은 달라졌다.

먼저 제2 아카데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분위기는 제3 아카데미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자유게시판에 오가는 내용을 보니 제3 아카데미에 대해 쓸데없는 우월감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 기말평가에서 제3 쪽 애들은 우리 밥이쥬?

-제3이라 쓰고, 삼류라 불러야 할 녀석들이지.

-제3 애들은 32강에 한명도 못 오를 걸?

-그냥 제3 애들 빼고 하면 안됨? 격이 떨어지는 거 같잖아.

게시판의 절반 이상이 제3 아카데미 학생들을 까는 내용이었다.

실력적으로는 제2 아카데미나 제3 아카데미나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이런 현상이 심한 걸로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제3 아카데미도 비슷했다.

‘도토리 키재기네.’

웃기는건 서로 아웅다웅 하면서도 제1 아카데미 학생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제1 아카데미 학생들이 실력적으로 확실히 높다는 의미였다.

김서준은 제1 아카데미의 홈페이지로 접속했다.

제1 아카데미는 홈페이지부터가 달랐다.

돈을 쓴 티가 확 날정도로 홈페이지가 잘 꾸며져 있었고, 쓰레기같은 글들이 싸질러 지고 있지 않아 관리도 잘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게시판에 들어가 이런 저런 글들을 읽어보던 김서준.

거기서 의외의 내용을 발견했다.

-아카데미 대항전 우승은 3학년에서 나올게 분명함.

-이번 1학년 중에 엄청난 녀석이 있어서 결과는 모르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맹룡여제 김유라’를 이길 녀석이 있으려고?

-1학년 최동현이 각성한 신비가 A급이라며? 그럼 3학년 김유라한테 못이김.

-김유라 신비는 S급 이잖음?

-공식적인 건 아닌데, 소문에 의하면 S급이 맞는 것 같음.

-김유라냐, 최동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제1 아카데미 학생들은 다른 아카데미 이야기는 아예 하지도 않았다.

오직 자기 아카데미 학생들 이야기로만 가득했고, 두 학생 중 한명이 우승할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오가는 두 사람의 이름을 본 김서준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김유라, 최동현?’

그 두 이름이 이전 세계에서 김서준의 동료들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김유라는 김서준과 동갑이었고, 불 같은 성격을 지녀 남자들도 감당하기 힘들었었다.

하지만 외모는 최강의 미모를 자랑하는 한세아와 쌍벽을 이룰정도로 아름다웠으며, 소수백염공이라는 특별한 무공까지 익히고 있어 실력도 굉장했었다.

반면, 최동현은 김서준보다 한 살 어렸는데, 선천적으로 건방짐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드높았다.

가장 큰 형인 박대만이나 둘째 형 유호성의 말도 잘 듣지 않는 독선적인 성격을 지닌 최동현.

그래도 김서준의 말에는 꿈뻑 죽는 특이한 녀석이었다.

‘이 둘이 제1 아카데미 학생이었구나?’

남은 동료들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이야.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김서준은 옛 동료가 맞을 거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유라는 17살에 각성해서 바로 입학했을테니 3학년인거고, 동현이 녀석은 17살에 바로 각성한 거겠지?’

이 둘이 같은 제1 아카데미에 있다니, 인연이 참 묘하다는 생각이었다.

이로서 아직 찾지 못한 동료는 단 한명.

김서준과 동갑내기였던 친구, 정욱 뿐이었다.

비록 김서준에게 있어서는 마음을 나눈 친구이자 동료이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정욱은 마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독한 심성을 지녔다.

그런 정욱을 떠올리니 그 또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어쨌든, 유라와 동현이는 이번 토너먼트에서 만나게 되겠구나.’

김서준은 제1 아카데미에 김유라와 최동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이번 대항전에서 32강까진 꼭 올라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장학금과 지원금을 타는 것도 중요했지만, 대항전에서 두 옛 동료를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뜬금없이 제1 아카데미를 찾아가 ‘너, 내 동료가 되어라.’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대항전을 기회로 인연을 만들어 봐야겠어.’

김서준은 옛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분좋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