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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46화 (46/153)

46

번쩍

김서준의 눈에서도 황금빛이 뿜어졌다.

느려진 세상 속에서 오른 손을 뻗어내자 5미터는 될법한 청룡의 머리가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쑤아악

청소기에 빨려들 듯,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청룡.

김서준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손을 슬쩍 당겼다가 한발 크게 내디디며 힘차게 뻗어냈다.

크하아아앙!

커허어엉!

손에서 청룡 두마리가 튀어나왔다.

청룡들은 서로의 몸을 빙글빙글 돌며 날아갔고,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는 악운청을 그대로 덥쳤다.

그때, 상황의 위험을 파악한 심판이 악운청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만!”

심판이 팔목에 차고있는 아티팩트를 이용해 자신의 앞에 반투명한 방패를 만들어 낸 순간, 두마리 청룡이 그 방패에 부딪쳤다.

꽈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터져나왔다.

심판은 방패를 앞에 세워놓은 상태로 바닥에 두 줄기 골을 파내며 10여미터나 밀려났다.

그나마 김서준이 마지막에 힘을 거둬들였기에 버텨낼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악운청과 함께 경기장 끝까지 튕겨져 날아갔으리라.

악운청은 넋이 나가 있었다.

그가 지금 펼친 건, 그의 신비 ‘자룡창’이었다.

지금껏 이 자룡창을 펼쳐서 제대로 막아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자룡창으로 발생시키는 청룡의 형상은 상대의 반격을 스스로 피해 헛점을 파고드는 능력까지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김서준은 그걸 흡수하듯 빨아들인 뒤 오히려 두 배의 힘으로 되돌려 버렸다.

아무리 김서준의 신비가 카운터를 치는 신비라 해도 이건 너무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내가 지는 건 절대 있을 수 없어! 내가 이런 소국의 꼬맹이 학생한테 밀리는 건 인정할 수가 없다고!’

악운청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뭔가 말을 하려는 심판을 무시한채 앞으로 뛰쳐나갔다.

“시합은 이미 끝났….”

심판이 말을 하려는 순간,

투웅

창을 짧게 끊어치며 강하게 움켜쥔 악운청의 몸에서 강한 마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에 김서준마저 눈에 이채를 띄었다.

‘뭔가 달라졌어?’

지금은 좀 전까지의 병신 같은 악운청이 아니었다.

마치 생사를 걸고 싸우는 전사와 같은 분위기.

김서준은 더는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바닥에 박아놓은 검을 빼어들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심판이 다시 악운청을 말리려 했지만, 그는 이미 김서준을 향해 달려든 상태였다.

땅을 박차며 달려나오는 자세도 방금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건 정식으로 보법을 배운 자만이 보일 수 있는 움직임.

게다가 보법 이후에 악운청이 펼치는 동작은 김서준에게도 꽤 익숙한 독특한 창법이었다.

악가창법.

이전 세계에서 산동악가라는 가문이 긴 세월 동안 갈고 다듬어 만들어낸 절세의 창법이었다.

당시, 악운청은 이 악가창법을 극성으로 익힌 고수였기에 김서준에게도 위협적인 인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악가창법이 이곳의 악운청에게서 다시 발현되고 있었다.

악가창법은 막강한 내공을 기반으로 한, 패도적인 창법이다.

창의 움직임이 다소 직선적이긴 해도 동작 하나하나에 담긴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결코 쉽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숙련도가 낮아.’

지금의 악운청이 펼쳐내는 악가창법은 상당히 엉성했다.

게다가 파괴력도 본래의 이할 수준에 불과했다.

창이 바닥을 때리면, 포탄에 맞은것처럼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야 정상인데, 지금은 주먹만한 홈이 파이는 정도.

창의 속도 또한 이전 세계의 악운청이 보인 빠름에 비해서도 한참이나 뒤떨어졌다.

그럼에도 김서준은 다소 놀란 상태였다.

무공이 존재하지 않는 이 세계에 이전 세계의 악운청이 사용하던 악가창법이 재림하다니.

비록 위력적으로 크게 뒤떨어지고, 내공없이 펼쳐지는 무공이라고는 해도 다른 헌터들에겐 충분히 위협적인 수준이었다.

‘스스로 익힌걸까? 아니면….’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서 배운 것일까?

김서준은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카강. 캉. 캉!

악운청이 펼치는 창법은 김서준의 검에 모조리 막히고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도 파고들지 못했고, 아무리 빠르게 창을 휘둘러도 김서준의 옷깃 하나 스칠 수가 없었다.

허공을 크게 선회하여 내려치는 창의 파괴력은 단순히 검으로 막아내기가 쉽지 않음에도, 김서준은 거뜬하게 창을 튕겨냈다.

그의 검은 마치 뱀처럼 끊임없이 몸을 휘감으며 언제 어디서건 날아드는 창을 막아내고 있었다.

김서준이 지금 펼쳐내고 있는 건, ‘용호풍뢰도’였다.

이전 동료였던 최동현의 독문무공이기도 한 용호풍뢰도.

도법이지만 검으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했기에 김서준은 익숙하게 용호풍뢰도를 펼쳐낼 수 있었다.

악운청은 빠르게 지쳐갔다.

김서준이 용호풍뢰도의 수비초식만 사용했을 뿐인데도, 악운청은 단 한번의 유효타격도 성공시키기 못했다.

‘여기까지군.’

김서준은 악운청이 더는 시합을 이어갈 힘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악운청이 회심의 일격처럼 꺼내든 악가창법.

하지만 그 창법마저 김서준에겐 전혀 먹혀들지 않으니 심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을 터.

더는 김서준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악운청 스스로가 깨달은 이상, 더 이상의 싸움은 의미가 없었다.

김서준은 악운청이 큰 동작으로 창을 휘돌리는 순간,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등으로 악운청의 손을 후려쳐 창을 멀리 튕겨버렸다.

너무도 어이없는 결말.

악운청은 비어버린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하.”

“대국의 무인께서 꼴이 말이 아니군.”

김서준이 검을 악운청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이제 끝났으니 항복하라는 의미.

하지만 악운청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항복을 원하냐? 흐흐. 날 쓰러뜨리지 않고서는 내 입에서 절대 그 말을 들을 수 없을 거다.”

악운청은 김서준에게 직접 자신을 쓰러뜨려보라며 고개를 당당히 쳐들었다.

이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못하고 당당한 척이라니.

김서준은 괜히 웃음이 났다.

그의 손이 검을 움직여 검끝이 악운청의 어깨에 닿게 했다.

“이래도?”

검이 어깨 근육을 아주 살짝 파고들었다.

비록 시합용 검으로 살상력은 없다고 하지만, 마력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가깝게 검을 들이대면 얼마든지 큰 상처를 입힐 수가 있었다.

악운청의 얼굴에 고통스런 빛이 떠올랐지만 억지로 참으려는 듯 이를 꽉 깨물고 있었다.

“그만! 그만들 해라. 시합은 이미 끝났다.”

심판이 다가와 김서준을 말렸다.

“아직 상대가 항복을 안했습니다만.”

“심판 권한으로 시합 종료를 선언하마.”

심판의 말에 악운청이 돌연 악다구니를 썼다.

“난 항복한적 없습니다! 이대로 시합을 종료시키면, 시합 중 상대가 치명상을 입히는데도 심판이 이를 말리지 않았다고 정식으로 항의할 겁니다!”

악운청이 김서준의 검을 손으로 콱 붙잡더니 스스로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푸욱

검이 그의 어깨를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김서준은 얼마든지 검을 빼낼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악운청이 어디까지 버티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흐흐. 해봐, 어디 해보라고! 난 절대 지지 않는 대 중국의 무인이다! 소국의 버러지 따위가 감히 날 넘어서겠다고? 어디한번, 부상당한 날 바닥에 때려눕혀 보시지. 한국은 이런 파렴치한 짓으로 승리를 따낸다고 온 세상에 광고해 주겠다!”

말도 안되는 억지였다.

과연 중국 답게 억지주장은 물론이요, 남의 정정당당한 승리까지 매도하는 악독한 마음씨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때, 귀빈석에서 한 사람이 날아오르더니 경기장으로 난입했다.

그는 중국의 옛스러운 복장을 한 중년 사내였다.

“그만해라, 악운청.”

사내의 등장에 악운청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하, 하지만….”

“이건 이미 네가 진 싸움이다. 거기서 그러고 있는다고 네 패배가 없는 사실이 된다더냐? 더는 가문을, 그리고 나를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 물러서라.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

중년 사내는 악운청의 아버지, 악진평이었다.

아들의 못난 행동을 보다못한 악진평이 결국 경기장까지 뛰어든 것이다.

“저 자식이 우리 중국의 무술을 썼다고요! 감히, 소국의 버러지가 우리 중국의 전통 무술을 사용했단 말입니다! 훔친게 분명해요. 국가적인 차원으로 거액을 들여서 우리 무술을 빼돌린 거라고요!”

악운청은 끝까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려고 했다.

김서준이 중국의 무술을 훔쳐 사용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장면은 초대형 전광판을 통해 고스란히 방송되고 있었다.

관중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정신나간 소리를 지껄이는 놈을 뭐하러 한국에 초대했냐며, 당장 중국으로 내쫓으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악진평이 급히 악운청의 손을 잡아 검에서 떼어냈다.

“가자. 더는 여기서 볼 일이 없을 것 같구나.”

“전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 저 자식을 쓰러뜨릴 힘이 충분하다고요!”

“악운청!”

결국 악진평이 화를 내며 악운평의 따귀를 후려치려 했다.

그때,

악진평의 손목을 잡아챈 사람이 있었다.

악진평은 자신의 손목을 잡은 사람을 돌아봤다.

“아직 지지 않았다지 않습니까? 그러니 끝을 보게 해 줘야죠.”

김서준이었다.

편안한 웃음을 그리며 악진평을 바라보는 김서준.

악진평은 인상을 쓰고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느냐!”

하지만 김서준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얼마나 손아귀 힘이 좋은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놈이!”

악진평은 화가 났고, 마력을 끌어올려 더욱 세차게 손을 쳐내려 했다. 하지만,

우득

오히려 악진평의 뼈가 어긋나는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이 자식이 누구 손을 붙잡고 지랄이야!”

악운청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김서준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드는 돌려차기.

김서준은 오른손으로 악운청의 발차기를 막아내고 팔을 빙글돌려 밀어냈다. 동시에 한발 앞으로 크게 내디디며 진각을 쿵 밟았다.

하체에서 시작된 용솟음치는 힘을 상체로 옮기고, 다시 오른팔에 옮긴 김서준은 균형을 잃은 악운청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퍼억

“커헉!”

악운청이 새우처럼 허리를 굽힌 채로 10여미터 밖으로 날아갔다.

바닥을 나뒹군 악운청은 입으로 하얀 거품을 흘리고 있었다.

김서준은 씨익 웃으며 얼떨덜할 표정으로 서있는 악진평을 바라봤다.

“분명 저 녀석이 먼저 공격했고, 난 반격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김서준이 악운청을 때려눕힌 주먹을 악진평의 면전에 불쑥 올려세웠다.

“설마 이 권법도 중국 무술을 훔쳐 쓴 거라고 매도할 생각은 아니겠죠?”

김서준의 말은 악진평에게 창피함을 가득 안겨주었다.

입술을 질끈 깨무는 악진평.

그를 보던 김서준은 심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제 끝난 거 같은데요.”

“그, 그렇구나.”

그제야 심판이 허공에 X자를 그렸고, 시합은 종료되었다.

삐잉-

[16강 제 2시합 종료]

[김서준 승]

***

나머지 16강 시합들도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1인당 총 3번에 걸쳐 시합을 치르고 8강에 오른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김서준, 김유라, 최동현, 하루사키, 레오나드 브라이트, 아델하이트 로리앙, 양훈, 곽상덕.

이렇게 8명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주광식은 안타깝게도 16강에서 아델하이트를 만나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프랑스 명문 아카데미 출신인 아델하이트는 불과 17살의 어린 여학생이었다.

브론즈 칼라의 머리카락에 사파이어처럼 푸른 눈을 가진 아델하이트.

그녀가 지닌 ‘소울트랩’이라는 신비는 아무리 주광식이라고 해도 버텨낼 수가 없었다.

아델하이트의 소울트랩은 목표로 삼은 상대의 전투의욕을 잃게끔 유도하고, 체력을 방전시키며, 마력을 제어하지 못하게 훼방놓는다.

그로인해 주광식의 ‘1초 정지’ 신비는 아델하이트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위험한 순간마다 1초 정지로 치명타는 피해냈지만, 전투가 지속될수록 주광식의 힘은 끝없이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결국, 모든 힘이 방전되고만 주광식은 아델하이트의 레이피어가 목 앞에 멈춰서자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그렇게 8강에 오른 학생들에겐 각자의 대기실에서 시합이 재개되기 전까지 20분간 휴식이 주어졌다.

그 사이 대형 전광판에서는 하이라이트로 8강 학생들의 활약이 영상으로 재생되었다.

영상 중간 중간엔 신비와 관련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권위자가 나와 나름 세세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이 학생의 신비는 어떤 형태인 것으로 예상되며,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그 덕에 김서준도 다른 학생들의 신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레오나드의 신비는 핸즈건이라고 했지?’

미국 출신인 레오나드 브라이트의 신비는 핸즈건.

손가락으로 마탄을 총알처럼 발사해 목표를 쓰러뜨리는 능력인데, 영상 속 권위자는 레오나드가 최소 두 종류 이상의 마탄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레오나드가 사용한 마탄은, 손가락에서 빛이 번쩍한 순간 아무 궤적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섬전처럼 상태의 머리를 가격하는 효과를 보였었다.

최소한의 마력만 썼기에 딱밤을 맞는 정도의 충격으로 끝났지, 조금만 더 마력을 높이면 머리를 꿰뚫거나 터뜨려버릴 수 있을 거라며 권위자가 그의 신비를 추켜세웠다.

‘그거 말고도 다른 방식의 마탄이 더 있다면 상대하기가 꽤나 귀찮겠어.’

김서준은 재미삼아 레오나드의 신비를 분석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번 8강에선 정말 평범하게 전투를 벌이다가 적당한 시점에 항복을 선언해야겠다고 다시한번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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