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47화 (4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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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준의 8강 상대는 아델하이트 로리앙.

주광식을 쓰러뜨리고 올라온 강적이었다.

이번 대진표 추첨에서도 여자 경호원의 추첨 조작이 가미됐었다.

어차피 이젠 김서준을 제외하고는 죄다 제1 아카데미 학생과 특별 참가자들 뿐이라 그럴 필요도 없는데, 그럼에도 굳이 김서준을 아델하이트와 붙여놓는 짓을 저질렀다.

김서준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최고의 명문인 PSH 아카데미 출신이니 내가 져도 뭐라 할 사람도 없을테고… 마침 잘 됐네.’

PSH(Paris Special Hunter) 대학은 명문 중의 명문이었다.

미국의 MPIT(Massachusetts Prestigious Institute of Tactics-메사추세츠 전술 명문대학)에 버금가는 명성을 지닌데다가, 매년 강력한 졸업생들을 배출해 세계를 균열의 위험에서 지키는 일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었다.

아델하이트는 그 PSH에 수석으로 입학한 학생이었으며, 세계의 유수한 헌터 관련기관으로부터 주목받는 최고의 루키였다.

그런 대단한 인물을 시합에서 상대로 만나 항복을 선언한다고 해도 이를 안좋게 여길 사람은 없을 터였다.

이번 4차전에서 김서준의 차례는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휴식이 끝나고 8강전 시합이 시작되었을 때, 비교적 여유롭게 다른 사람들의 시합을 지켜볼 수 있었다.

첫 시합은 김유라와 곽상덕.

결과는 김유라의 압승이었다.

김유라는 신비 ‘권예’를 사용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곽상덕을 브라질리언 킥으로 기절시켰다.

두 번째 시합은 최동현과 양훈이었다.

최동현은 17세의 1학년이었고, 양훈은 22살의 4학년 이었는데, 이 시합도 채 2분이 되지 않아 끝나고 말았다.

최동현이 곡예와 다름없는 움직임을 보이며 양훈의 공격을 모두 피해내다가 상대의 다리를 걸어 공중에 띄운 뒤, 강력한 일격으로 시합을 끝내버린 것.

마샬아트의 신비를 지닌 최동현 다운 승부였다.

세 번째 시합에서는 외국인 학생들끼리 마주쳤다.

레오나드 브라이트와 하루사키의 대결.

레오나드는 핸즈건이라는 신비를 가졌고, 하루사키는 ‘신토류’라는 독특한 신비의 소유자였다.

하루사키의 신토류는 일격필살의 검술로, 한번 펼쳐지기 시작하면 상대가 쓰러지기 전까지 빠른 연속기가 멈추질 않는 굉장한 신비였다.

그럼에도 핸즈건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초반엔 섬광처럼 번쩍하는 순간 상대를 강타하는 핸즈건 공격을 그런대로 막아내는듯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핸즈건이 대공포처럼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형태로 바뀌었고, 그 결과 하루사키는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서준은 폭발 형태의 탄환이 핸즈건의 두 번째 기술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왠지 저 두 개가 끝이 아닐 것 같은데….’

김서준은 레오나드의 핸즈건에는 더 강력한 기술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드디어 8강 마지막 시합에 나선 김서준.

이번에 김서준이 들고나간 무기는 시합용 ‘도(刀)’였다.

상대인 아델하이트는 ‘소울트랩’이라는 강력한 신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레이피어를 무척이나 날카롭게 사용하는 검술의 대가였다.

얇고 긴, 낭창낭창한 레이피어를 주 무기로 사용하기에 일부러 투박한 움직임을 보이는 도를 무기로 삼은 것이다.

‘항복할 땐, 항복하더라도 구색은 맞춰줘야겠지.’

이번 시합에서 이길 생각이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 볼상 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어줄 생각은 아니었다.

김서준은 경기장에서 마주선 아델하이트를 가만히 바라봤다.

[433/레어]

놀라운 마력이요, 처음보는 격이었다.

마력이 433이면 A급 중에서도 상위에 있는, 조만간 S급을 바라볼 수 있는 높은 수치다.

게다가 아델하이트의 격은 ‘레어’.

엘리트나 스페셜보다도 더 높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졌다.

17살의 어린 나이에, 강력한 신비를 지닌 것으로도 모자라, 나름 강력한 레이피어 검술까지 익히고 있는 아델하이트.

‘몇 년만 더 흐르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겠는데?’

김서준이 본 아델하이트는 굉장히 강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마음먹고 상대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아델하이트를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되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맞춰주다가 빈틈을 내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마주선 아델하이트의 표정이 별로 좋지가 않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김서준이 한국인이라 자신의 말을 못알아 들을까봐 머뭇거리는 느낌.

김서준은 정확한 영어발음으로 아델하이트에게 말을 걸었다.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자연스럽게 영어가 흘러나오자 아델하이트의 표정이 밝아졌다.

“영어도 할 줄 아는구나?”

그야 당연했다.

이전 세계에서 김서준은 천마군장 천강우만이 아니라, 그를 추종하는 중국의 유수한 마도문파와 미국이나 유럽의 악명높은 빌런들도 모조리 상대해봤었으니까.

그 기간이 꽤 길다보니 중국어와 영어는 모국어만큼이나 훌륭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지?”

김서준이 묻자 아델하이트가 한숨을 푹 내쉰다.

“너희 한국인들은 참 이상한 거 같아서.”

“….?”

뜬금없는 한국인 타령.

김서준이 의아해 하자 아델하이트가 작게 중얼거렸다.

“휴식시간에 누가 날 찾아왔어. 그리고, 네 신비가 지닌 약점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꼭 이겨달라더라. 잘 부탁한다며 돈까지 두둑히 챙겨주던걸?”

“그게 왜 이상한데?”

“이곳, 한국엔 명문 아카데미가 세 곳이나 있잖아. 그럼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크게 발전해 나갈 기회로 삼는게 정상 아닐까? 그런데 오히려 외국에서 온 날 이용해 같은 한국 아카데미 학생인 널 경쟁에서 떨어뜨리려고 하니까 너무 이상하잖아.”

김서준은 대충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제1 아카데미 쪽에서 아델하이트가 김서준을 쉽게 이길 수 있도록 하려고 나름 방법이라며 김서준의 신비에 대한 걸 알려준 모양.

그 말을 듣자 김서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건 한국인이 이상한게 아니라, 어떤 아카데미의 윗선이 머리에 든게 똥밖에 없어서 그런 거야.”

“머리에…. 똥? 풉!”

아델하이트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튼, 그래서 네 생각은 어떤데?”

“나? 솔직히 말할게. 난 그런 정보 없어도 널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내 신비는 그만큼 강하고, 검술도 굉장히 세니까. 그래서 네 신비가 지닌 약점은 신경안쓰고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려고.”

어찌보면 건방진 말이었지만, 아델하이트로서는 최대한 상대를 배려한 말이기도 했다.

그걸 이해한 김서준은 이 어린 여학생에게 보답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 엿먹이려는 제1 아카데미에도 본보기를 보여줄 겸.’

김서준이 보기에 아델하이트는 아직까지 또래 나이대의 헌터들과 대결을 벌여서 져본적이 한 번도 없는 듯 했다.

어느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한번도 져본적 없다는 드높은 프라이드는 훌륭한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될 수도 있지만,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쓴맛도 알아야 했다.

김서준은 아델하이트의 신비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크게 튀지않고 아델하이트를 이길 방법이 있었다.

자신에게 선의를 보여주었으니, 김서준 또한 그 선의에 보답을 하고 싶었다.

‘이 어린 여학생도 외부의 압박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데, 내가 스스로 승부를 포기하려고 한다는 건 정말 창피한 일이잖아?’

아델하이트 덕에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되새길 수 있었다.

김서준은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델하이트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그녀의 신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각오네. 그럼 시작해 볼까?”

김서준이 웃으며 말하자, 아델하이트도 마주 웃었다.

시합이 시작된지 벌써 몇 분이 지났는데도 두 사람이 별 움직임 없이 이야기만 나누고 있어서일까? 수만의 관중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멀리 물러서 있던 심판이 주의를 환기시켜주었다.

“시합이 이미 시작됐다는 건 둘 다 알고 있겠지?”

그 말에 김서준도 아델하이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나갔다.

아델하이트는 시작부터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신비는 아니지만, 그녀가 지닌 레이피어 검술은 빠르고 간결하며, 강력하기까지 해서 노련한 검술가라 해도 쉽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달랐다.

얇고 긴 레이피어를 두터운 도로 튕기고, 밀어내며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김서준은 용호풍뢰도의 수비초식만으로 아델하이트를 상대했다.

수라극섬을 펼치면 순식간에 승부를 낼 수 있었지만, 그러면 이곳에 있는 수만 관중은 물론이요, 이 대항전을 TV로 시청하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모두 김서준의 검술을 보게 되기에 사용하지 않았다.

타캉! 카가가강. 카앙!

레이피어와 도가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푸른 눈의 아델하이트가 펼쳐내는 검술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키는 작지만 매우 훌륭한 몸매를 지닌 예쁜 여학생이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을 지닌 남학생을 몰아붙이는 모습은 꿈많은 여학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에 대한 김서준의 대응은 온통 수비적이긴 했지만, 유효타 하나 없이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어 검과 도의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에게 훌륭한 귀감이 되어주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검술만으로는 김서준의 수비를 꿰뚫을 수 없다고 판단한 아델하이트가 눈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김서준은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고, 지금의 이 전투가 너무 귀찮다는 생각에 더는 몸을 쓰기 싫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사방이 꽉 막힌 어두운 공간에 갇힌듯한 미지의 공포감까지.

‘이게 소울트랩인가?’

김서준의 또 다른 정신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지치고 싸울 의지가 없는 정신과 소울트랩이 발휘되었음에도 아무 영향 없이 본래의 김서준으로 존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정신.

김서준은 아델하이트가 신비를 사용한 순간, 양의분심공을 펼쳐낸 상태였다.

이것이 바로 김서준이 생각한 소울트랩이 지닌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목표로 삼은 사람의 정신력이 높을 경우, 소울트랩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

김서준의 경우는 정신을 두 개로 나눌 수 있다는 특별함이 있었지만, 그것 말고도 아델하이트의 신비가 효과를 보이지 못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이제는 흔해진 조현병 같은 정신분열증이 있다든가,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같은 반사회적 성향의 정신질환을 지닌 자를 상대로는 아델하이트의 신비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델하이트가 지닌 소울트랩이 정말 대단한 신비라는 사실이었다.

김서준의 한쪽 정신이 느끼고 있는 신체적 피로감과, 전투의욕 상실감, 거기다 엄청난 체력저하는 당장이라도 바닥에 누워 쉬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켰으니까.

만약 김서준이 정신을 분리시키지 않았다면, 아무리 그라해도 지금의 상황을 오래 버텨내기 힘들었으리라.

아델하이트는 자신의 신비가 제대로 먹혔음을 100% 확신했다.

김서준은 딱히 소울트랩에 걸려들었음을 보여주는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반경 20미터 안에서 자신의 신비를 피해내는 사람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아델하이트는 신비가 유지되는 5분이면 김서준에게 폭풍 같은 검술을 펼쳐 쓰러뜨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고민하지 않고 김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퓨뷰뷰뷰뷰븃

아델하이트는 레이피어로 김서준을 향해 아홉 번의 찌르기를 날렸다.

멀쩡한 상태에서도 쉽게 방어하기 힘든 공격.

아델하이트는 이 공격 중 한 두번은 김서준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카가가가가강

단 한번의 휘두름으로 찌르기를 모두 튕겨낸 김서준이 환상처럼 도를 움직여 레이피어의 손잡이 고리에 도첨을 끼우더니 빙글 휘돌렸다.

“앗!”

아델하이트는 손목이 비틀리자 어쩔 수없이 검을 놓아야했고,

퓌리리리릭

그녀의 레이피어는 하늘 높이 날았다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김서준의 도는 아델하이트의 면전에 멈춰서 있었다.

반쯤 입을 벌린 채로 저 멀리 떨어진 레이피어와 김서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아델하이트.

“대체…. 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전적으로 신비에만 의지하다간, 얼마든지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다.”

김서준이 담담하게 꺼낸 말에 아델하이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신비에만 의지했다고?”

“검술에도 군더더기가 너무 많았고.”

“내 검술이?”

“….”

김서준은 대답없이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그때, 심판이 다가서며 아델하이트의 상태를 살폈다.

“더 싸울 생각이냐?”

어눌한 영어로 질문하자 아델하이트는 고개를 저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요. 이건 제 패배입니다. 후….”

아델하이트가 패배를 인정하자, 심판은 손으로 엑스자를 만들어 보였다.

삐잉-

[8강 제 4시합 종료]

[김서준 승]

시합은 김서준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김서준은 관중들의 함성을 귓가로 흘리며 조용히 대기실로 향했다.

아델하이트는 그런 김서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가만히 바라보았다.

특이 케이스로 14살에 신비를 각성한 그녀는, 올해 초 프랑스의 PSH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까지 2년이 넘도록 가문에서 비밀리에 수련을 받았었다.

아직은 가문에서 수련받은 기술을 펼쳐낸 적이 없었으나, 설사 그걸 사용한다고 해도 김서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한국이라는 변방에 저런 사람이 있을 줄이야.’

김서준은 그녀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만난적 없는 강자였고,

자신의 신비, 소울트랩을 아무렇지 않게 빠져나온 최초의 인물이었으며,

레이피어 검술을 군더더기 많은 잡기술로 평가한 건방진 자였다.

그리고 단 한번도 패배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신에게 처음으로 패배를 안겨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날 이겨준 보답을 주어야겠지?’

아델하이트는 졌음에도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김서준에게 졌다는 사실이 기쁘다는 듯 입가에 미소마저 띄우고 있었다.

프랑스 최고의 명문 헌터 아카데미 출신의 아델하이트 로리앙.

그녀는 대기실로 가자마자 공정시합 관리위원회를 찾아갔고, 그곳에 자신을 찾아와 김서준이 지닌 신비의 약점을 알려주며 돈까지 넘긴 청탁자가 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공정시합 관리위원회에서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단 10여분 만에 범인을 특정해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누구의 지시로 행해진 일인지를 모두 알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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