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4강 시합이 시작되기까지 다시 20분의 휴식이 주어졌다.
김서준은 대기실 베란다에 기대서서 편안하게 대진표 추첨을 관람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추첨장 근처에서 경계를 서고있던 여경호원이 대진표를 조작하려고 신비를 사용했을 때, 갑자기 시커먼 사내들이 뛰쳐나왔다.
그들은 여경호원을 붙잡아 수갑을 채웠고, 그녀에게 지시를 내리던 제1 헌터 아카데미의 교수까지 체포했다.
그 일로 잠시 소란이 일었지만, 한 관계자가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자 장내는 제1 아카데미를 욕하는 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추첨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델하이트 로리앙 학생에겐 상대 학생의 약점을 몰래 알려주며 돈으로 매수하려는 행위까지 벌인 정황이 밝혀졌습니다.”
공정시합 관리위원회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관리를 소홀히한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모두를 향해 크게 사과했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겠다며 용서를 구했으나, 그렇다고 지금까지 치러진 시합 결과를 초기화 시킬 수는 없다며 이해를 부탁하기도 했다.
결국, 시합 결과는 모두 인정이 되었고, 범인들만 체포되는 것으로 상황이 일단락 되었다.
소란이 정리되자 다시 추첨이 이어졌다.
그 결과 김서준과 4강에서 만나게 될 상대는 레오나드 브라이트로 결정되었다.
헌터돔 천장 쪽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에서는 4강에 출전하게 된 네 명의 학생에 대한 설명과, 그들이 지닌 능력에 대해 분석하며 누가 우승하게 될지를 놓고 토론하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서준은 그걸 잠시 바라보다가 혼자 피식 웃었다.
‘튀지말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결국 4강까지 올라와 버렸네.’
이제와서 또 튀면 안된다며 항복을 하겠다는 건 정말 웃기지도 않은 일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면 최선을 다해서 우승에 도전해 보는 것이 맞았다.
‘이미 튈대로 튀었는데, 뭘 더 감추겠다고…. 하아.’
김서준은 자조섞인 한숨을 내쉬며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대기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십니까?”
김서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문을 열자, 한 사내가 보였다.
박대만.
명왕 길드의 에이스인 그가 갑자기 이곳에 무슨 일로 나타난 것일 까?
김서준은 의아해 하면서도 일단 그를 안으로 들였다.
“시합을 앞두고 이렇게 찾아와서 미안하다.”
“아뇨. 뭐, 미안할 일까지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무슨 일 때문인지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김서준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박대만이 어색하게 웃는다.
“방금 너도 봤겠지만, 이번에 대진표를 조작한 자들은 제1 아카데미의 보수파 중에서도 친미 성향을 지닌 놈들이다. 타 아카데미가 조금이라도 잘 되는 걸 두고보지 못하는 놈들이지. 그런 놈들이 또, 미국에는 관대해서 최종 결승에 김유라 학생과 레오나드 학생이 맞붙는 구도를 그려놨던 모양이더구나. 그걸 공정시합 관리위원회에서 잡아낸 것이고.”
“그 관리위원회라는 사람들 재밌네요. 지금까진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갑자기 대진표 조작범을 잡아내다니요?”
“누군가 제보를 했다. 돈으로 출전 학생을 매수까지 하려 했다더구나.”
그 말에 제보자가 누구인지 바로 떠올랐다.
‘아델하이트?’
8강 시합 때 만난 그녀는 김서준을 꼭 떨어뜨리라며 돈을 받았다는 정황까지 말해줬었다.
이건 그녀가 아니라면, 제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아델이군요.”
“아델? 아, 아델하이트? 맞다. 너도 알고 있는 걸 보니 아델하이트 학생에게 뭔가 들은게 있나 보군.”
“아무튼요. 그래서 박대만 헌터 님께서 절 찾은 이유는 뭘까요? 그게 오히려 더 궁금해 지는데요?”
박대만은 아카데미와도 연관이 없고, 그렇다고 공정시합 관리위원회의 임원도 아니다.
그저 명왕 길드의 최강 에이스로서 후배 헌터들의 성장을 다독여 달라는 의미로 아카데미의 초청을 받았을 뿐이었다.
“레오나드 브라이트는 세계 최대의 가문으로 일컬어지는 10대 가문 중 하나인 히어로 브라이트 패밀리, 일명 ‘영웅의 브라이트가’에서 촉망받는 기대주지.”
갑자기 세계 10대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서준도 어리둥절했다.
박대만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조금도 예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
“브라이트가문은 명예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문 내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세계적인 무대에서 크게 이름을 날리는게 꽤나 중요하다. 이번 대진표 조작 사건에는 그들의 입김도 다분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이야기가 점점 이상한 쪽으로 흐른다.
대진표 조작 사건에 그 대단한 브라이트가문까지 한발 담그고 있었다?
그렇게해서 그들이 얻는게 뭐라고?
박대만은 그런 김서준의 궁금증을 아는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레오나드가 이번 대항전에서 우승할 경우 한국에 존재하는 특수 범죄조직 중 하나가 브라이트가와 손을 잡기로 한 모양이더군. 이번 대항전은 일종의 자격 입증의 자리인 셈이지.”
“브라이트가문이라는 이름에 왜 범죄조직이 연루되는 거죠?”
김서준이 알기로, 브라이트가문은 매년 강력한 헌터들을 배출할 뿐 아니라 재력적인 면에 있어서도 그 어떤 대기업 못지 않을만큼 엄청나다.
그런 명망높은 가문이 일개 범죄조직과 손을 잡아서 뭘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일.
“브라이트가문은 균열과 관련된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 그만큼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균열사태에 관심도도 높고. 그러다 최근, 우리 대한민국에서 균열 발생이 잦아지는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말한 특수 범죄조직은 그 균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겠지.”
뭔가 내용이 복잡해진다.
그보다, 박대만이 왜 이런 일을 자세히 알고 있으며, 그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김서준을 붙잡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김서준이 눈매를 좁히며 뚫어져라 쳐다보자, 박대만이 어색하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네 도움이 필요하다. 레오나드를 결승전에 오르게 하려면, 네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니까.”
그 말에 김서준은 어처구니 없어했다.
“레오나드를 결승전에 올리겠다고요? 저보고 일부러 져주라는 소린가요, 지금?”
“네가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이런 부탁은 필요가 없겠지. 어차피 레오나드를 이길 수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난 안다. 네가 마음만 먹으면 레오나드를 충분히 이길 수 있을만큼 강하다는 걸.”
김서준은 당황했다.
아무리 김서준이 이번 대회에서 많은 걸 보여줬다고는 하나, 박대만이 이런 판단을 하게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로 김서준의 진짜 실력에 대해서 잘 알고있는 인물은 단 한명.
바로 예거의 최경문 형사 뿐이었다.
김서준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박대만 헌터가 설사, 최경문 형사와 친분이 있다고 해도 그런 걸 함부로 알려줄 사람은 아닐텐데? 그렇다는 건….’
박대만도 예거 중 한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래서 최경문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보는게 가장 현실적이었다.
김서준은 박대만을 똑바로 응시했다.
“예거에서 나온 분이군요?”
그 말에 박대만이 움찔했다.
정곡을 찔린 모양.
아니라고 발뺌하려다가 박대만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눈썰미도 보통이 아니구나. 네 말대로, 난 예거다. 그래서 너에 대한 비밀을 몇 가지 알고 있지.”
이제야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박대만은 김서준이 믿을만 하다고 판단했기에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준 것이다.
그리고 예거 후보인만큼 자신이 하려는 일에 도움이 되어줄거라는 믿음도 있었을 것이고.
“모든 걸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면, 레오나드를 결승에 올리는 일에 도움을 주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사실을 숨기려고 하면 놈을 4강전에서 때려눕히는 건 물론, 예거 후보생 명단에서 제 이름도 사라지게 될 겁니다.”
김서준의 확고한 목소리에 박대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난, 지금 예거로서 작전을 수행하는 중이다….”
이어지는 박대만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이러했다.
브라이트 가문은 늘 세계 10대 가문의 선두에서 논의될 정도로 세계적인 영향력이 굉장히 높다.
때문에 그들이 크고 작은 범죄조직들과 연관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 최강의 비밀집단인 예거로 놀라운 첩보가 입수되었다.
그건 바로 브라이트 가문이 지닌 마력이 ‘악마력’에 해당한다는 사실이었다.
마력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헌터의 90%가 속하는 평마력이 첫번째로, 이 마력을 가진 헌터들은 청색의 마력을 뿜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흑마력인데, 악의에 물들어 쉽게 빌런화 되는 마력을 말하며, 검은색을 뿜어낸다.
세 번째는 백마력.
하얀색 마력을 품게되는 백마력의 헌터들은 악의에 물들지 않을 뿐 아니라, 흑마력을 지닌 빌런들에게 있어서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악마력이 새롭게 등장했다.
박대만은 이 마력의 종류가 사실 다섯 종류이며, 악마력과 초마력이 극히 미미한 확률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악마력은 악의 원천에 해당하는 마력이고, 적색 빛을 뿜어낸다고 한다.
이 악마력을 소유한 헌터는 흑마력을 지닌 빌런들을 수하처럼 다스릴 수 있는데, 평마력을 지닌 헌터들을 흑마력에 물들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초마력은 이 악마력에 대항하는 황금빛의 마력을 의미하는데, 흑마력을 억누를 수가 있어서 빌런화 된 헌터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브라이트 가문은 이런 악마력을 혈통으로 이어가는 악의 원천에 해당한다는게 박대만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마력의 원류를 파악하는 방법은 딱 두가지 뿐이었다.
하나는 초정밀 마력 스캐너를 이용해 마력의 모든 것을 측정해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력의 원류를 알아볼 수 있는 신비를 가진 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문제가 있었다.
초정밀 마력 스캐너를 사용하려면 해당 인물이 직접 스캔 장치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거부하면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것.
강제로 제압해서 스캔 장치에 넣으면 되지만, 그럴 경우 국제헌터 윤리법에 위배되어 큰 문제가 생긴다.
죄를 저질러 체포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강제로 스캔 장치에 집어넣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
그렇다고 마력의 원류를 알아볼 수 있는 신비를 지닌 헌터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이런류의 신비를 가진 헌터는 빌런에게 늘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감추게 된다.
그런 신비를 가진 헌터의 숫자도 적은데, 능력마저 감추고 있으니 흑마력이나 악마력을 지닌 자들을 찾는 일에 그들의 도움을 받는 건 생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 브라이트가의 혈통이 악마력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죠?”
김서준은 자신도 처음 알게된 사실이기에 꽤나 관심을 보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제보를 받았고, 우린 브라이트 가문의 선조 유해를 가지고 은밀하게 검증에 들어갔다. 그 결과 선조의 유해에서 악마력이 확인되었지.”
“선조 중에 악마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그 후예들까지 죄다 악마력을 가졌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레오나드가 필요한거다. 브라이트 가문은 가문의 명예를 드높인 후손에게 특별한 반지를 하사한다. 그 반지는 마력의 원류를 스캔 장치로도 확인할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아티팩트지. 이번에 레오나드가 아카데미 대항전에 초청되어 4강에 오른 이상, 곧 그 반지를 하사받게 될 거다. 그럼 두 번 다시는 레오나드의 마력이 악마력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고.”
이 말에 김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면 레오나드가 가문의 반지를 받기 전인 지금은 그가 지닌 마력이 악마력인지를 알아낼 방법이 있다는 의미일까?
“레오나드가 결승에 오르면 악마력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맞다. 결승전에서 레오나드를 상대할 학생에게 그걸 확인할 능력이 있으니까.”
김서준은 결승전에서 레오나드를 상대할 학생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챘다.
“김유라….? 설마, 그 학생도 예거입니까?”
박대만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지만 김유라의 신비는 ‘권예’ 잖아요?”
권예라는 신비가 있는데, 어찌 마력의 원류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 권예를 이용해서 상대의 마력을 5분 이상 접촉하게되면 마력의 원류를 알아볼 수 있지.”
이제야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김유라는 현재 3학년이다.
그녀도 김서준처럼 신입생 때에 예거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을테고, 그녀는 그걸 받아들여 진작에 예거의 정식멤버가 되었던 것이리라.
다만, 아직 졸업을 하지 못했기에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없으니 간접적으로나마 예거의 작전에 협조 중인 것이고.
그녀의 권예는 마력의 원류를 알아보는데도 활용이 가능했으니, 예거의 입장에서 레오나드의 마력 원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김유라의 협조는 필수였을 터.
따라서 김유라는 이번 대항전에서 어떡하든 레오나드와 시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인데, 하필 제1 아카데미의 보수파 교수가 추첨을 조작해 아직까지 둘은 마주치질 못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결승 뿐.
4강 전에서도 대진표가 갈라졌으니, 레오나드가 결승에 오르지 못하면 김유라와 마주할 일이 없게되는 것이다.
“보상은 확실히 챙겨주마. 원한다면 제1 아카데미로 전학하는 것도 가능하고, 4강 전에서 물러나 주는 보답으로 3억을 지원해 주겠다. 거기에 학적평가에 도움이 되도록 가산점도 챙겨주고, 예거 후보생으로서 교육에 참가할 때도 도움을 주도록 하지.”
박대만의 제안은 확실히 구미가 당겼다.
하지만 김서준은 이 제안을 받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델하이트가 이런 기분이었겠군요.”
“….음?”
박대만이 김서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눈에 의문 부호를 그렸다.
“각종 혜택을 언급하며 시합에서 져달라는 제안을 직접 받아보니 기분이 별로라고요. 이래서야 대진표를 조작하는 자들하고 다를게 뭡니까?”
박대만의 얼굴이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도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그다지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 그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브라이트 가문이 악마력을 지닌 혈통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그들이 세계를 상대로 벌인 수많은 음모를 밝혀낼 수 있다. 이건….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야.”
“그럴거면, 예거 쪽에서 대진표를 조작하지 그랬습니까? 딱 한번만 김유라와 레오나드가 맞붙을 수 있게끔요. 그럼 훨씬 깔끔하게 끝났을 것 같은데….”
“아무리 작전이 중요해도 성스러운 아카데미 대항전에 어찌 추첨 조작을 할까? 그건 안될 소리지.”
박대만의 대답에 김서준은 기가막혔다.
“추첨 조작은 안되고, 승부 조작은 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강요는…. 안하마. 다만, 대의를 위해서 내가 한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랄 뿐이다.”
박대만은 강제성 없이, 김서준의 자발적인 협력을 부탁하고 있었다.
그러자 김서준도 마음이 약해졌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때랑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네요, 대만이 형.’
박대만의 얼굴에서 옛 동료로서의 박대만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너무도 정의롭고, 너무도 악을 미워했던 박대만.
여기서도 그런 정의로움은 전혀 변한게 없었다.
“제안은….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김서준은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다.
“생각이라도 해 준다면 고맙지. 좋은 쪽으로 부탁하마.”
그 말을 끝으로 박대만은 대기실을 떠났다.
혼자 남은 김서준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를 놓고 한참 고민했다.
김서준이 마음먹고 시합에 임하면 레오나드는 절대 결승에 오를 수 없다. 그렇다고 일부러 져주자니 승부 조작에 가담하는 거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델하이트를 만나기 전이었으면 그냥 져줬을 텐데.’
아델하이트가 김서준의 안일한 생각에 일침을 놔준 격이었다.
짧게 한숨을 내쉬던 김서준.
드디어 4강전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자 김서준은 베란다로 나가려 쇼파에서 일어섰다. 순간,
뚜꿍
김서준의 머릿속으로 커다란 파장이 일어나며 그의 몸에 엄청난 청량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설마 그거…?’
몸과 머리로 전해지는 느낌이 태양신공의 숙련도가 20%에 도달했을 때와 똑같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고양감.
온몸 가득히 차오르는 상쾌함.
김서준은 잠시 그 기분을 만끽하다가 자신의 정보를 확인했다.
[김서준]
-마력: 123(+6) / 내공: 112(+6) / 제어: 109(+5)
-신비: 역발산기개세(20%) / 태양신공(21%) / 염동장막(5%) / 수라극섬(3%) / 심안(3%)
놀랍게도 역발산기개세의 숙련도가 20%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