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50화 (50/153)

50

김서준이 정신을 잃고 있던 사이, 아카데미 대항전은 대망의 막을 내렸다.

최종 우승자는 제1 헌터 아카데미의 김유라.

결승전에 진출한 김서준이 부상으로 인해 출전을 못하게 되어 기권승을 하게된 것이다.

수만의 관중들은 김유라와 김서준의 결승전을 보지 못한 것에 크게 아쉬워했다.

하지만, 김서준이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이번 대항전에서 가장 큰 이슈를 만들어낸 학생이 바로 김서준이었으니까.

총 다섯 번의 시합.

그런데 그 시합 하나하나가 모두 다 명장면이었다.

김서준의 시합 영상은 경쾌한 음악을 배경으로한 매드 무비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해당 영상은 단숨에 수백만의 조회수를 찍었고, 여기저기로 퍼날라져 이 시대 최고의 사이다맨이라는 타이틀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주인공인 김서준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깊은 잠에 빠져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이게 정말 대단하다라는 거죠. 아시다시피 김서준 학생의 신비는 역발산기개세입니다. 상대의 힘이 강할수록 반탄되어지는 힘도 강해지는 압도적인 능력을 갖춘 신비죠. 하지만, 그건 오직 김서준 학생의 손에서만 제대로 발휘가 가능하다 이겁니다. 피지컬이 따르지 못하면, 역발산기개세는 빛 좋은 개살구밖에 안되요. 상대의 막강한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낼 수 있는 담력과 상대의 공격이 허초인지 실초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내는 판단력 또한 중요한 겁니다. 평범한 열 아홉살의 학생이 사용하기에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신비인거죠.]

김서준은 병원 회복실에서 벽에 걸린 TV를 보다가 리모콘을 꾹 눌러 꺼버렸다.

‘으, 닭살.’

매스컴에서는 앞다투어 아카데미 대항전에 대한 뉴스를 쏟아냈는데, 그중 반 이상이 김서준의 활약에 대한 것이었다.

김서준 혼자서 그 대단한 외국 초청 학생들 셋을 쓰러뜨렸다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 중이었다.

특히, 대한민국을 철저히 깔아보던 중국의 악운청을 보기좋게 무릎꿇린 장면은 밈으로까지 만들어져 중국을 비웃는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보니 이틀 째 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서준으로서는 자신의 이야기로 가득한 TV를 쳐다보고 있기도 어려울 지경.

“부모님 때문에 마음대로 퇴원도 못하고…. 미치겠네.”

백연지 여사는 김서준이 다쳐서 응급실에 있다는 소식에 맨발로 달려나왔다.

그리고 거의 이틀 내내 잠 한숨 안자고 김서준을 간호했다.

그러다 한시간 전 쯤에서야 먹을 것과 퇴원할 때 입을 옷을 챙겨오겠다며 집으로 돌아간 상태.

김주혁도 반차까지 내고 내내 병실에 있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김서준은 부모님의 깊은 사랑에 말 못할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이미 상처가 거의 다 나아서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병원에서 말하는 삼일 입원을 꽉 채우고 퇴원하려는 것이다.

김서준은 팔배개를 하고 누워 병실 창밖을 바라봤다.

‘결승에 나가지 못한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회복의 잔을 사용할 틈도 없이 정신을 잃어버려서 결승전에 나서진 못했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김유라와 직접 손속을 겨뤄보지 못한 건, 아주 살짝 아쉽긴 하다. 하지만 그녀 또한 예거의 멤버인 이상 실력을 겨뤄볼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리라.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상대였는데….’

김서준은 대항전에서 마주쳤던 상대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대응이 올바랐는지를 천천히 복기했다.

그러다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나한테 내공이 없었다면…. 어느 하나도 쉽게 이길 수 없었겠지.’

시합 상대 중에서 김서준보다 마력이 낮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가장 약한 상대였던 첫 번째 상대인 조태수조차 마력수치는 김서준보다 높은 143이었으니까.

김서준에게 내공이 없었고, 무공이 없었다면 아무리 강력한 역발산기개세를 신비로 가지고 있다해도 허둥대다가 패배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김서준은 생각난 김에 자신의 능력 정보를 확인해 봤다.

[김서준]

-마력: 129 / 내공: 120 / 제어: 115

-신비: 역발산기개세(20%) / 태양신공(23%) / 염동장막(6%) / 수라극섬(3%) / 심안(4%)

그 사이 수치들이 조금씩 더 늘어나 있었다.

특히 태양신공은 지난 이틀 동안 치료를 위해 거의 24시간 내내 운용하는 중이라 숙련도 상승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한 건 맞지만, 악마력을 지닌 자들을 상대하기엔 아직 부족해.’

아직 가문에 정식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레오나드의 일격에 옆구리가 뜯겨나갔으니, 그의 가문에 속한 진짜 강자를 마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냥 골로 가는 거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김서준은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하며, 더욱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때, 누군가가 병실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김서준이 대답하자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몸은 좀 괜찮고?”

박대만이었다.

딱 붙는 옷을 걸치고 있어 우람한 근육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었는데, 우습게도 근육 위를 덮은 티셔츠에는 유명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그것도 어린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뽀루로였다.

“별 상처도 아니었는데요, 뭐. 그보다….”

김서준은 박대만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여학생을 바라봤다.

김유라.

제1 헌터 아카데미의 자랑이자, 이번 대항전의 최종 우승자. 그녀가 박대만과 함께 이곳을 찾은 것이다.

“처음이네요. 이렇게 가까이서 얼굴을 보는 건.”

김서준은 김유라를 향해 환한 웃음을 그려주었다.

그 표정에 김유라가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동갑끼리 무슨 존대? 어쨌든 적잖이 실망이야. 그깟 레오나드를 상대로 큰 부상까지 입다니. 결국 결승에 오르지도 못할 거, 뭐하러 기를 쓰고 이겼는지 모르겠네.”

“너랑은 싸우고 싶지 않았거든. 그렇다고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김서준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답하자 김유라는 입을 삐죽거렸다.

“쳇. 일부러 다쳤다는 말 같잖아?”

“맞는데? 일부러 다친 거. 그덕에 우승은 네 차지가 됐고, 난 병실에서 이렇게 두 사람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물론, 이 말은 거짓이다.

김유라와 우승을 두고 피말리는 대결을 펼칠 생각까지는 없었어도, 그녀가 지닌 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직접 체험해 볼 생각이었다.

레오나드의 공격을 너무 가볍게 본 실수로 다친 것이지 일부러 다치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과연, 내 예상 대로구나. 어쩐지 레오나드의 공격을 너무 무턱대고 들이받는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

박대만은 김서준의 말을 그대로 믿는 모양이었다.

“저 말을 어떻게 믿어요? 내가 보기엔 딱 실수였구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너무 쉽게 생각했다가 뒤통수 맞은 게 분명할 걸요?”

김유라는 여자의 감이 있어서 그런지 예리했다.

“아무튼, 김서준 학생이 몸으로 직접 확인해 준 덕분에 레오나드의 마력이 어떤 원류인지 밝힐 수 있었으니 고마워 해야겠지.”

“제가 몸으로 확인해 주다니요?”

박대만의 말에 의문을 표하자, 김유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휴…. 거봐요. 우리한테 악마력에 의한 상처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의도한 실수가 아니라니까요?”

“의도했든, 안했든. 결과적으로 레오나드의 마력이 악마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된 거 아니겠냐? 고맙다, 김서준.”

박대만은 진심으로 김서준에게 고마워했다.

그제야 이들이 하는 말을 이해한 김서준은 짐짓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는 말로 하는 감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요.”

“하하. 그래. 네 말대로다. 그래서 애초에 네게 약속했던 보상은 모두 챙겨줄 생각이다. 저번에 내가 준 명함에 이메일 주소도 있으니, 거기로 계좌번호를 보내주면 처리해 주마.”

박대만이 흔쾌하게 보상을 주겠다고 하자 김서준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하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끝까지 유지했다.

“이제 어떡할겁니까? 브라이트 가문이 악마력 혈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터트리는 건가요?”

“아니다. 지금 그걸 터트려봐야 우린 아무런 이득도 없지. 다만, 그 가문이 악마력을 계승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전보다 몇 배는 높은 수준의 대응과 감시를 시작하게 될거다.”

“그들과 손잡기로 했다는 국내 범죄조직은요?”

“이미 요원을 투입해 놔서 문제가 생길 기미가 보이면 바로 움직일 수 있다.”

박대만은 예거의 비밀 정보도 김서준에게 아무렇지 않게 밝혔다. 이미 김서준이 예거 소속의 요원이 된 것 같은 대우였다.

“오빠, 거기까지요. 아직 이 녀석이 예거가 될 거라고 결정한게 아니잖아요.”

“이 정도는 괜찮다. 우리끼리 한 이야기를 다른 곳에 말할 사람도 아니고.”

“아, 오빠는 꼭 이러더라. 한번 사람을 좋게 보면, 완벽하게 배신 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고서는 절대 나쁘게 보질 않으니… 휴.”

“내가…. 그랬나? 하하하.”

박대만은 사람좋은 얼굴로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김서준은 이렇게나 선해보이는 박대만이, 악을 마주하게 되면 180도로 변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전 세계에서도 많은 악인들이 박대만을 사람 좋은 호구라고 생각했다가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때쯤 김서준은 눈에 뭐가 들어간것처럼 비벼대는 척 하며 신비, 심안을 사용했다.

[317/레어]

[363/레어]

앞은 박대만의 능력치고, 뒤는 김유라의 능력치다.

마력수치만 봐서는 박대만보다 김유라가 훨씬 높다.

하지만 김서준의 감으로 느껴지기엔 아직 김유라의 강함은 박대만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니 숫자만 믿다간 큰일난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지.’

김서준은 심안으로 보이는 마력 수치는 늘 참고적인 정보로만 삼았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두지 않고 있었다.

“어우. 눈에 날벌레가 들어갔나? 계속 간지럽네요.”

김서준은 한번 더 눈을 비비며 역발산기개세를 사용했다.

이걸 사용한 목적은 두 사람의 마력의 원류가 무언지 파악해 보기 위해서였다.

투웅

김서준의 몸에서 뿜어진 마력의 파동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파동에 스친 두 사람의 몸은 각기 다른 빛으로 휘감겨 있었다.

박대만은 새하얀 백색이었고, 김유라는 놀랍게도 옅은 황금빛을 띄고 있었다.

‘대만이 형은 백마력이고, 유라는 초마력? 엄청나구나….’

김서준은 과연 예거 요원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고 생각했다.

백마력도 보기드문데, 초마력까지 지닌 인물이 있을 줄이야.

그러다 문뜩, 자신의 마력은 어떤 색으로 나타날지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마력을 스스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역발산기개세를 사용한 뒤, 아무리 자신을 훑어봐도 아무런 색이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김유라가 갑자기 뭔가를 느꼈는지 미간을 좁히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너, 지금 뭐 이상한 짓…..”

“저, 결정 내렸습니다.”

김서준이 급히 김유라의 말을 자르며 엉뚱한 소릴 했다.

박대만은 김서준이 말한 결정이 예거가 되어달라는 제안에 대한 답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눈을 반짝였다.

“그래, 그 결정이 어떤 것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

“그야 당연히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거겠죠.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거절하면 제대로된 인간이 아니죠.”

김유라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혹시나 거절할까봐 긴장한 눈치였다. 두 사람의 시선은 김서준을 향했고, 몇 초간 침묵이 이어졌다.

김서준은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씨익 웃었다.

“이번 주말에 최경문 형사님 뵙고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뭐?”

“야, 이!”

마치 결정적인 순간에, 광고 보고 오시죠라고 말하는 못된 사회자 같았다.

“하아…. 그래. 제안을 건넨 사람에게 가장 먼저 답을 알리는게 예의지. 우리가 미처 생각을 못했다.”

“그래도, 이건 좀…. 꼭 우리 놀리는 거 같잖아요?”

“느낌은 좋으니까 우린 이쯤에서 물러나도록 하자. 아직 할 일도 남았고.”

“네….”

김유라의 통통 튀는 성격도 박대만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모습이 과거의 모습과 오버랩 되며 절로 웃음을 그리게 했다.

그 웃음을 본 김유라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너, 요원 되면 각오해라. 내가 선배니까 말 안들으면 아주 작살을 내줄 거야.”

“이거 선배 무서워서 요원 하겠나? 어쩌면 결정이 바뀔지도 모르겠고….”

“뭐라고? 아우, 이게!”

김유라가 흥분하려는 기색이 보이자 바로 박대만이 끼어들었다.

“예거 넘버 파이브부터, 넘버 일레븐까지는 명령권이 없다. 때문에 선후배는 인정해도 상하관계는 인정되지 않지. 그러니 유라 녀석 말은 신경쓰지 마라.”

박대만은 김유라를 말리는 척 하며 김서준에게 요원이 되면 김유라와 동등한 관계에 놓인다는 걸 알려주었다.

“잘 쉬고, 나중에 다시 보자.”

박대만은 급히 인사를 하고는 김유라를 끌고 병실을 나섰다.

김서준은 그들이 완전히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라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내 선택이 과연 잘한 것일까?’

이미 마음의 결정은 내려진 상태.

지금 김서준의 마음은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이번에 아카데미 대항전을 치르며 또 한번 자신이 걸어야할 운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다.

김서준은 자신이 아무리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힘을 감춘 채 가족의 행복만을 위해 조용히 살아간다고 해도, 운명이 그를 절대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더불어 이전 세계에서의 인연은 이곳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천마군장 천강우로부터 시작되는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확실하게 느꼈다.

‘멸망은 곧 시작된다….’

김서준이 보고 있는 미래는 결코 밝지 않았다.

마신병을 개발하게될 가이아닉스와 악마력을 계승하고 있는 가문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어찌 끝까지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며, 가족의 안전만을 지키는게 가능할까?

그런 미래가 곧 닥쳐온다면, 차라리 신분을 숨기고 비밀리에 악의를 지닌 자들을 처단하는 예거로서 활동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김서준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병실 문이 다시 벌컥 열리더니, 떠난줄 알았던 김유라가 머리를 불쑥 들이밀었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김서준을 큰 소리로 불렀다.

“야, 김서준!”

“….?”

“너 정도면, 나와 함께 일해도 좋을 거 같다고…. 그 말을 꼭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주말에 경문 아저씨 만나면 꼭 좋은 대답을 줄거라고 믿을게! 이제…. 정말 간다! 바이, 씨유 어겐.”

김유라는 혼자서 할 말만 쏟아내고는 문까지 쾅 닫고 사라져 버렸다.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서준은, 김유라의 말을 되새기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저 녀석도….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도 없구나.’

자기 속마음을 잘 숨기지 못하는 김유라는 이곳에서도 화끈한 성격 그대로였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가벼워졌다.

‘여기서도 함께 잘 해보자, 김유라.’

김서준은 자신의 등 뒤를 맡길 정도로 믿었던 김유라와의 과거를 떠올리며 한참동안 창가에 서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