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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55화 (55/153)

55

서로 인사가 끝나고, 바로 유호성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며칠 전부터 각성을 유도하는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터라 유호성의 수업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래! 거기서 멈추지 말고 의지를 담아 그 한방에 모든 걸 건다고 생각하고 목표를 때려!”

“하아아압!”

빠각

한세아가 땀을 뻘뻘 흘리며 목검으로 대련용 마네킹을 후려쳤다.

꽤 큰 힘을 실었는지, 마네킹의 가슴팍이 움푹 함몰되었다.

“하악…. 하악….”

한세아는 자신이 후려친 마네킹을 노려보며 자세를 풀지 않고 있었다.

“지금 어떤 느낌이지?”

유호성이 다가서며 묻자 한세아는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 느낌도…. 없어요.”

“역시나, 이 방법으로는 힘들구나. 아무래도 실전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전….이요?”

한세아는 실전이라는 말에 바짝 긴장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검에 의지를 담지 못하고 있으니, 실전을 통해 위기감을 주어야 의지가 담겨질 것 같거든.”

유호성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론 적으로 한세아는 신비 각성을 위한 모든 걸 빠르게 습득했다.

하지만 막상 각성을 시도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처럼 행동한다.

마치 각성을 스스로 거부하듯 의지가 사라져 버려 아무 의미없는 공격행위만 반복할 뿐이었다.

“괜찮겠습니까? 세아 양이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이채하가 걱정하며 묻자 유호성은 괜찮을 거라 대답하고 바로 한세아 앞에 마주섰다.

“날 적이라 생각하고, 모든 힘을 다해 쓰러뜨리겠다고 의지를 불태워 봐라.”

“네.”

한세아는 다시 검을 굳게 거머쥐고 유호성을 무섭게 노려봤다.

그녀는 유호성을 최악의 빌런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리고 유호성에게 배운 몸놀림으로 빠르게 달려들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세아는 나름 강도 높은 수련을 해왔는지, 움직임이 매우 좋았다.

마치 프로 복싱 선수처럼 날카로운 풋워크를 보이며 파고들었고, 허리 힘을 이용한 회전력을 손에 쥔 검에 실어 목표를 타격했다.

하지만 유호성은 그런 한세아의 모든 공격을 죽도로 가볍게 막아냈다.

“좀 더! 각성을 하겠다는 네 의지가 고작 이정도였나!”

유호성이 호통을 치며 한세아의 의지에 힘을 불어넣었다.

“타아앗!”

그에 따라 한세아도 한층 의욕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검이 쉭쉭 바람 소리를 내며 휘둘러지고, 유호성의 온몸을 빠르게 타격했다.

하지만 유호성의 움직임은 흡사 유령같았다.

스르륵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모든 공격을 빠져나갔다.

“분하지도 않나? 모든 것을 가진 네가 남들도 다하는 각성을 못해서 이리 빌빌 대고 있다는 사실이? 이래서야 한 그룹을 제대로 이끌 수가 있겠어!”

유호성의 자극은 더욱 심해졌고, 한세아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씩씩 거렸다.

“할 수 있어요. 나도 얼마든지 각성할 수 있다고요!”

그녀가 악다구니를 쓰며 온힘을 다해 검을 내리그었다.

이번 공격은 기존과 확연히 달랐다.

후우웅

검이 공간을 가르는 소리조차 굉장히 무거웠다.

유호성은 이거다 싶었는지, 이번엔 피하지 않고 검을 맞받아 쳤다.

한세아의 검과 유호성의 죽도가 허공에서 마주친 순간,

빠아아악

강한 타격음과 함께 목검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한세아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은 채 멍하니 비어진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하아…. 또 실패로구나.”

유호성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번엔 정말 됐다 싶었다.

그만큼 한세아의 집중력과 의지가 높았고, 공격에 실린 힘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뭐가 문제인지 한세아가 머뭇거렸다.

그 머뭇거림은 스스로를 향한 의심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정말 각성이 가능한 걸까?

그런 의심이 피어오른 순간, 검에 담긴 그녀의 의지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한세아. 네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각성은 불가능하다.”

유호성은 누구보다도 이 점을 잘 아는 한세아가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도 알아요. 그런데…. 그런데 자꾸 마음이 흐트러지는걸 어떡해요?”

한세아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네가 원하는 건, 신비의 각성이냐, 아니면 각성을 통해 할아버지한테 연예계 생활을 인정받는 것이냐?”

유호성은 한세아가 왜 기를 쓰고 신비를 각성하려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전…. 대중 앞에 서서 내가 지닌 재능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좋아요. 가문의 어르신들이 말하듯,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연약한 내가 아니라는 걸 그때만큼은 느낄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할아버지 생각은 다르더라고요. 한 그룹의 후계자가, 세인트 한 패밀리의 우두머리가 될 녀석이 남들 앞에서 웃음이나 주는 광대가 되고 싶은 거냐고 화를 내셨죠. 저 때문에 가문의 명예가 실추된다면서, 이래서야 다른 친척들 앞에서 우두머리로서의 위엄을 세울 수 있겠냐며 다그치시기만 했다고요.”

한세아는 회상하듯 처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속 마음을 내뱉고 있었다.

“할아버진 저와 약속을 했어요. 신비를 각성한다면, 더 이상 제가 뭘 하든 간섭하지 않겠다고. 신비를 각성해서 마력을 다룰 수 있게만 된다면, 더는 가문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요.”

“결국 신비 각성은 네 뜻보다 할아버지의 뜻이 더 크다는 말이구나?”

유호성은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의지 이상으로 타인의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면 신비를 각성하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그런데 한세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신비 각성을 원하는 건 명백히 저만의 의지입니다. 처음엔 할아버지의 의지가 더 컸겠지만, 지금은 달라요. 전…. 부모님처럼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남의 손에 덧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요!”

한세아의 눈빛이 다시 활활 불타고 있었다.

이를 본 유호성은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세아의 강력한 의지가 이렇게나 빤히 보이는데, 어째서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그때, 모든 걸 지켜만 보고 있던 김서준이 슬쩍 앞으로 나섰다.

“제가 잠시 세아 양과 한 수 겨뤄봐도 될까요?”

“네가?”

유호성은 김서준을 바라봤다.

원래는 아카데미 대항전에서 준우승을 한 김서준이 있으면, 한세아로 하여금 각성 의지를 더욱 불태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김서준이 직접 누군가의 각성을 유도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었다.

“믿고 맡겨주겠습니까?”

김서준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다.

유호성은 그 자신감을 확실하게 읽었다.

“그럼 부탁하마.”

유호성이 물러나고 죽도를 건네받은 김서준이 한세아 앞에 섰다.

여전히 주저앉아 있던 한세아는 김서준이 나서자 주춤거리며 일어섰다.

“그거…. 중요한 건가봐?”

김서준의 시선은 한참 전부터 한세아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엔 얇은 체인에 엄지 손톱 정도 크기의 펜던트가 달린 평범한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어머니 유품이에요.”

한세아의 부모가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려 죽었다는 건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였다.

“할아버지가 잘 챙겨주셨구나?”

“그건…. 아니에요. 제가 여섯 살 때, 외삼촌이 챙겨주셨죠.”

“외삼촌이라…. 많이 가까워?”

김서준은 한세아에게 엉뚱한 것만 물어보고, 각성을 위한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이에 이채하가 불만을 제기했다.

“유호성 선생님. 지금 저 학생이 뭐하는 거죠?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로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게 할 건가요?”

“절 믿고 기다려 보시죠, 이채하 씨.”

유호성이 부드럽게 웃으며 믿어달라고 하자 이채하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이채하가 한발 물러서자 유호성은 고맙다고 말하고는 다시 김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목걸이가 뭐길래 김서준이 저리 관심을 갖고 있을까?’

한세아가 차고 있는 목걸이가 무언지는 유호성도 잘 알고 있었다.

단 한시도 목에서 벗지 않아 훈련 중에는 벗어 두라고 말했었지만, 부모님이 남긴 유품이라며 결코 벗지 않았었다.

그런데 아티팩트도 아닌 평범한 목걸이에 김서준이 관심을 보이니 괜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유호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김서준과 한세아를 계속 지켜봤다.

“외가쪽 하고는 그리 가깝지 않아요. 1년에 한 두 번 정도 집에 찾아오는 정도라서요.”

한세아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살짝 굳어진 얼굴로 질문에 대답 중이었다.

“혹시, 외가쪽에 네 자리를 노릴만큼 강력한 각성자가 있을까?”

“네? 갑자기 그건 왜….?”

심상치 않은 질문이었기에 한세아도 대답을 머뭇거렸다.

“왜냐고?”

김서준은 쥐고 있던 죽도를 쥐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파각

죽도가 벼락같이 움직이며 목걸이를 스쳤고, 체인이 끊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무슨 짓이에요!”

한세아가 소리를 지르며 떨어진 목걸이를 황급히 주웠다.

“그딴 유품은 각성에 하등 도움이 안되니까 치우라고.”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죠? 그딴 유품이라니요!”

한세아의 눈에 분노의 감정이 가득 실렸다.

“네가 과거에 매달려 아무 발전도 못하고 있는 동안, 네 가문을 노리는 자들은 코앞까지 들이닥쳤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있으니 너무 한심해서.”

“헛소리 그만해!”

한세아가 드디어 폭발했다.

이를 뿌드득 갈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목검을 재빠르게 주워들었고, 그대로 김서준에게 달려들며 강한 일격을 날렸다.

후웅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일격.

김서준은 반보 옆으로 비켜나며 손쉽게 공격을 피해냈다.

“세상이 쉬워보였지? 모두가 너를 떠받들고, 애지중지 보살펴 주니 네가 최고인 것 같고, 못할게 없을 것 같았지?”

“입 닥쳐!”

김서준은 계속 한세아를 자극했다. 그럴수록 한세아가 펼치는 공세는 더욱 매서워졌다.

“아이돌? 연예인? 네가 남들 앞에 서서 하하 호호 웃으며 취미를 즐기는 동안, 널 지켜보며 노심초사했을 할아버지는 생각해 본 적 있나?”

“….!”

이 말에는 한세아도 딱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지금껏 그 누구도 그녀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실랄하게 비판한 적이 없었으니까.

유호성도 자극 정도만 했을 뿐이지, 날이 선 비난은 하지 않았었다.

“할아버지가 없으면 네가 가문을 지켜낼 수 있을까? 각성조차 못하는 네가 네 가문을 뜯어먹으려는 승냥이 떼를 막아 설 수나 있겠냐고.”

“해 낼거야…. 난 반드시 각성해 낼 거라고!”

한세아가 검을 두 손으로 쥔 채 앞으로 달려나오며 김서준을 강하게 베어냈다.

후아앙

공간이 갈라지는 소리가 무척이나 묵직했다.

김서준은 그 공격에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바로 그거다.”

혼신의 기백이 담긴 공격.

한세아의 몸에선 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기세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번엔 김서준도 피하지 않고, 죽도를 들어 정면을 가로막았다.

목검과 죽도가 허공에서 부딪친 순간,

꽈아앙

강한 충격파가 터지며 한 사람이 세 걸음이나 뒤로 밀려났다.

놀랍게도 밀려난 건 김서준이었다.

피쉬이이이이

목검에 맞은 죽도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김서준은 죽도를 내리고 여전히 베는 자세로 서있는 한세아를 바라봤다.

그녀의 몸이 황금빛 기운에 휘감겨 있었다.

휘이잉. 휘이잉.

한세아를 뒤덮은 황금빛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김서준은 역발산기개세와 심안을 동시에 사용해 그런 한세아를 관찰하는 중이었다.

그의 눈빛은 황금빛으로 선명하게 물들어 있었지만, 그걸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한세아에게 쏠려 있었으니까.

[201/유니크]

김서준은 속으로 크게 놀란 상태였다.

한세아의 각성을 억누르고 있던 목걸이를 떼어낸 이상 어렵지 않게 각성할 것이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각성과 동시에 201이라는 엄청난 마력 수치를 얻어내다니.

게다가 그녀의 격은 유니크다.

엘리트 다음이 스페셜이고, 스페셜 다음이 레어, 그 다음이 바로 유니크였으니 실로 엄청난 각성이었다.

결정적으로, 한세아가 지닌 마력의 원류는 황금빛을 내는 초마력이었다.

‘내가 괴물을 탄생시킨 거 같은데?’

한세아의 각성은 정말 괴물 같은 수준이었다.

어쩌면 외삼촌이라는 사람은 한세아가 이렇게 엄청난 각성을 하게될 것이 두려워 그녀의 목에 그런 지독한 물건을 걸어 둔 것일지도 모른다.

김서준은 한세아가 과연 어떤 신비를 각성했을지가 궁금했다.

그때, 베어내는 동작으로 멈춰선 한세아의 이마에 세로로 실선이 쭉 그어졌다.

3센티 정도의 실선 중앙이 좌우로 쫙 벌어지더니 마름모 꼴 형상이 새겨졌다.

더욱 놀라운 건, 마름모 형상 안쪽에 눈동자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마에 생겨난 눈.

그 눈동자가 뒤룩뒤룩 움직이며 주변을 빠르게 훑는다.

‘저게 세아의 신비?’

김서준은 이마에 생겨난 눈이 신비에 의한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마름모 형태의 눈은 다시 닫혀졌고 이마에서 깨끗하게 사라졌다.

풀썩

때를 같이해 한세아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세아야!”

이채하가 황급히 뛰어나가 한세아를 부축했다.

그때 김서준은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 바닥에 떨어져 있는 줄 끊어진 목걸이를 주워들었다.

‘어린 아이에게 이런 물건을 주다니…. 정말 악독한 자들이구나.’

김서준은 오직 심안으로만 볼 수 있는 목걸이의 숨겨진 정보를 살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주의 펜던트]

-외부의 스캔으로부터 철저히 숨겨지는 히든 아티팩트다.

-착용자의 의지를 끊임없이 흐트러뜨리는 효과를 지닌다.

-착용자로 하여금 과거에 집착하게 만든다.

-착용자의 재능을 억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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