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56화 (5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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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수련실 한쪽에 마련된 간이 침대에서 한세아가 눈을 떴다.

정신을 잃은지 30분이나 지난 뒤였다.

“세아야! 괜찮아? 어디 이상한 곳은 없고?”

이채하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묻자 한세아는 눈을 두어번 깜빡이더니 김서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부러…. 그런 거죠?”

유호성, 주광식과 함께 몇 발자국 뒤에 서 있던 김서준은 대답없이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아깐 정말 때려죽이고 싶을만큼 미웠었는데….”

한세아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푹 내쉰다.

김서준의 말 몇마디에 극도로 흥분해 죽자고 덤볐던 자신을 생각하니 창피함이 느껴진 것이다.

“넌 눈 뜨자마자 저 학생부터 찾니? 언니 말은 들리지도 않아?”

이채하가 짐짓 삐친 척 입을 삐죽거렸다.

“아, 미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나 기절한 거 할아버지는 아직 모르지?”

“괜히 걱정하실까봐 아직 보고 안 했어. 각성에 성공했다는 건 네가 직접 말씀드리렴.”

“고마워, 언니.”

한세아는 이채하의 손을 꼭 잡아쥐며 감사를 표했다.

그때, 김서준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이거 받아.”

김서준의 손에는 목걸이가 들려있었다.

“이건 좀 심했어요. 어머니가 남긴 유일한 유품인데, 이걸 끊어버리다니….”

한세아는 그 목걸이가 저주의 아티팩트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녀를 제외한 사람들은 이미 김서준에게 이야기를 들어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아티팩트 감정기가 있으면 그걸로 한번 점검 해봐. 최소 A급 이상의 감정기여야 제대로 나올거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김서준의 앞 뒤 자른 말에 한세아가 당황해 했다. 그러자 이채하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 목걸이…. 저주가 걸린 아티팩트래. 네 각성을 지금껏 막고 있었던 것도 그 목걸이고.”

“….뭐? 그게 정말이야?”

한세아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손에 쥐어진 목걸이를 내려다 봤다.

펜던트 안에는 엄마와 아빠의 사진이 들어있었고, 매일 밤 그 사진을 보며 부모와의 추억에 잠기다 잠들었던 한세아였기에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게다가 이 목걸이는 큰외삼촌인 정태완이 직접 건네준 유품이기에 더욱 놀라웠다.

“그 목걸인 아마도 진짜 유품이 아닐거야.”

보다못한 김서준이 한마디 했다.

“유품이 아니라고요? 외삼촌이 왜 그런 짓을….?”

“다른 누구도 아닌, 네 어머니의 오빠라는 분이 저주의 목걸이를 이용해 네가 각성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더불어 재능도 마음껏 펼치지 못하게 억눌러 놨었고. 과연 그 이유가 뭘까?”

김서준은 답을 알지만 일부러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세아가 스스로 그 답을 찾아내길 바란 것이다.

그 바람은 금방 이루어졌다.

“설마…. 한 그룹? 저를 후계자 자리에서 밀어내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해 한 그룹을 통째로 손에 쥐려는 거였군요?”

한세아의 말에 김서준은 이번에도 어깨를 으쓱했다.

“하아…. 큰외삼촌이 그런 분이었다니. 그토록 절 이뻐해 주셨는데….”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친척에게 배신당하면 누구라도 쉽게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세아는 비교적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고마워요. 덕분에 할아버지한테 더 이상 누가 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세아야.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나랑 함께 좀 더 확인해 보고….”

이채하가 한세아의 판단을 보류시키려 했지만,

“언니. 나 이제 어린애 아니야. 물론 확인은 더 해볼거야. 그치만 빤히 예상되는 상황을 애써 외면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걱정 마.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생각은 없다고.”

한세아는 조금 아련한 표정으로 이채하를 바라봤다.

“그래. 알겠어. 언니도 최선을 다해 널 도울게.”

“항상 고마워, 언니.”

한세아는 자신의 곁에 이채하 같은 인물이 있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자신을 가족처럼 돌봐주지 않았다면, 한 그룹을 노리는 자들은 이미 목표를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어쩌지?’

부모님의 사진이 담겨있는 펜던트.

이것이 저주가 담긴 아티팩트라는 사실을 알았는데, 계속 목에 걸고 다닐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더 이상 차고다니지 않는다면, 이 목걸이를 준 큰외삼촌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게될 것이다.

한세아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아는 김서준은 도움이 될만한 말을 지나가듯 툭 내뱉었다.

“해주의 기능을 가진 아티팩트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아….”

해주 아티팩트.

저주와 관련된 신비를 지닌 헌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해주 아티팩트다.

해주용 아티팩트는 제작이 굉장히 힘든반면, 수요가 엄청나서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한세아는 한두호의 손녀였고 한 그룹의 후계자다.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주 아티팩트를 구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해주 아티팩트를 구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해야 했다.

“고마워요.”

한세아는 김서준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가 도와준 덕분에 신비를 각성했고, 큰외삼촌의 흑심을 알게되었다.

거기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그 방향까지 제시해 주었으니 말로만 고맙다고 하기가 미안할 정도.

“고마우면, 더는 당하면서 살지 말고.”

“네.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거에요. 그리고…. 언니. 이분들께 충분한 보상을 드리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물론이지. 안 그래도 확실하게 성과급을 챙겨드리려고 했다. 유호성 선생님? 지난 번에 주신 계좌로 저 두 학생에게 신세진 보답까지 쳐서 한꺼번에 크게 쏴 드릴게요. 세아의 매니저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채하가 기다렸다는 듯이 성과급을 쏴주겠다고 말하자 유호성은 어색하게 웃었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낸 건 김서준이기에 자기 마음대로 거절할 수도 없었기 때문.

대충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 되었고, 김서준과 유호성은 떠날 차비를 했다.

가져온 짐들을 챙긴 주광식이 김서준한테 다가와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로 개인수업 끝이라니 많이 아쉽다, 그치?”

그 말에 김서준은 그냥 웃음만 그렸지만, 한세아는 그렇지 않았다.

“곧 다시 볼 수 있을 거에요. 저도 이제 어엿한 각성자니까 2학기가 시작되면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잖아요.”

한세아는 굳이 올 해를 넘기지 않고 바로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서준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아카데미 입학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너와 한 그룹을 노리는 자가 얼마나 크고 강한 세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쉽게 표적으로 노려질 수 있는 아카데미를 다니는 건 오히려 놈들을 돕는 꼴이지.”

“설마, 아카데미에서까지 무슨 짓을 벌이려고요?”

“대놓고 네 몸에 저주 아티팩트를 걸어둔 자야. 어쩌면 그자 하나만이 아닐 수도 있고.”

“그렇다고 집안에 숨어서 오들오들 떨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한세아는 김서준과 함께 아카데미를 다니고 싶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과 달리, 김서준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봐주고 있었다.

한 그룹의 손녀로서가 아닌, 아이돌 그룹 로즈핀치의 세이가 아닌, 18살의 한세아로 봐주는 김서준이 너무도 고마웠다.

“네 할아버지는 한 그룹의 회장이야. 그런 대단한 분이라면, 네가 굳이 헌터 아카데미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도 얼마든지 헌터로서의 교육을 이수하게 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다.”

“아카데미를 다니지 않고서도요?”

“로즈핀치의 세이가 아카데미를 다니면, 단 하루도 평범하게 보내기 힘들 걸?”

“그 정도는 아닌데….”

한세아가 왠지 실망한 표정을 짓자 김서준은 피식 웃었다.

그도 바보가 아니기에 한세아가 자신을 계속 만나고 싶어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은 김서준도 똑같았다.

“근데, 이 집. 굉장히 멋지다.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제대로 구경하려면 몇날 며칠은 걸리겠는데?”

김서준이 괜히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말하자 한세아가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김서준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금방 눈치 챈 것이다.

“당연하죠! 우리 집 전부 살펴보려면 한 이틀 밤은 꼬박 새워야 할 걸요?”

“그럴 줄 알았어. 언제한번 기회가 되면 제대로 구경하고 싶네.”

김서준이 슬쩍 마음을 비추자, 한세아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요. 제가 직접 구경시켜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는 한세아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 피어있었다.

***

저택을 나온 김서준은 유호성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뒷좌석에서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는 김서준의 손에는 한세아가 건네 준 쪽지가 쥐어져 있었다.

[세아. 010-XXXX-XXXX]

쪽지에 적혀있는 건 한세아의 개인 폰 번호였다.

“야, 너 이 자식. 좋겠다! 한세아 개인 폰 번호까지 받다니! 역시, 여기 오길 잘했지? 너, 한세아랑 잘 되면 이 형한테 한 턱 쏴야한다?”

“그런 상상은 그냥 혼자만 하셔. 그러다 괜히 이상한 소문 퍼지면 어쩌려고?”

“어이구야. 벌써부터 한세아 스캔들 걱정이누? 내 입에서 소문 흘러나갈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라. 그보다, 다음에 초대받으면 나도 껴주라. 채하 씨도 꽤 마음에 든단 말이지?”

“너 하는 거 봐서.”

주광식은 금세 이채하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 두 동생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호성은 운전대를 잡은 채 혼자 피식 피식 웃었다.

“너희 둘 다 김칫국 좀 그만 마셔라. 그렇게 기대하다가 실망하면 약도 없다.”

“에이. 형도 이채하 씨 보는 눈빛이 남다르던데, 뭐. 난 형이 여자 볼 때 그런 눈빛 보이는 거 처음 봤거든?”

주광식은 이제 유호성까지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에 유호성이 주광식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다.

“넌 인마, 그런데 관심가질 시간에, 서준이 처럼 자기 계발에 신경 좀 써라. 서준이는 벌써 저만큼 앞서 나가고 있는데, 넌 제자리 걸음이잖아? 어차피 방학 시작했는데, 형한테 특별 수업이나 좀 받는 건 어떠냐? 특별히 공짜로 해 주지.”

“노노노. 안 그래도 방학 중에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라 시간이 없다고.”

“수련은 무슨! 그거 남녀 성비 맞춰서 여기 저기 놀러다니는 연애 프로그램 아니야?”

“어허! 엄연히 수련 프로그램이라니까? 우리 훌륭하신 심재덕 교수님이 직접 개설한 거라고.”

“심재덕 교수?”

심재덕이라는 이름은 유호성도 익히 알고 있었다.

실력은 개뿔도 없으면서 돈 욕심 많고, 학생들 차별대우 하기로 유명한 교수였으니까.

“요즘 그 교수가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듣긴 했다만….”

“달라진 정도가 아니더만. 내가 직접 경험하고 있잖아. 수업에 엄청 열정적이고, 학생들도 아무 차별없이 공정하게 대한다니까? 예전에 비해 실력도 크게 오른 것 같던데? 우리 반 녀석들이 말하길, 이전하고 너무 달라져서 심교수 곧 죽는 거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야.”

김서준은 주광식과 유호성이 심재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다가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저기, 호성이 형. 궁금한게 있는데요.”

“응? 왜, 네가 보기에도 그 심교수가 너무 이상해?”

“그게 아니라…. 아카데미 교수들도 형처럼 개인수업을 통해 학생들 가르치는 거 가능하지 않나요?”

“가능하지.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돈이면 안 되는거 없다. 교수들도 거액을 받고 개인수업 많이 하거든. 사정 상 아카데미 다니기 힘든 학생인 경우에는, 아카데미에 정식 절차를 거치면 개인수업으로 학점을 이수하는 것도 가능하지. 단, 비용이 좀 세다는 문제가 있다랄까?”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너, 설마…. 한세아한테 아카데미 교수 붙여줄 생각하는 거냐?”

유호성이 백미러로 바라보며 묻자, 김서준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히죽 웃어만 주었다.

유호성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김서준은 정말 한세아에게 아카데미 교수를 한명 소개시켜 줄 생각이었으니까.

‘심재덕 교수…. 여러모로 쓸모가 많으시네요.’

김서준의 머릿속에는 벌써 심재덕 교수를 이용해 한세아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 자세히 세워지고 있었다.

***

집에 돌아온 김서준은 곧바로 옥상에 올라 수련에 몰두했다.

잡생각은 잊고, 수련에 집중하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고,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온 예거 특수 교육을 위해 간단히 짐을 챙기기로 했다.

그러던 중, 최경문에게 받은 특수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알람은 예거 본부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예거 전용 어플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어플에 접속하여 업데이트를 진행해 주세요.]

드디어 어플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김서준은 바로 어플에 접속했고, 인증 절차를 거치자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시작되었다.

몇 초 후, 업데이트 된 어플이 오픈되면서 공지사항이 크게 떠올랐다.

[공지사항]

1)훈련소 입소일: 2034년 7월 24일 월요일

2)’10번 후보생 김서준’은 오전 10시까지 가평 터미널에 도착할 것.

3)이후 모든 관련사항은 본 어플을 통해 공지가 이루어질 예정이니, 폰으로 수신되는 메시지에 특별히 주의할 것.

4)본인 외에는 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 요망.

공지사항을 읽고나니 이제 정말 뭔가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면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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