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58화 (58/153)

58

부르릉.

SUV가 앞장서고, 그 뒤를 고속버스가 따르고 있었다.

버스기사 바로 뒤에는 가장 높은 마력을 지닌 낚시꾼이 서 있었는데, 그는 씁쓸한 얼굴로 연신 줄담배를 피우는 중이었다.

“어휴, 박 교관님. 아무리 답답해도 그렇지 버스 안에서 담배를 그리 피워대면 어쩝니까? 여긴 예거 캠프가 아니라 외부라고요, 외부!”

운전기사가 뒤를 힐끔거리며 투덜거리자 박 교관이라고 불린 뚱보 사내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이봐, 홍씨. 우리가 예거 생도 입학식 때 함께 일한지가 벌써 10년 아닌가? 그런데, 오늘 처럼 아무 대책도 없이 생도를 잃어버린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없지? 그러니 내가 답답해 미치겠어서 그러지.”

“답답하다면서 어찌 그리 웃는 겁니까? 꼭 정신나간 사람처럼.”

“아, 그거? 즐거워서 그래. 즐거워서. 드디어, 나 박문호를 즐겁게 해 줄 깜찍이가 등장했으니까.”

“까, 깜찍이요?”

“그럼 깜찍이지. 그동안 난다 긴다 하는 녀석들이 예거 캠프를 얼마나 많이 거쳐 갔나? 하지만, 그 중에 내 흥미를 끈 녀석은 딱 하나밖에 없었거든.”

예거 캠프의 교관인 박문호는 기사의 뒷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는 옛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박문호.

그는 예거 생도를 훈련시키는 캠프에서 교관으로 일한지 벌써 12년이나 되는 베테랑이었다.

그동안 그의 손을 거쳐간 예거 생도만 거의 200여명.

2년에 한번씩 10명 내외로만 생도를 받고 있어서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 건 아니었다.

아무튼, 그런 박문호에게 예거 생도를 가르치는 일은 숨을 쉬는 것처럼 전혀 어려울게 없었다.

모든 예거 생도들은 박문호의 손바닥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늘 그의 예상 행동 범위 안에서만 움직였다.

그러나 그런 박문호가 감탄을 금치 못했던 예거 생도가 딱 하나 있었다.

8년 전, 22살의 나이로 예거 캠프를 찾아왔었던 청년.

윤현도라는 이름의 청년은 유일하게 박문호의 예상을 빗겨나가는 행동을 했던 인물이었고, 한달 간의 특수교육을 최고의 성적으로 마쳤다.

예거 캠프에서 윤현도는 신화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윤현도? 지금은 예거 요원으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겠는데?’

김서준은 윤현도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확실하게 기억해 두었다.

그렇게 다시 10여분이 흘렀을 때, 버스는 석룡산 계곡 유원지 공용 주차장에 도착했다.

재밌는 건, 주차장 입구가 바리케이트로 막혀 있으며 철저한 검문을 거쳐서야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

그렇게 버스는 정차했다.

“오늘은 공쳤으니까 다들 이대로 퇴근들 해.”

박문호가 입맛을 다시며 하는 말에 버스 안의 헌터들이 힘없이 네라고 대답하고는 우르르 내렸다.

버스기사까지 내리고 마지막에 박문호만이 남았을 때, 버스 계단 한 개를 내딛은 박문호가 돌연 버스 안을 향해 한마디 했다.

“테스트는 끝났으니 이제 나와라. 문은 열어놓고 가지.”

박문호는 김서준이 버스 안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찾아낼 방법이 없어서 김서준의 손을 들어준 것 뿐.

박문호가 그 말을 남기고 버스 밖으로 막 내려섰을 때였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되죠?”

문 바로 옆에 서있던 김서준이 ‘난 아무것도 몰라요’를 시전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문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대체 언제…?”

“버스에서 가장 먼저 내린게 전데요.”

“….뭐?”

박문호는 자신조차 눈치채지 못한 김서준의 움직임에 정말로 놀란 눈치였다.

“허허. 이거 참. 생도한테 제대로 한대 맞았구만. 아무튼, 캠프에 입소한 걸 축하한다. 앞으로 자주 보자고.”

박문호는 눈을 빛내며 김서준을 바라보다가 유원지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엔 초라한 모습으로 단상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앞에 10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의자 중 7개에는 이미 주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내 넷과 여자 셋.

생각보다 여자의 비율이 높은 것에 김서준은 살짝 의외라고 생각했다.

능력적인 면에 차이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다.

보통의 여자라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예거 요원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이라 볼 수 있는 헌터 경찰 쪽 일을 선호하기 마련이었으니까.

김서준은 같은 예거 생도로 보이는 사람들 쪽으로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심안의 신비를 사용했다.

그리고 나타난 결과에 김서준은 속으로 ‘오’ 소리를 연발했다.

[218/스페셜]

[225/엘리트]

[241/엘리트]

[279/스페셜]

[253/엘리트]

[288/엘리트]

[262/엘리트]

하나같이 엄청난 스펙이었다.

과연 예거 생도 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단 한명도 평범하지가 않다.

게다가 심안으로 드러난 생도들의 마력 특성도 놀라웠다.

일곱 명 중, 두 명만 평마력이었고 네 명은 백마력, 딱 한명만이 초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거 재밌어 지는데?’

김서준은 평마력임을 알려주는 푸른 빛을 온몸에 휘감고 있는 두 사람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쟤는 혼열인가?’

팔짱을 끼고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여자는 작은 체구에 노란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다.

그 머리는 아무리 봐도 염색을 한 것이 아닌 자연산이었다.

그녀는 유일하게 초마력을 지닌 인물이기도 했다.

김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란 머리를 한 여자 옆 자리에 앉았다.

그 여자에게 관심이 가서가 아니라, 때마침 그녀 옆자리가 가장 구석진 자리여서였다.

김서준이 옆자리에 앉아 여자가 눈을 떴다.

눈동자가 파랗다.

누가봐도 서양인이었지만, 은은하게 한국인의 피가 섞인 느낌도 든다.

“넌 뭐냐?”

여자는 기분이 상했는지 굉장히 도전적으로 물었다.

“나? 생도.”

“왜 그렇게 쳐다보는지, 그걸 묻고 있는 거잖아?”

“아. 그거야, 네가 예뻐서 그러지. 모델해도 되겠구만, 뭐하러 고생을 자처하려는 건지 신기하기도 하고.”

김서준이 아무렇지 않게 꺼낸 말에 여자애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찌 보면 두 볼이 살짝 빨게진 것 같기도 했다.

“아니, 무슨 말을….”

“난 김서준. 열 아홉 살이다.”

김서준은 여자애가 당황해서 버벅거리기 전에 할 말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바로 침착성을 되찾은 여자가 목소리를 한번 가다듬고 말했다.

“난 이리나. 너랑 동갑이고.”

“동갑? 나보다 두 살은 어릴 줄 알았는데, 보기보다 나이가 많네? 부모님한테 동안 유전자를 물려받았나봐?”

김서준의 능구렁이 같은 붙임성에 에밀리는 또 다시 당황한 듯 했다.

“어? 아니, 그런 유전자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엄마가 한국인이구나? 맞지? 그러니까 동안일거야.”

김서준은 아빠가 외국인이냐고 묻는 대신 반대로 물으며 엄마까지 동안이라고 칭찬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묻는 것이 훨씬 친근할 테니까.

“맞아. 아빠는 독일 사람이거든.”

“그런데 한국 이름을 쓰네?”

“이중 국적자니까.”

“독일식 이름은 뭔데?”

“리나 클라인.”

“아…. 그렇구나.”

김서준은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김서준은 지금 평소와 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중이었다.

한달 동안이기는 해도 함께 캠프에서 머물며 예거로서의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쓸데없이 관계가 불편해질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첫번째 스타트 삼아 이리나와 좋은 관계를 터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리나도 김서준의 붙임성 덕분에 편해졌는지 딱닥했던 표정을 풀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남은 마지막 두 개 의자의 주인이 도착했다.

둘 다 갓 스물이 되었을법한 젊은 청년이었다.

그런데 한 명은 버스가 아닌 스왓 헌터들의 SUV 차량을 타고 도착했다.

그것도 당당히 SUV 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그 둘은 오늘 이곳에 모인 생도들 중 가장 높은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염세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 조금 마르고 키가 큰 생도는 마력 324에 스페셜의 격을 지녔다.

또 다른 생도는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김서준 만큼이나 잘생긴 외모를 지녔는데, 마력이 446이나 되고, 격은 레어였다.

키 큰 생도는 백마력을, 잘생긴 생도는 초마력이었다.

그들까지 의자에 착석하자 단상 위로 중년의 퉁퉁한 체격을 한 사내가 올라섰다.

그는 박문호였다.

톡톡

단상에 설치된 마이크를 손으로 톡톡 치며 테스트를 마친 그는 좌중을 쭉 훑어보며 입가에 흥미로움이 가득한 미소를 그렸다.

“안녕하신가, 제군들. 난 오늘부터 한달 동안 제군들과 함께 생활하며 예거로서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가르쳐줄 교관, 박문호다.”

박문호는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뒤, 앞으로 교육받게될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예거 캠프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이곳의 규칙은 간단했다.

1. 교관의 지시에 절대복종한다.

2. 교관의 허락없이는 절대 개인행동을 하지 않는다.

3. 생도들 끼리 분쟁이 일어날 경우, 교관의 입회 하에 대련으로 해결한다.

이 세 가지 뿐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세 가지 규칙엔 모든 것을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제한 범위가 무척이나 넓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 살을 붙이느냐에 따라 모든 걸 제어할 수 있는 규칙.

누가 만들었는지 참 머리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굴렸다.

“….그렇게 해서 한달이 지나게 되면 최종 평가가 진행된다. 다들 알다시피 이번 예거 11차 기수에는 원래 총 두 명의 넘버링 예거 요원을 발탁할 예정이었다.”

‘이었다’는 말은 과거형이다.

그렇다는건 지금은 두 명이 아니라는 의미.

이 시점에 생도 10명의 눈빛이 모두 반짝거렸다.

그 기대감을 아는지 박문호의 미소도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특별히 이번 기수에서만 넘버링 예거 요원을 세 명까지 뽑기로 했다.”

넘버링 요원 한명이 더 늘었다.

현재 예거의 넘버링 요원은 넘버 원부터 넘버 일레븐까지 총 11명.

여기서 세 명이 추가된다는 건, 넘버 포틴까지 부여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곳에 온 예거 생도들은 모두 넘버링을 얻기 위해 모인 발군의 인물들이었다.

때문에 넘버링 요원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혜택을 받을 기회가 높아졌음을 의미했기에 다들 의욕이 샘솟고 있었다.

“따라서. 넘버링을 받을 세 명을 제외한 일곱 명의 생도는 한달 후 일반 요원으로 배정될 것이다. 우리 예거는 일반 요원에 대한 대우도 훌륭하니 너무 실망하지는 말도록.”

박문호의 말에 누군가의 음성이 반발하듯 흘러나왔다.

“일반 요원이 될 생각이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구만.”

박문호는 그 음성의 주인을 바로 찾아냈다.

5명 씩 이열 횡대로 앉아 있는 생도들 중 뒷 줄 중간에 앉은 24살의 번듯하게 생긴 청년에게 박문호의 시선이 꽂혔다.

“음. 박해성 생도? 우리 예거의 넘버링 요원을 높게 쳐주는 것 같아서 고맙긴 한데…. 일반 요원들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라는 건 알아줬으면 하는 군.”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냥 그렇다는 거지.”

“아, 그런가? 난 또. 표정이 썩어 있길래 일반 예거 요원들을 무시하는 줄 알았지 뭔가.”

박문호는 그 자신이 예거 요원을 키워내는 교관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굉장히 큰 인물이었다.

그런 박문호 앞에서 일반 요원을 무시하는 발언은 그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반 요원들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일반 요원들이 넘버링 요원에 비해 실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예거 암즈연구소에서 만든 게 바로 ‘기프지’이지 않습니까?”

박해성이라는 이름의 생도는 박문호의 기세에 눌리는게 싫었던 것인지 괜한 말까지 꺼내 자신을 합리화 하려 했다.

그가 말한 기프트는 예거들만 사용하는 전문 무기였는데, 한달 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친 예거들에게 모두 주어지게 된다.

김서준도 이 기프트에 대해서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지만, 정확히 그게 어떤 형태이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오호. 박해성 생도는 일반 요원들의 강함이 그 기프트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자신의 진짜 실력이 아니다…. 뭐, 이런 건가?”

“진짜 실력이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기프트 덕분에 더 강해진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박해성은 자신의 실력에는 자신이 있는지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박문호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서, 박해성 생도는 쓸데없이 스왓 헌터팀과 마찰을 일으켜 제시간에 도착하라는 지시를 어긴 것인가? 예거 생도로서 첫번째로 주어진 임무를 망각할 정도로?”

“그, 그건….”

이곳에 있는 생도들은 모두 김서준이 겪은 상황을 똑같이 겪었다.

도착 시간 대가 조금씩 달랐을 뿐, 이 유원지로 모이는 과정에서 스왓 헌터팀에게 버스를 점령당했고,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생도도 나왔던 것.

박해성은 무려 15분이나 늦게 이곳에 도착했었다.

“긴 말은 필요없이, 오늘 진행된 첫번째 임무에 대한 평가부터 하겠다. 이번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도착 시간의 준수다. 그 방법은 전혀 따지지 않겠다고 미리 공지도 했고. 따라서 그 기준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걸 염두에 두길 바란다. 먼저, 박해성 생도와 임희주 생도.”

박문호가 가장 먼저 호명한 생도는 24살의 박해성과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18살의 여고생 임희주였다.

그 둘은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자 침을 꿀꺽 삼키며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기대하는 표정을 그렸다.

“이 두 생도의 평가는 1점이다. 10점 만점이니 참고하도록.”

10점 만점에 1점.

그건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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