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62화 (6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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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SP에 대한 박문호의 설명이 끝났을 때, 생도들의 표정은 거의 비슷했다.

‘내 마력까지 잠기면 그게 무슨 소용인데?’

‘EMP랑 비슷하네. 내 장비, 네 장비 할 것 없이 전자장비라면 죄다 망가뜨리니까.’

‘이 신비 능력은 계륵이네, 계륵이야.’

하지만 단 한명, 김서준만은 달랐다

만약, 이 MPSP가 오직 마력만을 잠글 수 있다면, 내공을 지닌 김서준에겐 최고의 무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다들 왜 이런 쓸데없는 신비 능력을 기프트에 넣어놨냐는 표정이로구만.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결코 쓸데없는 능력이 아니다.”

박문호의 말은 생도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생각해봐라. 세상엔 너희들보다 강한 마력을 지닌 헌터들이 수두룩 하다. 항상 약한 상대만 만나라는 법도 없고. 만약, 훨씬 강한 헌터를 만났는데 도망칠 방법도 없고 결전을 피할수도 없다면 어찌 할테냐? 신태양 생도. 네가 대답해 보도록.”

느닷없이 지목당한 신태양은 잠시 뚱한 표정을 짓다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위기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 내 능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겁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적을 물리치면 되겠죠.”

뭔가 자신감이 가득한 대답이었지만, 이건 박문호가 바라는 답이 아니었다.

“재밌는 대답이지만 틀렸다. 그건 신태양 생도 한명한테만 통하는 내용이다. 이번엔, 이리나 생도가 대답해 보겠나?”

질문이 이리아에게로 옮겨졌다.

그녀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가 ‘아!’ 하는 표정이 되어 발랄하게 대답했다.

“방금 말씀하신 MPSP로 저와 상대의 마력을 모두 잠가버리고, 육탄으로 접근전을 벌이다 보면 빠져나갈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녀의 대답에 박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정답이다. MPSP는 바로 그런 용도이지. 예거로 활동하다가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위험에서 너희들의 생명을 구해줄 구명줄과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MPSP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모두들 파악했나?”

MPSP의 제대로된 효과를 위해 필요한 것.

그건 바로 마력을 쓸 수 없게 되었을 때도 적과 얼마든지 싸울 수 있는 맨몸 격투술을 확실하게 익혀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다들 이해했으리라 생각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정확히 10분 주겠다. 10분 안에 기프트 사용법을 완벽하게 터득해라. 기프트에 저장할 신비 능력은 세 개다. 5일에 한번씩 기프트에 저장할 신비 능력을 변경하게 될테니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박문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교탁 위에 있는 버튼을 꾹 눌렀다.

삥-

전자음과 함께 시청각실 천장에 커다란 시계가 나타났다.

[09:59]

쓸데없는 일에는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는다는 예거의 신조처럼 박문호는 정확하게 10분의 시간을 던져주었다.

그러자 생도들 대부분이 서둘러 상자를 열어서 기프트를 꺼내 사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미 예거 생활백서를 정독하고 나온 생도들은 별 어려움 없이 기프트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생도는 우왕좌왕이었다.

다행히 근처에 있는 다른 생도들을 따라 조작법을 익혔지만, 그들의 적응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은 이미 빠르게 모든 준비를 마쳤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한 전자시계 형태의 기프트.

그 안에는 정말 다양한 기능들이 잔뜩 탑재되어 있었다.

무려 12개나 되는 신비 능력 중에서 김서준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베리어와 마력보조, 그리고 신체강화였다.

기프트의 설정을 마치고 오른 손목에 착용하자, 착 하고 감긴다.

이질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프트의 착용감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단 2분만에 설정을 끝낸 김서준.

아직 8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던 그는 기프트에 담긴 기타 기능을 잠시 살펴봤다.

지금 김서준이 보고 있는 약 41mm 크기의 액정화면엔 이번 예거 훈련생들의 이름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김서준 자신을 포함한 총 10명의 생도들.

이리나(19), 신태양(20), 임희주(18), 박해성(22), 조태석(21), 안지운(23), 민소라(21), 최철민(24), 양휘(20).

이름 옆에 붙은 숫자는 생도들의 나이였다.

임희주가 18살로 가장 어렸고, 최철민이 24살로 가장 나이가 많았다.

이 상태에서 이름을 터치하면 추가적인 정보가 아주 간단하게 표시되었다.

[이리나/19세]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를 둔 혼혈

-신비, ‘샤먼 나이트’ 각성

-통역사로 활동 중에 생도로 발탁

정보에는 생도가 각성한 신비의 이름과 예거의 생도가 된 이유까지 나타나 있었다.

그런데 이리나가 통역사였다니 그건 몰랐다.

[신태양/20세]

-코스모 재단의 이사장 '신용화'의 아들

-신비, ‘진화’ 각성

-미국 소재 MPIT 학생으로 방학 중 여행 삼아 한국에 놀러 왔다가 생도로 발탁

이건 생도들 중 가장 높은 마력을 지닌 신태양의 정보였다.

‘신비가 진화라…. 이리나의 샤먼 나이트도 그렇고 명칭 만으로는 무슨 신비인지 예측하기가 힘드네.’

그나마 대략적으로 유추해 본다면, 샤먼 나이트는 영적인 능력과 관계가 있을 것 같았고 진화는 지속적인 성장과 관계가 깊어 보였다.

[임희주/18세]

-평범한 중산층 부모를 둔 여학생

-신비, '궁극기' 각성

-신비를 각성한지 2달된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제1 헌터 아카데미로 편입할 예정

[박해성/22세]

-해군 참모총장 박인권의 아들

-신비, '구현' 각성

-킹슬레이어 길드의 에이스 헌터로 활동 중에 생도로 발탁

이 두 사람의 배경은 극과 극이었다.

임희주는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가 최근에 각성한 케이스였고, 박해성은 참모총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직책을 지닌 아버지를 두고 이미 킹슬레이러라는 대형 길드의 에이스로 활동 중이었다.

‘어쩐지 박해성, 저 녀석 하는 꼴이 건방지다 싶더니만.’

교관의 말끝마다 토를 달던 박해성이 왜 그런 막된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신비는 이름 만으로도 어떤 능력인지 유추가 가능했다.

궁극기는 말 그대로, 최후의 일격처럼 강력한 특수 기술을 펼쳐내는 것일 테고, 구현은 뭔가를 생각하여 그걸 현실로 구현해 내는 능력이 틀림없었다.

‘다들 예거로 발탁될만 하네.’

나머지 생도들에 대한 것도 다 살펴봤는데, 평범한 신비를 가진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무속인의 아들인 조태석은 커넥트라는 신비를,

북두성 길드의 길드장을 아버지로 둔 안지운은 배틀모드라는 신비를,

명왕 길드의 길드장의 딸 민소라는 유체화를,

헌터 형사를 형으로 두고 있다는 최철민은 공간점프 신비를,

10대 건설사 중 하나인 쌍양 건설의 대표를 아버지로 둔 양휘는 중력장이라는 독특한 신비를 지녔다.

‘하나같이 배경이 장난이 아니구나.’

김서준의 아버지, 김주혁도 현무 길드의 사무장이긴 했지만, 길드장이나 참모총장, 대형 건설사 사장, 재단 이사장 같은 배경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제 이들도 기프트를 통해 다른 생도들의 신비와 집안 배경을 모두 알게 될 거라 어쩌면 훈련이 시작되자 마자 서로 금수저네, 흙수저네 하면서 편이 갈라질 지도 모른다.

‘기프트에 왜 이런 개인적인 정보까지 담아 놨지?’

예거라는 커다란 조직이 분란의 소지가 다분한 일을 아무 생각없이 해 놨을 리는 없다.

생각하건데, 일부러 이런 상황을 유도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금수저에겐 흙수저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을 경계하게끔 만들어 스스로를 채찍질 하라는 경고의 의미일 것이고,

흙수저에겐 집안 배경과는 아무 상관없이 얼마든지 금수저들과 동등한 위치로 올라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려는 의도.

하지만 과연 그 의도가 제대로 먹힐지, 아니면 오히려 생도들끼리 서로를 질시하고 미워하는 역효과를 만들어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문제였다.

김서준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1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시간 종료. 모두 그대로 일어나서 나를 따른다.”

박문호가 탁자를 두드리고는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 방향은 출입구 쪽이 아니었다.

시청각실 뒤쪽의 구석진 곳.

그곳 모서리엔 동그랗고 길쭉한 캡슐 같은 형태의 장치가 숨겨져 있었다.

“처음 이용하면 현기증이 날 수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박문호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대충 주의를 주고는 캡슐 안으로 올라섰고, 그 즉시 유리관이 닫히더니 그 유리관 위로 카운트 다운하듯 숫자가 찍혔다.

6. 5. 4. 3. 2. 1. 0.

푸슉

박문호를 태운 캡슐이 위쪽으로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처음보는 광경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 있을 때, 교관이 소리쳤다.

“뭘 그리 멍청하게 서있나! 이리나 생도부터 순서대로 탑승한다. 실시!”

다른 교관 둘이 생도들을 캡슐 안으로 빠르게 밀어넣기 시작했다.

이리나가 탑승하자마자 캡슐은 좀 전과 똑같이 카운트 다운 직후에 위쪽을 향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다음은 임희주였고, 그녀도 똑같았다.

김서준은 일곱 번째였다.

캡슐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김서준은 예거 생활백서에 설명되어있던 캡슐 이동장치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그는 이것이 예거 캠프의 지하2층에 위치한 훈련장까지 단숨에 이동시켜주는 초고속 이동장치라는 걸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차례가 되자 긴장감 없이 캡슐에 올라탄 뒤, 양 손을 가슴앞 쪽으로 가만히 모아두었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유리관 위로 0이 새겨진 순간,

푸슉

엄청난 중압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몸이 위쪽으로 튕겨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압력은 실로 엄청났다.

한 방향으로만 전해지는게 아니라 위에서, 혹은 좌우에서 몇 초간 지속되는 압력에 정신이 다 혼미해질 정도.

김서준은 이 압력이 거의 9G에 가깝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예거 생활백서엔 캡슐 이동장치 사용 시에는 두 팔을 가슴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뼈가 탈골되거나 정신을 잃을 수도 있으니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거기에 적혀 있기로는, 캡슐 안에서 순간적으로 받게 되는 중력의 힘이 거의 9G에 가깝다고 했다.

캡슐 이동장치로 움직이는 거리는 약 1.5킬로미터.

그 거리를 5초만에 돌파하는 것이기 때문에 캡슐은 거의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다.

다행히 캡슐에는 안전장치가 되어 있어, 급가속과 급재동 시에 탑승자의 안전을 충분히 보호해 준다.

다만, 자세가 좋지 않거나 아무 생각없이 캡슐 이동장치를 탔다가는 엄청난 중력의 힘에 혈관이 짓눌려 정신을 잃을 수가 있는 것이다.

5초가 지났을 때, 캡슐은 멈춰섰다.

김서준은 아찔함에 저절로 감겨졌던 눈을 떴다.

치이이익

캡슐의 유리관이 열리자 예거 교관들이 입는 독특한 남청색 제복을 걸친 사내가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생도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해 보겠나?”

“김서준. 2015년 8월 XX일.”

김서준이 너무도 또박또박 대답하자 교관이 살짝 놀라는 얼굴이었다.

“혼자 나올 수 있겠나?”

“네.”

김서준은 캡슐 밖으로 아무렇지 않게 나왔다.

밖은 야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넓은 공원 같은 장소였다.

그런데 주변에 6개나 되는 똑 같은 모양의 캡슐이 땅 위로 솟아나와 있었다.

그 앞에는 김서준보다 앞서 캡슐에 올라탄 생도들 몇이 쓰러져 있었다.

임희주와 박해성은 아예 기절이라도 한건지 간이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이리나와 민소라, 조태석은 연신 구토 중이었다.

김서준보다 먼저 캡슐에 탄 생도 중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건 신태양 뿐이었다.

김서준이 아무 문제없이 몸을 가누는 걸 확인한 교관은 한쪽을 향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곳엔 박문호가 가슴 앞에 홀로그램 패널을 띄워놓고 뭔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때, 또 다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더니 김서준 옆 쪽으로 새로운 캡슐이 불쑥 솟아났다.

그 안에는 안지운이 타고 있었는데, 그는 유리관이 열렸음에도 꼼짝을 안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교관이 박문호 쪽으로 엑스 표시를 그려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최철민을 어깨에 둘러맨 뒤 근처의 간이 침대에 눕혔다.

다음으로 도착한 생도는 최철민.

그는 기절까지는 아니었지만 혼자 힘으로 몸을 추스리지 못했다.

교관의 도움을 받아 캡슐 밖으로 나온 그는 어지러운 듯 비틀대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휴식을 취했다.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생도는 양휘였다.

그는 김서준 만큼이나 멀쩡한 모습으로 아무 문제없이 혼자서 캡슐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멀쩡하게 혼자 힘으로 서 있는 생도들 옆에 나란히 서게되었다.

박문호는 그런 세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김서준, 신태양, 양휘.

이 세 사람은 캡슐이 도착한 이후 제 힘으로 걸어서 나온 생도였다.

“너희 셋은 지금부터 곧바로 체력 테스트에 들어간다. 담당 교관의 지시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테스트를 끝내도록. 그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남들보다 긴 시간을 쉴 수 있게 된다. 단, 마력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교관?”

박문호가 이 교관이라는 사람을 부르자 피도 눈물도 없어보이는 교관 하나가 터벅 터벅 다가오더니 손목에 찬 기프트를 조작했다. 순간,

피이이잉-

교관의 기프트에서 뿜어진 마력 파장이 주변 10미터를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그 파장에 노출된 세 사람은 자신의 몸에 있던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김서준을 제외한 두 사람이 현기증을 느끼듯 휘청거렸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박문호는 여전히 멀쩡해 보이는 김서준을 의외인 듯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것이 MPSP의 효과다. 생도들은 이 상태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지금 즉시 교관을 따라 테스트 장소로 이동한다. 출발!”

여유라고는 조금도 없다.

이 교관은 벌써 뛰어가기 시작했고, 그 뒤에 김서준이 바짝 따라붙었다.

하지만 신태양과 양휘는 아직 마력이 사라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비틀거리며 억지로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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