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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68화 (68/153)

68

“왜 그러신 겁니까?”

드론이 촬영하고 있는 화면을 지켜보는 박문호 옆으로 젊은 교관이 다가왔다.

“뭐가?”

“이틀 후에 균열 앞으로 대대병력과 일반 예거요원 절반을 소집시키셨지 않습니까?”

“그랬지. 근데, 그게 왜?”

“아까는 생도들한테 레이드를 끝까지 진행하는 똥멍청이 같은 짓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도 설마 페이즈 2를 넘길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교관은 정말 궁금했다.

박문호가 그렇게 강력하게 경고를 했는데, 설마 생도들이 교관의 말을 어기고 레이드를 끝까지 진행할까 싶었다.

“이 교관은 녀석들이 내 말을 100% 따를 거라 생각하나?”

“지금까진 다들 쭉 그래왔으니까요.”

교관의 대답에 박문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걸? 이 균열의 보스는 세 마리야. 거기다 셋 다 C등급 오르크족 엘리트지.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

“알죠. 보스를 잡기만 하면 블루급 마석 세 개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거잖습니까?”

“그래. 그걸 생도 녀석들이 모를까? 당연히 알겠지. 블루급 마석 한개면 한방에 마력을 30이나 높일 수 있어. 적어도 1, 2년 균열 안에서 빡세게 굴러야 높일 수 있는 마력을 한번에 얻을 기회를 그냥 버리겠냐고. 절대 아니지.”

박문호는 알고 있었다.

생도들이 절대 페이즈 2에서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그런데도 그냥 내버려 두신다고요?”

“누가 내버려 둔데? 그래서 대대병력 준비시켰잖아.”

“그걸로 되겠습니까? 페이즈 3까지 가서 레이드를 성공시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래서 우리가 가서 도와줘야 한다 이건가?”

“자칫 잘못하면 전부 죽습니다!”

“그건 또 아니야. 녀석들도 그 정도로 머리가 없진 않거든. 위험해지면 알아서 물러설거다. 우린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면 녀석들을 데리고 무사히 귀환하면 되는 것이고.”

박문호는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교관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예거 생도가 첫 교육생인 신입 교관이라 이런 식의 훈련은 생각도 못했다.

“정말 괜찮은 겁니까?”

“아무도 안죽는다니까 그러네. 내가 12년 동안 졸업시킨 생도만 100명에 가까워. 이 교관도 그중 하나였으니까 잘 알잖아. 아무튼, 지금까지 이 훈련에서 목숨을 걸고 끝까지 보스룸에 남아 있던 녀석들은 단 하나도 없었다니까? 다들 살 길은 알아서 찾아오니까 걱정말라고. 녀석들도 예거라면 물러날 때를 알 거야.”

“후…. 알겠습니다.”

교관은 걱정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더 이상은 따지지 않았다.

“그보다, 이 교관. 우리가 생존장비 상자에 준비한 아티팩트가 몇 개였지?”

“다섯 개죠. R-MPSP 슈트, 공간 글러브, 마력방패, 화망 스피어, 용기의 호각. 이렇게요.”

“맞지? 내가 알기로도 분명 다섯 개가 맞는데 참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요?”

“아까 김서준 생도가 가장 먼저 챙긴 물건이 뭔지 봤어?”

박문호는 무척이나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이 교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보긴 했습니다. 무슨 구슬 같은 거던데. 그게 왜요?”

“이 교관은 이상하지 않아? 김서준 생도가 그 구슬을 제외하고는 정확하게 아티팩트만 우선적으로 골라잡았다는 사실 말이야.”

“운이겠죠.”

“그게 과연 운일까? 난 아니라고 보거든. 녀석은 그게 아티팩트라는 걸 알고 있었던게 분명해.”

“그럼 처음에 잡은 구슬도 아티팩트였어야죠. 하지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내가 보기엔 그 구슬도 아티팩트인 것 같거든.”

“에이. 그럴리가요. 상자에 하도 이것 저것 막 섞어 놓다보니 쓸데없는 부품이 하나 쓸려 들어간 거겠죠. 사전에 검사했을 때, 아티팩트는 딱 다섯 개 뿐이었습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흐음….”

이 교관이 워낙 확실하다고 하니 박문호도 더 이상은 따지기가 뭐했다.

‘내가 잘못 본건가?’

박문호는 조용히 김서준의 행동을 되새겼다.

눈을 비비는 척 하다가 돌연 한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단번에 꺼내 든게 먼지가 수북히 쌓인 희뿌연 구슬이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그 다음 행동이 놀라웠다.

꽁꽁 숨겨놓은 아티팩트 두 개를 단숨에 찾아내더니 비슷한 시점에 아티팩트를 찾아낸 다른 생도를 바라보며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던 광경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교관들에게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 하고, 그렇다고 아티팩트를 찾아내는 스캔 장비를 지닌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박문호는 고민하고 또 고민해 봤지만, 끝내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

생도들은 울창한 정글 숲을 대략 1킬로미터 정도 이동하고서야 멈춰섰다.

그들이 있는 곳은 가파른 경사지대가 평지로 바뀌는 곳으로, 어렵게 찾은 공터였다.

약 30미터 반경에 나무가 하나도 없어 베이스 캠프로 삼아도 될 것 같았다.

“일단 여길 캠프로 삼자.”

최철민은 CDT의 붉은 바늘이 조금씩 흔들리는 걸 보며 그렇게 말했다.

바늘의 흔들림이 세질수록 목표점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이 정도 흔들림이면 몬스터 무리가 있는 장소까지의 거리는 기껏해야 1킬로미터 정도.

이곳에 캠프를 설치한 뒤 몬스터 토벌에 나선다면 여러모로 편리해 진다.

베이스 캠프 설치는 복잡할게 없었다.

평지를 찾아 다량의 풀을 깔고 그 위에 돗자리 같은 걸 올리면 끝.

마지막으로 메고 있는 가방을 네 귀퉁이에 놓으면 4인용 휴식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간단한 캠프를 만들어 놓고, 챙겨온 장비를 늘어놓은 뒤 몬스터의 접근을 경고해줄 간단한 트랩을 설치했다.

그런데, 세 사람은 완전 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서준, 이리나, 임희주.

이 셋은 엄청난 양의 장비를 챙겨왔는데, 그 안에는 텐트와 침낭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생도들과 조금 떨어진 장소에 일정 거리를 두고 세 개의 텐트를 설치하고 그 안에 챙겨온 짐을 풀어 놓았다.

다들 부러운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지만 두 사람만은 고까운 눈빛이었다.

“누군 뭐 그런거 챙겨오기 싫어서 안 챙겨왔나? 그 무거운 짐들을 들고 보스룸까지 어떻게 찾겠다는 건지…. 그 전에 쓰러져서 우리한테 짐이나 떠넘기지 마라.”

늘 불평불만이 많은 박해성이 가장 먼저 투덜댔고,

“내 말이. 임희주, 넌 그동안 오냐 오냐 해주니까 또 흉내내기 버릇이 도진 거야? 김서준하고 이리나 따라하다가 네 바지 가랑이 찢어지는 건 생각도 안해? 아우, 답답해.”

민소라가 임희주를 곱지 않은 눈으로 째려봤다.

그런데 갑자기 임희주가 민소라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자기 쪽으로 오라며 손짓했다.

“언니도 이리 들어와요. 텐트가 커서 세 사람은 충분히 쉴 수 있을 거 같아요.”

“….어? 정말 그래도 돼?”

민소라는 임희주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는 듯, 괜히 쑥쓰러워하며 한번 더 확인했다.

“그럼요. 이렇게 큰 텐트를 혼자 써서 뭐하게요. 안그래요, 리나 언니?”

“어차피 삼일간 함께 동거동락해야 하는데 다 같이 편히 쉴 수 있으면 좋은 거니까. 거기 오빠들도 이 텐트 써요. 난 희주랑 소라 언니하고 한 텐트 쓰면 되니까.”

이젠 이리나까지 자신의 텐트를 다른 생도들에게 양보했다.

그러자 불만을 쏟아내던 박해성이 가장 먼저 튀어왔다.

“이 텐트는 내가 찜!”

박해성은 바람처럼 달려와서 자기 짐부터 텐트 안에 던져 넣었다.

그 다음은 안지운이었고, 점잔을 빼던 양휘마저 괜한 헛기침을 하며 텐트 쪽으로 슬그머니 다가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생도들의 시선이 김서준에게로 향했다.

특히 최철민과 조태석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그 둘은 김서준이 한 마디를 해 주길 애타게 바라고 있었다.

제발 우리가 텐트를 함께 사용해도 된다고 말해줘, 라고 말이다.

그때, 김서준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손가락 두 개를 펼쳐보였다.

“딱 두 명입니다. 선착순으로.”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였다.

누군가가 바람처럼 움직여 김서준의 텐트 안으로 다이빙 하듯 몸을 날렸다.

텐트 한쪽에 가방을 놓고 그걸 배개삼아 드러누운 생도는 다름아닌 신태양이었다.

“양 씨하고는 한 텐트에 있고 싶지 않다고.”

신태양은 양휘와 견원지간이었다.

나이도 같고 마력 수치도 1, 2위를 다투는 사이라 늘 서로를 경계하고, 깔아내리려 애썼다.

신태양 입장에서는 양휘와 한 텐트에 있는 건 죽기보다 싫은게 당연했다.

“그럼 나도 실례.”

어느새 최철민까지 귀신 같은 움직임으로 텐트에 들어서고 있었다.

김서준이 말한 선착순 두 명은 이걸로 끝이었다.

이제 막 뛰어가려던 조태석이 순간 얼음이 된 듯 멈춰서고 말았다.

여자용 텐트에 세명, 이리나가 양보해 준 텐트에 세 명, 김서준의 텐트에도 세 명.

딱 딱 맞는 인원으로 텐트에 인원이 배치되고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된 것이다.

마치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조태석.

그때 그에게 구원의 손길이 뻗어졌다.

“야, 조태석.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라. 이 텐트에서 가장 연장자인 내가 특별히 네 입실을 허락하마.”

보다못한 안지운이 조태석을 불러들인 것.

그 말에 조태석은 금새 환하게 웃으며 안지운이 있는 텐트로 달려갔다. 그때,

“대신, 텐트 정리는 네 몫이다. 그 정도는…. 알지?”

안지운이 조태석을 텐트 안으로 들이며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어…. 뭐. 휴…. 알았어.”

맥 빠지는 소리를 내며 조태석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넌 그걸 어디서 난 거냐?”

최철민은 잔뜩 늘어놨던 장비들을 마법진 속으로 휙휙 집어 넣는 김서준을 보고 기가막혀 했다.

“상자 속에 있던데…. 형은 아티팩트 발견한거 없어요?”

당연히 없다.

하지만 김서준은 모르는 척 했다.

“아티팩트를 다 수거해 가길래, 생존장비 중에 아티팩트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까 보니까 희주랑 조태석이도 뭔가 챙긴 것 같던데. 그리고…. 너도 챙긴 거 있지 않냐?”

김서준이 신태양을 돌아보며 묻자, 편히 누워있던 신태양이 한쪽 눈만 슬며시 떴다.

“야, 김서준이. 넌 인마, 한 살 위는 형으로 안보이냐?”

“위로 세 살 까지는 다 친구인 거야. 철민이 형은 다섯 살이나 위니까 당연히 형님 대접 하는게 맞고. 꼬우면 나이 더 쳐드시던가.”

김서준은 결코 유한 성격이 아니다.

상대가 좋게 나오면 한없이 부드럽지만, 관계가 뒤틀리는 순간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물론, 이곳의 생도들 중에는 그렇게까지 뒤틀린 관계로 이어지진 인물이 아직 없었다.

“이거 웃기는 자식일세. 그럼 세 살 아래 동생도 너한테 말 까도 된다는 거네?”

“너 바보냐? 내가 말했지. 위로 세 살까지라고. 아래로는 단 한살도 허락 못하지.”

“너는 되고 남은 안된다? 내로남불이냐?”

“어. 내 맘이고, 내 기준이다.”

“둘 다 그만. 삼일간 한 텐트에서 지내야 하는데 벌써부터 트러블이야? 그만하고 밖으로 나와. 이제부터 어떡할건지 의견이나 나눠보자.”

최철민이 두 사람을 말리고는 김서준부터 끌고 나갔다.

밖에는 이미 일곱 생도가 모두 모여 대화 중이었다.

그러다 최철민 등이 나타나자 안지운이 손짓했다.

“빨리 와서 앉아봐.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

“그게 뭔데?”

최철민이 안지운 맞은편에 앉고 그 옆에 김서준과 신태양이 나란히 앉았다.

“너희들은 알고 있었어? 생존장비 상자에 아티팩트가 섞여 있었다는 거.”

방금 전 그 이야기를 나눴던 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뭐, 대충 알고는 있다만.”

최철민이 얼버무리듯 대답하자 안지운이 말을 이었다.

“희주는 마력 방패를 주웠고, 상필이는 용기의 호각이라는 걸 얻었다는데? 혹시 너희들 중에도 아티팩트 찾은 사람 있나 해서.”

임희주가 찾은 마력 방패는 마력을 방패에 덧씌워 상대의 공격이 지닌 파괴력을 30%나 상쇄시키는 효과를 지녔다.

조태석이 얻은 용기의 호각은 일종의 버프 장비였고, 전투 중 호각을 불면 아군의 사기를 크게 올려준다.

안지운의 설명이 끝나자 김서준이 손을 슥 들었다.

“저도 공간 글러브를 주웠습니다만.”

김서준은 회색빛 장갑을 낀 오른 손을 살살 흔들어 보였다.

안지운은 아티팩트를 찾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고, 김서준은 자진해서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그가 찾은 아티팩트가 한 개가 아니라 세 개라는 건 말하지 않았다.

“공간 글러브? 어쩐지…. 짐을 이상하게 많이 챙긴다 싶더니만, 다 이유가 있었네. 다른 사람은?”

“끄응. 뭐 이런걸 굳이 말해야 하나 싶지만, 물으니까 말해줍니다. 저도 하나 찾았습니다.”

신태양이 마지못해 자진으로 신고했다.

그가 얻은 건 화망 스피어.

50센티 길이의 단순한 쇠막대기처럼 생겼는데 창을 휘두르면 반경 5미터 범위로 커다란 불의 그물이 펼쳐진다.

불의 위력이 엄청 센건 아니지만 그물에 갇히면 약 3초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종의 스턴 상태에 빠지게 된다.

거기다 몸에 불까지 옮겨 붙어서 쉽게 꺼지질 않아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효과까지 지녔다.

신태양의 설명을 들은 생도들은 모두 ‘오, 나쁘지 않은데?’ 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찾은 R-MPSP 슈트보다 훨씬 좋네.’

김서준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건 효과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효과가 좋으면 뭐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쫄쫄이 전신 타이즈를 입고 다닐 자신이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김서준의 시선에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리나가 보였다.

‘리나가 입으면 적어도 흉해보이진 않겠는데?’

김서준은 쫄쫄이 전신 타이즈 슈트를 입은 이리나를 잠시 떠올렸다. 그러다 금방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어우, 씨. 이거 안되겠다. 몸매가 너무 도드라져 보이잖아!’

상상 속 이리나의 모습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했다.

너무 훌륭해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을 정도.

‘이거 줬다간 변태로 낙인 찍히겠다.’

김서준은 쫄쫄이 전신 타이즈를 이리나에게 주겠다는 생각을 바로 접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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