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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69화 (69/153)

69

캠프를 꾸리고, 작전을 짠 뒤 선발대 6명이 몬스터 무리를 찾으러 움직였다.

그들이 정글 숲으로 들어간지 약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쿠워어어

크롸라라라락

캠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울려퍼지는 몬스터의 괴성들.

곧이어 땅을 울리는 묵직한 진동까지 전해졌다.

“갑자기 뭐야?”

조태석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고, 캠프에 남아 있던 생도들 모두 급히 전투태세를 갖췄다.

캠프엔 네 명만이 남아 있었다.

조태석과 민소라, 임희주, 그리고 박해성까지.

이들 넷은 다른 생도들에 비해 신체능력이 조금 떨어지기에 캠프에 남아서 짐을 지키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들만 남은 상태에서 몬스터의 습격이라니.

“겁먹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

그나마 박해성이 나서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박해성과 조태석은 몬스터들이 달려드는 방향으로 뛰쳐나갔고, 민소라와 임희주는 뒤쪽에 남아 원거리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났을 때,

콰지직!

우르릉!

숲의 울창한 나무들이 마구 쓰러지며 그 사이로 이십여 마리의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대부분 늑대처럼 생긴 울프즈 계열의 몬스터였는데, 붉은 갈기가 있는 걸로 보아 울프즈 중에서도 가장 난폭하고 강한 레드종이었다.

놈들은 등장과 동시에 다짜고짜 캠프를 향해 돌진했다.

조태석과 박해성은 초짜가 아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힘을 합쳐 울프즈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몰려온 몬스터들은 울프즈 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후 다른 방향에서도 구울들이 나타나 민소라와 임희주를 공격했다.

캠프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세 곳에 설치해 놓은 텐트는 물론이고, 중앙에 피워놓은 모닥불까지 몬스터들과의 전투로 인해 모조리 엉망진창이 되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네 명의 생도는 큰 부상 없이 모든 몬스터들을 해치울 수 있었다.

총 34마리.

이 몬스터들은 왜 갑자기 캠프로 몰려와 미친듯이 공격한 것일까?

박해성은 완전히 찢겨나간 텐트와 박살난 장비들을 보며 어처구니 없어 했다.

그때 선발대가 돌아왔다.

그들은 난장판이 된 캠프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크게 놀랐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삼일 간 편하게 지낼 텐트가 생겨서 좋아라 했는데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전부 망가지고 말았다.

텐트 뿐만이 아니다.

생도들이 텐트 안에 놓고 간 생존장비들도 상당수가 부서졌고, 다량의 음식도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우리도 궁금하다고요. 대체 이 몬스터들이 어디서 왔고, 왜 여길 공격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단 말입니다.”

박해성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때, 조태석이 재만 남은 모닥불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희주가 여기에 모닥불을 피우고 10분인가 뒤에 갑자기 들이닥쳤어요.”

조태석은 임희주를 바라봤다가 다시 최철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모닥불? 밤도 아닌데 왜 모닥불을 피웠지?”

최철민이 묻자 임희주가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박해성을 힐끔거렸다.

“해성 오빠가 모기들이 득실거리는 거 싫다면서 허브잎을 줬어요.”

“허브잎?”

최철민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모닥불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나뭇가지로 잔해를 뒤적여 타다만 허브잎을 찾아냈다.

그걸 집어든 최철민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이건 코르시카 바질이잖아! 여기서 이걸 태우는 미친 놈이 어디있냐고!”

최철민이 버럭 화를 내며 박해성을 향해 소리쳤다.

코르시카 바질.

이건 허브잎의 한 종류였지만, 모기나 곤충들이 싫어하는 허브가 아니라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제였다.

코르시카 바질에는 허브향 외에 독특한 향이 추가로 나오는데, 그 향을 몬스터가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 몬스터 사냥을 다니는 헌터들은 대부분 이 코르시카 바질을 가지고 다니며 일부러 불을 피울 때 던져 넣어 몬스터를 끌어들인다.

그 바질이 모닥불 잔해에서 나왔다는 건, 박해성이 일부러 몬스터를 이곳으로 불러들였다는 의미였다.

“무슨 소립니까? 코르시카 바질이라니요? 여기 보시라고요. 전 허브 민트만 가지고 다니지 코르시카 바질은 코딱지 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 어?”

박해성 역시 화를 내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그가 흔들어 털어낸 가방에서 떨어져 내린 허브잎은 누가봐도 코르시카 바질이었다.

일반 바질과 똑같이 생겼지만 코르시카 바질은 잎 중심부에 보라빛 얼룩이 존재한다.

바닥에 떨어진 바질 잎들은 전부 보라빛이 돌고 있었다.

“이, 이게 왜 여기에….?”

“너, 이 새끼! 일부러 그런거 맞구나!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아니라고 할 거야?”

최철민은 평소에도 박해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늘 사람 좋게 웃는 얼굴로 성질한번 내지 않았지만, 이번 만큼은 그도 참을 수 없는지 욕설까지 내뱉었다.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 내가 미쳤다고 여기서 코르시카 바질을 태우냐고요!”

“그럼 이 잎은 뭔데? 네 평가 점수가 다른 생도보다 달리니까 다 같이 최저점 받자고 물귀신 작전 쓰는 거 아니야?”

“아, 몰라요! 난 분명 아니라고 했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믿던 말던 알아서 하란 말입니다.”

박해성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신경질 적으로 쏘아붙이고는 자신의 짐을 챙겼다.

“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분탕질을 해 놓는구나.”

최철민은 그런 박해성을 계속해서 노려봤다.

두 사람이 그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민소라와 임희주 근처에 모여 있었다.

“나도 봤는데, 분명 해성 오빠가 희주한테 시켰어요. 가방에 허브잎이 있으니 꺼내서 태우라고. 저도 그게 코르시카 바질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고요.”

민소라가 임희주를 대신해 증인으로 나서주었다.

그러자 다들 박해성이 이번 일의 범인이라는 걸 알고 표정이 안좋아 졌다.

“죄송해요. 제가 좀 더 주의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데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허브잎이 있다는 건 지금 처음 알았어요. 제가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언니, 오빠들한테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습니다. 미안해요. 죄송하고. 면목이 없어요.”

임희주는 모든게 자기 잘못인것처럼 연신 사과했다.

그러자 민소라와 이리나가 모두 네 잘못이 아니라며 임희주를 다독여 주었다.

그때, 김서준은 바닥에 떨어진 코르시카 바질 잎을 집어 들고 가만히 향을 맡고 있었다.

여자들이 쓰는 화장품 향과 상당히 비슷한 향을 풍기는 코르시카 바질.

김서준은 이 향을 누군가에게서 느껴본 적이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자연적으로 그 누군가를 향해서 움직였다.

***

생도들은 캠프를 버렸다.

텐트는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고, 상당 수의 생존장비도 부숴졌기에 베이스 캠프는 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

그들은 다 같이 선발대가 찾아낸 몬스터들의 군락을 향해 이동했다.

그 와중에 김서준이 생도들의 짐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간 글러브는 무려 3㎥의 아공간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생도들의 짐을 담아도 여유 공간이 흘러 넘쳤다.

하지만 김서준은 아무 대가도 없이 아공간을 대여해 주지 않았다.

자신의 아공간을 대여해 주는 대신, 불침번이나 경계조 역할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 요구는 바로 받아들여졌다.

그 덕에 김서준은 상당히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몬스터 군락은 대략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약 2백여 마리가 모여 있었는데, 죄다 노옴이었다.

비루먹은 개와 같은 외형을 지닌 노옴은 이족 보행을 하는 몬스터로 창이나 방패 같은 무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할 줄도 알았다.

한 개체로만 봤을 땐 무척이나 약한 몬스터지만, 늘 집단으로 움직이고 함정을 파거나 유인하는 등의 머리를 쓸 줄 알아 우습게 볼 수 없는 놈들이었다.

생도들은 노옴 군락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몸을 숨긴 채, 놈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의논했다.

그 결과 이곳에 함정을 파놓고 놈들을 끌어들여 한꺼번에 때려잡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박해성은 코르시카 바질 잎 사건 이후로 생도들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자기 잘못이 없다며 억지를 부리는 태도에 생도들 또한 화가 나서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생도였고, 함께 훈련을 마치고 귀환해야 했기에 그룹에서 쫓아내지는 않았다.

계획이 세워지자 모두 한마음이 되어 함정을 준비했다.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뾰족한 나무를 거꾸로 꽂아 넣었다.

질긴 넝굴을 엮어 밧줄을 만들고 발목 높이에 설치해서 건드리면 무거운 바위가 쏟아지게 했다.

울창한 숲은 함정을 숨기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사실 이런 지형은 신비를 사용해 대규모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생도들에겐 오히려 불리했다.

키가 인간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는 노옴들에겐 오히려 정글이 유리한 셈.

하지만 그럴수록 노옴들이 방심을 할테고 쉽게 함정에 걸려들게 되리라.

사실, 2백 마리 정도의 노옴이면 생도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했다.

단숨에 수십마리를 죽여버리면 겁먹은 노옴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리라.

그러나 그렇게 되면 놈들을 몰살시키는게 어려워진다.

몬스터들을 해치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마석 때문이다.

마석은 확률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많이 죽여야 마석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이 주변엔 노옴 군락만 있는게 아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오크 군락도 있었고, 고블린 대부족이 숨어사는 동굴도 존재했다.

그래서 노옴들이 도망치면서 주변을 소란스럽게 만들지 않게 함정으로 끌어들여 몰살시키려는 것이다.

약 2시간에 걸친 작업으로 함정이 준비됐다.

노옴들을 이곳으로 유인하는 역할은 세 명의 생도가 맡기로 했다.

김서준, 신태양, 양휘.

생도들 중, 이 셋이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고, 예상 외의 일이 생겼을 때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 강한 실력을 갖췄기 때문.

김서준은 두 생도와 함께 노옴의 군락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

노옴들을 끌어들이는 건 대 성공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한방에 성공한 건 아니었다.

김서준과 두 생도는 노옴 군락 앞으로 당당히 나서서 돌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놈들을 유인했지만 노옴들은 이제 막 식사를 마친 상태라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노옴들이 직접 만든 구식 활로 김서준 일행을 향해 쏘아댈 뿐.

그러자 김서준이 천궁시를 펼쳤다.

날카로운 돌조각 몇 개를 주워서 천궁시를 이용해 내던진 순간, 노옴들 머리가 펑펑 터져나갔다.

단숨에 일곱 마리가 죽어버리자 노옴들이 흥분했다.

이 노옴 군락을 이끄는 대장 노옴이 무식하게 큰 메이스를 들어올리며 공격을 명령했고, 2백에 가까운 노옴들이 일제히 세 사람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울창한 숲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며 노옴들을 유인했다.

놈들은 동료들의 죽음에 눈이 돌아갔는지 앞 뒤 재지 않고 달려들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숲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기고 기다리고 있던 생도들은 김서준 일행이 노옴들을 이끌고 나타나자 바로 함정을 발동시켰다.

피잉!

밧줄이 당겨진 순간 나무 위에 살짝 얹어 놓았던 커다란 바위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바위를 피해 도망치던 노옴들은 곳곳에 파놓은 구덩이에 빠졌고, 그 아래에 설치된 뾰족한 창에 찔려 절명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노옴 백여마리가 함정에 죽었다.

깜짝 놀란 대장 노옴은 이대로 공격을 계속할지, 도망을 쳐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숨어있던 생도들이 일제히 뛰쳐나오며 남은 노옴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생도들의 무력은 노옴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생도들은 검과 창, 도를 휘두르며 한번에 한마리씩 확실하게 죽여나갔다.

특별히 신비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그간 훈련을 통해 배운 전투기술로 노옴들을 충분히 처치할 수 있었다.

키아아악!

크와아악!

노옴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울려퍼졌다.

숲은 순식간에 노옴들의 시체로 가득찼다.

목이 잘리고, 배가 갈라진 노옴들이 바닥에 엎어지며 피가 온 숲을 붉게 물들였다.

전투는 길지 않았다.

약 20여분.

그 짧은 시간에 2백마리에 가까운 노옴이 모조리 전멸하고 만 것이다.

생도들 중 가장 많은 노옴을 죽인 건 양휘였다.

양휘는 창을 주 무기로 사용했는데, 나무로 꽉 찬 숲인데도 그 좁은 틈에서 창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휘두르거나 돌리는 기술 대신, 비좁은 틈 사이로 창을 찔러 넣어 한번에 두 세마리씩을 꼬치처럼 꿰어 죽였다.

양휘 다음은 신태양이었다.

신태양이 즐겨 쓰는 무기는 언월도.

언월도 또한 이런 울창한 숲에선 사용이 무척이나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신태양은 나무와 노옴을 한꺼번에 베어버리는 무식한 힘을 자랑했다.

세 번째는 김서준이었다.

김서준은 단검을 무기로 썼다.

나무를 교묘하게 장애물처럼 이용해 가며 노옴들의 목이며, 가슴, 팔, 다리에 끊임없이 구멍을 뚫었다.

김서준의 움직임은 날다람쥐가 따로 없었다.

김서준이 나무를 박차며 이리 저리 뛰어다닐 때마다 노옴들의 머리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20여분이 흘렀을 때, 전투는 막을 내렸다.

끄어어어억!

대장 노옴이 목에 박힌 단검을 부여잡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쿠웅

다른 노옴들에 비해 덩치가 두 배나 큰 대장 노옴.

놈이 쓰러졌을 때, 살아있는 노옴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생도들은 곧바로 노옴들의 시체에서 내단이 나왔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확률 상으로는 오렌지급 마석 두 개 정도는 나와야 하는 상황.

잠시 후.

“여기 하나 찾았다!”

“여기도요!”

“어? 나도 찾았는데?”

여기 저기서 마석을 찾았다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게 2백이나 되는 노옴들의 시체를 모조리 뒤진 결과는 꽤나 의외였다.

“다섯 개? 고작 2백마리 잡고 마석이 다섯 개나 나왔어?”

최철민은 생도들이 모아온 마석이 다섯 개나 되는 것에 크게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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