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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70화 (70/153)

70

처음만 복잡했을 뿐, 두번째 사냥 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노옴들과의 첫번째 전투에서 다섯 개의 마석을 찾은 것에 힘입어 생도들은 곧바로 2차 전투를 진행했다.

목표는 1킬로미터 떨어진 절벽 지형에 대규모 부락을 이루고 있는 고블린 들.

이번엔 딱히 함정 같은 걸 준비하지 않고 생도들 모두 한꺼번에 전투에 돌입했다.

동굴에 살고 있는 고블린들의 수는 거의 4백이나 된다.

하지만 이놈들은 겁이 많아서 숫자가 아무리 많아봐야 한번 꺾인 기세를 두 번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었다.

놈들은 처음에만 반짝 사납게 덤벼들었을 뿐, 동족들이 우수수 쓰러지기 시작하자 바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기나긴 추격전의 시작이었다.

사방으로 도망친 고블린들을 잡기 위해 생도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 뒤로 무려 4시간이 지나서야 생도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고블린 부락이 있는 동굴 앞에 모인 생도들.

리더나 다름없는 최철민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열 한개의 마석을 보고 꽤나 어이없어 했다.

“일차 목표는…. 벌써 끝내버렸는데?”

“그러게요. 우리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원래 확률이 이렇게 좋은 건지 헷갈립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안지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어떡할까? 오늘은 해가 졌으니 일단 잘곳부터 마련하고, 내일 하루 더 사냥을 해 볼까? 아니면, 내일 바로 보스룸으로 향해?”

“하루 더 사냥 합시다.”

대답은 양휘에게서 나왔다.

만약 내일 하루 더 사냥해서 비슷한 숫자의 마석을 얻게되면 굉장한 이득이었다.

비록 오렌지급 마석 밖에 나오지 않겠지만, 일인당 마석 두 개씩이면 마력을 적어도 5에서 10까지 올릴 수 있었다.

평범한 헌터들이 반년이상은 걸려야 올릴 수 있는 마력을 이틀만에 얻게 되는 것이니 어찌 욕심이 나지 않을까.

“다른 의견은?”

“저도 동의요.”

“동의합니다.”

“까짓거 하루 더 빡세게 굴러보죠 뭐.”

다들 양휘의 의견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좋아. 그럼 쉴 곳부터 찾자.”

그렇게 생도들은 고블린 부락을 벗어나 좀 더 산 위쪽을 향해 움직여 갔다.

적당한 곳을 찾은 생도들은 바로 평탄화 작업을 하고, 풀을 모아 푹신하게 쉴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나마 남은 음식을 이용해 주린 배를 채웠다.

캠프가 습격당하는 바람에 하루치 식량이 날아가 버린 터라, 배불리 먹을 여건은 되지 않았다.

그나마 김서준과 임희주, 이리나가 무리하게 많은 음식을 챙겨온 덕에 최소한의 허기나마 채울 수 있었던 것.

생도들은 세 사람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그날 밤, 김서준은 중간에 깨서 불침번을 서지 않았던 덕에 꿀잠을 잘 수 있었다.

다른 생도들은 한 시간에 한명씩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야 했지만, 김서준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대해 김서준에게 불만을 갖는 생도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균열 안에서의 첫날이 저물어 갔다.

***

“간격을 더 좁혀!”

최철민은 수많은 오크들을 상대하는 와중에도 생도들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걸 계속해서 챙겼다.

오늘 사냥감은 오크.

평범한 푸른 오크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전투에 능한 붉은 오크였으면 부상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을만큼 오크들의 저항은 거셌다.

“협곡으로 도망친 놈들은 나중에 잡는다! 우선 이곳에 남은 놈들부터 해치우자고!”

“양휘! 그쪽으로 세 놈 도망친다!”

“안지운! 뒤 좀 보면서 싸우라니까!”

“신태양! 혼자 앞서 나가지 말고 박해성하고 합을 맞춰!”

최철민은 바빴다.

그 자신도 오크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도 주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김서준은 그런 최철민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팀을 운용하는 일에 굉장히 익숙해. 아무리 헌터 형사가 형이라도 그렇지 이건 베테랑 헌터와 다름이 없잖아?’

최철민은 익숙한 정도가 아니라 균열만을 찾아다니며 몬스터 사냥과 레이드를 하는 전문 사냥꾼 같았다.

그의 신비인 공간점프는 공격에도 강한 위력을 보였지만, 전장을 여기 저기 날아다니며 부족한 곳을 채워주는 역할에도 제격이었다.

틈이 날 때마다 공중 10여 미터 높이로 이동했다가 전황을 살피고 다시 침투해 들어가는 최철민만의 독특한 전술에 오크들은 정신을 못차리고 당하기만 했다.

김서준은 어느새 100여마리의 오크들을 정리한 생도들을 훑어봤다.

아직까진 특별히 위험할 정도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기에 다들 여유가 넘쳤다.

2미터 크기의 오크들이 우락부락한 근육을 이용해 엄청난 완력을 보여주었지만, 생도들이 이뤄낸 훈련의 성과는 단순한 근육의 힘밖에 없는 푸른 오크들로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생도들과 오크들의 전투는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었다.

마력을 담은 날카로운 무기들이 춤을 출 때마다 오크들의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고, 머리가 떠올랐다.

쿠웅

드디어 마지막 오크가 가슴이 꿰뚫린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저 앞에 있는 좁은 협곡 안으로 상당수의 오크들이 도망치긴 했지만, 일단 생도들 주변에 더 이상 서 있는 오크는 없었다.

“어우…. 확실히 어제보단 쉽지 않은데?”

민소라가 오크들의 피에 흠뻑 젖은 채로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그 옆에 서 있던 임희주가 손에 쥐고 있던 오크의 심장을 퍽 터트리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언니는 신비 덕분에 직접적으로 힘을 쓸 일이 별로 없잖아요.”

“야, 희주. 이 언니가 각성한 신비가 원래 그런 걸 뭐 어쩌라고? 부러우면 한번 더 각성하세요~”

“그게 쉬우면 벌써 했죠. 치잇.”

민소라와 임희주는 이제 무척이나 가까워져 서로 편하게 말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자, 일단 다들 모여봐. 마석이 몇 개나 나왔는지 확인하고 협곡으로 들어가 보자.”

최철민의 말에 다들 오크 사체를 뒤져 마석을 찾았다.

놀랍게도 백여 마리의 오크 사체에서 세 개나 되는 마석이 나왔다.

“와…. 마석 등장 확률이 뭐 이렇게 높죠? 벌써 열 네 개네.”

임희주가 신기해 하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양휘가 한마디 툭 던졌다.

“어차피 우리가 필요한 마석은 10개 뿐입니다. 그 이상의 마석은 우선 순위를 정해서 바로 흡수하는게 좋을 것 같군요.”

“그건 양휘 말이 맞다. 아껴봐야 아무 쓸데가 없지. 우선 순위는 어떻게 정할까? 제비뽑기? 아니면, 가위 바위 보?”

최철민이 생도들을 바라보며 묻자 좀처럼 의견을 내비치지 않던 김서준이 끼어들었다.

“마력을 쓰지않고 협곡 끝까지 뛰어서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마석을 갖기로 하죠.”

나쁘지 않은 제안.

하지만 마력을 쓰는지 안쓰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설마 MPSP를 여기서 쓰자고?”

이리나가 김서준의 생각을 읽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MPSP를 쓰면 5분 간 마력이 잠긴다.

하지만 아직 오크를 소탕한게 아니라서 그 사이 위험한 일이 발생한다면 대처할 방법이 없어진다.

그런데 그런 걱정도 없는지 신태양과 양휘가 눈을 반짝이더니 김서준의 제안을 덥썩 받아들였다.

“그거 좋군. 마력 없이 순수한 체력전으로 하면 공평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데? 짜릿함도 있을 것 같고 말이지.”

두 사람은 서로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이걸로 한번 대결해 보자는 분위기를 풍겼다.

신태양과 양휘는 신기하게 김서준은 경쟁상대로 삼지 않았다.

실질적인 평가 점수는 김서준이 가장 높은데, 늘 김서준을 예외로 놓고 두 사람끼리만 으르렁 거리고 있으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순수 체력전이라….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한데 좀 위험하긴 해. 다른 의견은 없어?”

최철민도 순수 체력전이라는 말에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5분 정도면 뭐, 딱히 위험하진 않을 것 같네요.”

“그렇지? 설마 5분 사이에 뭔 일이 생기기야 하겠어?”

“다들 체력은 비슷해 졌으니까 해볼만 하겠다.”

어느새 분위기는 선착순 대결을 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좋아. 그럼 마석 네 개를 걸고 해 보자.”

“그런데, 질문이요. 1위가 네 개를 먹는 겁니까? 아니면 4위까지 하나씩 나눠 먹는 겁니까?”

조태석의 질문은 꽤 중요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1등을 하느냐, 아니면 적당히 해서 4위 안에만 들어가느냐의 문제였으니까.

“아무래도 1위 몰빵이 좋겠죠?”

처음 의견을 냈던 김서준이 다시 한마디 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좀 더 쫄깃한 긴장감이 느껴지긴 하겠다.”

“그거 좋네.”

“의욕이 셈 솟는구나!”

결국 1위 몰빵으로 정해졌고, 열 명의 생도는 협곡 입구에 나란히 섰다.

“협곡은 그리 깊지 않아. 대충 2킬로미터 정도니까 마력이 없어도 5분 안에는 충분히 도착하고 남는다. 그 사이 마주치는 오크가 있어도 일단은 무시하는 걸로. 그럼 준비들 하시고.”

최철민이 생도들을 향해 출발 준비를 시켰다.

그러다 멈칫 하며 자세를 다시 풀었다.

“혹시 기프트에 MPSP 설정해 놓은 사람 있어?”

기프트에 저장되는 신비는 5일마다 원하는 걸로 바꾸게 되어 있어서 모두 똑 같은 신비가 저장된 게 아니었다.

최철민의 질문에 임희주가 손을 들었다.

“저요. 훈련 마지막 주라서 MPSP 한번 써보려고 마침 설정해 놨거든요.”

“잘됐네. 그럼 희주, 네가 수고 좀 해줘.”

“네. 알겠어요.”

생도들은 다시 출발 준비를 했고, 임희주가 기프트 버튼 위에 손을 얹었다.

“준비하시고요. 셋 세고 MPSP 발동시킵니다. 하나, 둘….”

모두가 긴장된 순간,

“셋!”

임희주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기프트에서 마력 파장이 확 뿜어져 나왔다.

파장은 순식간에 주변을 삼켰다.

파장에 노출된 순간 생도들의 몸에서는 모든 마력이 잠겨졌다.

큰 상실감이 밀려왔지만 생도들은 이를 꽉 깨물고는 그대로 달려나갔다.

파바바바박

거의 동시에 협곡을 향해 뛰쳐나간 생도들.

처음엔 별 차이가 없는 듯 하더니 좁은 협곡 안에 들어서면서 순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 선 생도는 신태양.

그 바로 뒤에 양휘였고, 세 번째는 놀랍게도 조태석이었다.

네 번째는 김서준이었고 다섯 번째가 임희주였다.

나머지 다섯은 빠르게 뒤처지고 있었다.

김서준은 일부러 네 번째 순위를 고수하는 중이었다.

마력은 잠겼지만, 그에겐 내공이 존재했고 내공의 힘을 조금만 사용해도 단숨에 1등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물론 굳이 내공을 쓰지 않더라도 그의 신체능력은 이들 중 최강이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앞서 나가는게 가능했다.

그럼에도 4위를 유지한 채 조태석의 뒤를 바짝 뒤쫓기만 했다.

조태석은 2위로 달리고 있는 양휘를 향해 점점 가까워졌다.

그는 무당의 아들로서 캠프에 막 왔을 땐 체력이 형편 없었다.

그런데 이젠 마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양휘에 버금갈 정도로 강인해 졌다.

양휘도 놀랐는지 조태석이 바짝 따라붙자 더욱 속력을 냈다.

그런데 소용이 없었다.

조태석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양휘를 앞질렀고, 신태양까지 거의 따라잡았다.

신태양과 조태석이 1, 2위를 놓고 각축전을 벌였다.

생도들은 순식간에 협곡 안으로 1킬로미터 이상 진입했다.

마력이 없는데도 생도들이 달려가는 속도는 무섭게 빨랐다.

마력은 잠겼지만 각성자로서의 기본 신체 능력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약 3분 여의 시간이 흘렀을 때, 협곡의 막다른 곳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곳엔 커다란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도망쳤던 오크들이 입구에 모여 있다가 생도들이 달려오는 걸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쿠워어억!

우어억!

화들짝 놀란 오크들은 동굴속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그 사이 신태양과 조태석이 거의 끝에 다다랐다. 그때,

파악!

5위에 있던 임희주가 바닥을 찍어 차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협곡 측면의 가파른 절벽을 달려 단숨에 가장 앞으로 나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순간의 스퍼트였다.

체력적으로는 만년 꼴찌였던 임희주가 마침내 그동안의 설움을 모두 이겨내고 1위로 등극하는 순간인 것이다.

임희주의 표정엔 기쁨이 가득했다.

쟁쟁한 생도들을 모두 재치고 1등으로 목표점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짜릿한 전율까지 느껴졌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1위다.

임희주는 힘차게 마지막 한걸음을 내디뎠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악

누군가가 임희주의 곁을 섬전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녀와 간발의 차이로 목표지점에 먼저 도착해 버렸다.

그는 김서준이었다.

내내 4위로 달리고 있던 김서준이 어느새 모두를 지나쳐 가장 먼저 도착한 것.

임희주는 2위로 도착했고, 다음이 신태양, 조태석이었다.

그 뒤로 속속 도착하는 생도들.

그들은 뒤에서 모든 걸 목격했다.

임희주가 갑자기 날아 오르더니 절벽을 밟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장면을.

그리고 그 뒤를 쫓아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김서준의 모습까지도.

마지막 순간에 김서준이 임희주를 추월했다.

추월할 때의 움직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너무 자연스러워서 일부러 느리게 달리고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생도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력을 다했기에 무릎에 손을 짚고 숨을 헐떡거렸다.

하지만 선두에 있었던 네 사람만은 조금도 숨찬 모습이 아니었다.

체력 적으로는 늘 1,2위를 다투던 양휘 조차 똑 바로 선 자세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김서준을 비롯해 신태양, 조태석, 임희주의 호흡은 잔잔하기만 했다.

임희주는 자신보다 한발 먼저 도착한 김서준을 새침한 눈으로 바라봤다.

마치 그냥 좀 양보해 주지 꼭 이겼어야 했냐며 눈으로 따지는 듯 했다.

김서준은 그런 임희주를 향해 엷게 미소를 그려보였다.

“미안. 이놈의 승부근성이 가만히 있질 않네.”

“에휴. 뭐, 어쩔 수 없죠. 제가 부족한 탓인데….”

“그보다, 희주 너. 그동안 엄청 노력했구나?”

“다시는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서 특훈을 했다고요.”

“특훈이라…. 그렇군. 아무튼 이번에 널 다시보게 됐다. 조태석, 너도 마찬가지고.”

김서준은 임희주에 이어 조태석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서준. 두 살 위까지는 형 대접 좀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죄다 반말이니 듣는 형들 기분 상한다.”

조태석이 피식거리며 농담을 하자 김서준도 마주 웃어주었다.

“형 노릇을 제대로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하지. 철민이 형 처럼 말이야.”

“그럼 난 형 노릇 못한다는 소리냐? 어이구. 훌륭한 동생 나셨네.”

“사는게 원래 그런거다.”

김서준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표정으로 조태석을 가만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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