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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으로 도착한 김서준에게 4개의 마석이 주어졌다.
다들 부러운 눈으로 김서준을 바라봤다.
오렌지급 마석 4개면 8일 후에는 김서준의 마력이 최소 20 이상 늘어난다는 의미.
개당 수천만원이 넘어가는 마석인지라 아무리 금수저들이라고 해도 이는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은 부러워하거나 말거나 담담한 표정으로 마석 4개를 모두 공간 글러브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말없이 오크들이 도망쳐 들어간 동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MPSP의 제한 시간이 지나서 모두 마력을 되찾은 상황.
두려울게 없어진 생도들은 곧바로 김서준을 따라 움직였다.
동굴은 크고 복잡했다.
몇십미터 마다 갈림길이 나오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중간 중간 길을 잃은 오크들과 조우했고, 놈들은 생도들의 공격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런데 안쪽으로 가면 갈수록 동굴 내에 퍼지는 기운이 범상치가 않았다.
끈끈한 거미줄이 몸을 휘감는 것처럼 불쾌하고, 불편했으며, 기분이 바빴다.
“아무래도 이상한데?”
최철민이 갈림길 앞에서 멈춰섰다.
“더 이상 들어가는 건 위험할 것 같다. 이쯤에도 되돌아 가는게 어때?”
이곳까지 오면서 갈림길마다 표시를 해 둬서 되돌아 나가는 건 별 문제가 없었다.
“위험해 보이면 더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양휘는 이 동굴 끝에 보스룸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보스룸을 찾아야 하니 여기까지 온 김에 끝까지 가보려는 것이다.
“다들 지쳤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푹 쉰다음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오는 걸로 하자.”
“형도 이곳에 보스룸이 있다는 거 눈치 챘죠? 그럼 일단 가봅시다. 쉬는 건 보스룸 앞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의견은?”
최철민이 의견을 묻자 생도들이 서로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음에 결정을 내린 듯 하나 둘 대답을 내놨다.
“갑시다, 까짓거.”
“일찍 끝내고 푹 쉬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아직 팔팔하니까 걱정 마시죠.”
단 한명도 이견이 없었다.
결국 생도들은 더욱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1시간 여가 흘렀다.
그 사이 사방에 흩어져 있던 오크 무리들을 다섯 차례나 만났고, 어렵지 않게 모두 쓰러뜨렸다.
동굴 안에서만 무려 백마리 이상의 오크를 처치했는데, 거기서도 또 두 개의 마석이 나왔다.
그건 일단 최철민이 챙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앞에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특이한 형태의 석문이 등장했다.
그건 석문이라기 보단 바위로 막힌 동굴 입구라고 보는게 맞았다.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바위에선 지금까지 생도들이 느꼈던 그 끈적한 기운이 더욱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거, 누가봐도 보스룸 같죠?”
임희주가 바위를 쓰다듬으며 한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들아가면 X된다고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안지운이 조금 불안해 하며 말하자 그동안 조용히 뒤만 따르던 박해성이 모처럼 앞으로 나섰다.
“내가 앞장 설 테니 걱정말고 들어가자.”
박해성은 코르시카 바질 잎 사건 이후로 이곳에 있는게 너무 불편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고픈 마음이었다.
“네 뒤를 따르느니 오크 뒤를 쫓는게 더 안전하겠다.”
조태석의 조롱 섞인 말에도 박해성은 딱히 반발하지 않았다.
여기서 흥분해봐야 자신한테 손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다들 문제 없어 보이는데, 이대로 진입합시다.”
양휘는 더 쉬었다가 진입한다고 크게 달라질게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것 보다는 빨리 보스룸에 들어가 임무를 완수하는게 모든 면에서 훨씬 이득이었다.
양휘의 제안은 모두에게 받아들여졌다.
막상 보스룸 앞까지 와보니 빨리 해결하고 지구로 귀환하고 싶은 마음들이 앞선 것이다.
“다들 같은 생각인 것 같으니까 바로 진입해 보자. 대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해.”
“오케이요!”
“물론이죠.”
그렇게 생도들은 바위 입구 앞에 모여들었다.
최철민은 바위에 양 손을 대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도안 예거로서 훈련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이 바로 마력을 다루는 법이었다.
예전엔 그저 마력으로 신비를 쓰는 수준이었다면, 예거 캠프에서는 그 마력으로 신체능력을 강화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물론 마력을 제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마력을 이용해 신체능력을 조금이나마 강화시킬 수가 있게 되었다.
비록 그 강화의 범위가 무척이나 좁긴 해도, 신비를 사용하지 않고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실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최철민이 양 손으로 바위를 밀어내자,
쿠구궁
묵직한 소음과 함께 바위가 옆으로 굴러갔다.
그리고,
후아아아아아악
활짝 열린 동굴 안에서 뜨거운 기운이 확 뿜어져 나왔다.
최철민은 그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안으로 진입했다.
한발 한발.
안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걸음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
동굴 안쪽은 거대한 공동이었다.
커다란 바위가 곳곳에 흩어져 있고, 벽 쪽에는 기암괴석들이 가득했다.
대공동의 높다란 꼭대기엔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 구멍으로 햇빛이 스며들고 있어 크게 어둡지는 않았다.
그래서 대공동의 내부를 자세히 살필 수가 있었다.
대공동에는 세 개의 커다란 구멍이 존재했다.
지름이 약 5미터 정도되는 구멍이었는데, 딱 봐도 굉장히 수상해 보이는 구멍이었다.
끈적하고, 기분나쁜 기운은 바로 그 구멍들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느 쪽부터 시작할까요?”
민소라가 당당히 나서며 먼저 공략할 구멍을 고르자고 했다.
“일단 중앙이 낫지 않으려나?”
“아니지. 왼쪽 구멍이 뭔가 더 허술해 보여.”
“내가 보기엔 오른쪽에서 나오는 기운이 좀 더 약한 거 같은데?
다들 의견이 분분한 그때였다.
쿠웅. 쿵. 쿠궁.
세 개의 구멍 모두에서 육중한 뭔가가 바닥을 울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양휘가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모두 물러서!”
생도들도 놀라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잠시 후, 구멍 안쪽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4미터가 넘는 거구.
머리는 찌그러진 농구공처럼 생겼고, 온몸이 프로틴 덩어리로 이루어진 근육질의 몬스터였다.
기다란 어금니 두개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손에는 가시가 잔뜩박힌 대형 메이스가 쥐어져 있었다.
세 개의 구멍에서 등장한 몬스터는 생김새도, 차림새도 비슷했다.
오르크족의 전사.
이 균열에 대한 정보에서 봤던 오르크족 엘리트 몬스터 세 마리가 동시에 보스로 등장한 것이다.
“뭐야….? 세 마리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거였어?”
다들 놀란 눈치였다.
보스가 세 마리라는 건 알았지만 하나씩 단계적으로 등장할 줄 알았지, 이렇게 동시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래서 페이즈 2 이상은 진행하지 말라고 했구나!”
“다들 정신차려! 양휘, 신태양, 김서준 세 사람을 중심으로 세 파티로 나눠서 싸우면 된다!”
최철민이 빠른 판단을 내렸고, 생도들은 세 무리로 나눠졌다.
양휘 쪽에는 조태석과 박해성이, 신태양 쪽에는 민소라와 안지운에 최철민이, 김서준 쪽에는 이리나와 임희주가 붙었다.
“나와 신태양이 중앙을 맡겠다. 밀리는 쪽이 있으면 바로 바로 지원을 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최철민은 언제든 좌우로 지원을 할 수 있게 일부러 신태양과 함께 중앙의 오르크를 맡았다.
“장기전으로 끌고가면 안돼! 간 볼 생각은 하지 말고 시작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철민의 지휘는 신속하고 정확했다.
이런 레이드에 익숙한 건지, 아니면 이런 쪽에 원래부터 탁월한 재주를 지녔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말 몇마디로 당황한 생도들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전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곧바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오르크들은 엄청난 근육과 강력한 파워를 무기삼아 생도들을 철저히 짓뭉게려고 했다.
꽈앙. 꽝꽝!
메이스가 휘둘러질 때마다 대공동 바닥이 움푹움푹 파이며 사방으로 돌조각들이 튀었다.
오르크의 공격은 스치기만 해도 뼈가 부서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생도들의 공격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모든 생도들이 최철민의 경고대로 시작부터 전력을 다했다.
이리나는 신비 샤먼 나이트를 사용해 두 명의 백색 기사를 소환했고, 임희주는 빠른 침투로 오르크의 빈틈을 파고들어 ‘일격필살’이라는 궁극기를 날렸다.
양휘는 중력장을 사용해 오르크의 거구를 짓눌렀으며, 박해성은 온갖 무기들을 구현시켜 오르크를 향해 포화를 쏟아부었다.
조태석은 커넥트를 이용해 오르크의 정신에 간섭했고 그로 인해 오르크는 정신이 혼란해져 제대로 된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민소라는 유체화 신비를 써서 오르크의 공격을 물 흐르듯이 피해내며 어그로를 끌었는데, 메이스에 적중했음에도 몸이 액체처럼 흩어지면서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지운도 신비 배틀모드를 사용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마치 버서커가 된 것마냥 온몸이 붉어진 안지운은 평소보다 몇 배나 빠르고 강한 힘으로 오르크를 사방에서 압박했다.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건 신태양이었다.
처음엔 위태롭게 오르크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신태양은 어느새 오르크의 공격 패턴을 분석해 내더니 점점 빨라지고, 강력해졌다.
급기야는 다른 생도들의 신비까지 비슷하게 흉내내는 어이없는 광경까지 만들어냈다.
비록 원조의 신비가 지닌 위력의 30% 수준이었지만, 다양한 신비를 자기 것처럼 사용하는 신태양의 ‘진화’가 가진 능력은 놀랍기만 했다.
모두가 적극적인 전투를 벌이는 것에 반해, 김서준은 단순히 육체 능력만으로 소극적인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생도들이 펼쳐내는 신비의 위력을 살펴보느라 무척이나 바빴다.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신비들.
신비의 위력이 강력한 만큼 소모되는 마력의 양도 컸지만, 그만큼 효과가 좋았기에 오르크들을 어렵지 않게 몰아붙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퍼어어엉
양휘의 중력장에 짓눌린 오르크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신태양이 너클을 낀 손으로 중앙의 오르크 심장에 구멍을 내버렸다.
순식간에 두 마리 오르크가 쓰러졌다.
마지막은 김서준이었다.
지금껏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던 김서준은 오르크가 휘두르는 메이스를 노려봤고 순간 그의 눈에서 황금빛이 번쩍했다.
후우우우웅
공기마저 짓누르며 떨어져 내리는 메이스.
김서준은 그걸 맨손으로 그냥 받아냈다.
꽈앙!
강력한 폭음이 터지며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그런데,
츠아아아악!
뿜어지던 충격파가 김서준의 손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더니 새빨갛게 달아오른 손이 활짝 펼쳐졌다. 순간,
푸화악!
손바닥 중심에서 놀라운 위력의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화염처럼 새빨간 기파는 단숨에 오르크의 머리를 쓸어버리며 대공동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
퍼어어어엉!
세 번째 오르크도 머리가 터져나갔다.
“해냈다!”
“이 정도면 할만 하잖아?”
“보기보다 약한 걸?”
다들 자신들의 승리에 만족감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마력은 절반 이상이나 남아 있었다.
이대로면 페이즈 2에 이어 페이즈 3도 문제 없을 것만 같았다.
그때,
쿠드드드드
바닥에 엎어진 오르크 사체 세 구가 마구 뒤흔들리더니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머리가 터져 죽은 두 마리 오르크의 목 부위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더니 새로운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죽은 오르크는 구멍난 부위의 근육이 실뱀처럼 꿈틀대며 살점을 다시 채워버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세 마리 오르크가 서 있는 바닥에 커다란 마법진이 나타났고, 거기서 뿜어진 빛이 놈들의 거구를 휘감았다.
잠시 후, 4미터였던 거구는 6미터까지 커졌다.
근육은 더욱 두꺼워졌고, 등에서 새로운 팔 두 개가 튀어나와 포 핸드 오르크로 변형했다.
김서준은 심안을 발동시켜 오르크들의 마력수치를 확인했다.
[143/엘리트]
원래 97이었던 오르크들의 마력이 140을 넘어갔다.
이 정도면 C급이 아니라 B급 수준.
몬스터의 마력 수치는 인간과 기준이 달라서 보이는 것보다 두 배는 더 강력하다고 봐야했다.
그렇다면 이 보스 오르크들의 강함은 이미 A급 이상이라는 뜻.
‘이제부터 페이즈 2가 시작되는 건가?’
마력 수치가 크게 증가한만큼 오르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생도들은 모두 긴장했다.
페이즈 1을 쉽게 끝낸 것에 잔뜩 고양되어 있던 감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늘 침착하게 생도들의 리더 역할을 수행했던 최철민마저 잠시 말문이 막힌듯 했다.
그때, 김서준이 앞으로 나서며 지나가듯 한마디를 툭 던졌다.
“뭘 쫄고 그래? 아까 그놈들이나, 지금 이놈들이나 어차피 뇌마저 근육으로 이루어진 똥멍청이 우르크구만. 과연 머리가 잘리고도 멀쩡할까?”
박문호 교관의 말투를 흉내내던 김서준이 더욱 거대해진 포 핸드 오르크를 코 앞에 두고 마주 섰다.
그리고 마법진의 빛이 사라질 때를 기다렸다가 한 발을 크게 내디디며 힘차게 바닥을 찍었다.
콰앙
그가 찍어 찬 바닥이 푹 꺼져든 순간,
스앙
그 자리에서 지워지듯 사라진 김서준.
그는 어느새 6미터 높이에 있는 오르크의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곧이어,
서걱
섬뜩한 소리가 대공동 전체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