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72화 (72/153)

72

비뢰신보를 바탕으로 한 수라극섬의 한 수.

약 3할의 내공만을 사용했음에도 그 결과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쿠웅

김서준은 너무도 간단하게 페이즈 2의 포 핸드 오르크 한마리를 쓰러뜨렸다.

그 광경을 목격한 생도들은 용기 백배하여 나머지 두 오르크를 향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보스 레이드의 경우, 페이즈가 바뀌면서 마법진이 빛을 발하고 있을 때는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자신의 공격에 튕겨져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에 마법진의 빛이 사라질 때까지는 공격하지 않는 게 국룰.

생도들의 공격은 마법진의 빛이 사라진 뒤에 이루어졌기에 모든 공격이 오르크에게 고스란히 먹혀들고 있었다.

덩치가 더욱 커졌어도, 팔이 네 개로 늘어났어도 생도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시작부터 김서준이 오르크 한 마리를 처치해 준 덕분에 전투는 수월하게 흘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즈 2의 오르크는 확실히 강했다.

김서준의 손에 허무하게 죽어버린 오르크와는 달리, 남은 두 오르크는 철저하게 방어에 집중했다.

탄탄한 근육은 생도들이 휘두른 무기를 거의 막아냈으며, 네 개의 팔로 무지막지한 괴력을 발휘해 생도들을 쳐내고 바닥에 때려 박았다.

그 충격에 몇 몇 생도가 부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가벼운 수준이라 전투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렇게 끝까지 버티던 두 마리의 포 핸드 오르크.

결국 이리나의 백색 기사가 몸을 내던지며 오르크의 발을 묶어 버리면서 오르크들의 머리가 쪼개지고 가슴이 갈라졌다.

쿠웅. 쿵.

두 마리 오르크가 엎어지는 소리가 대공동에 크게 울려퍼졌다.

“후아…. 역시 쉽지 않네.”

“말만 페이즈 2가 아니었어.”

“김서준이 초반에 한 놈 안 잡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생도들은 지친 몸을 추스리며 잠시 동안 승리를 만끽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페이즈 2까지 모두 경험했으니 이젠 보스룸을 나가야 했다.

그것이 교관의 명령이었고, 경고였으니까.

그때, 조태석이 슬쩍 나섰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우리 힘만으로도 보스 세 마리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욕심은 화를 부른다. 교관님이 경고까지 했고.”

최철민이 고개를 젓자 임희주도 끼어들었다.

“혹시 그 경고가 저희들 담력을 시험하려던 건 아닐까요? 이대로 돌아간다면 배짱도 없는 녀석들이라고 오히려 감점을 받는다던가….”

“그건 또 그렇네. 다들 예거 넘버링 요원이 되려고 이곳에 있는 거잖아? 그런데 10명이서 고작 C급 보스 세 마리를 해치우지 못하고 그냥 가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야?”

임희주를 무척이나 아껴주는 민소라가 그녀의 편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최철민은 생각이 달랐다.

“내가 보기에 교관님이 한 경고는 시험같은게 아니었어. 분명 우리가 이대로 페이즈 3까지 진행해버리면 뭔가 큰 문제가 생길 거 같다. 그냥 가는게 맞아.”

“그냥 가자에 한 표.”

“나도.”

안지운과 이리나는 최철민의 말에 동조했다.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자 조태석이나 임희주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다들 페이즈 3에 돌입하기 전에 보스방을 나서기로 했다.

그렇게 입구를 향해 움직이려는 그때였다.

“어? 저기에 마석이 있는데요?”

임희주가 오르크 사체 하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고, 맨 처음 김서준의 손에 죽어버린 오르크의 잘린 목 절단면에서 푸른 빛을 내는 보석이 반짝이는 걸 볼 수 있었다.

“블루급 마석?”

“페이즈 2가 끝이었어?”

“설마 이대로 레이드가 끝난 거라고?”

다들 놀라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레이드가 끝났다면 균열이 폐쇄된다는 메시지가 떠야 했지만, 아무도 그런 메시지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눈앞의 유혹이 너무 컸다.

눈에 빤히 보이는 곳에 마석이, 그것도 블루급 마석이 나뒹굴고 있는데 어찌 그냥 갈 수 있을까.

생도들은 다른 두 오르크의 사체에서도 마석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때, 임희주가 용감하게 나섰다.

“일단 저 마석은 제가 챙겨올게요.”

임희주는 내뱉듯 말을 던지고는 바로 블루급 마석이 있는 오르크 사체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걸 본 최철민이 급히 소리쳤다.

“멈춰! 지금 몬스터 몸에 손을 대면 페이즈가 바뀐….”

그의 외침이 다 끝나기도 전에 임희주는 이미 사체의 목 절단면에 손을 넣어 마석을 잡아쥐었다.

그 순간이었다.

푸화아아아악!

세 마리 보스의 사체 아래에서 커다란 마법진이 나타나며 찬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르르르릉

출구 쪽 위에 있던 기암괴석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단 한번의 실수로 유일한 출구가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젠장!”

“임희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생도들이 임희주의 트롤짓에 크게 화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페이즈가 있는 균열 보스는 두 가지 조건에 따라 페이즈를 전환하기 때문.

첫 째는 페이즈 1의 보스가 쓰러진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게 되고, 둘 째는 페이즈 2에서 죽은 보스의 사체를 건드리면 자동으로 다음 페이즈가 발동되는 것이다.

이건 균열 레이드를 뛰는 헌터들이라면 모두가 상식으로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임희주가 마석에 눈이 어두워 사체를 건드리게 됨으로써 페이즈 발동 조건이 충족되고 말았다.

“미, 미안해요. 이런 일이 생길지 전혀 몰랐어요….”

임희주는 사색이 된 얼굴이었다.

신비를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상식이 부족했던 그녀는 페이즈 발동 조건 자체를 아예 몰랐던 모양.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이젠 우리가 여길 나갈 방법이 사라졌다는게 문제지.”

최철민의 말에 생도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가 되었다.

“설마요? 보스를 쓰러뜨리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그랬다가 탈출로를 찾지도 못한 상태에서 균열이 폐쇄되 버리면? 그럼 우린 지구로 귀환할 마지막 희망마저 잃는 거다.”

최철민은 마법진 위에서 다시 몸을 일으켜 변형을 시작한 오르크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여길 나갈 방법이 있습니다.”

갑자기 끼어든 사람은 김서준이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임희주를 잠시 바라보다가 최철민을 바라봤다.

“나갈 방법?”

“출구가 막혔으니 다시 뚫으면 됩니다. 시간이 좀 필요하긴 하지만, 제 신비면 가능할 것 같군요.”

김서준은 역발산기개세를 이용해 보스의 공격을 흡수한 다음, 그 힘을 무너진 출구 쪽에 쏟아붓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 용인의 57번 균열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보스룸의 벽에 구멍을 크게 뚫었던 적이 있으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최철민이 다급하게 묻자 김서준은 왼 손을 쫙 펼쳐 보였다.

“5분.”

“정말 그걸로 가능해?”

“가능합니다.”

사실 5분이 아니라 10초만 주어져도 역발산기개세로 출구를 뚫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굳이 5분이라는 시간을 요구한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의 신비가 바로 바로 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역발산기개세를 제대로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5분이었던 것.

“좋아. 그 5분, 우리가 벌어주겠다. 다들 할 수 있지?”

최철민의 질문에 생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그 방법 밖에 없으니까 당연히 해야죠.”

그렇게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그들 앞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쿠르르륵.

꿀럭. 꿀럭.

마법진 위에 올라서 있던 오르크들의 사체가 움직여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마치 진흙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몸통이 하나로 붙고, 팔과 다리가 뭉그러지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냈다.

오르크의 덩치가 더욱 커졌다.

이젠 거의 10미터에 가까워졌으며, 전보다 더욱 더 부풀어 오른 근육을 불끈거리고 있었다.

생도들의 시선이 오르크의 변화한 모습에 집중된 사이, 김서준은 빠르게 심안을 사용했다.

번쩍

김서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마력의 파장이 거대화된 오르크를 훑었다.

[288/스페셜]

페이즈 2 때보다 거의 2배 높아진 마력.

헌터로 치면 실제로 4배 가량 강해졌다는 의미다.

‘과연 이놈도 쓰러뜨릴 수 있을까?’

김서준의 자문은 다른 생도들을 향한 것이었다.

만약 김서준이 마음먹고 천번구를 쓴다면 한방에 오르크 보스를 처치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도 김서준에겐 오르크를 쓰러뜨릴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신이 나서면 이 생도들 무리에 숨어 알 수 없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쥐새끼를 잡아낼 수 없었으니까.

완전히 변형을 마친 오르크의 모습은 무척이나 괴기스러웠다.

총 여섯 개의 팔을 지니고 머리는 두 개였으며, 배쪽에 달린 커다란 입으로 그르렁 대는 대형 괴수.

놈의 위압감에 생도들이 모두 바짝 얼어 버렸다.

“무리하지 말고 시간만 끌어 주세요.”

김서준이 꺼낸 말에 정신을 차린 생도들은 그제야 넓게 자리를 펼치며 오르크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오르크는 그런 생도들을 스윽 훑어보다가 김서준을 발견하고는 그를 빤히 노려봤다.

샛노란 오르크의 눈동자가 초점을 모으듯 빠르게 작아지던 어느 순간,

“공격!”

최철민의 외침을 신호로 생도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생도들은 각자에게 익숙한 무기들로 오르크의 온몸을 베고 또 베었다.

오르크의 근육은 보통 단단한게 아니어서 찌르기로는 2센티도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미 페이즈 2에서 경험한 바였기에 이젠 베기만을 이용해 오르크의 몸을 찢어내려는 것이다.

촤아악!

촤악!

열 명의 생도가 거의 동시에 달려든 덕분에 오르크는 팔이 여섯 개나 되는데도 모든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몸 곳곳에서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깊은 상처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인간으로 치면 커터칼에 살갗을 조금 베인 정도.

그럼에도 생도들은 물러서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했다.

쿠허어어엉!

오르크가 포효하자 대공동이 크게 흔들리며 돌더미들이 굴러떨어졌다.

그때부터 오르크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놈은 여섯개 팔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모두 튕겨냈고, 날파리처럼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생도들을 낚아채려 했다.

사람 몸통보다도 큰 오르크의 손에 잡히면 그 순간이 끝이었다.

바위마저 으스러뜨리는 힘인데, 인간의 몸으로 오르크의 악력을 버틸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생도들은 이를 악물고 오르크의 손을 피해냈다.

하지만 건물 기둥만큼이나 굵고 기다란 오르크의 팔 여섯 개를 모두 피하기란 쉬운게 아니었다.

“헛!”

배틀모드를 사용해 초근접전을 펼치고 있던 안지운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오르크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거대한 철판 같은 손바닥에 납짝한 쥐포가 되려는 순간이었다.

스악

안지운의 옆으로 한 사람이 파고들더니 떨어져 내리는 오르크의 거대한 손바닥을 향해 자신의 손을 펼쳐냈다.

쩌엉-

귀청을 때리는 강력한 충격음이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쑤아아아악

우르크의 손이 공간을 짓누르는 압력이 어찌나 강했는지 손바닥 아래로 뿜어지는 바람의 힘에 주먹만한 돌조각들이 회오리치며 마구 날아올랐다.

오르크의 손바닥을 막아낸 사람은 김서준이었다.

그의 눈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손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콰득. 콰드득.

거대한 손의 압박에 김서준의 두 발이 바닥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결국 김서준은 그 힘을 버텨냈다.

안지운이 옆으로 빠져나가자 김서준 역시 오르크의 손을 튕겨 올리며 자리를 피했다.

콰앙!

가로막는 힘이 사라지자 오르크의 손바닥이 바닥을 때리며 지진파 같은 충격이 퍼져나갔다.

그 뒤로도 생도들은 몇 번의 위험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김서준이 귀신같이 달려들어 오르크의 공격을 대신 받아냈다.

그때마다 김서준의 손은 더욱 붉어졌다.

그런 김서준 덕분에 양휘와 신태양의 활약이 점점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양휘는 중력장으로 오르크의 균형을 뒤흔들거나 두 발을 묶어 움직임을 봉쇄했고, 신태양은 전투가 계속될수록 오르크의 패턴에 익숙해지며 점점 더 강한 공격을 펼쳐낼 수 있었다.

그렇게 거의 5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우드득

양휘의 중력장에 오르크의 팔 한쪽이 기형적으로 비틀려 바스라졌다. 그리고,

서걱

안지운이 휘두른 검에 손 하나가 날아갔으며,

퍼어어어억!

빈틈을 파고든 신태양이 너클을 낀 주먹으로 오르크의 머리 하나를 박살내 버렸다.

생도들은 승기를 잡았다.

이대로라면 페이즈 3의 보스를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김서준이 태양처럼 붉게 타오르는 오른 손을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거머쥐었다.

“모두 벽에서 떨어져요!”

경고를 날린 김서준은 오르크의 공격을 계속해서 받아내며 몇 번이나 중첩시킨 힘을 무너진 출구를 향해 힘차게 뻗어냈다.

크게 한 발 내디디며 한껏 젓혔던 어깨를 앞으로 뿌린 순간,

콰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위력의 화염포가 폭발하듯 뿜어졌다.

꽈아아아앙!

김서준의 주먹에서 뻗어나온 화염포는 단숨에 무너진 출구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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