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73화 (73/153)

73

잠시 후.

전보다 더욱 커진 출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막혔던 출구가 다시 뚫리자 생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모두 출구로 뛰어!”

최철민은 기회가 생겼을 때 바로 이곳을 뜨려했다.

하지만 또 조태석이 말썽이었다.

“보스 거의 다 잡았는데, 왜 갑니까? 출구도 생겼겠다, 보스 잡아서 보상 챙긴다음에 1시간 내로 균열 입구로 돌아가면 되잖아요?”

조태석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오르크 보스는 머리 하나를 잃고 팔까지 두 개를 잃어서 상당히 초라해진 모습이었다.

“과욕은 금물이라고 했잖아! 우리가 어쩌다 이 상황까지 왔는지 잊었어?”

임희주가 마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탓에 출구가 막히고 보스는 페이즈 3까지 돌입했다.

최철민은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더욱 보스를 잡아서 지금껏 고생한 보람을 찾자는 겁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고?”

“어차피 페이즈 3가 끝인데 뭐가 걱정이냐고요?”

최철민과 조태석이 의견 충돌을 보이던 그때였다.

비틀대던 오르크가 갑자기 자세를 낮추며 남은 팔을 모두 활짝 펼쳐냈다.

그리고,

쩌억

오르크의 배쪽에 자리한 거대한 입이 세상을 삼킬 것처럼 크게 벌어지더니,

치이이이이이이잉

한껏 벌어진 입 안쪽에서 새파란 빛이 동그랗게 뭉쳐지기 시작했다.

생도들 모두 그걸 본 순간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위험하다!’

모두의 머릿속에 똑같이 떠오른 생각.

그때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모두 내 뒤로!”

김서준이 그렇게 외치며 오르크의 거대한 입을 정면으로 마주섰다.

그때, 오르크의 입 안쪽에 형성되던 구체가 순식간에 1미터 가량 커지더니,

푸화아아아아아악!

새파란 빛의 기둥이 모두를 향해 뿜어져 나왔다.

김서준은 그 빛을 피하지 않았다.

비스듬한 자세로 두 다리를 쭉 뻗고 서서는 오른 팔을 정면을 향해 쭉 뻗어냈다.

오른 손 앞에 떠올라 있는 새빨간 구체.

탁구공처럼 작은 그건 역발산기개세와 태양신공을 이용해 만들어 낸 천번구였다.

‘가라!’

김서준은 오르크가 뿜어낸 거대한 빛의 기둥을 향해 천번구를 쏘아보냈다.

츠아아아아악

천번구는 푸른 빛의 기둥을 그대로 가르며 쏜살같이 날아갔다.

오르크가 쏘아낸 빛의 기둥은 천번구에 닿자마자 커다란 동심원 형성하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애꿎은 바닥과 벽으로 날아가 폭발을 일으켰다.

꽈과과과과과광

폭발은 강력했지만 생도들에겐 아무런 위협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천번구는 달랐다.

푸른 빛을 그대로 뚫고 날아간 천번구.

어느새 쩍 벌리고 있는 오르크의 입 바로 앞까지 파고들었다. 그때 김서준이 활짝 펼쳐냈던 손바닥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러자,

피이이이잉

천번구에서 태양이 폭발하는 것 같은 찬란한 빛이 폭사되더니,

꽈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었다.

대공동이 통재로 뒤흔들릴 정도의 위력.

오르크는 폭발의 충격에 휘말려 30여미터나 튕겨졌다가 바닥에 부딪치며 거칠게 나뒹굴었다.

크워어억! 쿼억… 커걱.

오르크의 모습은 처참했다.

몸통의 절반이 터져버렸고, 다리 하나와 팔 네 개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숨은 붙어 있었다.

그건 김서준이 일부러 여지를 남겨 두었기 때문이었다.

생도들 틈에 숨어든 쥐새끼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보스는 아직 죽어선 안되었으니까.

그럼에도 굳이 김서준이 모두들 앞에 나서서 오르크의 브레스를 대신 맞아주면서까지 천번구를 사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천번구]

-고도의 집중력으로 태양신공을 역발산기개세로 받아내면 발동된다.

-마력과 내공을 동시에 소모하여 한껏 압축된 힘을 단숨에 폭발시킨다.

-15초 동안은 제어가 가능하나 그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폭발한다.

-재사용 대기시간: -

김서준의 예상대로 생도들을 구할 목적으로 무공을 사용한 결과 천번구를 신비로 각성할 수 있었다.

사실 김서준은 반신반의 했다.

무공을 신비로 각성하기 위해서는 ‘의도하지 않은’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기에 어쩌면 각성이 안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공했다.

김서준은 신비 각성보다 생도를 돕와야 한다는 생각에 더 비중을 두었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무공을 신비로 각성하게되면 단순히 신비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서준]

-마력: 190(+9) / 내공: 261(+13) / 제어: 171(+8)

-신비: 역발산기개세(24%) / 태양신공(31%) / 염동장막(11%) / 수라극섬(10%) / 심안(10%) / 천번구(1%)

마력과 내공, 그리고 제어까지 모두 기존보다 5%씩 상승했다.

김서준은 자신의 오른 손을 내려다봤다.

타는 듯이 붉었던 손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태양신공과 역발산기개세의 궁합이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나도 몰랐는데….’

두 신비의 궁합은 좋아도 보통 좋은게 아니었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가지지 못했다면 지금의 김서준은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김서준. 너, 그걸 어떻게 막아낸 거야?”

최철민이 넋이 나간 얼굴로 입을 열었을 때, 김서준은 아차 싶었다.

그래서 황급히 몸을 비틀거렸다.

“크윽….”

김서준의 모습은 영락없이 무리해서 마력을 끌어 쓴 사람이었다.

그제야 다른 생도들도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이 되어 김서준에게 모여들었다.

“그러게 왜 쓸데없이 오지랖이야? 양휘의 중력장이나 박해성의 구현으로도 방금 그 공격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민소라가 톡 쏘듯 말했지만, 그 말에는 걱정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후…. 그러게. 예쁜 동생들이 지켜본다고 그냥 좀 멋져 보이고 싶었나 봐.”

김서준은 이리나와 임희주를 바라보며 맥없이 웃어보였다.

“거기에 난 왜 끼어 넣어? 난 그쪽보다 어리지 않다고요, 김서준 생도님.”

이리나가 웃으며 대답하자 크게 지쳐있던 생도들 얼굴에 조금씩 웃음꽃이 피었다.

“농담은 나중에 하고 이제 얼른 나가자. 보스가 다시 재생하기 전에 말이야.”

최철민은 보스를 마무리 짓지 않기로 했다.

괜히 보스를 처리했다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고, 괜히 레이드를 끝내서 균열을 폐쇄시키는 것도 내키지 않았으니까.

그때였다.

푸욱

보스가 널브러진 쪽에서 들려온 섬뜩한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조태석이 어느새 보스에게 다가가 심장에 대도를 박아넣고 있는 장면을.

“조태석!”

“너 무슨 짓이야?”

생도들이 경악하며 소리치자 조태석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다 죽어가는 놈인데 왜 그냥 가려고? 이놈 잡아서 보상 나눠가지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잖아. 다들 뭘 그리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

조태석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도를 비틀어 오르크의 심장을 완전하게 파괴해 버렸다.

그 순간, 모두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결계 구역 내의 보스가 쓰러졌습니다.

-지금부터 5단계의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모든 웨이브의 제한 시간은 20분입니다.

-매 단계마다 생존한 몬스터의 숫자가 다음 단계 웨이브에 출현하는 몬스터의 기본 숫자에 배수로 적용됩니다.

-5단계 웨이브가 끝났을 때, 생존한 몬스터가 있을 경우 균열을 향한 대규모의 스톰 웨이브가 추가로 진행됩니다.

-1단계 웨이브가 시작됩니다.[00:00:60]

보스가 죽었는데 균열이 폐쇄되는게 아니라 웨이브가 발생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런 균열은 처음이라 모두들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김서준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건가?’

김서준은 조태석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

“젠장. 역시나로군.”

균열 입구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즐기고 있던 박문호.

그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교관님! 방금 메시지가….”

“나도 봤다. 이 교관. 넌 먼저 귀환해서 균열 앞에 병력이 모였는지 확인하고, 웨이브를 막아낼 준비를 해라.”

박문호는 놀랐을 지언정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장비를 챙기며 전투를 준비했다.

“교관님은요?”

“난 다른 교관들하고 여기에 남아 생도들을 기다린다.”

“기다려요? 직접 보스룸으로 가서 구하는게 아니고요?”

“이것도 훈련의 일환이다. 아직까지는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건 없다.”

“하지만….”

“예거 캠프로 몬스터 웨이브가 밀어닥치는 꼴을 보고 싶은 건가?”

박문호는 이 교관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이 교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 자신의 짐을 빠르게 챙겼다.

“무사히 귀환하십시오.”

“걱정 말라니까 그러는군.”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 교관은 다른 동료 교관들과도 인사를 나누고는 바로 균열로 뛰어들었다.

그가 균열 속으로 사라지자 박문호는 막사 한쪽으로 가서 모니터를 살폈다.

세 대의 커다란 모니터에는 드론이 촬영하는 영상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었다.

지난 이틀간 박문호는 세 대의 드론을 이용해 생도들의 주변에서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을 촬영했다.

솔직히 그는 여러모로 놀랐다.

생각 이상으로 생도들의 적응력은 훌륭했고, 이틀간 보인 성과는 그 어떤 예거 기수들보다도 뛰어났기 때문.

특히, 생도들 중 네 명이 발군이었다.

김서준, 신태양, 양휘, 이리나.

그저 평가 점수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이번 훈련을 진행하며 보인 판단력, 추진력, 대 몬스터 살상력 등은 생각이상으로 대단했다.

‘트롤러가 있긴 했지만, 그 녀석들도 크게 뒤떨어지는 건 아니고 말이지.’

박문호는 임희주가 아무 생각없이 박해성이 건넨 코르시카 바질을 모닥불에 피워 몬스터를 끌어들인 것도 다 지켜봤다.

그 일로 박해성은 다른 생도들에게 왕따가 되었지만, 그런 모습은 하루 만에 사라졌다.

생도들은 고작 실수 한 번으로 함께 고생한 생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치졸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갑자기 MPSP를 써서 달리기 시합을 한 건 의외였고.’

박문호는 김서준이 왜 갑자기 그런 내기를 제안한 것인지 아직까지도 궁금해 하고 있었다.

단순히 추가로 얻게된 마석을 한 사람한테 몰빵하려고 내놓은 제안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보스룸을 이렇게 빨리 찾아낼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드론 세 대 중, 한 대는 생도들이 들어간 동굴 입구에 대기 시켰고, 다른 두 대는 동굴 안으로 함께 진입한 상태.

하지만 보스룸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었다.

보스룸 안에서는 기이한 전파방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드론이 진입할 경우, 드론 제어기와의 연결이 끊어지기 때문.

그래서 보스룸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통로가 막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언지는 박문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가 페이즈 3에 진입했다는 뜻.

역시나 생도들은 박문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페이즈 3가 시작된지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웨이브 메시지가 떠버린 것.

지금까지 이 생존 훈련에서 가장 빠르게 페이즈 3의 보스를 쓰러뜨린 건 8년 전, 예거 생도 ‘J-03’의 기수였다.

J-03 생도들이 이 균열에 있는 오르크 보스가 페이즈 3에 돌입한 이후 처리할때까지 걸린 시간은 27분.

보통의 기수들이 40분에서 50분 정도에 간신히 처리하는 것에 비한다면 엄청 빠른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J-07’기수는 그들보다 20분이나 단축된 시간에 보스를 쓰러뜨렸다.

예거 생도 전 기수를 통틀어 가장 강력하다는 윤현도가 끼어 있는 J-03 기수 보다 더 강한 생도가 있다는 걸까?

아니면 유독 한 생도만 강했던 J-03 기수와 달리 J-07 기수는 생도들 전체가 평균적으로 강하기 때문일까?

‘그 장면을 영상으로 담지 못한게 아쉽구나.’

박문호는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영상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 영상에는 꽉 막혀있던 보스룸 출입구가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뻥 뚫린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