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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75화 (7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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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준은 지금껏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오직 마력만을 사용하며 양휘와 신태양과 비슷한 수준으로 몬스터를 소극적으로만 상대했다.

생도들 틈에 숨어있는 쥐새끼는 아직도 본색을 드러내지 았았기에, 김서준 또한 힘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모든 생도가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황까지 왔음에도 쥐새끼는 끝까지 자신을 감추고만 있었다.

과연 놈이 노리는 것은 무얼까?

왜 생도들 틈에 섞여 들어와 계속 트롤짓을 해 대는 걸까?

예거 조직의 비밀을 캐서 외부로 유출하기 위해 첩자노릇을 하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만들어 예거 생도들이 따로 숨겨놓은 힘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걸까?

김서준은 그런 의문을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쥐새끼가 지닌 최종 목적을 알아내려 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의 진정한 목적은 이 웨이브가 끝나야만 드러나게 될 것임을.

그래서 직접 모든 몬스터를 쓰러뜨리기로 했다.

10분만 버티면 어차피 웨이브는 끝난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면 스톰 웨이브가 발생할 것이기에 살아 있는 몬스터를 모두 없애야 했다.

김서준은 이 기회를 역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지금의 조건이면 남은 10분 동안 엄청난 무공 하나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낼 수 있었다.

그 무공의 이름은 풍뢰도(風雷刀).

바람의 도와 벼락의 도를 펼쳐내어 주변의 모든 걸 파괴해 버리는 위력적인 무공이었다.

김서준이 있던 무림계에는 이 풍뢰도를 성명절기로 사용하던 이도술의 달인이 한명 있었다.

그는 이도술 하나로 천마군장 천강우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든 몇 안되는 강자였다.

김서준은 그 이도술의 달인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거둔 제자였기에 풍뢰도를 아는 최후의 인물이기도 했다.

풍뢰도를 익히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야 한다.

첫째, 강력한 파괴력을 담은 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도 아무 상관이 없을 정도의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둘째, 풍뢰도를 완벽하게 터득하기 위해서는 실체가 없는 허공이 아닌 진짜 실존하는 적의 육체를 수없이 베어내야만 한다.

셋째, 육체가 최대한 혹사된 상태에서 수련을 해야만이 진정한 풍뢰도를 깨달을 수 있다.

김서준은 이곳 헌터계에서는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어떤 무공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풍뢰도를 익힐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뜻하지 않게 그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

보스룸의 대공동은 주변을 다 때려부숴도 아무 문제없을 만큼 넓었고, 마음 껏 베어버릴 적이 300 이상이나 존재한다.

또한 마력 만으로 그 엄청난 웨이브를 버텨내면서 몸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김서준은 이 몬스터들을 희생양 삼아 풍뢰도를 이 자리에서 바로 완성하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촤앙

김서준은 아공간 속에서 기다란 도 하나를 추가로 뽑아 들었다.

한 손에 하나씩.

양 손에 도를 거머쥔 김서준은 전방의 몬스터들을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보니 쥐새끼가 노리고 있던게 바로 이거였구나.’

흉신악살 같은 얼굴로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쥐새끼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가 깨달아졌다.

모든 생도들은 지칠대로 지쳐 더 이상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다.

이제 이 앞의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도망을 치게 될 것이고, 그때 쥐새끼가 숨겨놨던 힘을 꺼내 놓게 되면 모든 생도들을 한꺼번에 해치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교관들이 띄운 드론은 보스룸까지는 들어올 수 없으니 생도들이 몬스터에게 희생당했다고 거짓말 하기에도 안성맞춤.

‘그걸 위해 이 상황이 되었음에도 베리어 뒤에 숨어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거겠지.’

김서준은 놈이 원하는데로 해 주기로 했다.

풍뢰도로 모든 몬스터를 도륙해 버린 뒤 살짝 연기를 해 보이기만 하면 놈은 반드시 본색을 드러낼 테니까.

‘그럼…. 시작해 볼까?’

김서준은 6성의 내공만을 이용해 모든 걸 끝내기로 했다.

남은 내공은 쥐새끼를 잡을 때 사용하면 된다.

꽈아아앙!

김서준이 진각을 사용해 바닥을 강하게 찍어냈다.

그 간단한 동작에 대공동이 크게 뒤흔들렸고, 무섭게 달려들던 몬스터들은 진동에 균형을 잃었다.

김서준은 그 순간 비뢰신보를 발휘했다.

촤아아아악

몬스터들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진 김서준.

그의 모습은 한줄기 섬광과 같았다.

그 섬광은 주변의 모든 어둠을 잡아먹으며 바람처럼 사방을 휘젓기 시작했다.

촤자작. 촤아아악!

두 개의 도가 움직이는 모습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빛이 번쩍한 순간 핏물이 튀고, 몬스터들의 머리와 팔다리가 마구 튀어 올랐다.

그것만이 아니다.

콰직! 콰지직!

바람 속에 섞여 있던 벼락이 몬스터들에게 떨어져 내리며 시원하게 폭발했다.

퍼버버버버벙-

마치 폭죽 놀이를 하듯, 김서준이 섬전처럼 스쳐가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폭풍처럼 사방을 휘젓는 바람의 힘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몬스터의 온몸을 찢어냈고,

천벌과도 같이 때려박히는 벼락의 힘은 거대한 몬스터들의 머리와 몸통을 터뜨려 버렸다.

쿠웅. 쿵. 쿵쿵.

몬스터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한줄기 빛이 되어 수많은 몬스터들 사이를 무섭게 휘젓고 다니는 김서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생도들의 얼굴엔 놀람을 넘어 경악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껏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엄청난 무위.

과연 이것이 스무살도 되지 않은 생도가 지닐 수 있는 무력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김서준의 무력엔 현실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들이 각성한 신비도 현실적인건 아니다.

하지만, 김서준이 펼쳐내고 있는 능력은 그보다 몇 배는 더 비현실적이었다.

김서준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왜 숨기고 있었던 걸까, 그런 의구심이 피어오르던 그때였다.

“커억!”

김서준이 갑자기 피를 울컥 토해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두 개의 도로 바닥을 찍어 쓰러지는 것만은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지금의 김서준은 누가 톡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김서준!”

양휘와 신태양이 이를 악물고 뛰쳐나갔다.

그리고 최철민과 이리나도 자신의 몸 상태와 상관없이 김서준을 향해 달려나갔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김서준은 여섯 마리의 몬스터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경악스럽게도 김서준은 단 9분만에 300이 넘는 몬스터를 모조리 때려잡았고, 단 여섯 마리만 남겨 놓은 상태였다.

생도들은 온 힘을 다해 김서준을 구하고자 했다.

다섯 명이 일제히 달려나가 다섯 마리 몬스터를 공격했다.

하나가 남았지만, 놈은 양휘의 중력장에 발이 고정되어 김서준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나 마력이 부족했다.

크허어엉!

3미터 크기의 D급 몬스터 카우도가 괴성을 내지른 순간, 중력장이 깨지고 말았다.

발을 붙잡던 힘이 사라지자 카우도는 코뿔소처럼 그대로 달려나가 김서준을 향해 거대한 메이스를 휘둘렀다.

휘우우웅

그다지 빠르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김서준에겐 그 공격을 피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가까스로 두 개의 도를 들어 앞을 방어해낸 김서준.

꽈앙!

묵직한 충격음이 터지며 김서준이 튕겨나갔다.

10여 미터를 튕겨졌다가 바닥을 나뒹군 김서준은 고통이 가득한 얼굴로 연신 피를 토해냈다.

그런 김서준을 향해 임희주와 안지운, 민소라까지 달려갔다.

그 사이 앞서 뛰쳐나갔던 다섯 생도들은 여섯 마리의 몬스터를 모두 쓰러뜨릴 수 있었다.

드디어 끝났다.

생도들 모두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고, 특히 김서준은 더욱 위중한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모든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양휘 등은 이대로 주저앉아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김서준이 걱정되어 쉴 수 없었다.

곧장 김서준 쪽으로 뛰어간 생도들.

임희주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드러누운 김서준의 안색은 창백했다.

“이제…. 끝난 건가?”

김서준의 힘없는 목소리.

다들 눈치채고 있었다.

방금 전 김서준이 보인 엄청난 무위는 남은 체력과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내서 기적적으로 만들어낸 것임을.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역발산기개세로 그 정도의 힘을 비축해 놓았던 거냐?”

최철민이 안타까운 얼굴로 김서준을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

“하….하. 그게 제가 지닌 신비의 최대…. 장점이니까요.”

“덕분에 모든게 끝났다. 수고했다, 김서준. 그리고 너희들 모두.”

최철민이 생도들을 돌아보며 한 말에 다들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때, 모두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5단계 웨이브 종료.

-생존한 몬스터가 없으므로 스톰 웨이브는 발동하지 않습니다.

-본 균열은 1년 간 폐쇄됩니다. [00:59:58]

모두가 바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1시간 안에 균열 입구로 돌아가야 했다.

“일단 마석부터 확인하자. 15분이면 되겠지? 서준이는 희주, 네가 좀 챙겨주고.”

“네. 그럴게요.”

최철민의 말에 모두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마리를 훌쩍 넘는 몬스터들의 사체를 뒤지는 일은 쉬운게 아니었다.

그래도 생도들은 모든 난관을 이겨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마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약 12분 정도가 지났을 때, 흩어졌던 생도들이 다시 모였다.

찾아낸 마석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오렌지급 마석 2개에 옐로우급 마석 4개, 그리고 보스 오르크에게서 찾아낸 블루급 마석 3개가 전부였다.

그나마 몬스터들이 떨어뜨린 장비들 중에서 아티펙트로 보이는 물건 몇개를 찾아내지 못했으면 굉장히 실망했을 상황.

“우선 이건 서준이한테 준다. 모두 불만 없지?”

최철민은 블루급 마석 2개를 김서준한테 건넸다.

이들이 5단계 웨이브를 모두 막아낼 수 있었던 데에는 김서준의 활약이 가장 컸기에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았다.

“나머진 귀환한 다음 다수결로 주인을 정하는게 좋겠….”

지이이이이이잉-

최철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낯설지 않은 마력의 파장이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헉!”

“이, 이건!”

“뭐야!”

다들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들을 훑고 지나간 건 분명 MPSP였다.

그것도 생도들 중 한 명이 직접 가동시킨 것이었다.

“아우. 이제야 속이 시원하네.”

냉소적인 얼굴로 중얼거리는 한 사람.

이제 막 자신의 기프트에서 손을 뗀 그는 바로 조태석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조태석에게 쏠렸다.

갑자기 모든 생도가 있는 자리에서 MPSP를 사용하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왜, 다들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데? 내가 이럴 거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나봐?”

“미친새끼! 도대체 무슨 짓이야!”

박해성이 분노한 얼굴로 소리치자 조태석이 그를 발로 뻥 차버렸다.

“크윽!”

안그래도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다가 마력까지 사라진 박해성은 아무 대응도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지만 생도들은 박해성이 아닌 조태석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놀란 건 조태석은 아직 힘이 철철 흘러 넘친다는 점이었다.

분명 조태석도 MPSP에 함께 노출이 되었다.

그렇다면 마력이 잠겨 있어야 하는데, 조태석은 몸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마력의 힘이 출렁대고 있었다.

“크하핫! 이거 웃기네. 내가 아무런 조치도 없이 MPSP를 썼을 거 같냐?”

키득거리며 웃은 조태석은 균열 앞에서 생존장비를 챙길 때 찾아낸 호각을 꺼내보였다.

“이게 뭔지 알아? 다들 용기의 호각으로 알고들 있지? 이미 거기서부터 너희들은 틀려먹은 거야. 내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다니. 멍청한 자식들.”

조태석은 생도들을 비웃으며 최철민과 김서준에게 다가가 그들이 가지고 있던 마석을 모조리 빼앗았다.

“이건 용기의 호각 따위가 아니라 Anti MPSP 기능이 탑재된 아티팩트다, 병신들아. 예거들이 쓰는 R-MPSP 슈트처럼 완벽하진 않아도 80% 정도는 MPSP를 막아낼 수 있거든. 오늘을 위해 몰래 개발해 놓은 장비지. 참 쓸만한 기술력이지 않냐?”

조태석은 무척이나 신이 나 있었다. 그래서 묻지도 않은 말을 마음껏 주절거렸다.

솔직히 그도 이 정도까지 훌륭하게 계획이 성공할 줄은 몰랐다.

몰래 트롤짓을 해서 생도들 사이에 내분을 일으키고 일부러 보스 오르크를 죽여서 웨이브를 일으켰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태석은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지치게 될 생도들을 남김없이 죽여버리는 정도로 만족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멍청한 생도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온 힘을 다해 5단계 웨이브를 끝내 막아내 버렸다.

그 덕에 상당한 마석을 획득했고, 아티팩트들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건 생각지 못한 큰 소득이었다.

어차피 MPSP에 노출된 이상 이들이 살아날 방법은 없다.

이대로 생도들을 죽여 버린 다음 지구로 귀환한다면 균열은 알아알 폐쇄될 테니 그가 생도를 죽였다는 건 누구도 모르게 될 테니까.

“역시 네 놈이었군…. 생존장비를 챙길 때 단번에 그 호각을 골라잡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김서준은 여전히 드러누운 자세로 모든 걸 포기한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호? 그래도 한 놈 정도는 눈치가 있었네. 그런데 어쩌나. 이미 다 끝난 걸.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는 건 알지? 크큭.”

“조태석. 딱 두 가지만 묻자. 후우….”

김서준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으며 깊게 심호흡했다.

“두 가지 정도는 애교로 봐주지. 나한테 마석을 선물로 준 보답으로 말이야.”

유들거리며 대답한 조태석은 기프트를 슬쩍 내려다 보다가 갑자기 출입구 밖을 향해 단검 하나를 확 내던졌다.

쐐애액

마력이 실린 단검은 순식간에 40여 미터를 날아갔고, 출입구 근처를 날아다니던 드론 두 대를 한번에 격추시켰다.

“누가 날 지켜보는 건 질색이라서. 흐흐.”

조태석은 생도들을 향해 히죽 웃음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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