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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78화 (7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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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빛으로 가득한 회의실.

중앙의 커다란 회의탁자엔 많은 사람들이 빙 둘러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예거라는 조직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이었는데,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눈빛과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 보고있는 건, 어제와 오늘 이틀간 진행된 J-07 기수의 최종 균열 훈련을 촬영한 영상이었다.

영상은 균열 안에서 생도들이 교관 캠프를 떠나는 순간부터 모든 걸 마치고 귀환하는 모습까지를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특히 보스룸 안에서 벌어진 모습이 촬영된 영상은 모두를 충격 속에 빠져들게 했다.

드론은 보스룸 안까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밖에서 줌을 당겨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엔 생도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배수의 진을 치면서까지 끝까지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 장면은 이번 생도들이 놀라울 정도의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5단계 웨이브까지 모두 막아낸 생도들.

그런 생도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MPSP를 사용한 모습이 촬영되었다. 영상은 흐릿했지만, MPSP를 사용한 건 분명 조태석이었다.

그 뒤로 두 생도와 여덞 명의 생도가 대립하는 구도가 보였다.

조태석과 임희주.

그 두 사람 앞에서 지친 듯 쓰러져 있는 8명의 생도들.

그들 사이에서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여기까지만으로도 대충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가능했다.

그 직후, 조태석이 던진 단검으로 촬영은 중단되었다.

생도들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확실히…. 문제가 있었군요.”

넘버 투의 요원 이채윤이 다소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조태석과 임희주를 추천한 부서가 어디였죠?”

“조태석은 길드 관리팀에서 추천서가 올라왔고, 임희주는 준혁이의 추천이 있었지.”

대답한 사내는 예거 넘버링 요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넘버 나인 지학선이었다.

최초의 예거 넘버링 요원이기도 한 지학선은 44살의 나이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 뛸 정도로 혈기가 왕성했다.

또한 가장 나이가 많기 때문에 맏형으로서의 역할도 하며 넘버링 요원들 사이에선 정보통으로 알려져 있기도 했다.

“길드 관리팀은 예거 생도를 추천하면서 신분 조회도 제대로 안했나요? 어떻게 신교단의 단원이 생도로 둔갑해 이곳까지 스며들 수가 있죠?”

“내가 알아본 바로는, 신교단에서 작정하고 조태석의 신분을 위조했더군. 우리 예거의 길드 관리팀까지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완벽하게 말이야.”

“그럼 준혁이는요? 넘버 텐의 요원이 설마 기본적인 확인 절차도 없이 임희주를 추천한 건 아니겠죠?”

“그게….”

지학선도 넘버 텐 차준혁이 추천한 과정에 대해선 뭐라 말하기가 힘들었다.

확인해보니 임희주는 차준혁이 임무 중에 우연히 마주친 여고생이었는데, 그녀가 각성한 신비인 궁극기가 마음에 든다며 다짜고짜 생도로 추천해 버렸다.

차준혁은 현 예거 넘버링 요원들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넘버 쓰리 배창훈에 버금가는 강자였기에 그가 추천한 임희주에 대한 검증이 그리 철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후…. 고인물은 그대로 두면 썩는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이네요. 앞으로 생도들에 대한 신분 조회는 제가 직접 담당하겠어요. 저를 거치지 않는 추천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넘버 투 이채윤의 단호한 말에 회의실에 있는 누구도 이견을 내놓지 못했다.

“준혁이 한테는 이번 주 중으로 예거 본부로 복귀하라고 통보하겠어요.”

“그래서 이번 기수 생도들은 어떻게 처리할 거지?”

넘버 원 권윤성의 말에 이채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넘버링 요원들을 쭉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로 진행하죠. 제가 보기엔 최근 몇 년 동안 본 생도들 중에서 이번 J-07 기수가 가장 훌륭한 자질을 지닌 것 같아요. 이런 생도들을 불미스런 일 때문에 놓칠 수는 없습니다.”

“김서준에 대한 추가 조사는 어쩌려고?”

“이번 신교단 사태를 해결한 것이 김서준 생도이긴 하지만, 이 또한 놈들이 파 놓은 이중 함정일 수도 있어요. 물론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김서준의 신분은 매우 믿을만 해요. 다만,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좀 있을 뿐이죠. 그러니 마지막 평가에서 가장 명확한 방법으로 검증을 하겠습니다.”

“가장 명확한 방법?”

권윤성이 살짝 의문을 보이자 이채윤이 예쁜 얼굴로 환하게 미소를 그렸다.

“홈커밍 데이에 우리가 직접 확인해 보는 거죠.”

이채윤의 말에 회의실 내의 넘버링 요원들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홈커밍 데이는 예거가 창립된 이후로 쭉 이어져 온 전통이자 생도들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날이었다.

이 홈커밍 데이엔 오래 전부터 넘버링 요원으로 활동하는 선배 예거들이 대거 참가하게 되는데, 그들은 생도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대결을 벌이면서 친목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

이 대결에서 우승하는 팀에겐 큰 보상이 주어지며, 정식 예거 요원들에게 직접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생도들이 무척이나 기대하는 날이기도 했다.

지금까진 이 홈커밍 데이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직 순수하게 생도들과 넘버링 요원들이 친목을 다질 기회로만 여겨져 왔기에 이채윤의 말이 불러 일으킨 파장은 작지 않았다.

“이젠 홈커밍 데이까지 우리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고?”

“어쩔 수 없잖아요. 김서준 생도의 성적은 역대급으로 훌륭해요. 이런 생도를 별 것 아닌 이유로 탈락 시키는 건 예거에 있어 엄청난 손해니까요. 그래서 기회를 주려는 거죠. 홈커밍 데이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이 지닌 마력의 원류가 무엇인지 당당히 밝힐 기회를요.”

“유라까지 부를 생각이냐?”

예거 넘버링 요원 중에서 상대의 마력의 원류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건 김유라가 유일했다.

하지만 김유라는 가장 어린 막내였고, 아직 아카데미도 졸업하지 못한 터라 원래대로라면 홈커밍 데이에 참석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채윤은 그런 김유라까지 불러들일 생각인 것이다.

“유라가 온다면 생도들에게 상당한 의욕을 불러일으킬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봐야 이번 기수에서 넘버링 요원이 될 수 있는 건 단 둘 뿐이야. 최고 점수를 획득하고 있는 김서준하고 차이가 너무 커서 의욕이 생길라야 생길 수가 없을 걸?”

권윤성의 말에 이채윤이 묘한 눈빛을 보이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제안 하나를 하려고요.”

“제안?”

“이번 기수에서 넘버링 요원 넷을 선정했으면 합니다.”

“넷이나? 이번 생도들 중에서 넘버링을 셋이나 뽑기로 한 것도 이미 예외적인 상황인데 거기서 한명을 더 뽑겠다고?”

“다들 아시다시피 얼마 전부터 문라이트의 행동 반경이 전보다 몇 배는 넓어졌어요. 놈들이 이렇게 급히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건 뭔가 노리는 것이 있다는 뜻이죠. 그러니 우리도 이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채윤은 악의 축 문라이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예거 조직도 개편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번 기수는 다들 나이가 어려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넘버링 요원이 된다고 해도 최소 2, 3년은 지나야 정식으로 활동할 수가 있다.”

“우리에겐 조기 졸업이라는 훌륭한 제도가 있잖아요. 그걸 이용하면 되니 그런 걱정은 마세요.”

이채윤은 다른 넘버링 요원들이 문제 삼을만한 사항까지 미리 준비를 해 왔다.

이채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자 더 이상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

예거의 규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넘버링 요원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자리에 있는 넘버링 요원은 총 여섯.

열한명의 넘버링 요원 중 과반수가 이곳에 있었으니 이들 모두가 동의한다면 이채윤의 제안은 받아들여진다.

넘버링 요원들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자, 이채윤은 쐐기를 박기로 했다.

“제가 보기엔, 이번 07기수의 절반이 웬만한 기수의 탑 원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나요. 이런 생도들이 넘버링 요원으로 선발된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등 뒤가 든든할 것 같은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가요?”

“흠. 난 솔직히 채윤이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이번 07기수는 내가 보기에도 모두가 역대급으로 능력이 뛰어나거든.”

예거의 대선배 지학선이 이채윤의 제안에 동의하자 다른 요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07기 녀석들 절반이 다른 기수의 원탑에 든다는 건 동의하지 않지만, 꽤 쓸만하다는 건 인정해요. 그러니 채윤 언니의 제안에 저도 찬성하는 걸로 하죠.”

예거 넘버 식스이자 넘버링 요원들 중 가장 까칠한 성격을 지닌 조미진도 찬성표를 던졌다.

“크흠. 나도 찬성이다. 내 동생이 07기수에 있어서 기회를 주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라.”

최경문도 찬성했고, 마지막으로 지금껏 말없이 상황만 지켜보고 있던 박대만도 의견을 밝혔다.

“딱 네 명까지로 제한한다면 이 박대만도 찬성합니다.”

“네 명 이상이면 무슨 문제라도 있나? 왜 꼭 네 명까지로 제한하자는 거야?”

지학선이 궁금한 얼굴로 묻자 호랑이처럼 무서운 얼굴을 한 상남자 박대만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명색이 특수요원인데 넘버 식스틴! 이라고 부르는 건 좀 이상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박대만의 엉뚱한 대답에 지학선과 최경문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건 조미지도 마찬가지였는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 되어 톡 쏘듯 말했다.

“넘버 식스틴은 이상하고, 넘버 피프틴은 안 인상해? 웃기는 소리하고 있어.”

조미진은 자신보다 한 살 위인 박대만을 친구처럼 대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예거 기수로는 조미진이 04기로, 05기인 박대만보다 앞섰기 때문.

그때,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채윤이 툭 끼어들었다.

“다들 착각하는게 하나 있어요. 내가 말한 네 명은 넘버 포의 자리까지 포함한 인원입니다.”

“넘버 포라고?”

“이번 기수에서 넘버 포를 뽑습니까?”

“꼭 그래야 하나?”

이채윤의 말은 넘버링 요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만큼 이들에게 있어 넘버 포의 자리는 의미가 남달랐다.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한 자들만이 모이는 비밀 특수 요원인 예거.

그 중에서도 예거 넘버링 요원은 더욱 특출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그 특출난 넘버링 요원들의 최강자인 넘버 포는 이들에게 힘의 상징이자 넘사벽의 거인인 것이다.

현 넘버링 요원들에게 있D어 그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은 역대급의 강자로 평가되는 윤현도였다.

1년 전 중요한 비밀 임무 중 실종되어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이들에게 윤현도는 영원한 넘버 포였다.

때문에 그 넘버 포의 자리를 이제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겠다는 이채윤의 말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우린 넘버 포의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뒀어요. 이젠 감정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에요.”

“하지만….”

“하지만은 없습니다. 현실은 현실일 뿐이고요.”

이채윤의 뜻은 확고했다.

더 이상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은 없었다.

넘버 포를 비롯해 넘버 투엘브, 넘버 서틴, 그리고 넘버 포틴까지.

이렇게 네 명의 넘버링 요원을 선출하겠다는 이채윤의 제안은 이제 권윤성 한사람의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모두의 이목이 권윤성에게 집중됐다.

예거 생도 02기수의 최강자이자 현 넘버링 요원들의 탑인 넘버 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내, 권윤성.

그는 씁쓸한 미소를 그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모두의 뜻이 그러하니 나 또한 반대하지 않겠다.”

드디어 결론이 내려졌다.

“제안을 수락해 주어 모두들 감사해요. 오늘 벌어진 사고는 최대한 조용하게 처리해 주시고 연루된 자들을 모두 파악해서 감찰부에 넘겨요. 그리고 이틀 후에 있을 홈커밍 데이에 만반의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도록 하마.”

지학선의 대답을 끝으로 넘버링 요원들의 회의는 마무리 되었다.

***

그날 저녁.

숙소에 돌아와 긴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서준은 특수폰을 통해 전달된 공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전달사항]

1)현 시간 이후로 조태석, 임희주의 이름은 절대 거론하지 않도록 합니다.

2)금일 훈련을 통해 획득한 보상은 보스 레이드의 기여도에 따라 배분됩니다.

3)균열 실습을 하루 일찍 끝낸 관계로, 명일 하루는 식사 소집 외에는 아무 훈련이 없습니다. 그러니 숙소에서 모두들 편안하게 쉬세요.

4)이틀 후에 있을 홈커밍 데이를 대비하여 팀을 이루고 싶은 넘버링 요원을 마음 속에 정해 두세요.

김서준이 눈여겨 본 내용은 4번째 항목이었다.

‘설마 넘버링 요원 대부분이 캠프에 오는 건가?’

팀을 이루고 싶은 넘버링 요원을 정해두라는 건, 총 11명의 넘버링 요원 중 누구라도 생도가 원하면 함께할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김서준이 알기로, 홈커밍 데이에 캠프를 찾아오는 넘버링 요원은 세 명에서 네 명 정도.

그 이상은 바쁜 임무 때문에라도 홈커밍 데이에 참여할 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달라진 듯 했다.

‘조태석과 임희주에 대한 것도 크게 이슈화 시킬 생각은 없는 것 같고….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건 그들을 도운 교관도 이미 찾아내 조치를 취했다는 뜻이겠지?’

김서준은 전달사항 만으로도 지금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는 지를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건 또 참 의외란 말이지.’

김서준은 특수폰을 한쪽에 휙 던져 놓고는 눈앞에 떠 있는 자신의 정보창을 바라봤다.

[김서준]

-마력: 200(+10) / 내공: 274(+13) / 제어: 180(+9)

-신비: 역발산기개세(25%) / 태양신공(32%) / 염동장막(15%) / 수라극섬(10%) / 심안(11%) / 천번구(1%) / 비뢰신보(1%)

어느새 천번구에 이어 비뢰신보까지 신비로 등록되어 있었다.

아마도 대공동에서 방패가 폭발할 때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비뢰신보를 사용했기 때문이리라.

솔직히 김서준에게 있어 무공이 신비로 등록되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공을 신비로 각성하게 되면 내공을 세밀하게 제어할 필요 없이 시동어 만으로 즉시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정도가 다였다.

그런데도 김서준이 무공을 신비로 각성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신비 각성과 함께 모든 능력치가 5%나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지금만 해도 그린 마석 세 개를 공짜로 흡수한 효과이니 나중엔 블루 마석과 동일한 효과를 얻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공의 신비 각성은 김서준에게 마석을 구하러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그나저나 이건 대체 뭔 물건이지?’

김서준은 이틀 내내 공간 글러브의 아공간 속에 숨겨 두었던 동그란 구슬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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