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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85화 (85/153)

85

김서준의 동공이 크게 확장했다.

그로서도 이채윤이 다짜고짜 무릎을 꿇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보다시피. 모든 건 내 책임이이니까 내가 무릎꿇고 사과를 한다면 너도 내 제안 정도는 들어볼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인가요? 무릎을 꿇는다고 내가 마음을 돌릴 거라 생각했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채윤이, 예거의 넘버 투가 일개 생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건 김서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사죄할게. 내 생각이 짧았다. 두 번 다시 네가 가진 마력의 원류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 어떤 의심도 일체 하지 않을 거고. 그러니…. 용서해 다오.”

이채윤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이마가 바닥에 거의 닿을 때까지 머리를 숙이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옆에 있던 권윤성이 이채윤의 모습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채윤이 마음에 두고 있던 사내는 윤현도.

하지만 그런 이채윤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사내는 권윤성이었다.

무려 8년 이상을 숨겨왔던 그만의 진심이었다.

마음 속 깊이 아끼는 여인이 스물도 되지 않은 청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해 달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는 모습은 보고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김서준은 그런 권윤성의 반응까지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느닷없이 들이닥쳐서는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이채윤과 그녀를 바라보며 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권윤성.

김서준은 이 둘의 관계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예거라는 조직이 생각보다 꽤나 감성적인 면이 있네.’

한없이 차갑고, 작은 예외조차 허락하지 않는 철두철미한 조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속을 들여다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이채윤으로 인해 예거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기긴 했지만 이 두 사람의 묘한 관계를 보게 되자 분노는 빠르게 가라앉았다.

“하아…. 그만 일어나시죠.”

김서준이 탄식을 내뱉으며 이채윤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내가 행한 잘못을 용서해 주는 거라면 일어서겠다.”

이채윤의 고집은 여전히 지독했다.

확실하지 않은 일에는 절대 움직이는 법이 없는 여인.

이런 여인이 김서준에 관해서는 왜 그리 성급한 결정을 내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용서합니다, 해요. 누가 보면 내가 무슨 협박이라도 하는 줄 알겠습니다.”

김서준은 이쯤에서 화가 났던 감정을 정리해 주기로 했다.

그렇다고 이전과 똑 같은 자리로 되돌아 가겠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기회를 잡았으니 그걸 철저히 이용해 주기로 했다.

“그러면…. 너무 고맙지! 이 정도에서 용서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럼 좀 더 버텨줄까요? 한 6시간 무릎꿇은 상태로 있게 해줘요?”

“무슨 소리! 남아일언 중천금이라고 했다. 사내 자식이 용서해 놓고 10초도 안되서 다시 무르는 건 안될 일이지.”

이채윤은 금방 표정이 밝아지더니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자, 그럼 이제 퇴소하겠다는 건 없었던 일로 생각해도 되겠지?”

이채윤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이채윤은 나이를 스물 일곱이나 먹고서 열 아홉살 짜리 동생한테 무릎을 꿇었음에도 조금도 부끄럽다거나 창피해 하지 않았다.

김서준은 이런 이채윤의 모습이 과연 예거 전체를 실질적으로 주무르는 참모장 답다고 생각했다.

“퇴소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넘버링 요원은 거절합니다.”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왜? 네가 이 자리에 있는 건 넘버링 요원이 되기 위해서였잖아?”

“아침까진 그랬지만, 지금은 그냥 지원 요원이나 하려고요. 굳이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넘버링 요원이 되지 않더라도 지원 요원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만만치 않게 좋던데요, 뭐.”

김서준은 이채윤이 자신을 반드시 넘버링 요원으로 삼기 위해서 자존심을 굽히고 이 자리에 왔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선수를 쳤다.

끌려가는 대화보다 자신이 주도하는 대화에 익숙한 김서준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채윤에게 이런 대화는 익숙하지 않았다.

항상 주도권을 잡고 있는 쪽은 이채윤이었고, 가벼운 대화만으로도 상대를 마음 먹은대로 요리해 왔던 이채윤이었기에 김서준과의 대화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아직은 날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이로군. 더 원하는게 있으면 말 돌리지 말고 직접적으로 말해. 들어줄 수 있는 요구라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

“이미 용서했다는데 왜 또 엉뚱한 소립니까? 그런데…. 원하는걸 말하면 정말 들어줄 수 있습니까? 어떤 요구라도?”

“이미 말했다시피, 들어줄 수 있는 요구라면 가급적 들어주겠다는 거지 무조건 적으로 다 들어준다는 말은 안했다.”

이채윤이 살짝 방어적으로 나오며 한발을 뒤로 빼자 김서준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냥 지원 요원 할랍니다.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는 기간도 2년으로 짧고, 퇴직하는데도 그리 큰 조건이 달리는 것도 아니니 안전제일에 무사안일을 원하는 저한테는 지원 요원이 딱인 것 같네요.”

“끄응. 알았다! 알았으니까 무슨 유구인지 들어나 보자.”

결국 이채윤이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럼 기탄없이 말씀을 드리죠. 우선…. 저는 예거로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무조건 적으로 상관의 명령을 따라야만 하는 쫄 역할은 죽어도 하기 싫습니다.”

“쫄? 넌 지금 다른 넘버링 요원을 위시한 모든 예거 요원들을 쫄로 치부하는 거냐?”

“치부가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그럼 대답해 보시죠. 예거의 지원 요원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넘버링 요원을 포함한 비밀 첩보국 차장급 이상의 간부에겐 그런 권한이 주어지지.”

“넘버링 요원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요?”

“비밀 첩보국의 국장님과 권윤성 선배, 그리고 나까지다.”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은 있습니까?”

“상명하복은 조직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니 거부 권한이 있을 리가 없지.”

“불합리한 명령이라도요?”

“명령을 수행해야 할 자가 합리와 불합리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이미 하극상이다.”

김서준은 묻고, 이채윤은 답한다.

이렇게 몇 번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을 때, 김서준은 피식 웃었다.

“그것 보세요. 이거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조직의 구조와 똑같지 않습니까? 이러다 전시에 명령불복종은 즉결처형이다! 라는 말까지 나오겠습니다?”

“그건….”

이채윤이 뭐라 반박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김서준의 말처럼 예거는 거의 군대의 구조와 흡사했으니까.

“이번엔 내가 묻겠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살아야 하는 쫄이 싫다면, 네가 명령을 내리는 ‘왕’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냐?”

이채윤이 한발 물러서며 김서준의 진심을 물었다.

그러자 김서준은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아니죠. 저도 제가 왕이 될 상이 아니라는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대신, 모두를 만족시킬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지?”

이채윤이 귀를 기울이듯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바로 이거요.”

김서준이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이자 이채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포?”

“네, 맞습니다. 넘버 포죠.”

순간 이채윤이 고개를 확 돌려 권윤성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엔 이제야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어 다행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담겨 있었다.

이에 권윤성은 긍정의 답변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때, 김서준이 두 사람이 주고받는 눈빛을 지켜보다 한마디 했다.

“어차피 두 분이 절 찾아온 이유도, 넘버 포 때문 아닌가요? 그 자리에 앉힐 사람이 저 밖에 없었을테니까.”

김서준의 말에 깜짝 놀란 이채윤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속마음을 감추려 했다.

“크흐음. 그 문제는 조금 더 고민을 해 봐야….”

“원하는데로 넘버 포가 되어 드리죠. 대신, 기존과는 조금 다른 넘버 포가 될 겁니다.”

“….?”

이채윤은 물론 권윤성까지 김서준의 말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김서준과 대화를 시작한 이후로 이채윤은 단 한번도 주도권을 잡은 적이 없었다.

기존과는 다른 넘버 포.

과연 김서준이 말하는 ‘다르다’는 건 어떤 걸 의미하는 걸까?

그 답을 김서준이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일단, 넘버 포에겐 넘버 원이나 넘버 투도 명령 및 지시를 내릴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은 참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규정을 살짝 변경할 필요가 있겠더군요. 앞으로 넘버 포는 그 누구의 명령 및 지시도 받지 않는다로.”

“뭐라고?”

“그게 무슨!”

이채윤은 물론 권윤성까지 크게 놀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김서준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저는 명령과 지시 대신 협조 차원에서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뜻입니다. 이해 되시죠?”

“네 입맛에 따라 선택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겠다, 이거냐?”

권윤성이 참지 못하고 되물었고, 김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겁니다. 하지만 조건만 맞는다면 제가 협조를 거부할 일은 거의 없을 테니 심려는 마시죠.”

“예거는 용병이 아니다. 지금 넌 용병들처럼 의뢰를 받고 의뢰비와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가며 임무를 가려받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런, 아직 요구사항이 더 남아있는데 벌써 이런 반응이라니. 할수 없죠. 거래는 여기서 끝입니다.”

“잠깐, 기다려!”

이채윤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김서준을 급히 만류했다.

“남은 요구사항이 뭔지부터 일단 말해 봐. 그걸 다 듣고 결정하겠다.”

“이채윤 요원님. 그리고 권윤성 요원님. 두 분이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신게 있습니다. 이건 협상이 아니에요. 제 요구에는 조율이고 뭐고 없다 이겁니다. 전 요구를 하는 것이고, 그걸 전적으로 받아들여야만 넘버 포의 자리를 맡을 겁니다. 하지만 단 하나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 전 떠나면 그만인거죠.”

차갑게 흘러나오는 김서준의 말에 이채윤은 권윤성을 한차례 노려보고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나머지 요구도 다 말해보겠니? 무슨 요구인지를 알아야 나도 답을 줄 수 있으니까.”

“다음 요구는 이겁니다. 제가 넘버 포라는 건 누구도 알아선 안된다는 것. 넘버링 요원들이 모두 있어야 하는 회의석상이나 작전회의 같은 모임엔 저도 모두 참석할 겁니다. 다만, 그 자리에 전 얼굴을 가리고 나타날 거에요. 여기 두 분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넘버 포가 누구인지 알면 안된다 이겁니다.”

“흐음…. 그럼 작전을 수행할때도 얼굴을 가리고 할 생각이니?”

“어차피 넘버 포가 진행하는 임무는 거의 단독임무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그다지 어려운 요구는 아닐 것 같은데요.”

“알았다. 그 다음은?”

이채윤은 최대한 김서준의 요구에 맞춰줄 각오였다.

김서준은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대단한 인물로 느껴지고 있었다.

이런 인물을 놓친다면 정말 평생을 두고두고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평소에는 지원 요원으로 활동하고, 필요할 때에만 넘버 포로 움직일 겁니다. 그렇다고 혜택을 어느 한쪽에 맞춰주는건 당연히 안됩니다. 연봉과 혜택 모두 두 역할에 걸맞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이해 되시나요?”

거의 날강도 수준의 요구.

모든 걸 거의 두 배로 달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채윤은 이것까지도 수용하기로 했다.

“더 있니?”

“있죠. 제가 넘버 포로 활동하기 위해 가장 보안이 확실한 통화기기를 준비해 주세요. 누구도 추적할 수 없고, 세상에서 단 두 사람만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갖춘 물건으로요.”

“두 사람이라면….?”

“한 명은 김유라. 다른 한명은 두 분이 지정한 사람으로 하겠습니다. 그 두 사람 외에는 그 누구의 호출에도 전 응답하지 않을 겁니다.”

“왜 하필 김유라지?”

“예쁘니까요. 뭐 다른 이유가 필요합니까?”

김서준이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이채윤은 기가 막혔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럼 난 안 예쁘니?’라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 꾹 참아야 했다.

사실 김서준이 연락책으로 김유라를 택한 건, 그녀를 예전처럼 자신의 동료로 끌어들일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박대만도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끌어들일 생각이었고.

“아직 더 남았어?”

이채윤은 부디 이걸로 끝이길 바랐다.

김서준이 지금 요구한 사항만으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골치가 아플지경.

그런 이채윤의 바람은 보기좋게 어긋났다.

“아직 한가지가 더 남았습니다.”

“후유…. 그래서, 그게 뭔데?”

“예거가 수집한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요. 그걸 저한테 주세요.”

이것이야 말로 김서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이었다.

“넘버링 요원이 되면 어차피 기본적인 열람 권한이 주어져.”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쉽게 말해, 비밀 첩보국의 국장님과 동일한 권한을 달라는 겁니다.”

“….”

이채윤은 더 이상 놀랄 힘도 없었다.

비밀 첩보국 국장과 동일한 권한이라니.

이는 권윤성과 이채윤을 비롯해 모든 비밀 특수 요원들의 개인 정보까지 전부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넘버 원과 넘버 투도 감히 볼 수 없는, 오직 대통령과 비밀 첩보국 책임자인 장범수 국장에게만 주어진 권한이었다.

이 요구를 장범수 국장이 과연 들어줄까?

그가 이 조건들을 모두 허락할 확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서준은 이채윤이 고민할 틈도 주지 않았다.

“시간은 충분히 드리죠. 내일 수료식이 있기 전까지만 답을 주시면 됩니다.”

충분은 커녕 지금 당장 비밀 첩보국 본부로 뛰어가도 늦을 판이었다.

“한번 더 주의를 드리죠. 제가 말한 요구 사항이 100% 수용되지 않는다면 협상은 결렬입니다. 아, 그리고. 내일 저를 넘버링 요원으로 뽑는 실수는 없길 바랍니다. 그럼 전 이만.”

김서준은 이채윤을 자기 마음대로 들었다 놨다 하고는 대기실 밖으로 휙 나가 버렸다.

대기실에 남겨진 이채윤과 권윤성.

특히 이채윤은 이제 어찌해야 하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당황한 모습으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채윤아. 아무래도 우리가 그냥 포기하는게 맞을 것 같다.”

권윤성은 대의도 좋지만 이채윤이 어린 김서준에게 휘둘려 불안증세를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요. 전 더욱 더 확신이 들었어요. 김서준…. 반드시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해요.”

“이러다가는 우리가 김서준을 모시고 다녀야 할 판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 해도 녀석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건 불가능해. 들어줘서도 안되는 일이고.”

권윤성이 이채윤의 어깨를 잡으며 고개를 젓자 이채윤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오빠 역시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군요.”

“….뭘?”

“제가 아까 무릎 꿇을 때, 김서준을 상대로 신비를 썼다는 거 모르셨어요?”

“뭐? 그게 정말이냐?”

권윤성은 이채윤이 신비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다.

“네, 정말이에요. 눈빛을 보이면 들킬까봐 머리까지 쳐박았다고요. 그런데, 후후. 정말 웃기게도 제가 발동시킨 마인드 컨트롤을 김서준이 가볍게 풀어버리더군요.”

“마인드 컨트롤을 혼자 힘으로?”

“네. 제 마인트 컨트롤을 1초도 되지 않아 풀어버린 건 현도 오빠를 제외하고는 김서준이 유일해요. 그렇다는 건 그 어떤 정신계 신비도 김서준에게 영향을 끼치기 힘들다는 의미죠.”

“그럼….”

“그러니까 반드시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거에요. 김서준은 문라이트의 개자식들이 걸핏하면 사용하는 정신계 신비를 무력화 시킬 최강의 무기인 셈이니까요.”

이채윤이 자존심까지 죽여가며 김서준의 요구를 들어주려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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