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86화 (86/153)

86

방으로 돌아온 김서준.

그는 침대에 드러누워 좀 전에 대기실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하고 있었다.

‘이채윤…. 머리를 숙이는 그 짧은 틈에 신비를 발동시킬 줄이야.’

김서준은 이채윤이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려는 순간 발동된 나온 신비의 힘에 찰나적으로 정신을 잃을 뻔 했다.

하지만 그에겐 부동심이 있었고, 정신이 공격당하자 마치 무조건 반사처럼 부동심이 발현되어 이채윤의 마인드 컨트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이채윤의 신비는 스크류 킥이야. 그런데 아까 그 정신계 능력은 대체 뭐지? 설마, 스킬? 아니야. 그 능력은 스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위력이 강했어.’

헌터들에겐 신비 말고도 스킬이라는 능력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찾아온다.

이 스킬은 신비처럼 각성하는게 아니라 운이 좋으면 아티팩트 얻듯이 몸에 장착이 가능한 일종의 악세서리와 비슷했다.

신비는 마력이 높아지면 함께 위력이 강해지지만, 스킬은 처음 얻었을 때의 위력이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스킬이 D급 헌터가 지닌 신비의 위력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스킬을 장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신비의 숙련도가 60%에 도달하게 되면 마력이 상승함과 동시에 매우 드물게 스킬이 생성되는 경우가 있으며,

둘째, 아티팩트를 장시간 몸에 착용하거나 알약 형태의 아티팩트를 흡수함으로써 우연히 스킬을 획득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처음엔 김서준도 이채윤이 이미 스크류 킥이라는 신비를 지니고 있었기에 자신에게 사용한 정신계 능력 또한 그런 스킬류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김서준 자신이 방심한 것이 아님에도 거의 무방비 상태로 당할 뻔한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스킬 따위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네. 이채윤이 신비를 두 개나 각성했다는 거겠지.’

김서준은 뭔가 점점 재밌어 지는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었다.

자신을 제외하고는 신비를 한 가지 이상 지닌 인물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넘버링 요원 중에 이채윤 처럼 두 개의 신비를 지닌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넘버 쓰리를 못본게 좀 아쉽긴 해도 넘버링 요원들의 대략적인 마력 수준은 파악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김서준은 오늘 한 자리에 모인 여덟 명의 넘버링 요원이 얼마나 대단한 마력의 소유자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심안을 펼쳐 본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심안으로 스캔된 결과만 본다면 차준혁의 마력이 417로 가장 높았고, 지학선이 314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기프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마력 커버 기능을 공통적으로 사용 중이라는 걸 감안해 보면 엄청난 결과가 만들어 진다.

기프트의 마력 커버는 총 세 가지 설정으로 마력을 낮출 수가 있었다.

30%, 50%, 80%.

즉, 본래 마력이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외부에 드러나는 마력을 설정에 따라 70, 50, 20으로 조절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차준혁만 해도 마력이 최소 600에서 최대 2,100까지 출렁일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2,100이라는 수치는 말이 안되니, 차준혁이 마력 커버를 50%로 설정한거라 보면 840까지 예측해 볼 수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유라는 30%로 설정했다고 볼 수 있었다.

기프트로 낮춰진 그녀의 마력 수치는 365.

그 수치가 30%로 적용된 것이라면 김유라의 실제 마력은 522나 된다는 뜻이다.

그런식으로 넘버링 요원들의 마력 수치를 예상해 본다면, 가장 낮은 지학선의 마력도 448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그 다음인 조미진은 482 정도로 예상이 가능했다.

‘그럼 최경문 형사님부터는 500이 넘는다는 얘긴데….’

즉, 열 한명의 넘버링 요원 중 하위권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S급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난 몇 퍼센트로 설정해 놓는게 좋으려나? 아니지. 어떤 기능을 탑재할지부터 정해놓는게 급선무잖아?’

김서준은 이제 내일이면 손목에 차고 있는 기프트가 완전히 자신의 소유가 된다는 생각에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다.

‘마력커버는 기본으로 깔아야 하고, MPSP도 효과가 좋으니 탑재시켜야 겠지. 그럼 나머지 하나는…. 마력보조로 하는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도중에 한가지 아차 싶은 일이 떠올랐다.

‘아, 씨. 아까 요구사항 말할때 기프트에 탑재하는 능력 개수도 늘려달라고 해볼걸.’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된다면 굉장한 이득이었기에 그 말을 하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기프트의 능력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유니온 코어로 각성 중인 아론다이트가 떠올랐다.

김서준은 공간 글러브 속에 넣어둔 아론다이트를 꺼내 정보를 살폈다.

[아론다이트]

–각성 중…. 85%

각성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

‘오후 4시면 끝나겠구나.’

아직 12시가 되지 않은 터라 시간이 많이 남는다.

자신이 폭탄 발언을 한 덕분에 홈컴밍 데이가 중단되었기에 점심을 먹겠다고 식당에 가는 것도 좀 그랬다.

‘이 참에 부동심이나 좀 더 확실하게 수련해 둬야겠다.’

이채윤의 정신계 공격을 부지불식간에 막을 수 있었던 건 부동심을 수련해 둔 덕분이었다.

앞으로 또 언제 이런 정신계 공격을 당할지 모르니 부동심의 성취도를 더욱 높여둘 필요가 있었다.

김서준은 침대 옆 테이블에 아론다이트를 올려 놓고,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기프트의 설정을 변경해 매혹 능력을 탑재시켰다.

곧이어 양의분심공으로 정신을 두 개로 분리시킨 김서준은 한쪽은 매혹 능력을 발휘 시키고, 다른 한쪽은 부동심을 이용해 매혹을 버티는 수련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김서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탈색되어 있었다.

눈썹까지 하얗게 변한 건 부동심에 의한 백색화 현상.

아까는 이채윤의 공격에 자동으로 부동심이 발현된 것이기에 백색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

어느새 시간은 오후 5시간를 지나고 있었다.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부동심을 연마하던 김서준.

새하얗게 변했던 머리카락이 다시금 색을 바꾸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뿌리쪽부터 아주 옅은 노란빛으로 변하더니 이내 전체적으로 물들어져 버렸다.

김서준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자신의 온몸에 돋아난 노란빛의 털들을 놀란 눈으로 내려다 봤다.

‘벌써 금강지체를 이룬다고?’

이건 정말 생각도 못한 성과였다.

부동심은 성취도에 따라 총 두 번의 변화를 거치게 되는데,

첫번째가 백색화로 이는 약 2성의 성취도에서 발현되며 정신계 공격을 자동으로 방어해 줄 뿐만 아니라 백색화가 발현되는 동안에는 외부의 충격을 무려 40%나 방어해 낼 수 있다.

두번째는 금강지체인데, 모든 모근이 황금색으로 변하여 정신계 공격을 튕겨내 오히려 상대를 역으로 공격하게 되며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력이 거의 80%까지 오른다.

그런데 김서준은 지금 부동심을 익히기 시작한지 불과 한달밖에 안 된 시점에 금강지체의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아직은 황금빛이 아니라 옅은 노란빛이었지만, 원래대로라면 이 단계에까지 오는데만도 최소 5년은 걸려야 정상이었다.

‘능력치도 달라졌을까?’

김서준은 곧바로 자신의 정보를 확인했다.

[김서준]

-마력: 350(+9) / 내공: 430(+3) / 제어: 27(+5)

-신비: 역발산기개세(41%) / 태양신공(41%) / 염동장막(19%) / 수라극섬(15%) / 심안(17%) / 천번구(5%) / 비뢰신보(5%)

‘정말 올랐네?’

조금씩이긴 하지만 마력과 내공, 제어가 모두 상승했다.

더불어 역발산기개세와 태양신공, 심안까지 숙련도가 1%씩 올라있었다.

‘마음의 공부라서 그런가? 능력치 상승 효과가 굉장히 좋은데?’

김서준이 가늠해본 결과, 부동심의 성취도는 대략 6성 수준.

이런 속도라면 몇 개월 내로 8성까지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동심 8성이라…. 전생에서는 7성이 최고였는데’

왠지 아이러니한 기분이었다.

부동심의 성취도를 높이려고 안달할 때에는 그렇게도 지지부진 하더니,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수련을 하게되니 성취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김서준은 이제야 부동심의 정확한 수련법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말만 부동심이 아니었구나. 부동심을 수련하는 내 마음이 조급한 상태에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거였어.’

그런 생각을 하며 내공을 거두자 노란 빛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길게 숨을 토해내며 운기조식을 마무리한 김서준.

그가 침대 옆에 놓아둔 아론다이트로 시선을 돌리자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론다이트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분명 호랑이 문양이 새겨진 손잡이에 1.2미터 길이의 곡도였던 아론다이트.

그런데 지금은 길이가 1.5미터로 확연히 길어져 있었고, 도의 넓이가 손바닥 만큼이나 넓어져 있었다.

손잡이에는 호랑이 대신 성난 드래곤이 포효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또한 칼집의 모양도 굉장히 두텁고 화려하게 변해있어 완전히 다른 무기가 된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도 각성이 가능한가 보구나?’

김서준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조심스럽게 칼을 잡아쥐었다.

그리고 마력을 밀어 넣어 칼의 정보를 살폈다.

아론다이트는 더 이상 아론다이트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각성을 끝낸 아론다이트는 ‘성마의 참격도(S)’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고, 칼이 지니고 있는 능력도 두 가지나 되며, 그 능력의 효율 또한 엄청났다.

이 칼에 대한 정보를 보기 좋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성마의 참격도(S)]

-아론다이트에서 각성한 전설의 무기이다.

-몬스터를 상대할 경우, 살상력이 30% 상승한다.

-인간을 상대할 경우, 파괴력이 20% 상승한다.

-핵심 능력이 봉인되어 있다.

-각성 종료

김서준이 알아낸 칼에 대한 정보는 여기까지였다.

무려 S급 무기.

게다가 상대해야 할 적이 인간이냐 몬스터냐에 따라 칼의 효력이 달라진다.

‘근데 핵심 능력은 또 뭐야?’

전에 본적이 없던 내용까지 추가되어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각성이 종료된 거라고 되어 있으니 더 이상은 유니온 코어를 쓸 수 없다는 말이군.’

그렇지만 아쉽지 않았다.

S급 무기로 각성했으니 유니온 코어는 제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김서준은 더욱 화려해진 성마의 참격도를 황홀한 눈빛으로 쓸어보며 정보 확인을 위해 밀어 넣었던 마력을 회수했다. 순간,

휘우우우웅. 철컥!

화려했던 성마의 참격도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예전의 아론다이트가 다시 나타났다.

“어라?”

이게 뭔일인가 싶어 다시 마력을 불어 넣었더니.

휘뤼뤼뤼릭. 철컥!

아론다이트가 무슨 로봇 변신하듯 분해되고 재조합 되더니 다시 성마의 참격도로 바뀌어 버렸다.

“와, 이거…. 완전 마음에 드는데?”

김서준은 자기도 모르게 육성으로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클로킹 마스크의 경우엔 각성을 마쳤어도 겉모습은 그대로인채 지닌 능력만 업그레이드 됐었다.

그런데 아론다이트는 마력을 이용해 아론다이트와 성마의 참격도를 모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도 마음에 드는 각성이었다.

‘아버지한테 아론다이트 어쨌냐고 혼날 일은 없겠네.’

김서준은 나중에 성마의 참격도가 얼마나 강력해 졌는지 확인해 보기로 하고 아공간에 넣어 버렸다.

‘자, 그럼 다음 각성에 도전해 볼까나?’

김서준은 미리 정해 놓은 순서에 따라 회복의 잔을 꺼내 들었다.

‘이것도 각성되면 정말 엄청나게 달라지겠지?’

진한 기대감을 품은 김서준은 유니온 코어를 회복의 잔에 힘차게 때려 박았다. 아니, 박으려 했다. 하지만,

따앙

코어를 쥔 손이 강한 반발력에 튕겨지고 말았다. 그 직후, 눈앞으로 짧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각성 불가

어처구니 없게도 회복의 잔은 각성이 불가능했다.

크게 실망한 김서준.

하지만 아직 시험해 볼 아티팩트는 많았기에 금방 기운을 차렸다.

‘이번엔 이거다!’

다음으로 꺼내든 아티팩트는 ‘희망으로의 회귀’였다.

깃털 모양의 회귀 아이템을 손에 쥔 김서준은 다시한번 유니온 코어를 힘차게 때려 박았다.

따앙

이번에도 튕겨났다.

방금 전과 똑 같은 메시지가 나오자 김서준은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어쩐지…. 연속으로 두번이나 운이 너무 좋다 했다.’

모든 아티팩트가 다 각성되고, 다 아론다이트처럼 엄청난 대변신을 할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세계를 붕괴 속으로 몰아 넣는 원흉이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차라리 다행이지 뭐.’

유니온 코어 하나로 세상이 붕괴되는 일은 없게되었으니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 뒤로도 속성의 구슬이라던가 음성 카피 밴드에도 코어를 심는 작업을 해 봤지만 모두 실패.

아직 시험해 보지 않은 아티팩트는 여섯 개였다.

홍구안과 투과안, 아공간 능력이 있는 배낭과 주머니, 그리고 지금도 착용하고 있는 공간 글러브와 중력 글러브가 다였다.

김서준은 그중에서 중력 글러브를 왼손에 잡아 쥐었다.

‘얘는 각성이 될까?’

연속으로 일곱 번이나 실패를 겪다보니 이젠 각성 성공에 자신이 없어졌다.

‘그나마 실패했다고 아티팩트가 깨지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네.’

김서준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유니온 코어를 중력 글러브에 때려 박았다. 그런데,

쑤욱

이번엔 코어가 자연스럽게 글러브 손등 쪽에 박혀들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드드드드

글러브에 박혀있던 구슬이 마구 진동을 일으키더니 시퍼런 스파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스파크들이 갈고리처럼 변해 김서준이 오른 손에 착용하고 있는 공간 글러브를 콱 찍어서 끌어당겼다. 그때, 김서준의 눈 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급, 동형의 아티팩트와 합성이 가능합니다.

>>합성을 원한다면 두 아티팩트를 밀착시키세요.

‘이게 뭔….?’

시퍼렇게 빛나는 중력 글러브와 그 시퍼런 빛에 붙잡혀 점점 끌려가고 있는 오른 손의 공간 글러브.

김서준은 두 개의 글러브를 번갈아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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