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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87화 (8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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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보니 유니온 코어는 각성 능력만이 아니라 합성 능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이런 엄청난 고대의 유물이 어떻게 예거 생도의 생존 장비 박스에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었던 것일까?

그걸 얻은 김서준은 이걸 과연 우연으로 봐야할지, 필연으로 봐야할지 몰라 머리가 아파왔다.

‘일단 눈앞에 있는 것부터 처리하고.’

김서준은 스파크에 붙잡힌 오른손이 끌려가지 않게 버티고 있던 힘을 그대로 풀어 버렸다.

순간, 공간 글러브가 쑤욱 벗겨지더니 중력 글러브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투둑. 투두두둑.

공간 글러브의 아공간에 넣어 두었던 물건들이 알아서 밖으로 튀어나왔다.

‘다행히 아공간에 있는 물건까지 같이 합성되는 건 아닌가 보군.’

속으로 아차 했었는데, 알아서 물건들은 내뱉어 주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우우우우웅

중력 글러브와 공간 글러브가 찰싹 달라붙은 채로 미약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김서준은 그걸 쥐고 상태를 확인해 봤다.

[공간과 중력의 글러브]

-합성 중….2%

합성은 각성보다 비교적 속도가 빨랐다.

시작부터 2%였고, 1분마다 퍼센트가 1씩 상승했다.

‘대충 2시간이면 끝나겠네.’

또 다시 하루를 기다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시간을 보니 5시가 훨씬 넘었다.

점심을 굶어서인지 배도 무척이나 고팠고.

김서준은 이번에도 라면으로 허기를 떼우고 싶진 않았다.

‘예거 캠프에서 하는 마지막 저녁 식사일지도 모르니까….’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제 볼을 살살 긁어대던 김서준은 빨리 움직이기로 했다.

우선 공간 글러브가 토해낸 아티팩트들부터 공간 주머니에 옮겨 담았다.

공간 주머니는 심재덕 교수한테 강탈한 물건이었는데, 물건을 수납하고 구현하는게 좀 귀찮아서 그렇지 아공간 크기는 공간 글러브보다 훨씬 넓었다.

‘이번 합성이 끝나면 공간 주머니도 각성시켜 봐야겠네.’

김서준은 공간 주머니를 다음 각성 대상으로 확정하고는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다.

***

김서준이 식당을 찾은 건, 남들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원래는 점심 시간을 기점으로 하여 모든 생도들과 넘버링 요원, 거기에 교관을 비롯해 일반 예거 요원들까지 전부 모여서 오후 4, 5시까지 파티를 즐기게 되어 있었다.

김서준이 폭탄 발언을 한 덕분에 모든게 무산 되어서인지 식당에 차려진 음식은 아주 기본적인 것밖에 없었다.

‘쯧. 이거라도 먹어야지 뭐 어쩌겠냐.’

평범한 밑반찬 몇 가지를 식판에 담아 구석에 앉아 식사를 시작한 김서준.

그런데 식사 시간이 한참을 넘겼는데도 식당을 찾는 생도나 교관이 아무도 없다.

‘다들 단식 투쟁이라도 하는 거야, 뭐야?’

김서준은 괜히 생도들에게 미안해졌다.

자기 때문에 제대로 된 홈커밍 데이도 경험하지 못하고 밋밋한 수료식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어찌 마음이 편할까.

특히 최철민과 이리나한테는 더욱 미안했다.

그 둘은 다른 생도들 보다 홈커밍 데이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컸었다.

마음 속 영웅으로 여기는 넘버링 요원들과 그들 못지 않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예거 요원들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했던 두 사람.

그들은 홈커밍 데이에서 존경하는 요원들을 만나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자신들의 꿈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이기를 학수고대 했었다.

‘내가 그걸 망쳤으니 엄청 미움받겠지.’

김서준은 씁쓸한 표정으로 식사를 마치고는 홀로 식당을 벗어났다.

숙소로 돌아가는 통로.

그런데 어째 아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식당에 올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가 않았다.

아무리 사람이 없다해도 통로를 오가는 사람조차 한 명도 없다는 건 굉장히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리고 사방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의구심이 가득한 채로 숙소가 마련된 구역까지 왔지만, 그 사이에도 마주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불길한데….’

김서준은 숙소 앞에 서서 심안을 발동시켰다.

파아아아아아앗

마력의 파동이 주변을 확 휩쓸고 지나갔다.

그런데,

‘한 명도 없어?’

놀랍게도 광역으로 펼쳐진 심안의 범위 안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숙소엔 한 두명 있어야 정상.

그런데 숙소에 조차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야, 이거?’

김서준은 숙소 구역을 빙 돌면서 쿨타임이 돌 때마다 계속 심안을 사용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나 빼고 다 증발해 버렸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김서준은 일단 교관들 숙소가 있는 곳으로 뛰었다.

생도들의 숙소 구역과 교관들의 숙소 구역은 약 200여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심안을 사용한 김서준.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투웅. 투웅. 투웅.

어디선가 들려오는 묵직한 진동음.

진동음이 들리는 곳은 오전에 넘버링 요원들과 생도들이 대결을 벌였던 실내 대련장 쪽이었다.

김서준의 발길은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진동음은 거세졌고, 미세한 음악마저 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김서준이 멈춰선 곳은 실내 대련장으로 진입하는 대형 출입문 앞이었다.

문 너머에서 커다란 진동과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서준은 바로 심안을 사용했다. 그리고,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대련장에 몰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왼쪽에 셋, 오른쪽에 넷.

상당한 마력을 지닌 자들이 출입문 좌우 벽에 딱 붙어서 김서준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노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김서준이 이를 알아볼 수 있는 건 심안의 투시능력 덕분이었다.

반경 20미터 내에서만 가능하긴 하지만, 그 범위 안에만 있으면 아무리 두꺼운 벽도, 철판도 모조리 투시해 볼 수가 있었다.

적외선 투시경처럼 사람의 형태만 보이는 것이긴 해도, 장애물을 투시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었다.

‘날 노리는 건가? 대체 어떤 놈들이지?’

아마도 김서준이 모르는 사이에 침입자가 스며들어 예거 요원들을 죄다 저곳에 붙잡아 놓은 듯 했다.

이 진동과 음악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일 테고.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벽에 붙어 있는 자들이 일제히 공격하겠다는 거군.’

이 자들이 어떻게 이 비밀스러운 장소에까지 숨어들었는지는 모른다.

분명 이곳에 아직 남아 있는 넘버링 요원들도 있을 텐데, 그들까지 별 소란없이 제압한 걸로 봐서는 보통 능력자들이 아닐터.

‘심안으로 보이는 마력수치가 그다지 높지 않은 건 기프트 같은 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일테고.’

김서준은 잠시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쳐들어가 몸을 숨기고 기습을 준비하고 있는 7명과 맞짱을 뜰지, 아니면 지원을 기다렸다가 함께 공격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지원이 언제 올지도 모르니 일단 부딪쳐 보는 수밖에.’

김서준은 모든 아티팩트를 방에 두고 온 것이 후회 막심이었다.

하필이면 공간 글러브가 중력 글러브와 합성 중일 때 적이 쳐들어 오다니.

그로인해 모든 아티팩트를 공간 주머니로 옮겨 두었고, 그 공간 주머니는 방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다시 갔다 올 시간이 없겠어.’

김서준은 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통로 벽에 길게 붙어 있는 손잡이용 봉을 발견했다.

직경 3센티 정도의 봉을 1.2미터 길이로 잘라낸 김서준.

그걸 손에 쥐어보니 묵직한 것이 훌륭한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오늘 다시한번 풍뢰도를 마음 껏 펼쳐보자고.’

김서준은 마력 대신 내공을 끌어올리며 천천히 출입문 앞으로 다가섰다.

김서준이 가까워지자 벽 뒤에 숨은 자들도 긴장했는지 몸을 움츠리며 바로 달려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김서준이 출입 버튼을 누르자,

지이이이잉

크고 두꺼운 문의 중앙이 갈라지며 좌우로 미끄러지듯이 이동했다. 순간,

쿠쿵쿵쿵.

엄청난 진동음이 묘한 박자에 맞춰 안에서부터 뿜어지듯 흘러나왔고, 신나는 댄스 음악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금!’

김서준은 갑자기 속도를 내며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그때, 벽 뒤에서 이 순간만을 노리고 있던 7개의 그림자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김서준은 빠르게 몸을 회전시키며 손에 쥔 금속봉을 휘두르려 했다. 그런데,

퍼엉! 퍼버벙!

요란한 폭죽이 터지더니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팡팡 터졌다.

게다가,

“짜란!”

“짜라란~”

토끼 가면과 여우 가면을 쓴 여인이 김서준 앞으로 폴짝 뛰어들며 손을 쑥 내밀었다.

김서준은 멍한 얼굴로 두 가면 여인을 바라봤다.

눈만 가리는 반쪽짜리 가면이라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는 건 너무도 쉬웠다.

“이리나, 민소라?”

그 둘은 다름아닌 이리나와 민소라였다.

그녀들 뒤쪽에 병풍처럼 서서 꽃가루를 뿌리고 폭죽을 쏘아 올리는 남자들은 최철민을 비롯한 다른 생도들이었다.

벽 뒤에 숨어서 김서준이 들어서기만을 기다리던 7명은 침입자가 아니라 07기 생도들이었던 것.

그들은 모두 반쪽 가면을 쓰고 있었다.

곰도 있고, 사자도 있으며, 호랑이도 있다.

김서준은 여전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야, 김서준! 너 뭐하니? 얼른 가면이나 골라.”

민소라의 손에는 여러 종류의 반쪽 가면이 들려있었다.

“그러게, 너 좀 이상하다? 손에 그건 뭐고? 가면 무도회에 쇠봉은 왜 들고 왔어?”

“….어? 이거?”

김서준은 너무나 민망해 졌다.

자신이 완전히 잘못 생각한 것이다.

쿵쿵 울리는 진동과 시끄럽지만 신나는 음악소리.

그리고 커다란 공간에 잔뜩 모여있는 사람들.

이것만 봐도 여기서 파티가 열리고 있다는 건 무척이나 뻔한 일이다.

하지만 김서준은 이곳에서 파티가 열리고 있다는 생각을 단 1%도 하지 못했다.

너무도 긴 세월을 살얼음판 같은 무림계에서 살아가며 천마군장 천강우를 쓰러뜨리기 위해 무공만을 갈고 닦아왔다.

그러다보니 감정은 메말랐고 마음엔 조금의 여유도 남아있지 않았다.

비록 이곳에선 과거의 김서준처럼 하루 하루를 긴장감 속에서 살 필요가 없어졌지만, 4개월 만에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습관이 바뀌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그랬지? 김서준, 저 자식은 이런 파티엔 전혀 관심 없을 거라고.”

신태양이 어울리지 않는 사슴 가면을 쓴 채 중얼거렸다.

“니들끼리 하라니까 굳이 나까지 끌어들여서 이 난리야? 배고프다. 난 밥이나 먹으련다.”

코끼리 가면을 쓴 양휘는 손에 쥐고 있던 폭죽을 어깨 뒤로 휙 던져버리고는 뷔페가 차려진 장소로 성큼 성큼 걸어가 버렸다.

“근데, 안지운. 너 아까 서준이 방에 가서 가면 무도회에 대해 설명 안해줬어? 서준이 녀석 전혀 몰랐다는 표정이잖아? 오죽하면 패싸움 하는 줄 알고 쇠파이프까지 뜯어왔겠냐?”

사자 가면을 쓴 최철민이 묻자 호랑이 가면을 쓴 안지운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이 없어서 문 아래로 쪽지 써서 넣어뒀다니까?”

“으이그. 잘 한다. 김서준이 너처럼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거 봤냐? 땅에 떨어진 쪽지를 저 녀석이 찾아서 읽었을 턱이 없지.”

안지운한테 면박을 준 사람은 곰 가면을 쓴 박해성이었다.

“아, 그럼. 문이라도 때려부수고 들어갔어야 하냐고? 왜 나한테 지랄들이셔. 아무튼, 이제 김서준도 왔으니까 각자 알아서 파티를 즐기자고. 바이.”

안지운은 생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양휘처럼 먹거리를 찾아 뛰어갔다.

김서준은 어안이 벙벙했다.

생도들의 말을 들어보니 진작부터 이 파티가 준비되고 있었던 모양.

아마도 김서준이 부동심을 익히는데 집중하느라 안지운이 찾아왔었다는 걸 전혀 몰랐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의아했다.

홈커밍 데이는 잠정 중단되었는데, 어떻게 다시 이런 파티가 열릴 수 있었던 걸까?

그 답을 줄 사람이 김서준 쪽으로 다가왔다.

“많이 늦었군.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그늘을 드리우며 나타난 사내는 김서준보다도 머리 하나가 더 큰 박대만이었다.

그는 큰 덩치와 대조되는 햄스터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일단 그 쇠파이프나 내려놓고 말하지?”

“아, 네.”

김서준은 아직까지 쇠봉을 들고 있었다.

그걸 구석으로 휙 내던진 김서준.

이를 본 박대만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저 쇠파이프…. 설마 복도에 설치된 손잡이냐?”

“커흐흠. 어떻게 된 건지나 말씀해 주시죠.”

김서준은 창피함에 급히 말을 돌렸다.

“그건 내가 말해줄게.”

어느새 김유라까지 등장했다.

그녀는 귀여운 사막여우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예쁜 얼굴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너…. 수련하러 간 거 아니었나?”

“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김유라가 놀라며 묻자 김서준은 아차 싶었다.

사실 김서준은 대기실에 있을 때, 벽 너머의 회의실에서 넘버링 요원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모두 엿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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