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89화 (8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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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예거 훈련을 성실하게 임해준 생도들에게 본 교관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앞으로 어떤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더라도 이곳에서 배운 그대로 행동한다면, 언젠가 최고의 요원으로 자리잡은 자신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단상 위에 오른 박문호 교관의 연설에 생도들은 가슴이 벅차 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총 8명의 생도.

그리고 그들과 한달을 함께한 11명의 교관들.

쭉 늘어선 교관들 앞을 지나가며 그들 한명 한명과 악수를 하는 생도들에게선 감사와 고마움의 말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교관들은 생도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어떤 생도들은 옷 소매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것으로 본 교관의 임무는 끝났다. 여러분들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모르나, 결과와 무관하게 생도들 모두 최고였다는 말을 해주고 싶구나. 그럼, 나중에 또 만나도록 하자.”

박문호는 그 말을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갔고, 교관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생도들과 악수했다.

뒤이어 단상 뒤쪽에 앉아 있던 한 중년 사내가 엷은 미소를 띠운채 앞으로 나섰다.

정갈한 양복차림에 멋들어진 포마드 헤어스타일을 한 사내.

그는 초승달처럼 굽어진 웃는 눈으로 생도들과 일일이 시선을 마주쳤다.

그러다 김서준과 시선이 마주치자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 모습이 느끼할 만도 한데, 이상하게 그 사내에겐 잘 어울렸다.

“반갑습니다, 예거 생도들. 난 예거의 총책을 맡고 있는 장범수이라고 합니다.”

장범수 국장.

공식적인 명칭으로는 비밀 첩보국이라 불리는 예거 조직의 최고 수장이 바로 이 사내였다.

지니고 있는 마력 수준이 넘버링 요원의 중간급에 해당하는 강력한 실력자이기도 한 장범수.

그는 예거 01기수의 탑 요원이었으나 개인적인 이유로 넘버링의 요원의 자격을 지학선에게 넘긴 인물이기도 했다.

장범수는 지원 요원으로 시작하여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으며, 대통령을 제외한다면 예거 조직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유일한 권력자였다.

정부 조직 중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헌터 감찰국도 이 장범수 국장 앞에서는 껌뻑 죽을 정도.

장범수는 표면 위에 드러나 있지 않은, 대한민국 특수기관 최고의 권력자인 것이다.

“생도들 모두 한달 동안 고생이 많았습니다. 오늘로서 모든 훈련을 마치고 정식 예거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여러분들께 우선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군요.”

장범수의 말투는 무척이나 상냥하게 느껴졌다.

눈은 초승달처럼 휘어져 늘 웃는 얼굴이었고, 입가에도 항상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예거 생도들은 안다.

이 장범수가 얼마나 철두철미한 성격을 지녔으며, 범죄 집단이나 빌런들에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를.

웃음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에 당한 자가 한 둘이 아니다.

장범수는 자신이 하려는 일에 방해가 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냥 내버려 두질 않는다.

소문에 의하면 장범수의 마력 등급은 최소로 A급.

어쩌면 S급을 이미 넘어섰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마력 수치 231이라…. 기프트를 차고 있으니 마력커버를 감안하면 최소한 330은 넘는다는 소린데.’

소문대로 A급 이상인 건 확실했다.

김서준은 은밀하게 심안을 사용해 단상 뒤쪽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마력까지 모조리 스캔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 99.9%가 기프트를 착용하고 있어서 정확한 마력수치는 파악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현 상태에서는 마력수치가 417로 읽히고 있는 넘버 파이브 차준혁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아, 이런. 제가 깜빡 했군요. 단상 위에 올라서서 말이 많으면 꼰대 취급 받는다는 걸 잊었습니다. 어쨌든 이 장범수가 여러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대충 이런겁니다. 그동안 고생했고, 수고했으며,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거. 이걸로 지겨운 인사는 마치고 이번 07기수 생도들의 최종 평가를 하도록 하지요.”

장범수는 꽤나 신세대 다운 말투로 연설을 빠르게 마쳤다.

그가 물러나자 어제 파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채윤이 담담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 올랐다.

그녀는 생도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곧바로 단상 위에 설치된 패널을 조작했다.

“우선, 본 요원은 33일간의 빽빽한 훈련 일정을 무사히 수료해낸 여러분들이 대단히 자랑스럽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중 일부는 지원 요원이 되겠지만, 우리 예거는 지원 요원의 임무가 다른 특수 조직들의 정예 요원 보다도 강도가 세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오늘 캠프를 수료함으로써 여러분들은 그 자격을 획득하게 된 것이니 마음껏 기뻐해 주세요.”

이채원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어조로 생도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려 했다.

“이제 그동안 07기수 생도들이 이루어낸 성과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이는 그저 단기간에 이루어진 평가일 뿐이니 너무 연연해 하지 않길 바랄게요.”

이채윤이 패널의 버튼을 꾹 누르자, 수련실 천장 쪽으로 커다란 홀로그램 화면이 떠올랐다.

화면엔 07기수 예거 생도들의 이름과 순위, 그리고 평가 점수가 표시되어 있었다.

[1위]: 김서준. 584점

[2위]: 신태양. 312점

[3위]: 양휘. 310점

[4위]: 이리나. 258점

[5위]: 최철민. 221점

[6위]: 안지운. 219점

[7위]: 박해성. 208점

[8위]: 민소라. 205점

*07기수 평균 점수: 290점

공개된 순위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1위인 김서준과 2위인 신태양의 점수 차이가 엄청났기 때문.

또한 2, 3위와 4위 아래의 점수 차도 상당히 컸다.

넘버링 요원들이나 교관들 또한 최종 평가 점수는 지금 처음 본 것이기에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여러분들의 점수는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거에요. 그러니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 주어도 됩니다.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료를 보여드리죠.”

이채윤은 다시 패널을 조작했고, 홀로그램 화면엔 다른 차트가 떠올랐다.

[역대 예거 기수 별 평균 점수]

-01기수: 244점

-02기수: 228점

-04기수: 281점

-06기수: 267점

“보다시피, 역대 최고라 평가받은 04기수의 평균보다도 무려 9점이나 높아요. 게다가…. 전 기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생도까지 있답니다.”

이채윤이 말하는 건 김서준이었다.

07기의 평균 점수를 크게 높인 인물도 바로 김서준.

그의 점수가 신태양 수준만 됐어도 04기수나 06기수보다 평균이 낮아졌으리라.

즉, 07기수는 김서준이 혼자 캐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본 평가 자료는 수료식이 끝나면 생도들 모두에게 전달될 겁니다. 그때 더 자세히 보는 걸로 하죠. 이어서…. 넘버링 요원의 최종 선발 명단을 발표하겠어요.”

넘버링 요원의 최종 명단.

이것이야 말로 생도들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물론, 넘버링 요원 선발이 고득점자 순으로 이루어진다는 건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드물게 평가 순위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기에 아주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생도들이 있었다.

“발표 전에, 한 가지 양해를 구할게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07기수에서는 두 명의 넘버링 요원이 뽑히게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세상을 어지럽히는 범죄조직이 날로 강대해 지고 있고, 이를 최전선에서 막아야 할 요원은 턱없이 부족한 터라, 우리 예거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로 했답니다.”

이채윤의 말을 들은 생도들이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대대로 예거 넘버링 요원은 한 기수에서 최대 두 명을 뽑는 것이 전통이었다.

2년 전, 06기 생도까지 졸업했으니 현재 넘버링 요원은 원래 12명이 있어야 정상.

하지만 01기수의 넘버링 요원 중 한명이 수년 전, 작전 중에 사망하게 되면서 11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현재 넘버 포인 윤현도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은 생도들은 전혀 모르는 상황.

어쨌든 그런 전통이 있는데 이채윤은 마치 두 명 이상의 넘버링 요원을 뽑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을까.

잠시 말을 멈췄던 이채윤은 생도들의 기대에 가득찬 눈빛을 훑어보다가 살며시 미소를 그렸다.

“그런 이유로, 이번 07기수에서는 총 네 명의 넘버링 요원을 선발하기로 했답니다.”

“음?”

“우왓!”

가장 먼저 양휘가 놀란 눈으로 입을 반쯤 벌렸고, 다음은 이리나의 환호성이었다.

3위였던 양휘와 4위인 이리나는 넘버링 요원에서 밀렸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 있엇는데, 넘버링 요원을 4명이나 뽑는다는 말에 깜짝 놀란 것이다.

이로써 그들에게도 넘버링 요원이 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

하지만 한 사람, 김서준만은 기분이 과히 좋지 못했다.

그의 입장에선 넘버링 요원을 넷을 뽑든, 다섯을 뽑든 상관이 없없다.

그는 어제 분명히 말했다.

수료식이 있기 전까지 답을 달라고.

하지만 수료식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인데도 이채윤은 아무 답을 주지 않고 있었다.

‘내 요구를 싹 무시하겠다 이건가?’

사실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지만,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 더 짜증이 났다.

‘후…. 이걸로 예거와의 인연은 끝이로군.’

김서준은 수억의 연봉과 수십억짜리 집, 거기다 삐까뻔쩍한 자가용까지 날려먹었다는 생각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예거의 최고 수장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니 그 자신도 굳이 예거에 남아 지원 요원으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럼 지금부터 호명하는 생도들은 단상 위로 올라와 주세요.”

이채윤은 패널을 조작해 홀로그램 화면에 생도들의 이름을 다시 띄워올렸다. 그리고,

“최철민 생도. 넘버 투엘브로 선발되었습니다.”

이채윤이 최철민을 호명하자 홀로그램 화면 상에서 그의 이름에 녹색 칼라가 칠해졌다.

최철민은 자신이 첫번째로 호명된 것에 살짝 당황했다가 곧 기쁨이 가득한 표정이 되어 단상 위로 힘차게 올라갔다.

“다음은 이리나 생도. 넘버 써틴에 선발되었어요.”

“아자자!”

이리나가 오른 주먹을 꽉 쥐며 어퍼컷을 날리는 자세를 취했다.

너무도 기뻐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그녀는 쑥쓰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며 앞으로 나갔다.

“넘버 포틴은…. 신태양 생도에요.”

신태양은 별다른 반응 없이 담담한 얼굴로 나섰다. 하지만 김서준을 힐끔 돌아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듯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마지막 넘버 피프틴은…. 양휘 생도입니다.”

순간, 양휘의 눈이 커졌다.

분명 이채윤은 마지막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런데 김서준이 아니라 자신이라니.

양휘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얼굴로 김서준과 이채윤을 번갈아 바라봤다.

“넘버링 요원의 선발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으니 안심하고 올라오세요.”

이채윤의 말에 양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단상을 향해 걸어 나갔다.

남은 생도들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김서준을 힐끔거렸다.

압도적인 점수 차로 1위를 한 김서준이 넘버링 요원으로 호명되지 않은 건 누가봐도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수료식 분위기가 일순 어수선 해졌다.

이에 이채윤이 다시 나서서 분위기를 바로 잡았다.

“잠시 주목해 주세요. 일단 넘버링 요원의 임명이 끝나고 궁금해 하는 사항을 시원하게 풀어드릴게요.”

그녀의 말에 좌중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최철민, 이리나, 신태양, 양휘.

이 네 사람의 넘버링 요원 임명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임명식은 특별할게 없었다.

넘버링 요원이라는 정식 임명장과 넘버링 요원에게 주어지는 신분증 카드와 특수제복을 받는게 전부였다.

그런데 생도들과 교관들은 넘버링 요원 임명식보다 그 이후에 더욱 집중하고 있었다.

“이번 07기수는 다른 기수들과 다른 점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넘버링 요원을 네 명이나 선발했죠. 게다가…. 한가지 특별한 임명이 더 있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임명.

그 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김서준이었다.

‘설마 넘버 포를 이런식으로 임명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혹시라도 그런 짓을 한다면 그건 예거로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김서준이 넘버 포를 하겠다고 나선 건, 신분에 대한 비밀 보장이 철저하게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넘버 포 요원이 누구인지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는 때려 죽여도 그 자리에 앉고 싶지 않았다.

그때, 이채원이 모두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오직 이번 07기수에서만 익스퍼트 요원이 한 명 선출됩니다. 신분 자체는 넘버링 요원만큼이나 비밀스럽게 보호받게 되며, 지원 요원처럼 어떤 임무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요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익스퍼트 요원에겐 크고 광범위한 자유도가 허락될 겁니다. 경찰서에서 공권력을 활용해 범죄자를 잡을 수도 있고, 관공서에서 행정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도 가능하죠. 때로는 다른 특수기관에 파견되어 그들의 작전에 지원을 해 주거나 그들의 작전권을 가져와 직접 진두지휘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지니기도 합니다.”

이채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익스퍼트 요원은 모든 방면에서 골고루 활약할 수 있는 일종의 멀티 플레이어와 같았다.

김서준은 이채윤이 갑자기 왜 익스퍼트 요원이라는 직함을 꺼내놨는지 그 의도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날 타겟으로 잡고 만든 자리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이채원은 말을 마치자마자 김서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최초의 익스퍼트 요원을 소개해 드리죠. 김서준 생도. 앞으로 나와 주시겠어요?”

홀로그램 화면에 떠올라 있던 김서준의 이름은 어느새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사전에 전혀 이야기되지 않은 전개.

김서준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당연했다.

그때, 여전히 웃는 얼굴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장범수 국장이 이채윤을 대신해 단상 위에 올랐다.

그는 김서준을 빤히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기브 앤 테이크. 이건 아주 간단한 이치이지 않을까요, 김서준 생도?”

예거의 수장 장범수 국장의 말에 김서준은 한가지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하. 그러니까, 내 요구를 다 받아들일 테니, 너도 이 정도는 양보해라 이거로군.’

기가 막혔지만, 장범수가 직접 거래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기에 김서준도 딱히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기브 앤 테이크라…. 그게 가장 깔끔하긴 하지.’

김서준은 피식 웃고는 당당하게 단상을 향해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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