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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91화 (9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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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준은 벌써 30분 째 예거의 유물창고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이제보니 예거 생활백서에도 아무 설명이 나와있지 않은 B4, B5층이 바로 예거의 본부였다.

극히 일부의 지원 요원과 넘버링 요원, 그리고 비밀 첩보국의 국장 및 두 명의 차장만이 이 본부 시설에 출입이 가능했다.

예거 본부는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B4층은 대한민국 주요 기관과 세계 여러 국가의 심장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대규모의 모니터링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게다가 모든 넘버링 요원들이 안전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마음껏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각종 편의 시설들이 존재했다.

B5층은 예거의 넘버링 요원들만 사용이 가능한 회의실과 그들의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넘버링 요원 한명 당 2명 씩의 지원 요원이 팀원으로 따라 붙게 되어 있어서 총 3명이 사용하는 장소인 셈이었다.

B6층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층이었다.

이곳엔 예거의 유물창고가 숨겨져 있으며, 예거의 지부 어느 곳으로든 몇 초만에 이동이 가능한 포탈 캡슐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지금 김서준이 있는 장소는 B6층에 있는 유물창고였다.

이곳엔 그동안 정부 요원들이 균열을 탐사하면서 찾아낸 아티팩트들이 등급별, 종류별로 나누어져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창고 입구 근처엔 B급 이하의 일반 아티팩트들이 있었고,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A급의 유물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거기서 따로 신분 인증이 필요한 보안문을 지나면 S급의 고대유물급의 오파츠들이 보관된 비밀의 방들이 등장한다.

김서준이 지금 오파츠들이 보관된 방들을 끊임없이 오가는 이유는 어떤 걸 가지고 나갈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들고 나갈 수 있는 아티팩트는 단 두 개.

그중 하나는 진작에 골라놨다.

바로 A급의 ‘모방안’이라는 눈알 모양의 유물이었다.

무려 458의 엄청난 마력을 보유한 이 모방안은, 손에 쥔 채로 마력을 사용할 경우 사용자가 지정한 타겟의 모습을 똑같이 흉내낼 수가 있었다.

터닝 마스크의 얼굴 변형 기능과 무척 흡사한 기능이었지만,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모방이 가능한 타겟에 동물과 사물까지 포함된다는 점이다.

만약 김서준이 어딘가를 침투해야 한다거나, 위험에 빠져 모습을 감춰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이 모방안을 이용하면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들은 물론 나무나 바위로 모습을 바꿀 수가 있었다.

심지어는 몬스터로도 변신이 가능했으니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김서준에겐 필수나 다름없는 아티팩트였다.

대신 사용 가능 시간이 10분으로 제한되어 있어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다.

‘아, 젠장. 어느걸 선택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네.’

김서준은 지금 세 가지 오파츠를 놓고 심각한 결정 장애를 겪는 중이었다.

이곳의 오파츠들은 품고 있는 마력이 워낙 강력해서 방 하나에 오직 하나의 오파츠만 보관하고 있었다.

게다가 오파츠들 모두 S급 이상이었고 고대유물에 속하고 있어 적합률이 낮으면 갖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었다.

어떤 오파츠의 경우엔, 적합률이 낮으면 오히려 공격을 가하는 경우도 있어 매우 위험했다.

그런데, 김서준은 지금 세 가지 오파츠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오파츠가 보관된 비밀의 방은 총 8개.

그중 5개의 방에 있는 오파츠와는 적합률이 20%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그래서 적합률 80% 이상이 나온 세 가지 오파츠들 중 하나를 고르려고 고심하고 있었다.

첫번째 오파츠는 결계용 큐브였는데, 보유 마력은 710이나 되며 언제 어디서든 큐브를 작동시켜 결계를 만들어 낼 수가 있었다.

이 결계 안에서 큐브의 주인은 모든 능력의 20% 증가라는 엄청난 버프를 받게 되어 정말 강력한 오파츠라 볼 수 있었다.

두번째는 ‘징벌의 검’이라는 이름을 지닌 1.5미터 크기의 양손검이었다.

이 검은 대형검으로 관통력 20%증가라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더욱 놀라운 건 검을 이루고 있는 금속의 70%을 갑주로 변신시켜 착용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검을 갑주화 시키면 방어력이 무려 30%나 증가하게 되는데, 거기다 이동 속도 20% 증가라는 추가 효과까지 붙게 된다.

김서준을 유혹하고 있는 세 번째 오파츠는 ‘진화의 부적’이였다.

이건 이미 김서준이 가지고 있는 ‘유니온 코어’와 상당히 유사한 오파츠였다

진화의 부적에 지속적으로 마력을 주입하면 어느 시점에 활성화 상태가 되는데, 이때 진화를 시키고 싶은 물건에 이 부적을 붙이면 50%의 확률로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유니온 코어보다 별로라고 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진화의 부적은 진화가 실패하는 경우는 있어도, 진화가 불가능한 경우는 없었다.

게다가 성공만 하면 무조건 한등급 위의 아티팩트로 진화하게 되며, A급 까지는 무조건 진화가 가능했다.

물론 한번이라도 실패한다면 두 번다시 진화에 도전할 수 없다거나, 한번 진화를 하는데 100일이 걸린다는 제약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정도 제약은 크게 문제될 것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서준은 이 세 가지 오파츠 중에 무엇을 고를지 몰라 벌써 여섯 번째 방들을 오가는 중이었다.

‘큐브도 괜찮고, 검도 마음에 들어. 부적도 잘만하면 코어랑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마음 같아선 A급 유물인 모방안을 물리고 오파츠 중 두 개를 가지고 싶었지만, 권윤성 말에 의하면 오파츠는 하나 이상을 소유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장범수의 도움을 슬쩍 받아보려고 했지만, 이것까지는 장범수 국장도 터치할 수 없는 문제였다.

‘으아. 고민되네….’

김서준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8번째 방에 보관된 ‘진화의 부적’을 확인하러 발길을 옮겼다.

‘더 이상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이번에는 꼭 결정을…. 어?’

시선을 바닥으로 향한 채 걸어가던 김서준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8개의 비밀의 방 앞쪽 바닥에는 방 번호가 순서대로 새겨져 있었는데, 8번 방이 끝인 줄 알고 있던 김서준의 눈에 9라는 숫자가 흐릿하게 보인 것이다.

8번 방 옆은 그저 하얀 벽으로 되어 있어서 방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벽 아래에 숫자가 있었다.

김서준은 뭔가 이상한 느낌에 바닥에 쪼그려 앉아 숫자판 위의 먼지를 손으로 치웠다.

그러자 선명하게 9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이건 뭡니까?”

김서준이 묻자 비밀의 방 앞쪽 공간에서 장범수와 휴식을 취하고 있던 권윤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딱 봐도 말해주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젠 같은 식구인데 다 알려주게나, 권 팀장.”

“휴…. 알겠습니다.”

장범수의 말에 권윤성이 일어나서 김서준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바닥에 9라고 쓰여진 네모난 부위를 발로 꾹 눌렀다. 그러자,

츠르르륵

벽이었던 곳이 옆으로 밀려나더니 문 하나가 생겨났다.

벽과 똑 같은 재질의 판막이가 문을 가리고 있었던 것.

문 위에는 [ROOM 9]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이 방에는 흉급 오파츠가 보관되어 있다.”

“흉급 오파츠요?”

“지금까지 총 8명이 이 방에 있는 오파츠와의 적합률을 확인했지만 1% 이상이 나온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지. 오히려 오파츠에 공격을 받아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고. 그래서 더는 요원들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거다.”

권윤성의 말에 김서준은 오히려 깊은 관심이 생겼다.

넘버링 요원 중 8명이 도전해서 모두 오파츠에게 거부를 당했다는 말이니 어찌 흥미가 돋지 않을까?

“무슨 오파츠인데요?”

“기다란 사슬이 달린 짧은 봉이다.”

“사슬이 달린 봉이요? 특이하네요.”

김서준도 많은 무기를 다뤄봤지만, 사슬이 달린 단봉은 본적이 없었다.

사슬 끝에 뾰족한 촉이나 무거운 추같은게 달리거나, 도끼 혹은 낫이 달린 무기는 봤지만 단봉이라니.

이는 무기로서 전혀 효과적이지 못했다.

“제가 좀 봐도 됩니까?”

“위험할텐데?”

“설마 죽기야 하겠습니까?”

김서준이 9번 방에 들어가고 싶어하자 권윤성은 장범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장범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미리 말한다만, 이 안에 있는 오파츠는 윤현도마저 거부했다.”

“저는 윤현도 선배님이 아니잖아요. 반응이 다를 수도 있죠.”

김서준은 웃었고, 권윤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럼 알아서 해라.”

권윤성은 방문 옆에 설치된 패널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지이이잉

문이 열리자 김서준은 바로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방은 딱 20평 크기였다.

방의 중앙에는 허리 정도 높이의 테이블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짙은 검은빛을 흘리는 기다란 물체가 뱀이 똬리를 틀 듯 돌돌 말려져 있었다.

그건 쇠사슬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쇠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다만 눈으로 보이는 질감이 쇠처럼 느껴지고 있을 뿐.

사슬의 양쪽 끝에는 독특한 형태의 물건이 달려있었다.

한쪽 끝엔 가운데 손가락만 끼울수 있게 되어 있는 반손가락 장갑이 달려 있었고, 반대 쪽 끝엔 약 15센티 정도 되는 짧은 봉이 고리로 연결된 상태였다.

김서준은 그걸 보자마자 심안을 발동시켰다.

즈아앙-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자마자 김서준의 주변으로 마력의 파동이 훅 뿜어지더니 빠르게 사슬을 훑고 지나갔다.

[888/유니크]

‘뭐….?’

김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888이라는 엄청난 마력에 유니크의 격을 가진 무기.

이건 지금까지 김서준이 본 아티팩트 중에서 가장 마력이 높았다.

게다가 유니크라니.

다른 방에 있는 S급 오파츠들보다 훨씬 강력한 물건인게 틀림없었다.

김서준은 사슬 무기에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조심스레 장갑 부분을 거머쥐었다. 그때,

우우우우우우웅

사슬봉이 갑자기 크게 진동을 일으키더니,

차르르르르륵

마치 뱀의 머리처럼 단봉을 치켜세우며 김서준을 위협했다.

당장이라도 김서준을 향해 달려들것처럼 차륵 차륵 소리를 흘리며 좌로, 우로 단봉을 움직거렸다.

그러던 어느 순간, 단봉이 김서준의 얼굴쪽으로 확 날아들었다. 그리고 눈앞 10센티미터 지점에서 딱 멈춰섰다.

눈이라도 달린 듯, 김서준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며 흔들거리는 단봉.

그러던 어느 순간, 사슬 전체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확 피어올랐다.

빠지지지지직

사슬 끝을 쥐고 있던 손으로 짜릿함이 느껴지자 김서준은 자기도 모르게 태양신공을 확 끌어올렸다.

강력한 내공이 불길처럼 확 일어난 순간, 단봉은 뭔가에 크게 놀란듯 뒤로 도망치듯 물러났다. 그리고 경계하듯 주춤거리더니 방향을 바꿔 김서준의 단전 쪽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단전을 관찰하는 것처럼 잠시 그 앞에 머물렀다. 바로 그때,

[적합율: 98%]

뜬금없이 김서준의 머릿속을 파고든 메시지였다.

‘98%? 이거 실화냐?’

오히려 김서준이 당황했다.

그 순간, 단봉은 확인을 끝냈다는 의미로 맹렬하게 검은 광채를 뿜어내며 김서준의 왼손을 촘촘하게 휘감기 시작했다.

손목부터 휘감아진 사슬은 팔꿈치까지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단봉 부분이 사슬과 팔뚝 사이로 파고들더니 손목 위쪽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김서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가만히 사슬을 지켜봤다.

‘아무래도 마력이 아니라 내공에 반응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김서준에게만 적합율 98%라는 엄청난 결과가 나왔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레 팔을 들어올린 김서준은 다시한번 심안을 발동시켰다.

즈아앙-

마력의 파동이 사슬을 강하게 훑고 지나간 순간, 김서준의 머릿속으로 오파츠의 정보가 스며들었다.

[사슬낫(A)]

-고대의 유물이다.

-사슬을 감아 능력의 30%를 봉인시킨다.

-항마력에 반응한다.

-굉장히 단단하고 날카롭다.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며 주인과 함께 성장한다.

오파츠, 사슬낫의 정보는 무척이나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정보를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S급 오파츠인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A급의 고대 유물이었다.

또한,

‘이게 어딜봐서 낫인데?’

오파츠의 이름은 사슬낫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어디를 봐도 낫처럼 보이질 않는다.

의문은 그것 말고도 또 있었다.

사슬을 감아 능력을 봉인시킨다고 되어 있으나, 보다시피 사슬이 휘감고 있는 건 다름아닌 김서준 본인의 팔이다.

‘설마 내 주인의 능력까지 봉인시킬 수 있는 건가?’

김서준은 바로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해 봤다.

[김서준]

-마력: 245[350] / 내공: 301[430] / 제어: 270[270]

‘뭐야, 능력치 표시 방법이 달라졌잖아?’

능력치 정보창의 내용이 전과는 다르게 보여지는 수치와 실제 수치가 동시에 표시되고 있었다.

앞의 숫자가 보여지는 수치고, 뒤의 수치는 실제 수치가 확실했다.

그 차이는 정확히 30%.

예상대로 사슬이 팔을 휘감고 있기 때문에 마력과 내공의 30%씩 봉인된 모양.

이로써 사슬에 휘감기기만 하면 자신이든, 상대든 상관없이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의문점.

‘항마력은 뭘까?’

느낌상 항마력이란 내공을 말하는 듯했다.

자신이 태양신공을 일으켰을 때 사슬낫이 격렬하게 반응한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김서준은 손에 쥐고 있던 장갑 부분을 손에 끼워봤다.

손등과 손바닥,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 한마디만 장갑에 끼워지는 거라 착용감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손목 부분에서 사슬 바깥쪽으로 툭 삐져나온 단봉을 가만히 쥐어봤다.

‘무기로 쓰기엔 너무 짧잖아? 그냥 투척 무기인가?’

그래도 혹시나 몰라 단봉을 쥔 채로 마력을 끌어올려봤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 반응이 없다.

‘그럼 내공엔 반응하려나?’

김서준은 바로 태양신공을 운용했다. 그 순간,

파캉!

짧았던 단봉이 두 배로 확 길어지더니 단봉의 한쪽 면에서 검게 빛나는 무언가가 90도 각도로 팍 튀어올랐다.

그건 서슬이 시퍼런 칼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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