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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93화 (93/153)

93

김서준은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뭔가 대단히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설명과는 달리, 캡슐 속에서 김서준은 너무도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주사바늘에 찔리는 짧은 고통을 빼면 마치 수면 마취를 하고 긴 잠에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김서준은 몸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 신비가 생성된 건가?’

기쁜 마음에 바로 자신의 능력치 정보를 확인해 봤다. 그런데,

[김서준]

-마력: 399[570] / 내공: 301[430] / 제어: 310[310]

-신비: 역발산기개세(41%) / 태양신공(41%) / 염동장막(19%) / 수라극섬(15%) / 심안(17%) / 천번구(5%) / 비뢰신보(5%)

뭔가 수치가 이상하다.

일단, 새로운 신비는 추가되지 않았다.

그건 그렇다 쳐도 마력 수치가 너무 높았다.

사슬낫 때문에 봉인된 30%의 마력 수치를 빼고도 399나 되다니.

‘봉인 후의 수치가 399라고? 이게 대체 뭔 일이야?’

마력이 무려 220이나 상승했다.

김서준은 살짝 당황했다.

주사 바늘에 찔리고, 잠시 현기증이 나는가 싶더니 자기도 모르게 잠들었었다.

그런데 한숨 자고났을 뿐인데 마력이 말도 안되게 상승해 있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듯한 기분.

‘지금 몇 시지? 내가 대체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거야?’

강화유리로 된 캡슐의 뚜껑으로 밖을 살펴보니 전체적으로 어둡다.

유리벽 너머로 제어실이 살짝 보이고 있었는데, 그곳엔 이채윤이 제어패널 위에 엎어져 수면을 취하는 모습이 보였다.

‘밤인가?’

김서준은 자신의 손목에 기프트가 채워져 있다는 걸 상기하고는 얼른 시간을 확인했다.

[03:43]

새벽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김서준이 캡슐에 들어선 시간은 오전 11시 경.

대충 16시간 이상 캡슐에 이었던 것이다.

김서준은 소리를 내서 이채윤을 깨울까 하다가 관뒀다.

16시간 내내 캡슐에서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봐 쭉 지켜보느라 피곤했던 모양인데, 굳이 지금 깨울 이유가 없었다.

‘각성하라는 신비는 안 보이고, 뭔놈의 마력만 이렇게 늘어난거지?’

솔직한 마음으로 지금 김서준은 뛸듯이 기뻤다.

350이었던 마력이 570으로 늘어난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캡슐 안에서 한숨 자고 났더니 A급에서 S급으로 뛰어오른 셈.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마력이 더욱 상승할지도 몰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숨 더 푹 자보자.’

김서준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 했다. 그런데,

‘어? 왜 잠이 안오지?’

한참동안 잠을 자려 했지만 이상하게 정신이 또렷해지기만 한다.

시간을 보니 벌써 4시 반이 넘었다.

거의 한 시간째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

그런데 그 사이 마력은 또 상승해 있었다.

[김서준]

-마력: 406[580] / 내공: 301[430] / 제어: 310[310]

‘580? 1시간만에 10이나 상승했다고?’

어이가 없다못해 정신이 다 나갈 지경이었다.

이 각성 캡슐에 들어가 있으면 마력이 상승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만약 그런 일을 겪었다면 분명 이야기를 해 줬을 상황.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는 건, 캡슐에 들어왔던 사람들 중 마력이 상승한 사람이 없다는 말과 같았다.

‘2시간만 더 지나면 600 찍겠는데?’

김서준은 더욱 더 또렷해진 정신으로 자신의 마력이 상승해 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이 또 지났을 때, 김서준의 마력은 585로 상승해 있었다.

‘뭐지? 이번엔 1시간에 5밖에 안 올랐잖아?’

잠시 생각에 잠긴 김서준.

그는 캡슐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력이 상승하는 효율은 반대로 떨어지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시간이 더 지나면 시간당 마력 상승은 1정도로 내려가게 될 터.

그 시점이 되면 캡슐에 더 길게 머물 이유가 없었다.

‘신비는 왜 아무 반응이 없는 건데?’

신비가 생성될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편안했던 몸상태가 점점 안좋아 지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 지고, 심장이 뛰는 속도도 크게 빨라졌다.

‘느낌이 안 좋은데….’

이대로 더 버티다가는 심장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서준은 고민했다.

24시간을 채우려면 아직 6시간이나 남았으니 그때까지만 버텨볼 것인가, 아니면 2차 각성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캡슐 밖으로 나갈 것인가를.

하지만 버티는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폐를 옥죄어 오는 답답함과 터질듯이 빠르게 뛰는 심장은 김서준에게 점점 강한 고통을 전해주고 있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김서준은 오기가 생겼다.

버티고 버티다보면 2차 각성에 성공해 새로운 신비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더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결국 태양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내공의 기운이 온몸을 휘돌며 약해진 신체를 보호했다.

그 즉시로 답답함이 해소되었고, 심장의 박동은 차츰 안정세로 돌아섰다.

다시 몸과 마음이 편안해 졌다.

거의 3시간 동안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일까?

김서준은 태양신공을 운용하면서 가수면 상태에 빠져들었다.

***

드드드드드

갑작스런 진동에 이채윤은 화들짝 놀랐다.

약 4시간 전, 무려 14시간이 넘게 김서준의 바이탈을 체크하던 이채윤은 긴 시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자 자기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고 말았었다.

그런데 지금, 실험실 내의 각성 캡슐이 갑자기 크게 진동하게 되면서 제어실의 패널 장치까지 뒤흔드는 통에 잠에서 깨고 만 것.

빠르게 정신을 차린 이채윤은 실험실 안쪽의 캡슐을 바라봤다.

그런데 캡슐의 투명한 유리 뚜껑이 뿌옇게 흐려져 있어 김서준의 상태가 전혀 보이질 않고 있었다.

이채윤은 급히 바이탈을 체크하며 캡슐 내부에 비상용으로 부착해 놓은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이걸로도 안 보여?’

캡슐 내의 카메라도 뿌연 연기에 가득할 뿐, 김서준의 몸 상태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김서준의 바이탈은 무척이나 안정적이었다.

“김서준. 김서준! 내 말이 들리면 대답해봐. 뭐라도 말해보라고!”

이채윤이 캡슐 내부로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말을 걸어봤지만, 김서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채윤의 손은 자연스럽게 긴급 작동 중지 버튼 위로 움직였다.

하지만 끝내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작동 중인 각성 캡슐을 외부에서 강제로 멈춰 세우는 건 꽤나 위험한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제타파를 폭주시켜서 캡슐 속에 있는 사람의 정신을 헤집어 놓을 수도 있었고, 심장을 감싸고 있는 마력을 자극해 피를 역류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두 가지 모두 헌터에겐 치명적인 문제였기에 이채윤은 차마 작동 중지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대신 호출 버튼을 눌렀다.

몇 분도 되지 않아 각성실로 권윤성과 장범수가 서둘러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설마 김서준이 잘못되기라도 했나?”

둘 다 김서준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이채윤은 빠르게 현 상황을 설명했다.

“좀 전에 저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각성캡슐이 흔들렸어요. 게다가 보다시피 캡슐 안이 희뿌연 연기로 가득해 아무것도 볼 수가 없고요.”

“바이탈은?”

“다행히 바이탈은 문제가 없지만, 김서준의 의식은 지금 반만 깨어있는 상태에요.”

“휴…. 그럼 큰 문제는 없는 거구만?”

장범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이채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김서준의 몸에서 마력 거부 반응이 시작했어요.”

“벌써 마력 거부 반응이?”

“벌써라니요? 캡슐에 들어간지 이미 21시간이 다 됐어요. 기존의 다른 요원들보다 2시간이나 늦게 반응한 거라고요.”

마력 거부 반응은 지속적인 마력 노출에 의해 신체가 자연적으로 마력을 거부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반응이 시작될 때까지도 2차 각성을 하지 못했다면 점차 각성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이 반응 이후엔 고통까지 동반되기 때문에 5시간 이내에는 반드시 캡슐에서 나와야 했다.

“마력 거부 반응이 시작됐다면, 길어봐야 앞으로 5시간 이군. 그런데, 2차 각성엔 성공한 것 같아?”

“정확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실패인 것 같아요.”

“실패? 정말 실패라고?”

권윤성은 착잡한 심정이었다.

김서준의 행보는 윤현도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이젠 2차 각성까지 똑같이 실패하고 말았으니 이후 윤현도처럼 임무 중 실종되는 건 아닐까 걱정부터 되었다.

그건 장범수 국장도 마찬가지였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끄응.”

장범수는 김서준이 캡슐에 들어가기 전에 제 입으로 윤현도와 비슷한 것 같다는 말을 한 것이 현실화 된 지금의 상황이 못내 안타까웠다.

“이제 어찌하는게 좋겠나?”

장범수가 묻자 이채윤은 입술을 깨물며 장치를 돌아봤다.

“김서준이 자기 힘으로 작동을 중지시키길 기다려야죠.”

“지금 의식이 아예 없나?”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의식의 반만 깨있어요. 하지만 아직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만약 5시간이 지난 후에도 지금과 똑같다면?”

“여기 이 수치를 보고 판단해야죠. 이 수치가 100을 넘기 전에는 반드시 작동을 중단시켜야 하니까요.”

이채윤은 형형색색의 그래프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화면을 내려다 봤다.

그러다 손가락으로 붉은 그래프 하나를 톡톡 두드렸는데, 그 그래프엔 7%라는 수치가 표시되고 있었다.

그건 고통 수치를 알려주는 그래프였다.

20%까지는 가벼운 찰과상 정도의 고통을 의미했고, 50%에 달하면 칼에 찔리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70%를 넘게 되면 절단에 의한 고통과 흡사해 지며, 80%를 넘으면 고통으로 쇼크사 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생기게 된다.

“강제 중단은 위험하지 않은가?”

“네. 위험해요. 그러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죠.”

제어실의 세 사람은 뿌연 연기로 가득한 캡슐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바이탈을 번갈아 바라보며 김서준이 정신을 차리길 하염없이 기다렸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김서준은 시간의 흐름마저 잊은 채 태양신공으로 운기행공 하는데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김서준이 눈을 번쩍 떴다.

‘어우, 이거 뭐야?’

김서준은 후끈한 열기와 수증기로 가득한 캡슐 속에서 손을 휘휘 저었다.

‘나도 모르게 태양신공을 6할 이상으로 운용하고 있었구나.’

김서준은 바로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파악해 냈다.

추가적인 신비를 각성도 못한 상태에서 점점 몸이 불편해 지는 느낌을 받은 김서준은 반사적으로 태양신공을 운용했었다.

그리고 불편함의 강도가 세질수록 태양신공 또한 강하게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김서준은 다급히 의식을 둘로 나눴다.

하나는 태양신공을 운용하며 고통에 대응시키고, 다른 하나로는 부동심을 수련하며 시간을 떼웠다.

그러다 시간이 너무 오래 흐른 것 같아 부동심을 거둬 들이며 의식을 하나로 합친 것이고, 그게 지금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김서준은 황급히 시간을 확인했다.

[17: 23]

‘뭐? 벌써 오후 5시가 넘었어?’

태양신공을 운용하기 직전이 아침 7시를 막 넘긴 시점이었으니, 무아지경에 빠져든 시간이 무려 10시간을 넘긴 셈.

김서준은 캡슐에 들어선 시간부터 따지면 무려 30시간이 넘어서고 있었다.

그때였다.

-…준. 김서준! 내 말 들리면 뭐라고 말 좀 해 보라니까!

이채윤의 음성이 김서준의 고막을 때렸다.

“아, 깜짝이야. 잘 들리니까 목소리 톤 좀 낮춰요.”

-정신 차렸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잠깐만 기다려 봐요. 뭐 좀 확인해 볼게 있으니까.”

김서준은 그렇게 말하고 곧바로 자신의 능력 수치를 점검해 봤다.

[김서준]

-마력: 449[641] / 내공: 350[500] / 제어: 340[340]

-신비: 역발산기개세(41%) / 태양신공(45%) / 염동장막(19%) / 수라극섬(15%) / 심안(17%) / 천번구(5%) / 비뢰신보(5%)

역시나 추가로 등록된 신비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마력과 내공이 엄청나게 올랐다.

‘음마야…. 마력 총량이 641? 엄청나네…. 내공도 500까지 올랐고.’

거기다 태양신공의 숙련도 또한 4%가 상승했다.

캡슐에서 30시간을 버텼더니 350이었던 마력이 641까지 올랐다.

하루 반만에 291이라는 엄청난 수치의 마력이 상승해 버린 것.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신비를 각성하지 못한 건 좀 살짝 못마땅 했지만, 마력과 내공이 워낙 크게 상승한 덕분에 아쉬울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캡슐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엄청 후회할 뻔 했다.

‘어쩌면 윤현도 선배도 신비를 각성하지 못한 대신 나처럼 마력이 엄청나게 늘었던 걸지도 모르겠군.’

김서준 혼자만의 생각이긴 했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김서준. 더는 캡슐에 있으면 안돼. 그러니 네가 직접 작동을 중지하고 나와야 한다.

이채윤이 더 기다리지 못하고 김서준을 채근했다.

그녀의 음성엔 왠지모를 반가움이 가득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나가요.”

김서준은 태양신공의 열기와 캡슐에서 뿜어진 마력이 뒤섞이며 만들어낸 수증기를 휘휘 저으며 작동 중지 버튼을 찾아 꾹 눌렀다.

푸슈욱!

촤아아아아아아-

캡슐 뚜껑이 열리며 안에 가득 찼던 수증기가 한꺼번에 뿜어져 나갔다.

김서준은 땀인지 수증기인지 모를 물기에 푹 젖은 몸으로 캡슐 밖으로 나섰다.

강화유리로 된 벽을 바라보니 장범수 국장과 권윤성, 이채윤이 크게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김서준은 그들을 향해 방긋 웃어보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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