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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97화 (97/153)

97

‘아우, 시원해.’

사슬낫이 칭칭 감고 있던 팔이 자유를 되찾았다.

팔에는 사슬낫 때문에 생긴 자국이 벌겋게 남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아무래도 좋았다.

김서준은 바닥에 똬리를 틀고 있는 사슬낫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S급 오파츠라…. 결국 내 손에 들어오긴 했네.’

김서준은 기쁜 마음에 S급으로 거듭난 사슬낫을 만지작 거렸다.

이미 아론다이트가 각성한 성마의 참격도라는 S급 오파츠를 손에 넣은 상태였지만, 사슬낫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용도로 사용이 가능했다.

‘성마의 참격도는 근접 전투시에 쓰고, 사슬낫은 중장거리 전투용으로 쓰면 딱이겠어.’

사슬낫의 사슬 길이는 최대 30미터까지 늘어난다.

원거리 신비를 지닌 헌터들이나 빔 무기를 쓰는 워머신을 상대로 이보다 알맞은 무기는 없었다.

게다가 이젠 팔에 늘 감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사라졌다.

물론 그로 인해 사슬낫의 봉인 능력이 빠지게 되어 마력 수치도 달라졌다.

‘이렇게 되면 기프트의 마력커버 비율을 80%로 바꿔야 되겠는데?’

지금 김서준의 마력이 641이니 마력커버 비율을 80%로 변경하면 128로 확 줄어든다.

‘좀 과하게 줄어들긴 하지만…. 얼른 기본 마력 수치를 높이면 크게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지.’

정 안되면 다시 사슬낫과 기프트 조합으로 마력 수치를 조정하면 되니 문제는 없었다.

‘넌 일단 아공간에 들어가 있어라. 나중에 필요할 때가 되면 부를테니.’

김서준은 초시공 건틀릿을 착용한 손으로 사슬낫을 잡아 아공간 속에 넣어버렸다.

팔을 휘감고 있을 때는 김서준의 손과 한몸으로 인식해 아공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수납이 가능했다.

사슬낫을 치워놓고 나니 이젠 3천만원이나 주고 구매한 붕대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붕대를 쥐고 가만히 살펴보던 김서준.

[차단용 붕대]

-붕대를 감아 시각, 청각, 열, 냉기, 출혈을 차단한다.

-차단 효율은 10%이다.

심안으로 확인하면 붕대가 지닌 능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가 있었다.

‘유니온 코어로 강성만 된다면 쓸만해 지겠는데….’

김서준은 유니온 코어를 떠올리며 나중에 붕대 또한 각성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코어가 동면에서 깰 때까진 너도 아공간에서 대기다.’

사슬낫에 이어 차단용 붕대마저 아공간으로 직행하고 말았다.

***

김서준은 오랜만에 평온한 오후를 보냈다.

아침 9시가 넘은 시간에 거하게 아침을 먹었더니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점심은 건너 뛰었다.

그래서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릴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정말 8시간 내내 뒹굴거리고만 있진 않았다.

오후 2시 쯤이 되었을 땐 몸이 근질거려서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양의분심공을 사용했고, 부동심을 연마하는 한편으로 컴퓨터로 예거 시스템에 접속해 이런 저런 정보를 검색했다.

김서준에겐 장범수 국장과 똑 같은 보안등급이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검증된 장소, 검증된 PC가 아닌 이상은 일반적인 정보밖에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는게 가능했다.

김서준이 가장 먼저 살펴본 정보는 예거의 조직 구조였다.

생도로서 훈련을 받을 때에도 예거 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저 대외적으로는 예거라는 이름 대신 비밀 첩보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 명의 국장과 두 명의 차장, 그리고 넘버 원과 넘버 투가 실질적인 수뇌부라는 정도만 알려줄 뿐이었다.

넘버링 요원은 07기가 수료하기 전까지는 11명이었으나, 이제 14명으로 늘었고, 새롭게 익스퍼트 요원이 추가되면서 15명의 강력한 능력자들로 구성된 상태였다.

놀랍게도 예거 시스템에는 인물에 대한 개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이미 업데이트 되어 있었다.

‘일 처리 속도 하나는 엄청 빠르네.’

김서준은 예거 시스템 상에 ‘넘버링 요원 15명에 익스퍼트 요원까지 총 16명으로 구성됨’이라는 설명이 추가되어 있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예거의 구조 상, 모든 넘버링 요원들에겐 두 명의 지원 요원이 따라붙게 되는데, 이렇게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임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지원 요원의 숫자는 약 100명이 조금 안되지만, 전원이 A급 이상의 헌터였고,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중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넘버링 요원을 지원하는 팀에 소속되지만, 대부분의 지원 요원들은 몬스터 서점의 박연중처럼 예거의 지부로 발령받아 거기서 별도의 활동을 벌이게 된다.

보통 지부에서 근무하는 지원 요원들은 3명에서 5명 사이였고, 그중 가장 기수가 빠른 요원이 지부장이 되어 팀을 이끄는 것이다.

모든 지부장은 일주일에 한번 공식적인 루트로 국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며, 그 보고 내용의 중요성을 상, 중, 하로 분류한 뒤 새로운 명령이 하달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그럼 나한테도 지원 요원이 붙여진다는 건데…. 어떤식으로 선발하려나?’

넘버 포는 임무 특성 상 지원 요원이 붙지 않지만, 익스퍼트 요원은 넘버링 요원에 가까운 자리라서 지원 요원을 붙여줄 것이 분명했다.

김서준은 기왕이면 나이 차가 별로 안나고, 알아서 척척 제 할일을 할 줄 아는 요원이 붙여지길 바라고 있었다.

예거의 조직에 대해 대충 확인한 김서준.

이번엔 예거의 적인 문라이트에 대한 정보를 살펴봤다.

문라이트.

직역하면 달빛이라는 의미가 되는 이 조직은 세상에 거의 알려진게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수많은 인류 역사에 끼어들어 크고 작은 범죄를 일으킨 빌런 집단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그런 빌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이들을 조종하는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알려진게 전혀 없다.

다만, 문라이트의 전사들을 세이버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으며, 블랙세이버와 레드세이버로 구분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세이버들의 신비능력은 예거들도 상대가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다고 한다.

특히 레드세이버는 거의 넘버링 요원에 맞먹을 정도로 강력해서 일반 각성자들은 제대로 상대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문라이트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이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었다.

예를 들어, 문라이트는 거의 모든 국가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으며, 정부에도 힘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내용이 그러했다.

대한민국에서는 빌런 집단이자, 십대 길드의 하나에 속한 신교단이 바로 이 문라이트의 산하 조직이라는 정보도 있었다.

하지만 예거에서는 이 문라이트가 세계 십대가문의 일부와 유착관계에 놓여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십대가문 중에서 최소 2개 가문 이상이 문라이트와 연관이 있다 이거군.’

김서준은 혹시 그 2개의 가문 중에 한세아의 가문이 포함되어 있는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솔직히, 한세아에게 부모의 유품이라며 저주형 아티팩트를 건네준 외삼촌의 정체가 의심되긴 한다. 하지만, 그가 문라이트의 앞잡이는 아니길 바랐다.

만약 설마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한세아는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세인트 한 패밀리’의 일부가 문라이트의 지령을 받고 있기라도 한다면, 한세아 혼자서는 외삼촌과의 일을 절대 마무리 지을 수 없다.

오히려 한세아의 할아버지인 한두호까지 위험해 질 지도 모른다.

‘문라이트라…. 이상하게 입에 착 감기는 이름이란 말이지.’

김서준은 한가지 특이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단어를 말했을 때, 그 단어가 입에 착착 감기는 경우 반드시 김서준과 깊게 연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관은 대부분 안좋은 쪽으로 이어지기 마련.

때문에 앞으로 이 문라이트와 굉장한 악연이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문라이트 보다 신교단이 더 문제잖아?’

문라이트는 드러나 있지 않은 집단이지만, 신교단은 훤히 드러나 있음에도 처리를 못하고 있는 골칫덩이였다.

김서준은 신교단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려고 예거 시스템을 검색했다. 그런데,

>>해당 정보는 현재 업데이트 중입니다. 2시간 뒤에 사용해 주세요.

시스템 상에 이런 안내문구가 뜨며 검색이 중단되었다.

‘얼마나 중요한 정보를 업데이트 중이길래 뭔 업데이트를 2시간이나 하는데?’

뭔가 이상했지만 김서준은 그러려니 하고 컴퓨터를 꺼 버렸다.

‘벌써 6시가 넘었네? 배도 좀 고프고…. 우리 백연지 여사께서는 저녁에 뭘 차려 주시려나?’

김서준은 왠지모를 기대감에 휩싸여 방문을 살짝 열어봤다. 그러자, 주방에서부터 시작된 맛있는 향기가 폐부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이건…. 불고기다!’

그것도 소불고기.

소불고기는 김서준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10선 중에서도 상위에 올라 있었다.

바로 뛰쳐나가 맛부터 보려는 찰나,

삐삐삑. 삐링.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어머, 오늘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들어오셨어요?”

주방에서 요리 중이던 백연지가 아버지 김주혁이 귀가한 것을 보고는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한달 만에 돌아온 자식 놈 얼굴 좀 보려고 일찍 퇴근했지.”

“하여튼, 김주혁 씨의 아들 사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나만 그런가? 당신도 서준이 녀석한테 연락이 없으니까 얼굴이 아주 사색이 되었으면서.”

“그야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그런 거죠. 아무튼, 얼른 씻고 와요. 오늘 저녁은 특별히….”

“소불고기라는 거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알겠던데, 뭐. 냄새가 아주 죽여주는군.”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김주혁 역시 소불고기에 환장했다.

“그럼 오랜만에 반주도 한잔?”

“좋지, 좋아. 금방 씻고 나오지. 그런데, 서준인?”

“방에서 자고 있나? 피곤했나 보더라고요. 손도 크게 다친 것 같고.”

“뭐? 다쳐? 그 튼튼한 녀석이?”

백연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주혁이 김서준의 방문 쪽으로 고개를 확 돌렸다.

때마침 심안으로 아버질 스캔하고 있던 김서준은 깜짝 놀라 황급히 문을 닫았다. 하지만, 김주혁은 이미 문틈 사이로 눈만 빼꼼히 내놓고 있던 김서준을 발견한 뒤였다.

“이 녀석 봐라?”

김주혁은 곧장 김서준의 방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 문을 확 열었다.

“어? 아버지 오셨네요? 잘 지내셨어요? 하하, 하하하.”

“손 줘봐.”

“네? 왜요?”

김서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김주혁에게 내밀었다.

“뭐야? 네 엄마가 너 다쳤다던데, 멀쩡하잖아?”

“아, 그거요. 다치긴 했는데 지금은 다 나았어요. 그래서 팔에 감고 있던 붕대도 풀었죠.”

“붕대? 이 붉으스름한 자국이 붕대 자국인거냐? 뭘 얼마나 세게 감았기에 이런 자국까지 생겨?”

김주혁은 김서준의 왼팔 팔뚝에 흐릿하게 남겨진 자국을 이리저리 살폈다.

“지금은 괜찮다니까요.”

“나도 알아. 그냥 네 팔뚝이 전보다 훨씬 두꺼워 진 것 같아서 좀 살펴 본 것뿐이야.”

“한달 동안 빡세게 훈련했으니까요. 그보다 아버지도 많이 달라지셨는데요?”

김서준의 말대로 김주혁의 지금 모습은 한달 전과 무척이나 달라져 있었다.

불룩 나와 있던 배는 거의 사라졌고, 늘 기운이 없어 보이던 얼굴엔 빛이 나고 있었다. 몸에도 힘이 흘러 넘치는 느낌.

게다가,

[81/엘리트]

김주혁의 마력이 무려 18이나 올라 있었다.

‘마석이라도 드신 건가? 한달만에 어떻게 마력이 18이나 오르지?’

김서준 자신이야 여러가지 기연을 얻은데다가 마석도 많이 먹었고, 능력 상승의 대명사인 태양신공을 꾸준히 연마한 덕분에 상상을 초월하는 성장 속도를 보이 있지만 아버진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가 익히고 있는 혼원진기공이 아무리 마력 증진에 효과가 좋다고 해도 한달 만에 18이나 오르는 건 말이 안된다.

“당연히 달라졌지. 이제 어엿한 현장 헌터로 뛰고 있는데 한달 사이에 마석을 하나도 못 구해 먹었겠냐?”

“현장….. 뛰세요?”

“그래. 부길마 고태환이 아들 녀석 일로 상심이 큰 모양이더라. 잠시 심적인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서 부길마 자리를 내놓았지. 그 덕분에 나도 사무직에서 현장직으로 보직이 바뀌었고.”

“아…. 근데 그렇게 바로 균열에 들어가도 괜찮은 거에요? 거의 8년을 사무직으로 지내셨잖아요?”

물론 김서준은 아버지가 당장 균열에 들어간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잘 안다.

이미 수차례 아버지와 훈련을 같이 했었고, 증산역에 균열이 발생했을 때도 실전감각이 전혀 둔해지지 않았다는 걸 직접 확인했기 때문.

다만 자연스럽게 지원 예거의 안정성에 대해 어필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무직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내가 아무리 사무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었어도 웬만한 C급 헌터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마라. 그보다, 얼른 나와서 밥이나 먹자. 배고프다.”

“저기,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김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김주혁은 멈칫 하더니 아들 침대에 걸터앉았다.

“해 봐라. 아빤 준비되어 있으니 설사 네가 여자가 됐다 해도 놀라지 않을 거다.”

김주혁이 웃으며 던진 농담에 김서준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김서준은 안다.

아버지가 자신의 표정이 경직되어 있는 걸 알고, 긴장을 풀어주고자 일부러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김서준은 역시 아버지는 다르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준비한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놓았다.

“어…. 제가 실은요. 절대, 결코 일부러 거짓말을 하려고 한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어휴. 시원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예거 요원으로 선발 됐습니다! 하지만 절대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아버지가 8년간 쭉 그래오셨듯 사무실에 앉아서 자판 두드리는 일이 대부분…..”

“나도 안다.”

“….네?”

“나도 안다고 이 녀석아. 그러니 호들갑 좀 그만 떨어라.”

김주혁은 다 알고 있으니 놀랄 거 없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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